음... 어린 날에는 어린 날의 이야기를, 젊은 날에는 젊은 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시차는 있겠지.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아이가 어른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맞게 따라간다. 누구든 자기가 처한 환경과 위치가 바뀌면 거기에 맞게 사고방식도 바뀌곤 하니까.
소울컴퍼니는 '음악적 방향' 등을 이유로 해체됐다. 당시 더콰이엇의 화두는 젊은 날의 이야기를 끝내고 무엇을 말할까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선택은 머니스웩이었다. 그러니까 앞에 던졌던 이야기를 이어받자면 그것은 불가피한... 수순대로 가야하는 흐름이었다는 뜻이다. 아티스트는 나이를 먹고 성장하고, 팬 또한 그렇게. 언제까지고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건 피터팬 컴플렉스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소울컴퍼니의 해체는 당시는 대단히 충격적이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하다. P&Q가 '상자속 젊음'을, 키비가 '고3후기', '스물하나'를 부르고, 제리케이가 '영장을 받아든'에 이어 '예비역' 같은 노래들을 부르는 변화를 겪을 때 아티스트도, 팬도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소울컴퍼니라는 좁고 닫힌 틀 속에서 하는 이야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 그런 변화를 민감하게 한발 앞서 내다보고, 실행에까지 옮긴 것이 더콰이엇의 대단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건 벌써 201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그리고 2018년 우리는 소울컴퍼니의 또 한 명의 계승자를 만난다. 매드클라운이다. 귀찮으니 매드클라운은 마미손이 아니라 길이라는 둥 귀찮은 유머를 강제하는 일 같은 건 접어두자. 매드클라운 조동림은 마미손이다. 여하간 계속 생각하는 거지만 매드클라운과 마미손은 재밌는 캐릭터다. 매드클라운에게는 업계 용어로 '갭모에' 비슷한 속성이 있다. 매드클라운이라는 이름을 직역하면 '미친 광대'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오그라들지만 2006년 그가 더콰이엇 앨범에서 피쳐링으로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때 쯤의 한국힙합의 공기를 생각해보면... 딱히 대단히 이상한 이름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이름에선 전복(Clown)적이며 패기로운(Mad) 랩을 하겠다는 나름의 다짐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Mad Clown'이나 '이빨' 같은 곡에서 날카롭게 각을 세운 미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장르 팬들의 고막에 새겨넣는데 성공하게 된다. 한편으로 그는 대단히 갬성적인 인간이기도 한데, DC와 함께 한 '새벽에 쓴 일기'나, 'Luv Sickness', [Anything Goes] EP에서 보여준 곡들의 분위기가 그의 캐릭터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에게 커다란 변곡점이 찾아오는데 그는 <쇼미더머니3> 이후 '착해 빠졌어' 등의 활동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의 이러한 캐릭터와 내면은 인기와 금전적 성공이라는 환경 변화에 의해 파산하고 만다. 세상에 이제는 돈도 많고 인기도 많아졌기에 '매드'한 '클라운'은 이제 스스로가 더 이상 '매드'하지도 않고 '클라운'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입고 있던 옷에 비해 그의 몸은 훌쩍 커버렸다. 이제 단절의 시간이 왔다.
여기서 그는 영리하게도 '소년점프'와 '복면'의 '마미손'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들고 온다. 재밌는 점은 소울컴퍼니가 소년만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친다면, '소년점프'는 일종의 퇴행이라는 점이다. 끝나버린 소년의 시대 속에서 '클리셰' 뿐일지라도 새로운 서사 속에 자신을 의탁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퇴행이 아니라 퇴행의 미학을 산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컨셉이며 사실은 '매드클라운'인 조동림 자신이 '마미손'이라는 또 하나의 제대로 '클라운'스러운 컨셉으로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는 자의식이 메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미손'은 과거에 조동림이 실패했던 '매드클라운'보다 정확하게 '매드''클라운'이라는 것이다. 먼 길 돌아온 제자리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에서 키비와의 차이점을 짚어두고 간다면 좋을 거 같은데, 사실 조금 조심스럽다. 이루펀트로는 1집 [Eluphant Bakery] 이후, 개인 앨범으로는 3집 [The Passage] 이후 키비를 잘 듣지 않았어서... 여하간 '마미손'은 자신의 소년성을 컨셉으로서 차용하고 있지만, 키비는 여전히 그러한 소년성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이상 그의 음악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고 가끔 그러한 분위기가 그리울 때 과거의 음악을 찾아듣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아티스트들에게 흔히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발현이라고 봤는데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가사를 살펴보면 분명 그런 방향성이 보이는 거 같긴 한데 전반적인 색채 자체가 바뀐 게 아니라 좀 애매하긴 합니다 이루펀트라는 유닛의 존재 자체의 중력에 잡혀 있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특히 마지막 키비와의 비교가 확 와닿네요. 2집을 구매하고 여러번 돌린 이후로 잘 손이 안가는 이유가 비슷해서인지..
감상이 주객전도 돼 버렸네요
잘읽었습니다
저와얼추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접하셨나보네요
2006년 쯤부터 국힙 듣기 시작한거 같습니다 ㅎㅎ 하드코어한 리스너는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하얀도화지 같은 어린마음에 하나 둘씩 여러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년에서 어른으로 변해갔고 그들이 20대 중반 후반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해체할 수 밖에 없던 것 같아요. 힙합은 자기 자아를 드러내는 음악장르이기 때문에 이미 변해버린 어른감성으로는 소년을 대변할 수 없으니까요.
키비 마이노스 라임어택 등등은 너무 아쉬운게, 이 아티스트들의 행보가 소울컴퍼니 감성을 이어나가는 듯 하지만 또 그런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냥 꾸역꾸역 하는 느낌. 이 아티스트들의 행보를 보면 소년은 결국 어른에게 졌구나. 소년은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긴 청자의 관록이 묻어나오는 리뷰네요ㅎㅎ
태클이나 반박걸 의도는 전혀 아니지만 개인적 의견을 더 붙여보자면
시스템(대중가요, 쇼미더머니)으로 흥한 존재가 다시 시스템에
반하는 행위를하면서 오는 통쾌함도 나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내,외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영리한 얼터이고의 사용이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장기간 인기를 누린 캐릭터도 몇 없네요.
소년성을 이용한 상업위주 시스템의 반박(?), 이미 상업적 시스템을
이용해 성공한 기존 캐릭터 사이의 애매한 부정(애매함이 포인트인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얼터이고를 이용한 확실히 구분된 음악적 색채 등
올 한해 국내 힙합장르에서 가장 눈여겨 볼 캐릭터였던건 확실하네요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개인적으로 솔컴의 원년멤버 탑4였던 더 콰이엇, 화나, 키비, 제리케이의 세월에 따른 행보를 쭉 유심히 지켜봐왔는데, 가장 이상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건 단연 더 큐고 세월과 경험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전달한 건 화나였어요.
키비는 말씀하신 대로 커리어 내내 1~2집+이루펀트 베이커리의 동화적인 감성의 틀에서 넘어서지 못 했다고 보는데... 본인은 그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지만 그 유니크한 소년 감성을 깨뜨릴만큼의 역량은 되지 못 했나봐요. 오히려 파트너였던 마이노스가 이루펀트의 틀을 벗어나 하드코어적인 요소에서 어느정도 증명해 보였죠(최근에 지지부진한 건 키비와 비슷하지만). 제리케이는 그말싫
맫씨처럼 대중성있는 사랑 노래 질리도록 해오다가 굳건한 인지도가 쌓였을 때 다시 커리어 초기 바이브로 회귀하는 방식이 어찌 보면 가장 현명한 것 같기도 해요. 솔컴은 아니지만 산이도 이와 비슷한 행보로 가고 있는 걸로 보이고, 버벌진트는 뭔가 그 길에서 삐끗한 느낌이라 되게 아쉽고요.
하지만 이런 분석들은 사실 사후적이라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언제나 바뀔 가능성이 있지요. 그럼에도 이런 관찰은 넘나 즐거운 일.. ㅎㅎ
더콰이엇의 변화를 처음엔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가
지금은 글에서 말씀하신 그대로 느끼고 있는 1인으로서
재밌게 읽고 갑니다
감성과 그 감성을 표현하는 능력이
국내 최정상급인 키비와 마이노스는 조금만 더 뻔뻔해지거나 솔직해지거나
뭔가를 내려놓거나 의도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을거라 믿고싶습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때 A에서 A'로 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편하지만
때로는 더콰나 매씨처럼 A에서 B로 가야하는 것 같아요
(물론 영리하고 치밀하게 해야겠죠 더콰나 맷씨처럼)
왜냐면... 음 뭐랄까요 이제 과거 화나 'brainstorming' 가사처럼 단어를 탐구하고 막 이런 파이오니어 정신 같은건 조금 머쓱하죠. '랩'을 '한다' 자체로는 신기하진 않으니 뭔가 좀 더 새로운걸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게 주로 캐릭터 쪽에서 승부가 나고 있는거고 그래서 보석집 분들의 행보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거 될까... 싶은 의구심이 한켠에 생기는거 같고 그렇습니다. 써놓고 보니 랩퍼들이 과거와 다른 의미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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