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디스 은퇴를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싱글 두 곡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이해했고 그 결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면 "은퇴 하지 말라" 댓글 달지 말고 직접 음악 열심히 듣고 가사 파면 된다. 근데 지니어스 가서 주석 안 달고 앨범 리뷰도 안 쓴다.
돈 문제가 아니다. 음악 대신 가십거리 소비하기에 열중한 사람들이 누구 탓을 하며 은퇴가 아깝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음악하는 거 이제 별로 즐겁지 않고 좀 쉬고 싶다는 말 아닌가. 번복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면 될 일이다. 쉬다 보면 심경의 변화 있을 수 있지. 그렇게라도 좋은 음악 계속 내주면 땡큐인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근데 "이 관종 새X, 은퇴한다고 온갖 지랄 다 떨더니 번복하네?" 이러겠지. 수도 없이 봐온 광경이니까.
물론 저스디스의 은퇴는 씬 차원에서 보면 안타까운 재능을 잃는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건 그럴만한 이유가 쌓이고 쌓인 결과다. 갑작스레 김심야가 힙합판 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듯이 아티스트에게 유형이든 무형이든 유인을 줄 수 없는 시장은 딱 그만큼의 상품을 갖게 될 뿐이다.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빈지노도 "야 X발 나만 믿고 훅을 짜면 돼. 쩌는 훅엔 장사 없어 I know it"이라 했으니까. 그 또한 훌륭한 철학이고 이미 많은 것들을 성취했지. 켄드릭이 있으면 릴 펌도 있는 것이니. 다만 A도 갖고 싶고 B도 갖고 싶으면 둘 다 가질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러면 경우의 수는 딱 둘이다. 더 큰 돈이 들어오든지 더 수준 높은 창작물이 나오든지. 전자는 쇼미더머니가 아주 잘 채워주고 있지만 미디어를 영리하게 이용하며 서바이벌에서도 생존한 이들에게만 몰린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팬들이 문화를 두껍게 채워주지 못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누굴 탓할까?
이미 10년 전에 버벌진트가 은퇴하겠다며(번복했지만) [누명]에서 'Losing My Love'나 '배후' 같은 곡을 냈다. 그 가사들이 묘사하는 풍경은 10년이 지나고 나서도 딱히 변하지 않은 듯 하다. 김심야가 '은퇴하고 변호사' 가사를, 저스디스가 '난 사라지고 싶어 지금 당장' 같은 가사를 쓰고 있으니까.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뿐이다. 어차피 저스디스의 빈 자리는 새로운 누군가가 대신할 것이고 우리는 그 음악에 또 열광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원래 그가 자리했었던 그 뾰족한 빈자리는 아무도 채우지 못한 채로 남겨져 있겠지만.
p.s : 다른 글 보니까 저스디스가 다 감내하고 이겨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던데 랩을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버벌진트 스윙스 더콰이엇이 될 필요는 없죠. 그렇게 되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돌 맞을 필요도 돌 던질 권리도 없는건 더더욱 그렇고.
모든 국가는 국민에 걸맞는 정부 얘기는 어떤 책에서 나온 말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 취향저격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돈을 많이 벌죠. 지금은 좋은 평가 받지만 당시엔 무시 받았던 예술 작품들이 있는 것처럼, 예술성(?)만 노리다가는 돈 벌기 힘들죠. 한국힙합진흥회가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심야 말처럼 금수저 아니면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해요.
그게 생리인데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고까울 수 있는 거죠. 이 씬에 환멸 느낀 아티스트나 그걸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의 온도차가 이해가 가요. 아티스트는 뼈를 깎아 음악을 만드는데, 대중은 뼈를 깎아 일 해야 하잖아요. 아티스트가 앨범에 쏟아부은 에너지와 시간을 취미, 유흥거리 시간만으로는 해석하기는 어렵겠죠.
결국 평론가가 업인 사람들이 둘 사이를 잘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평론가도 입에 풀칠해야 하니까 잘 팔리는 글을 써야겠죠... 거대 자본이 쇼미에 집중되고, 각 잡아서 힙합 듣고 글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런 것 같습니다.......
아님 말고ㅎ
개인적으로는 헤비팬층과 평단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헤비팬이야 각자의 덕질을 하는거니까 접어두고... 국힙 평론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까지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ㅋㅋㅋ 다만 적어도 인상비평이나 별점 매기기, 철지난 한영혼용 얘기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영혼용이 뭐가 잘못인지는 모르겠는데 꾸준히 앨범 리뷰마다 등장하는거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여튼 비평적 훈련이 되신 분들이 이래저래 신선한 방식으로 가치를 찾아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머리가 딸려서 못함요 ㅎㅎㅠ
이런 귀찮기만 하고 얻을 콩고물도 딱히 보이지 않는 작업은 결국 개인의 애정과 사명감이 동력원이 되는 것이니까요. 뭐 저도 그만큼 힙합이나 저스디스를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겠죠.
결국 당사자, 업계인이 아닌 소비자에겐 결국 남의 일이고, 그런 생판 남에게 보상이 보이지 않는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필요를 느끼게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강요할 수도 없음을 저스디스도 알고 있을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저스디스의 의도는 '힙합이라는 문화를 니가 정녕 사랑한다면, 꼭 그게 아니라도 나를 사랑한다면(잃고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움직임을 보여라.' 라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본인이 씬에서 촉매제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은퇴를 걸고서라도 말이죠.
그럼에도 저는 사실 거기에 대해서도 살짝 비관적인 입장인데, 쇼미더머니로 인해 청중의 풀은 전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넓어졌지만 괄목할 만한 뎁스가 생기는 것은 말하자면 이제부터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힙합의 문법에 대해 정통하고, 비틀린 서사를 통찰하고, 저스디스의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분석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쇼미더머니 이전, 기존의 한줌도 안되던 매니아층 중에서도 극소수일 거에요. 그들이 지금 그정도의 힙합에 대한 애정과 시간이 있느냐도 문제이고, 올드비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국힙을 배제하는 분위기도 분명 있구요.
이제 막 1학년들이 들어온 신생학교에 졸업반 수준의 논문과 성과를 기대하는것도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은퇴를 인질삼아 미시적 성과를 촉구하기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방향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뭘 좀 배워야 뭐라도 하죠. 수도 얼마 없는 올비들이 안 나선다면 플레이어라도 나서서 가르치는건 어떨까 싶어요. 지금 누올이 하고있는것 처럼요. 저도 뉴비의 입장으로써 보고 배우는게 많거든요.
물론 저스디스의 행동에 의의가 없다는 게 아니라, 어쩌면 지금이 중요한 아티스트 개인의 입장으로썬 최선에 가까운 수를 던진건데, 좀 슬픈거죠. 이정도로 과격하게 하지 않으면 꿈쩍도 안할 것 같았겠죠.
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마 안할 것 같지만요. 추천 박고 갑니다.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나쁠거야 없겠죠. 어쩌면 따로 플랫폼이 만들어지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니어스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거니까 접근성이 떨어지고... 멜론이나 LE, 리드머같은데서 기획연재식으로 설명이 필요한 작품들을 해석해보거나 그냥 지니어스같이 가사에 주석달수있는 게시판 하나 만들어주는것도... 쓰다보니 너무 남한테 맡기는식이라 좀 미안해지네요 ㅋㅋㅋ 다들 바쁠텐데... 그래도 적어도 씬의 발전이 어떻게든 수혜로 돌아오는 쪽일테니 나름 필요를 느낄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논의도 결국 저스디스의 일갈이 만들어낸 파장일테니 결국 효과를 보는 쪽으로 나아갈거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뭐 그래도 금전적 보상은 그렇다쳐도 재밌어서 하는거라면 주제자체가 랜덤하고 리젠이 빠른 자유게시판보단 편의하고 접근성도 높은 환경이 갖춰진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ㅋㅋ 금전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달마다 추천이 가장 많이 달린 글에 포인트를 준다던가 수량이 없는 아이콘을 준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을거구요. 뭐 그게 먹힐지 안먹힐지는 모르는 일이고 게다가 IT에는 젬병인 일개 리스너에 불과한 제가 거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것도 웃기긴 하죠. 쇼미에 대한 건 백번 동감합니다.
번외로 뮤비가 benny blanco, Halsey & Khalid – Eastside 삘이라 너무이쁘네요
이 뮤비 레퍼런스로 했다면 감성을 잘녹여낸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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