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 - 탕아(2018)
Tracklist
1. 축하해
2. 탕아(feat. 제이통)
3. 콜백(feat. Kid milli)
4. 부재중(feat. jayho, 안신애 of 바버렛츠)
5. 뱃맨
6. 돈이 없어도
7. 우리집
8. 그래그래(feat. Paloalto)
9. 로데오
10. 외롭지만 괜찮아(feat. GONG)
1. 리짓 군즈(Legit Goons)의 "Camp"에 대해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중심에는 뱃사공이 있었다. "아마 뱃사공이 아닐까"가 아니고 그냥 뱃사공이 중심에 있었다. 랩의 모양새라던가, 다른 내용들이 '뱃사공이 제일 좋아'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뱃사공은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앨범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자 마자 옳다쿠나. 하고 들었었다. 하루에 운동을 두시간 반 정도 하는데, 이틀, 사흘정도 동안 그렇게 돌렸으면 꽤 많이 들었던거 아닐까.
뭐, 그래서 쓴다. 몇번 안듣기는 했다만. 애초에 내가 좀 가볍게 말하는 편이잖아.
그래서 실수도 많이하는 편이다만.
쓰면서 말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다시 제대로 들어가보자면,
2. "Camp"의 매력이 이 앨범에 녹아있다. 그것도 더 선명해진 채로.
가장 큰 특징은 현악계열의 차용과 뱃사공이 가진 스타일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아. 이걸 들으면 누가 떠올라야 되나. 싼타나(Santana)인가,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인가? 아니, 프랭크 자파는 진짜 아니고, 뭔가. 싼타나 아저씨가 떠오르는 그런 바이브다. 날카로움보다는 그루브를 강조하는, 80년대-트로피칼-하와이언과캐리비언이애매하게섞인라티나음악의 느낌이 함뿍 들어가 있다. 내가 이걸 맞게 캐치했나 모르겠다. 목 끄트머리에 걸려서 정확한 장르가 어떤건지 안나와.
그리고 그 부분이 진짜 마음에 들었다. 사실 "Camp"도 좋아하긴 했었지만, 그 앨범은 조금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
이 앨범은 쓸데없게도, 참 돈을 못 벌것 처럼, 그런 음악이 가진 향수를 그대로 담아내었다. 그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투박한 느낌이 드는 퍼커션과, 유유한 신스음까지 깔아서 말 그대로 'A tune to chill with'이 되어버린 거 같다. 얼마나 그 느낌이 좋았냐면, 들으면서 몸서리 치면서도, "아니, 이런 음악 하면 돈 못번다니까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3. 거기에 뱃사공의 스타일이 더해진 건 정말 좋은 설계였다고 생각한다.
"Camp"의 리뷰에서 썼던 말을 (귀찮아서) 옮기자면,
"마치 그렇게 노는 것처럼. 가평에서 줄무늬 가득한 반바지에 쪼리 신고, 대강 늘어진 하얀 티셔츠에, 담배 한대를 입에 물고 아이들과 고기 굽는 느낌. 한잔 하고 나와서, 정말 아무 걱정없이 바람쐬는 그 느낌이 살아있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 느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리짓 군즈의 음악도 그런 느낌이 잘 살아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을 터치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친구들이랑 재밌게 노는 느낌이었다는 거지. 하지만 뱃사공의 솔로 앨범에서는 그런 느낌이 정말 제대로 느껴졌다. "콜백"이라던가, "외롭지만 괜찮아", "돈이 없어도", "우리집"과 같은 트랙에서. 생각해보면 그게 이 앨범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이거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고. 멋모르고 놀 나이는 지난 뒤에, 그럭저럭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애들이 모여서 담배를 태울 때, '우리 그때 되게 좋지 않았냐?' 라고 이야기하는 그 기억들. 정확하기는 그 기억들이 아니라 '그 기억들을 미화하기 위해 뿌려진 스파클'들을 빗자루로 살살 모아서 쓰레받이로 톡. 하고 털어넣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젊은 시절의 낭만'이라는 것. 이성과의 관계에서 오는 게 아닌 젊은 시절의 방탕함을 회고하고, 그것을 웃어 넘기는 듯한, '아 그때 재밌었지.'라고 이야기 하는 듯한 감성이 짙게 깔려있다. 그게 지금을 노래하는 경우라고 해도.
거기에 능글능글한 뱃사공의 톤과, 위에 적은 음악의 스타일이 섞이면 징그럽게 좋은 바이브가 나온다. '미워하기 힘든 탕아' 있잖아. 왜. 맨날 기숙사에서 슬리퍼 찍찍 끌고 나오면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막걸리 마시고 있는 애. 앞에 가서 어 잘 잤냐. 하면 일단 막걸리 병 하나 더 까서 내미는 애. 그래서 정신 차려보면 낮 열두시에 잔디밭에 같이 널부러지게 만드는 그런 애.
모두가 느꼈지만 콕 집어내서 이런 느낌의 음악을 하는 사람은 뱃사공이 아니면 얼마 없지 않을까 싶은데. 뭐, 그게 재능이지.
"걷다 지쳐 쓰러질 때쯤 내 또래쯤 되는 애들을 만나 동료가 됐구, 우리는 대충 가는 방향이 같아 함께 갔네. 괜찮네. 뭐 함께 가니. 달이 밝다는 핑계로 막걸리를 부딪쳐, 물이 맑다는 이유로 초록 병을 눕히고, 장작이 타는 소리에 우린 노래해, 도시에 불이 전부 꺼져도 오예" 라는 구절은 정말, 이십 일 세기 그저 그런 무지렁이 탕아들의 낭만을 가장 효율적으로 그려낸 구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흐르면 흐르는 대로'와 '재밌으면 됐잖아', '돈 없어도 뭐 그럭저럭 좋잖어' 따위의, 여러가지 문장이 내포된 감성이라서, 마음에 든다.
"로데오", "뱃맨" "탕아" 같은, 그런 감성의 색깔이 좀 옅은 나머지 트랙들도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프로덕션이나 그런 바이브는 어느정도 공유하다보니, 유기적이기도 하면서 격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격렬한 트랙들이 앨범의 최고점이 아니라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어쨌거나 그렇다.
4. 그래서, 응.
좋은 앨범이다. 이 앨범을 몇번 듣다 생각난 건데, 어쩌면 이 앨범이 '국내 힙합에서 가리온2, 에넥도트 이후로 내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앨범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명반이냐? 라고 물으면 에이. 뭘 그런걸 물어. 하면서 일단은 들어보라고 할 것 같다.
뭐, 그러니까 이렇게 좋은 소리들을 써놨겠지. 안그러겠어?
5. 그런데 제이통 아직 안죽었냐?
아니, 내가 막 제이통 싫어해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제이통 제일 최근이.. 어. 라이풀 스타장 입고 고물상에서 기타치는 척 하면서 한손으로 코풀고 '바다의 왕자 부산 갈매기, 야들아 모여봐라 준비다 됐나-' 하는 곡이었는데. 그때 라이풀 스타장 되게 이뻐서 기억해.
그거 몇년 전이었던거같거든. 아직도 음악 하는구나.
찌찌통이니 뭐니 이야기 들었을때도 그 사람 음악은 안들었었고, 그런 소리 들을 정도면 이 사람 망했나보네. 그 생각만 하고 넘어갔거든.
그럭저럭 앨범 분위기에서는 튀는 느낌이었지만 잘 들었다.
6. 키드 밀리 잘하는구나.
솔로라도 들어보려고. 쿤디판다 앨범 듣고 나서.
솔로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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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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