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글 보고 든 생각입니다.

http://hiphople.com/kboard/12125217

이 글에 제가 달았던 댓글입니다.

------------------------------------------------------------------------------------------------------------------------------

힙합은 음악이기 이전에 문화이고 삶이라 생각합니다.

글의 시작 문장인데 우리나라에서 힙합을 하려면 문화와 정신을 따르지 말고 음악만 하라구요...? 꼭 힙합에 대한 얘기나 진보적인 얘기 등등이 나올 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따라오는 문장이더라구요, '국내 정서를 따르면~' '국내 정서에 안맞는~...' . 

차라리 '힙합 문화의 본질과 정신이 마약을 추종하는 게 아니지 않냐, 빈민가의 흑인들과 자란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그들과 똑같이 행동을 하는 건 오히려 힙합이란 문화를 잘못 이해한 게 아니냐?' 라는 주장이였으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글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글 보면서 제이콜이 릴펌한테 본인의 영향력을 생각하라고 한 게 생각나네요. 백인들은 흑인들이 돈기버뻨 하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마약하고 노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모든 흑인들이 그런 줄 안다고. 힙합 하는 사람들이 돈기버뻑 하고 갱스터의 삶을 사는 것에 당당할 수 있는 게 '할렘에서 자란 흑인들의 문화' 인가요? '힙합'의 문화인가요? 흑인이라고 다 총 쏘고 마약 하지 않고 빈민가에서 자랐다고 다 기버뻑 하는 게 아니죠. 

게토에서 자란 흑인들이 마약 팔고 총 쏘고 살았던 삶의 배경은 말 그대로 삶이 고난했기에 담을 수 있는 가사 소재가 더 깊고 더 무거워 질 수 있는것이지요. 작품 내의 소울이란 삶의 환경이 어려웠던 게 중요한 게 아닌 아티스트 본인의 실력 문제지요. 흑인들 소울을 못따라 갈 거란 말을 하고싶었으면 어려서부터 힙합이나 소울풀 한 음악을 쉽게 접하며 자란 흑인들을 못따라간다 라는 게 더 맞지 않나요.. 북한에서 중노동 하던 사람들 데려다가 힙합 시키면 소울풀 한가요?

맥 밀러는 빈민가능 커녕 그냥 백인 중산층에서 잘 자랐는데 1집 앨범 흥행시키고 마약 중독이 심했었죠. 물론 미국은 합법인 주가 있으니 뭐 맥 밀러가 합법적인 지 어쨌는 진 모르겠지만 결국 밀러가 약을 끊긴 했어도 뭐 당시에 마약하고 돈기버뻑 하고 살던 모습을 보고 허세니 뭐니 했을까요... 오히려 1집 냈을 당시에 더 조롱을 당했죠 백인 중산층이 만든 음악이니, 학생들 힙합 동아리에서나 만들법한 음악이니 뭐 이런 느낌의 조롱들이요. 어쨌든 밀러는 지금까지 음악 활동 잘 하고 있고, 미국 정서에는 래퍼들 약을 하던 말던 크게 신경을 안쓰는 게 사실이지만 또 '백인 중산층'으로 자란 래퍼가 약하고 기버뻑 하면서 허세 부린다고 무시당하진 않았죠. 그 당시 대중들 반응까진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 당시 씬에 뮤지션들이랑 친분을 많이 쌓았으니까요.

※엄청 엄청 강조※ !!!!저는 래퍼들 마약하고 범법 행위 하는 거 쉴드 칠 생각 없습니다!!!

약이나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게 아닙니다. 근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이라고 불법 저지르고 기버뻑 하는 태도가 왜 허세이고 일진 놀이인지는 모르겠네요. 왜 욕먹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단순히 잘못 된 행동을 했기에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이 글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 힙합이라는 이유로 기버뻑 하는 '태도'를 욕하는 거니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사람이지만 어쨌든 힙합은 문화이고, 힙합을 하는 한국 사람일 뿐인데 '국적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니 한국 힙합도 국내 정서에 맞춰라, 이거 반박하는 팬들도 죄다 힙찔이' 라는 주장은 좀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본문 내용을 좀 극단적으로 요약한 걸 수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같으니까요. 

힙합은 음악이기 이전에 문화이고 삶이라 생각합니다.

한번 더 본문의 첫줄을 가져올게요. 힙합적인 문화와 삶은 흑인들이 빈민가에서 마약하고 총 쏘고 그런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힙합으로 살아가는 태도인거죠. 힙합을 한다고 해서 마약하고 총 쏘고 할 필요도 없지만, 한국에서 힙합을 한다고 해서 범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겸손하고, 자숙하고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범법자가 싫고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그 부분을 비판 하셔야죠. 한국에서 '활동' 하려면 한국 정서에 맞추라는 얘기는 '너네 힙찔이라고 욕 먹기 싫으면 대중들 입맛대로, 눈치 보면서 힙합 해라' 라고 밖에 안보이네요.. 대마 걸리고 대마 합법화 주장도 펼쳤던 고 신해철 씨도 힙찔이 인가요?

ps. 외국에서는 마약류 불법 행위에 대해 우리나라 보다 관대한 편이긴 하지만 텐타숑 같은 범법자들은 자기 죄에 대해 기버뻑 안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메세지 많이 던져도 욕 많이 먹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구요. 사회에서 관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범법 행위는 어떤 나라던 '정서'에 상관없이 비판받고, 비난받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연예인들 범법 행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편이지만 단순 범법 행위랑 별개로 대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정말 우리나라 '정서'의 문제일까요.... 인식이 문제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현재에 비해 정말 가부장적인 사회였는데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서 여성 인권이 많이 좋아졌잖아요. 여성 인권이 낮은 게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 문제가 아니니까요.

ps2. 힙합은 우리나라 문화가 아닌 미국에서 건너 온 문화인데 왜 미국을 따라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글을 쓰셨는 지 모르겠어요. 특정 아티스트나 작품을 카피하고 표절한다면 문제겠지만 힙합이란 문화의 흐름 자체는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따라한다는 게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우리나라 시장이 작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탑 레벨에서 놀고있는 래퍼가 없으니 씬에 줄 수 있는 영향이 없을 뿐입니다. 캐나다인 드레이크, 스웨덴인 영린 같은 아티스트들도 미국 힙합 따라하는 소울 없는 래퍼처럼 보이시나요?

미국인 김치 마니아가 있다면 우리나라 김치를 따라서 만들어야겠죠. 근데 김치 맛을 잘내는 건 김치를 만드는 솜씨가 중요하지 한국인인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물론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데는 한국인이 훨씬 유리하겠지요. 한국 김치 본연의 맛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점도 있구요.

ps3. 꼭 빈민가에 나고 자란 흑인들은 전부 힙합으로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지 않아도 다 힙합으로 살아가는 듯 글을 쓰셨는데 생각해 보면 흑인들도 우리보다 훨씬 어렸을 때 힙합을 배운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흑인들 보다 더 나이를 먹고 힙합을 배운다고 해서 힙합으로 살아가는 게 나쁜 것도 아니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조금 기분이 상하실 지 모르겠으나 제가 느끼기엔 그냥 작성자분이 조금 사대주의 이거나 힙합을 잘 모르시는 거라고 느껴지네요.

------------------------------------------------------------------------------------------------------------------------------

그냥 한국에서 힙합 관련 얘기 나올 때 지금 베스트 글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여서 나름대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설득력 있게 반박 글을 써보려 노력했는데요, 저 글에 댓글로 달아서는 많은 사람들이 볼 거 같진 않아서... 다른 엘이 회원님들은 어떤 생각이신 지 궁금한 마음에 게시글로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공격적인 말투는 삼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댓글 쓰는데도 시간을 꽤 많이 써가지구 ㅜㅜ 더 이상의 논쟁을 원하는 글은 아니구요. 그냥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은 어떤 지 궁금한 마음입니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다시 정리해서 베스트 글을 읽지 않아도 제 주장을 알 수 있게 썼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할 일이 많은데 흥분해서 쓰다 보니 인터넷 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것 같아 정성이 부족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