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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잠깐이었지만 아쉬움만 남았다. (디스전 소감)

title: Lupe Fiasco싼덕2018.04.04 14:21조회 수 807추천수 4댓글 7

저는 어차피 이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선 딥플이나 저스디스나 각자의 의견을 다 내놓았고 그 의견의 맹점도 이미 다 노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큰 틀에서 이 디스전의 배경 줄거리는 래퍼들의 언행일치에 대한 논란이며 부수적인 폭로와 인신공격은 개인대 개인이 인간적인 서운함의 파편이죠. 그래서 이젠 이런거 집어치우고 메타포와 스킬이 난무하는 배틀랩의 국면으로 가기를 바랬습니다.


 저스디스는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본인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서는 몇몇부분은 딥플로우가 약을 팔았다고 설명하며 니엘건에 대해서는 나 2015년부터 이랬는데? 안바뀌었는데? 라는 태도로 딥플로우의 나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인터뷰와 정말 흡사한 어조로 마무리 지었고 상가집에서의 정치질같은 부분에서의 해명을 끄나풀을 욕하는 걸로 비껴나갑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딥플로우의 디스곡도 이런식이었구요.

(개인적으로는 디스전 전체를 보고 있으니 정말 저스디스가 딥플로우는 사상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판단을 요구하는 토론적인 부분의 가사는 완전히 배제하고 이번 두 디스곡을 듣기로했습니다. 저스디스 디스곡의 9분이라는 길이는 플레이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압박감을 줍니다. 그리고 지난 2번의 디스곡을 통해 저스디스가 얼마나 많은 설명과 비난을 늘어놓을지 이걸 9분내내 듣고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하 불안함을 안고 플레이버튼을 눌렀습니다.


결론은 저의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9분이라는 곡 길이를 생각했을 때 비트초이스가 무척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각적 피로도를 최소화 시킬 수 있게 심플했고 그러면서도 악기들이 씁쓸한 곡 분이기를 잘 표현해줬습니다.

거기에 빡친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플로우는 평소 본인 곡들보다도 박자를 편안하게 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리하게 곡의 텐션을 이끌어갑니다. 7분가량부터 힘을 팍 빼면서 조롱조로 여유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구요. 저스디스는 랩을 잘한다는걸 느꼈습니다.


다만 9분은 무리수였습니다.

씬에대한 화두도 던저야되고 상대방이 한말에 대한 해명도 넣어야되고 상대방 공격도해야되고 욕도해야되고 저스디스는 하고 싶은게 많았겠지만 사족이 너무 많습니다. 포기할건 포기하고 함축적으로 곡을 만들어야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밌있었지만 딱 거기까지 두번 돌리기에는 지루합니다. 폭로전은 질렸고 이제 랩으로 죽여주기를 바랐던 입장에서 미쳤다고 할만한 플로우는 부재했고 정규앨범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화난 톤은 감흥이 떨어집니다. 거기에 마지막에 가족을 건드렸다고 분개하는 부분은 이런 사족의 끝판왕입니다. 예전에 친구 자취방에 있는 김치 맛 없다고 했다가 어머니가 하신건데 너는 지금 우리 엄마 욕을했다고 사과하라고 지랄해서 벙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줬습니다.


결정적으로 가사가 재미없습니다.

말바꾼거 사과하라는 말을 뭐이리 장황하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숨어있다가 대가리를 친다. 살파고, 노총각, 빡대가리 등등 9분짜리 곡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라인의 대부분이 1차원적입니다. 운동권에서 노른자나 정승 라인정도가 메타포인데 9분이라는 마라톤에서 즐기기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넉살을 굴린 악덕 업주라고 욕하는 시간이나 스윙스형이 내 뒤에 있는데 어떠냐고 할 시간에 이센스의 개 뼈다귀처럼


"단지 모르는 사람이 편견을 가질까봐
내 친구 원기(오케이본의 본명)도 랩하던데? 쉬워보이더라
그 현상 일으키는 병균이 바로 너야 너 임마"

같은 랩 배틀 적인 요소가 있는 가사를 넣어주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서 아직까지도 저스디스는 이 디스전에서 싸이퍼 벌스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넉살의 디스곡은 정말 기대가 컸습니다.

왜냐면 넉살의 실력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애초에 그가 이 디스전에 발을 담군 이유가 언팔했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기 때문에 인신공격이나 폭로전을 할 필요없이 순수 배틀랩으로 넉살이 그동안 보여줬던 탁월한 메타포의 향연을 보여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제목부터 "Black mirror"라니 와 ㅈ됬다 ㅈ됬어 라고 생각하고 감상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입니다.

랩은 제가 생각한거보다 훨씬 잘했습니다. 곡 길이의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이번 디스곡에 한해서는 템포조절이나 톤의 변환 플로우 모두 저스디스의 그것보다 좋았습니다. (다만 믹싱은 정규인 젓딧이 좋았죠) 그러나 가사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저스디스는 노른자라도 먹었다면 넉살은 저에게 엿만 먹였습니다.


예 저는 저스디스도 정말 좋아하지만 넉살을 훨씬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바 보태서 "Ether" 같은 곡이 나올줄 알았습니다. 넉살은 팬의 수준을 얕봤습니다. 화려한 랩뒤에 본질은 병신과 씹쌔끼만 남은 트랙은 저스디스 헤이터들의 속은 시원하게 해줬겠지만 절대 제가 바라던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랩이 좋았기에 더욱 더 슬픕니다. 


결국 잠깐은 재밌었지만 둘 다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또 원론적인 뫼비우스의 띠와 인신공격만 남았고 팬들은 랩에 대한 이야기 대신 누가 거짓말했니 누가 인간성이 문제니 하는 가십을 가지고 놀게 될 것입니다. 의미없는 반복은 집어치우고 자신의 대답은 한줄의 벌스로 압축한 뒤 상대를 조롱하고 흥을 챙긴 던밀스가 차라리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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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저도 랩저능아라는 웃기지만 걸출한 곡을 낸 던밀스가 이 디스전에서 이득을 가져갔다고 생각해요
  • title: Lupe Fiasco싼덕글쓴이
    4.4 14:29
    @디디그레고리우스
    기대치를 캐치한건 던밀스뿐이네요 ㅎㅎㅎㅎ
  • 4.4 14:37

    전 저스디스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9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ㅋㅋㅋ
    플로우도 완전 미친 수준이었고.

    다만 "메타포와 스킬이 난무하는 배틀랩"을 디스전에 기대하는 건 좀 무리인 거 같아요.
    국힙 디스전에서 저런 곡이 뭐가 있었나 생각해 보면..
    스윙스는 워낙 비유를 많이 쓰는 애니까 제외,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요.
    디스는 말 그대로 명분이고 뭐고 '좆까, 너가 싫어'를 표현한 곡이니까요.


    사실 컨트롤 대전의 감흥이 워낙 강했기에 그 이후에 벌어지는 디스전은

    어쩔 수 없이 좀 시시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인 듯합니다.

  • title: Lupe Fiasco싼덕글쓴이
    4.4 14:49
    @Ankh
    저도 9분짜리곡을 이정도까지 끌고 온건 저스디스의 능력이 뒷받침되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시로 든 이센스와 오케이본 디스전도 제가 생각하는 예시고 테이크원의 컴백홈이나 산이의 재밋쎄요 VJ와 제이독도 그렇고 제이통과 매슬로우도 상대보다 내가 더 위다라는걸 증명하기 위한 메타포들이 가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올라가면 4WD의 노자라는 곡이 탁월했구요.

    좆까, 너 싫어를 표현한건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의 디스전은 저걸 표현하는 워딩이 너무 직접적이고 너무 사적인 이야기 뿐이라는 아쉬움이 남네요 ㅎㅎㅎ
  • 4.4 15:04
    @싼덕
    이센스 디스전은 그야말로 깔끔했죠.
    랩도 너무 잘하고.
    그러고 보니 괜찮은 곡이 꽤나 있네요.
    재밌쎄요도 진짜 골 때렸는데ㅋㅋ
  • 4.4 14:57
    젓딧 디스곡 들으면서 내가 이곡을 또 들을 일은 없겠구나 싶었네요. 넉살 곡은 실망 그 자체였고.
  • title: Lupe Fiasco싼덕글쓴이
    4.4 14:59
    @tricktrick
    정말 오늘 하루치 가십거리 딱 그정도의 가치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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