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염 2017이 지나가고 2018이 되었는데 심심해서 리뷰글 한번 올려보려고 합니다. 외게에 올린 글은 너무 무게를 잡은 것 같아서 좀 익살스럽게 써보려고요.
7개고른 이유는 작년이 1'7'년이니까 깔깔
순서는 순위입니다
7.Dok2-Reborn
다작을 한다고 꼭 임팩트가 없는 건 아니다.
도끼의 28번째 생일기념 앨범이야. 커버부터 뭔가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데, 실제로도 매우 들을만 해.
사실 나는 도끼를 즐겨듣는 편이 아니야. 11:11에서는 빈지노 벌스만 골라들었고, 대부분의 도끼 앨범은 걸렀지. 왜냐고? 너무 뻔해서. 그동안 냈던 노래 중에서 비슷한 것들만 십수개야.
그런데 Reborn은 좀 다른 것 같아. 늘 하던 트랩도 아니고 듣는 이가 즐거운 신선함이 살아있어.앨범에는 코홀트 멤버들과 엠비션 소속 래퍼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편/작곡은 대부분 그루비룸이 도맡아 했는데, 그게 이번 앨범이 그동안 도끼가 낸 앨범과 다른 바이브를 갖춘 것 이유겠지. 여기서도 도끼 가사 특유의 스웩은 여전하지만 왠지 식상하다는 느낌을 들지 않아.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 김효은을 왜 자꾸 기용하는지 모르겠다.
6.차붐-Sour

쌈마이하다. B급 감성 살아있네!
'싸 보인다' '지저분하다'? 노노, '쌈마이하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외국에서 살다 왔는데 이 형님은 어떻게 이렇게 뒷골목 감성을 잘 아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EP인데 올해 나온 웬만한 래퍼들의 정규 퀄을 아득히 뛰어넘는 이 앨범의 매력은 무엇일까? '리빠똥'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앨범에는 제 2의 우리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은어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어. 삐끗하는 순간 B급 감성에서 단순히 너저분한 앨범이 될 수도 있었는데, 차붐 특유의 플로우로 톡 쏘는 맛이 나게 잘 버무려졌다고 생각해. '소주가 달아'는 필청트랙이니 꼭 들어보라고. '에쿠스'도 스윙스 벌스만 빼면 참 좋은 곡이야.
5.김태균-녹색이념

진정성 하나만으로도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국힙계의 디톡스라 불리던 녹색이념&에넥도트&고하드 중에서 가장 늦게 나온 김태균의 정규 1집이야. 처음 봤을 땐 웬 거지아저씨가 커버에 있길래 식겁했었어.
원래 2016년 극후반기에 나왔는데, 그때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좀 심하게 갈렸던 걸로 기억해. 나도 사실 불호 쪽에 더 가까웠지. 랩은 아직 살아있었어도 비트가 뭔가 구렸어. 옛날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해야할까나?
그런데 들을수록 생각이 달라졌지. 그 전에는 뒤로 제쳐뒀던 '암전'가사의 의미와, '이제는 떳떳하다', '막다른 길' 등에서 테이크원이 뭘 말하고 싶었는지가 점점 진중하게 다가오기 시작하더라고. 변해버린 자신에 대해 던지는 자조적인 메시지나, 앨범의 흐름 등 사운드 외적인 부분에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남아있었어. 아직도 이 앨범은 자주 들어. 마지막 트랙인 '암전'은 특히 더.
4.리짓군즈-JunkDrunkLove

맛있는 앨범. 패스트푸드가 그렇듯이 리짓군즈도 듣다보면 군침이 흐른다.
밤에 들으면 안되는 앨범이야. 듣다보면 5번 트랙도 못가서 뭔가 미칠듯이 먹고 싶어지거든. 이 앨범의 주제도 피서/패스트푸드인 만큼 참 긍정적이고 속편한 바이브가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High하게 만들었어. 다 같이 둘러앉아서 숙취나 칼로리같은 복잡한 건 생각 안하고 그냥 꼴리는대로 먹고 마시는 그런 그림이 딱 그려지지?
곡들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지만 절대 늘어지지 않아. Get Fresh를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데, 가사적인 면도 그렇지만 제목처럼 흐름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트랙이기 때문이야. 프로듀싱의 대부분을 맡은 아이딜이 이 점에서 매우 잘 받쳐줬다고 생각해. 다 같이 치즈버거와 콜라를 들고 즐겨보자고.
3.Jazzyfact-Waves Like

군대가기 전에 멕시코에 남겨놓은 보물.
아아, 정말 기다렸어. 비록 EP로 나온 게 아쉽긴 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퀄리티야.
지노형도 많이 변했지. 도끼만큼 허슬하지는 않지만 일리네어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크루'인 만큼 자기 자신도 30이 채 안되어서 갑부의 반열에 올랐어. 옛날에 설레던 감성으로 사랑노래를 만들던 청년은 이제 없고, 성공해서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남자가 남아있을 뿐이야. 그러면 뭐 어때? 사람이 영원할 수는 없는걸.
Lifes Like에서 20대의 인생에 대한 순수한 시각을 노래했다면, 여기서는 성공 이후에 과도기에 진입한 자신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어. 12는 준수한 앨범이었지만 들으면서 나는 24:26 시절의 플로우에 대한 그리움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꼈는데, Waves Like엔 'Journey'나 'Cross The Street', 'Up Up And Away'가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2.화나-FANACONDA

드디어 아나콘다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2집 FANAttitude 이후에 드디어 화나가 내는 정규 3집이야. 재미있는 점은 저 커버가 사진이 아니라 진짜 소가죽이라는 점인데, 덕분에 한 장에 50000원이 넘어가고 그러면서도 적자(...)라고 해. 그야말로 돈벌이가 아닌 자기표현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돈 써가면서 물건을 팔겠어? 철저하게 언더를 고수하면서 자신만의 감성과 예술을 남에게 인정받고, 퍼뜨리기란 쉽지 않은 법이야. 그래서 나는 화나가 존경스러워.
앨범은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었어. 네오소울의 조상님 격인 D'Angelo가 Black Messiah로 컴백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처럼, FANACONDA에서 화나는 겨울잠을 잔 만큼 자기 몸집을 몇 배로 부풀려서 왔어. 'FANACONDA', 'POWER'같은 라임 떡칠의 극한을 보여주는 랩스킬은 여전하고 '순교자찬가' 같이 리릭시즘이 도드라지는 트랙들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
1.김심야와 손대현-Moonshine

받침대가 아니다. 받침대를 만들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이다.
AOTY! 정말 최고야! 내가 바나를 좋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대체 어떻게 알고 디샌더즈같은 보물을 영입한 건지 알다가도 몰라. 사실 이 앨범과 화나콘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어. 화나콘다를 1위로 꼽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 텐데, 이건 그냥 취향 차이로 받아들여 줘. 1위라서 말이 많이 길어질 것 같아.
김심야의 경우에는 XXX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딱히 가사를 잘 쓴다는 평을 받지 못했어. 아니, 오히려 못 쓴다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어. KYOMI에서 보여줬듯이 하나의 컨셉을 잡고 애매모호하게 휘갈겨 쓰는 타입이었는데, Moonshine에서는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서 기뻐. 변화한 이유에는 디샌더즈의 프로듀싱이 한몫 하겠지. 프랭크의 실험적인 비트가 아닌 디샌더즈가 빚어내는 정통 힙합 안에서, 심야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거야. 디샌더즈도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 Isaiah Rashad의 불알친구답게 작년에 나온 수작 The Sun's Tirade의 프로듀싱을 맡았었는데 거기서도 자기 몫을 정말 잘 해냈지.
'Process', 'Take A Look', 'Money Flows', 'Outro' 등을 킬링 트랙으로 꼽고 싶은데, 사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어. 가사는 거의 다 Manual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지. 음악이 팔리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쇼미에 나가서 현실에 굴복하기는 싫고. 김심야의 딜레마와 자괴감이 정말 잘 드러나 있어. 반 쇼미 스탠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답게 가사는 여전히 냉소적이지만, 그걸 풀어내는 실력은 한층 차분해졌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 'Outro'에서 김심야는 자기 자신을 더 나은 시장으로 갈 수 없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올려보내는 받침대라고 했지만 틀렸어. 자기 자신이 받침대를 만들어서 딛고 올라가는 그런 래퍼니까.
쓰다보니 문샤인이 다른 앨범들 리뷰의 2배는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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