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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모 (CHANGMO)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19.12.11 21:01추천수 12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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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와 “아름다워”가 담긴 [돈 벌 시간 2]는 창모(CHANGMO)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발표한 [돈 벌 시간 3]는 이름 그대로 더 많은 부와 명성을 가져다줬고, [돈 번 순간]과 [닿는 순간] 역시 창모에게 '이뤄냄의 기쁨'을 전달했다. 흐름대로라면, 첫 정규 앨범 역시 [~순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채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자신감과 자랑으로 가득 찬 앨범이 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첫 정규앨범 [Boyhood]는 창모의 커리어 사상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그는 왜 새롭게 만난 이성 대신 과거의 첫사랑을 그리게 되었으며, 왜 아무런 영혼 없이 "더 위로"라는 말을 뱉게 되었을까? 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힙합엘이가 창모와 함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창모 인터뷰는 영상과 서면으로 둘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LE: 힙합엘이와의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아요. 먼저 힙합엘이 유저 및 힙합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C: 안녕하세요, 저 창모입니다. 4~5년 전에 힙합엘이 회원이었어요.





LE: 아, 혹시 지금도 계정이 남아있는 상태인가요?

아, 그런데 계정을 까먹었어요. 물론 아직도 (글이) 남아있긴 해요. 믹스테입 란에 제가 올렸던 첫 번째 믹스테입이랑, 두 번째 믹스테입 같은 게 있더라고요.





LE: 여전히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 등을 통해 피드백을 살펴보시나요?

네. 힙합엘이를 안 보면 한국 래퍼가 아니죠. (전원 웃음)





LE: 앨범 단위로는 약 1년 만이지만, 그사이에 계속해서 싱글 단위로 작업물이 나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은근히 쉴 틈이 없으셨을 것 같아요.

네. 저는 작년부터 올해까지가 제일 바빴던 시기 같아요. [닿는 순간]을 내고, 갑자기 1개월도 안 돼서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하게 돼서 프로듀서도 하고, 방송이 끝나니까 11월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앨범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올해 또 ‘딩고’랑 촬영하게 됐고… 계속해서 일이 생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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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말 그대로 꽉 찬 한 해를 보내셨네요. 앨범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전작 [닿는 순간]에 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고 싶어요. 인터넷상에서는 [닿는 순간]을 창모의 최고 작품으로 여기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닿는 순간]을 정규 1집으로 냈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어요.

저는 사실, [닿는 순간]의 반응이 좋았다는 걸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좋다고 사람들이 느끼는지도 몰랐고… 물론 작년에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죠. 회사에서도 그렇고, [닿는 순간]을 정규 1집으로 하면 어떻겠냐. 더콰이엇(The Quiett) 형이 그랬던 것 같은데, 저는 그 앨범이 정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주제도 그렇고, 제 디스코그라피의 번외 같은 느낌으로 만든 앨범이었거든요. 처음부터 믹스테입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반응이 좋았다는 게 오히려 전 더 신기해요. 





LE: 말씀을 들어보니 앨범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올해 초 <한국힙합어워즈> 후보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을 표하기도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좀 와전이 됐어요. 제가 (올해) 올해의 앨범 후보에 못 들었다고 화난 게 아니거든요. 사실 활동하면서 계속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어요. 듣는 분들도 그렇고, 힙합 매체들도 그렇고 뭔가 저를 제끼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거든요. 계속해서 열심히 음악을 했고, 특히 2017년에는 “마에스트로” 같은 트랙이 큰 히트를 쳤는데.

어떻게 보면 힙합 씬에서는 (이러한 대중적인 성공이) 되게 기뻐해야 할 일이잖아요? 저는 되게 기뻤는데, 힙합 팬들이나 힙합 매체 쪽에서는 잘 알아주지 않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2017년에도 전 나만큼 히트를 친 사람이 없는데, 신인상을 받을 만 하지 않나 싶었는데 실패했고요. 올해의 트랙 부문에는 후보로도 들지 못했고… 그런 불만들이 쌓여서 올해 터졌던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닿는 순간]에 관한 불만뿐 아니라, 지금껏 조금씩 쌓여온 불만들이 결국 터져버린 것으로 생각하는 게 더 맞겠네요.

네. 저라는 사람이 이 씬에서 되게 멋진 일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딴에는 저 자신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까. 근데 그때는 제가 좀 어리기도 했고… 지금은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해요. 그래서 만약 이번 앨범이 어떤 부문에 오르지 않더라도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아요.





LE: 아까 잠깐 말이 나왔던 것처럼, [닿는 순간] 이후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업해오신 것 같아요. 앰비션뮤직 멤버들, 수퍼비, 염따 등의 동료들과 함께 곡을 발표하셨잖아요.

제가 사실 앰비션뮤직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협업이라는 걸 거의 안 했었거든요. 사람들이랑 머리를 맞대고 작업을 한다는 걸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제 음악을 하기에도 바빴고, 주위에 얘기를 나눌 만한 뮤지션도 없었고… 작년부터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계속 신선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음악적인 의견도 나눠볼 수 있었고요.





LE: 그렇다면, 최근에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함께하게 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욕심도 더 많이 생겼을까요?

그렇죠. 예전 같으면, 예를 들어 [돈 번 순간]이라는 믹스테입에 콰형이나 도끼(Dok2)형, 해쉬스완(Hash Swan), 효은이형, 식케이(Sik-K) 등이 다 참여하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그냥 단편적인 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트랙을 보내주면 (피쳐링진이) 가사 녹음을 해서 보내주고, 전 그냥 그 파일들로 믹스를 하고. 보통 이런 식의 작업이었는데, 작년부터는 서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죠. ‘어떻게 더 좋은 음악을 나오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요. 아예 0부터 같이 시작할 때도 있었고요.





LE: 그렇게 기른 역량이 혹시 이번 앨범에서도 제대로 발휘되었나요?

오, 네. 이번 앨범도 시작부터 주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어요. 거리낌 없이 피드백을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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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도 될 것 같은데요. 우선 이번에 발표된 첫 정규앨범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제가 이번에 발표하게 된 앨범의 제목은 [Boyhood]고, 저 자체를 담으려고 노력한 앨범이에요. 히트를 바라고 만든 것도 아니고,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만든 앨범도 아니에요. 그냥 제가 나중에 나이를 먹고, 과거를 돌아보고 싶을 때 펴볼 수 있는 일기장, 동화책 같은 느낌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죠.





LE: 각 트랙에 관해 얘기해보기 전에, 앨범 발매 직전에 SNS를 통해 발매를 미루고 싶어 하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그거는 그냥 어그로... (전원 웃음) 마케팅이었어요. 그냥 저는 (가볍게) 올렸을 뿐인데, 우리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이 그 떡밥을 덥석 문 거죠. 물론 실제 발매 음원을 전달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믹스, 마스터 작업을 이어가긴 했어요. 실제 발매 직전까지 모든 곡을 계속해서 만지거든요.





LE: 10월 말 때쯤에 <Broken GPS>에서 했던 발언에 따르면, 그 당시까지도 앨범 제목을 정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앨범 제목은 정확히 언제쯤 정해진 건가요?

세 가지 제목 중에 계속 고민하다가, 거의 직전에 [Boyhood]라는 제목을 골랐어요. 사실 저는 음악 활동 자체를 되게 즉흥적으로(?) 하거든요. [돈 벌 시간 2]를 만들 때도, 커버 아트가 없어서 그냥 피아노 들고 ‘어떻게 하지?’ 하다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쓰게 됐고요. 앨범 제목도 딱히 생각이 안 나니까 [돈 벌 시간 2]로 정한 거였어요. [M O T O W N] 같은 경우도 그랬고요. 그 당시에는 무료공개를 한 앨범이었는데, 정식 발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공개 세 시간 전에 겨우 녹음을 다 끝내고 그랬죠.

그런데 그렇게 만든 작업물들이 되게 저한테는 좋게 들렸고, 갑작스러운 데서 나온 에너지나 아이디어가 좋은 반응을 이끌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이번 앨범도 정말 즉흥적으로 작업했어요. 때가 될 때 작업하자. 굳이 미친 듯이 ‘오늘은 이렇게 해야지’, 이렇게 작업한 게 아니라 때가 오면 하자, 이런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앨범 제목도 후보를 세 개 놓고, 느낌이 올 때 고른 거죠.

그래서 앨범 제목 후보 세 개가 뭐였냐면, 첫 번째는 [지금 이 순간], 두 번째는 [M O T O W N 2], 세 번째가 [Boyhood]였어요. 원래는 [M O T O W N 2]라는 제목을 생각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죠. 





LE: [Boyhood]라는 제목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사용한 건가요?

영화 <보이후드>의 느낌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영화를 보면, 한 아이가 커가는 모든 과정을 다루잖아요. 아이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비슷한 느낌으로, 제 팬분들은 저의 첫 번째 믹스테입부터 작년 [닿는 순간]까지 전부 들어주시면서 저의 성장을 지켜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의 내용 자체도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은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Boyhood]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LE: 말씀하신 대로, 이번 [Boyhood]라는 앨범 안에 창모라는 인물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과정이 전부 압축되어있는 것 같아요. 앨범의 작업 자체는 언제쯤부터 시작됐나요?

사실 2015~2016년 때부터 만들었던 곡이 꽤 들어가 있어요. “세레나데” 같은 트랙은 [돈 벌 시간 2]를 낼 당시쯤에 만든 트랙이거든요. 그래서 이걸 [돈 벌 시간 2]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빼게 됐고, [돈 벌 시간 3]를 낼 즈음에 만든 곡들도 아껴두고 있었어요. 나중에 더 의미 있게 쓸 수도 있을 것 같은 곡들이 그렇게 지금까지 모여있었죠.





LE: 그렇다면, 앨범 안에서 가장 처음 만든 곡과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은 각각 무엇인가요?

“세레나데” 같은 곡은, 파일을 처음 만든 연도가 2015년이었나? 그랬던 것 같아요. 다만 그 당시에는 비트만 어느 정도 만들어놓았죠. “세레나데”에 어울리는 가사를 담기에는 제가 좀 어리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 같아요. 경험도 부족하고, 좀 설익은 노래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제일 최근에 쓴 곡은 “meet me in Toronto”에요. 아마 올해 8월쯤에 만들었던 곡일 거예요.




LE: 이제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한 곡씩 천천히 얘기를 나눠 볼게요. 우선 첫 트랙인 “빌었어”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가사 내용을 보니, 2016년 앰비션뮤직에 입단했을 당시의 시점에서 쓰인 곡 같더라고요.

네. 정확히 그 당시에 썼던 곡이에요. 더콰이엇 형이 집으로 불러서 저한테 앰비션뮤직 얘기를 하고, 계약 얘기를 했을 때요. 얘기를 마치고 내려와 1층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을 때의 얘기에요. 그래서 제가 당시에 실제로 했던 행동들이 다 들어가 있죠. 엄마한테 바로 전화하고, 친구한테 전화하고. 막차도 끊겼던 거로 기억하는데, ‘X발, 오늘은 X되는 날이니까 택시 타자’, 이러고 그냥 택시 탔던 것 같아요. (웃음)





LE: 실제로 당시의 기분은 어땠나요? 기분이 좋았을 거라곤 당연히 예상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기쁨이었는지는 가늠이 잘 안 가거든요.

그냥 말이 안 됐어요. 기회가 이런 식으로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19살 때부터 저는 막연히 일리네어 멤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세 명이 너무 굳건하잖아요. 마침 당시에 다른 회사들에서 제의가 오기도 했고, 그래서 ‘일리네어 형들이랑은 형, 동생으로만 지낼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고 있었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산하 회사(앰비션뮤직)가 생긴 거죠. 진짜 신기했어요. 사람이 정말 간절히 바라면 어떤 식으로든 이어지는구나 싶었죠.





LE: 다시 곡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빌었어”의 인트로가 정말 독특하잖아요. 이렇게 성우분까지 데려오면서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인트로는 없었던 것 같은데,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건가요?

앨범 작업 내내 동화, 판타지 같은 분위기에 빠져있던 것 같아요. 원래 그 인트로 대사도 제가 하려고 했거든요. 성숙한 어른 느낌을 내면서, 피아노 반주 위에 “옛날옛날에…” 이렇게 진행하려 했는데, 조금 더 동화 같은 느낌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성우분을 모셔오기로 결정한 거죠. 




LE: 다음으로 나오는 트랙인 “METEOR”도 “빌었어”에서 느껴지는 벅찬 감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혹시 “METEOR”는 언제쯤 만들어진 곡인가요?

“METEOR”는 2017년에 만든 곡이에요. 당시에 제가 잠깐 쉬러 뉴욕을 갔다 왔는데, 갔다 오고 나서 바로 만들었던 곡 중 하나일 거에요.





LE: “METEOR”라는 제목 자체도 유성을 뜻하는 단어이고, 가사 안에도 예전 트랙 “Light Me Up”을 레퍼런스하는 등 ‘별’이라는 테마가 핵심적으로 담긴 것 같거든요. 사실 생각해보면, 창모 씨는 ‘별’과 관련된 표현을 정말 많이 즐겨 쓰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별’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을 ‘스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곡 안에 “Light Me Up”이라는 곡을 언급하는데, 그 곡을 쓰면서 했던 생각이 있어요. 곡의 2절에 ‘성공을 이룬 창모’를 바라보는 느낌의 가사가 담겼는데, ‘이 곡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 스타가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





LE: 곡의 사운드에 관해서도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쓰인 악기라던가, 곡의 구성 자체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음악을 떠오르게 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저는 칸예 웨스트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저한테서 칸예 느낌이 나는 걸 감출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완전 칸예 카피캣이네?’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아, 칸예한테 진짜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이러고 넘길 수도 있는데, 아무튼 제 음악에서 칸예 느낌이 난다고 하면 진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힙합 음악보다, 칸예 앨범을 돌리면서 힙합에 대해 배운 게 더 많거든요.





LE: 그러면, 칸예 웨스트의 느낌이 난다는 말을 들어도 전혀 기분이 안 나쁘신가 보네요.

네. 전혀요. 저는 제 우상한테 당연히 영향을 받았을 뿐이고, 그걸 절대 숨길 순 없다고 생각해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같은 경우도 퍼렐(Pharrell), 넵튠즈(The Neptunes)의 느낌이 그대로 나잖아요.





LE: 저희는 아무래도 당연히 칸예 웨스트의 전체 커리어를 들어본 입장으로서, 앨범 곳곳에 칸예 웨스트의 영향이 묻은 요소들을 찾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진짜 칸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 앨범에 담긴) 그런 요소들을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재미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요.





LE: “METEOR”는 이번 앨범의 세 타이틀곡 중 하나이기도 해요. 유일하게 뮤직비디오가 제작된 곡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METEOR”가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뇨, 사실 “METEOR”는 제가 타이틀곡으로 정할 생각이 없었어요. 회사에서 강력하게 추천을 한 거죠. 제가 고집이 세긴 하다만, 다수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 따르는 편이거든요. 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트랙인 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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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러면, 원래 생각하고 있던 타이틀곡은 어떤 곡이었나요?

원래는 타이틀곡을 아예 안 정하려 했죠. “나의고향서울”이라고, 결국 발매하지 못한 트랙을 타이틀곡으로 정하려 했었거든요.





LE: 저희가 들어볼 수 없게 된 “나의고향서울”이라는 트랙이 앨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트랙이었나 보네요.

네. 중요하고, 그 곡에 얽힌 이야기도 많고,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이 됐을 거예요.





LE: “나의고향서울”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마저 나눠보도록 할게요. 타이틀곡을 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하셨으니 의미가 없는 추측일 수도 있는데, 인터넷에는 타이틀곡 세 곡을 기준으로 곡들이 다루는 이야기가 바뀐다는 추측이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는 맞는 것 같아요. 저도 “METEOR”, “더 위로”, “REMEDY” 각각의 곡을 기준으로 보니까, 뭔가 각 챕터가 나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LE: 그러면, 각 챕터가 다루는 이야기에 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 많은 분이, 제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앨범을 해석하시더라고요. 제가 의도한 앨범의 흐름을 설명하자면, “빌었어”에서는 제가 정말 순수하고, 열정이 가득했던 아이였던 거죠. 그러다가 3년이 지나고, “METEOR”로 지금의 제 모습을 보여줘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들은 저의 ‘흑화’한 모습을 보여준달까요? 여러 활동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되게 안 좋았을 때도 있고, 술을 좀 심하게 먹었을 때도 있고, 누군가한테 상처를 줬을 때도 생겼으니까요. 제가 ‘흑화’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그래서 “Dearlove”라는 노래 이후로 흐름이 바뀌어요. 진짜 모든 걸 이루고, 다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 결국에는 집에서 혼자 술만 먹고 있었거든요. 혼자서 술 먹고, 외로워하고. 그러다가 깨닫게 되는 거죠. 진짜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있었구나. 돈이나 인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그런 것들이 아니구나. 생각해보면 주변의 사랑들이 필요했고, 그냥 엄마가 보고 싶은 한 명의 사람이구나. 그렇게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다시 날아오르고자 한다. 이런 생각으로 앨범을 만든 건데, 어쨌든 해석은 듣는 사람들의 자유니까요. 저는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LE: 말씀하신 것처럼, “METEOR” 이후로 등장하는 “위업”, “2 minutes of hell” 같은 곡은 창모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 트랙들 같아요. “위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오케이션(Okasian) 씨와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씨가 참여했잖아요. 두 아티스트의 섭외나 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우선 오케이션 형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오케이션 형, 그리고 코홀트(The Cohort)라는 크루가 등장한 이후로, 솔직히 요즘 활동하는 래퍼 중 코홀트의 영향을 안 받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잊지마”가 나왔을 때 엄청난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고, 오케이션 형은 특히 랩 자체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또 한 명의 빈지노(Beenzino) 같은 우상 중 한 명이에요.

그 정도로 제가 좋아했던 래퍼였고, 제가 완전 무명일 때 저를 먼저 알아봐 준 형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오케이션 형이랑은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죠. 근데 “위업”이라는 노래로 함께 하려는 계획은 사실 없었어요. 그런데 형이 제 작업실에 놀러 와서, “위업”을 듣고 자기 이 곡 하면 안 되겠냐는 거에요. 저는 사실 저 혼자서 이 곡을 하려고 했는데, 형이 이 곡을 너무 하고 싶어 하셨어요.





LE: 완전히 우상이라고 하셨는데, 곡의 참여가 그렇게 탐탁지는 않으셨나 보네요…? (전원 웃음)

사실 제가 두 번째 벌스까지 완벽하게 다 하려고 생각했거든요. 오케이션 형이 곡을 너무 하고 싶어 하셔서… 제가 또 그런 데에 유두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조금 고민하다가 파트를 나눠드렸는데, 너무 잘 해주셔서 바로 곡에 싣게 되었죠.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그냥 친한 동생이라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사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도 완성본에 실린 파트는 짧지만,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녹음을 했어요.

성우(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되게 녹음을 하거나, 가사를 쓸 때 되게 진지하거든요. 사람들이 성우의 가사를 봤을 때는 너무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안에 철학이 있어요. 애플 같은 철학인데, 간소하지만 어쨌든 꽉 찬 가사. “위업”을 작업할 때도 되게 진지하게 하더라고요. 엄청 진지한 샤우팅.





LE: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씨를 애플에 비유한다는 건 사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전원 웃음) 아까 오케이션 씨를 향한 리스펙을 드러내시기도 했는데, 또 평소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선배 아티스트는 누가 있을까요?

저는 제 윗세대의 래퍼 분들은 다 저의 우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진짜 힙합 팬이었고, 어떤 래퍼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항상 그 사람의 음악과 비디오를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전 아직도 선배 형들을 보면 항상 신기해요. 오케이션 형이랑도 친해졌지만 눈앞에서 보면 신기하고, 지투(G2) 형을 봐도 신기하고, 스윙스(Swings) 형을 보면 진짜 신기하고…




LE: 다음 트랙인 “2 minutes of hell”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우선 전작에 이어서 폴 블랑코(Paul Blanco) 씨가 참여했는데, 폴 블랑코 씨와는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계시는 것 같아요.

네. 음악을 하면서, 내가 ‘아’ 하면 ‘어’ 할 수 있는 메이트 같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폴이랑 저는 서로 정말 잘 맞는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같이 지내고 있는데, 아까도 집에서 두 곡 만들다가 왔어요. 계속해서 곡을 만들고 있죠.

폴이랑 할 수 있는 음악이 정말 무궁무진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폴 같은 경우는 아직 보여줄 게 너무 많이 남았고, 사람들이 [Lake of Fire]로 생각하는 폴이랑 전혀 다른 음악을 할 수도 있는 친구예요. 저랑 폴이 합쳐지면 또 다른 음악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LE: 그렇다면, 폴 블랑코 씨와 함께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대해볼 수도 있는 걸까요?

저희는 항상 계획을 잡고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단 막 만들어서 쌓아 놓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계획을 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LE: 문득 생각이 났는데, 수퍼비(SUPERBEE) 씨와도 합작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혹시 둘의 합작 앨범은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준비를 계속 이어오고 있었죠. 실제로 비트도 같이 듣고, 벌스도 쓰고 하면서 준비 중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순간 서로 바빠져서 진행이 더뎌졌어요. 곡들은 있는데, 이 곡들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LE: 아무튼, 합작 앨범이 어느 정도 실존하긴 하는 상태인 거네요? (웃음)

네. 최근에도 만나서, 우리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웃음)





LE: “2 minutes of hell”에 관한 이야기를 마저 나눠볼게요. <Broken GPS>에서 나눈 이야기에 의하면, 이 곡에는 성공 이후의 불안감 같은 감정을 담았다고 하셨거든요. 커리어 내내 성공을 꿈꾸셨지만, 역시 막상 성공을 맛보고 나니 느끼게 된 다른 감정이 있던 걸까요?

그렇죠. 사실 우리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 진짜 보통의 사람들이 보는 성공들은 되게 반짝거리고, 전혀 다른 레벨일 것 같고, 날마다 그렇게 살 것 같잖아요. 저도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 성공했다고 할 만큼 돈도 벌고, 인기도 늘게 됐고요. 문제는 전 그 단편적인 것만 봐왔기 때문에, 그 삶을 사는 법을 누구한테 배우질 못한 거예요. 저는 그런 걸 알아가는 게 혼란스러웠어요.

그리고 그 동시에 동네 친구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전 20대 초에 많은 것들을 얻었고, 친구들은 계속해서 자리를 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에 괜히 저만 이 혜택을 얻는 것 같았단 말이에요. 이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헷갈렸고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내가 뭔가 하면 영향력이 있다는 것도, 이 파워를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도 다 고민이었죠. 사실 이런 것들은 다 콰형한테 고민 상담을 하면 되는데, 제가 혼자서 끙끙 앓고 있긴 했어요. 제 인생이니까.





LE: 요즘은 어떠세요? 어느 정도 파훼법을 찾은 것 같나요?

파훼법을 찾았어요. 알고 나니 너무 간단했던 게, 그냥 있는 그대로 살면 되더라고요. 지금의 나랑은 다르게 보여야 한다, 내가 모가 나 있으면 그걸 어느 정도 깎아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계속했던 것 같은데, 단순하게 ‘나’로 살면 되는 문제였어요.





LE: 다음 트랙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아까도 잠깐 언급된 곡인데, 다섯 번째 트랙 “나의고향서울”은 결국 공개되지 못한 곡이잖아요. 이 곡에 관해 할 얘기가 아주 많으신 것 같았어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의 정점이었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칸예의 극성 빠돌이고, 칸예의 음악을 닮고 싶어서 칸예의 음악을 카피도 해봤어요. 그 사람의 곡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 어떤 걸 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샘플링한 원곡을 들었을 때 ‘아, 그러면 이 앨범도 들었을까?’ 하면서 유추를 할 정도로 칸예를 연구한 사람이었거든요. 말하자면, 고졸이지만 ‘칸예대학 칸예과’인데, 그런 제가 칸예의 영향을 듬뿍 받아 만든 음악의 결정체였어요.

그런데 이 곡이 현실의 벽과 부딪히게 되어서… 한국의 70년대 곡과 80년대 곡을 각각 샘플링했거든요. 그런데 둘 다 (샘플 클리어) 거절을 당했죠. 절대 허락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때로는 이상이 현실과 부딪혀서 못 펼쳐질 수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곡의 제목의 “나의고향서울”인데, 이 각박한 서울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은 곡이었어요. 담은 이야기가 많은 곡이었고, 그래서 트랙리스트에라도 곡을 수록한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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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우스갯소리지만, 댓글 창에서는 ‘고향이 덕소인데, 제목을 “나의고향서울"이라고 하니까 못 낸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걸 보고 저도 납득이 갔어요. (웃음) 덕소가 염력을 부려서 못 내게 한 거구나…





LE: 그러면, 트랙 안에 쓰인 샘플이 한 곡이 아니라 여러 곡이었나 보네요.

네. 사실, 진짜 말도 안 되는 곡들을 썼어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샘플링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이 아는 제 노래들은 대부분 순수 작곡한 곡들이죠. 그런데 사실 저는 샘플링의 매력을 잘 알고 있고, 이 작법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보통 샘플링이라고 하면 미국의 소울 음악, 락 음악들을 샘플링하잖아요? 그러다가 전 세계의 음악으로 범위를 넓혀간 건데, 한국에서도 생각해보면 보통 소울 음악, 외국 음악들을 샘플링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 미국 힙합의 샘플링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그 원곡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미국 소울 음악을 샘플링해서 내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고, 부모님들이 즐겨 듣던 한국의 고전 음악들을 샘플링해서 성공적으로 재해석하는 게 의미 있는 시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LE: 정말 본인에게도 의미가 큰 곡이라는 게 느껴지는데, 그렇다면 혹시 무료로라도 트랙이 공개될 일은 없는 걸까요?

무료공개를 하려 했는데, 한 곡의 원작자분이 아예 무료공개도 딱 잘라서 거절하시더라고요. 사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한 번 있었어요. [닿는 순간]에도 한국의 락 음악 한 곡을 샘플링해서 담으려 했어요. 그 곡도 제가 생각했을 때 굉장히 의미 있는 곡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저의 가사 같은 걸 예로 드시면서 거절을 했었죠. 그런데 이분들은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거절하시더라고요. 저도 잃을 게 많으니,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죠).





LE: 사실 최근에 씨잼(C JAMM) 씨의 [킁]에 수록되지 못한 “메들리”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어서, 그런 그림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굉장히 아쉽네요. 이쯤 되면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나의고향서울”이 수록된 [Boyhood]와 수록되지 않은 [Boyhood]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래서 샘플 클리어를 꼭 해달라고 회사에 간곡히 요청했었어요. 그래서 저희 회사 직원분이 와서 “나의고향서울”을 들으셨는데, 듣고 나서 “아, 이래서 있어야 하는 거구나” 하면서 납득을 하실 정도로 앨범의 핵심적인 부품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여드릴 수 없어서… 

그런데 그 생각은 있어요. 한 분은 무료공개까지 전부 거부하셨는데, 그 부분을 잘라낼 수는 있거든요. 그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인터넷에) 공개할까 하는 생각이요. 팬들을 위해서. 그 곡은 (세상에) 나와야 해요 진짜. (웃음)




LE: 다음 트랙인 “더 위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곡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리스너들 사이에서 곡의 초반부 악기 운용이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SKELETONS”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처음에 딱 등장하는 두 코드를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글쎄요. 저도 그 두 음만 들었을 때는 “SKELETONS” 같기도 한데, 이게 과연 문제가 될 일일까요? 곡 자체는 전혀 다른 곡이고, 그 정도의 겹침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SKELETONS”라는 곡을 그렇게 많이 듣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들어보면 전혀 다른 곡이라서, 별로 (이 이야기에) 신경을 쓰지는 않고 있어요.





LE: 여담이지만, 트래비스 스캇의 음악은 평소에 즐겨 들으시는 편인가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 ‘칸예과’이기 때문에, ‘칸예과’의 ‘교양’ 느낌으로 트래비스 스캇을 들었죠. (웃음) 저는 트래비스 스캇의 팔로워가 만 명도 안 됐을 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요. 위키피디아를 보는데, 칸예 앨범 참여진 중에 트래비스 스캇이라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찾아봤는데 팔로워가 몇천 명인 상태였죠.

그 당시에 트래비스 스캇이 냈던 “LIGHTS (LOVE SICK)”이라는 곡을 듣고 나서는 ‘와, 칸예 영향을 진짜 제대로 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제가 성공적으로 칸예의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내면 이런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싶었던 곡이 “LIGHTS (LOVE SICK)”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소싯적의 트래비스 스캇부터 지금의 트래비스 스캇까지 팬으로서 지켜봐 왔죠.





LE: 그 정도로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면, 본인도 모르게 트래비스 스캇의 영향이 조금은 있을 수 있겠네요.

그렇죠. 아까 코홀트 얘기를 했듯, 저같이 오토튠을 쓰고 808드럼 위에서 랩을 하는 사람들은 트래비스 스캇의 영향을 떨쳐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LE: 조금 튀는 주제이긴 한데, 칸예 웨스트의 이번 앨범 [JESUS IS KING]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저 그냥… 그럭저럭… (전원 웃음) 뭐랄까… 제가 생각한 거랑 달랐어가지고… (웃음)





LE: 오늘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보이시는데요. (웃음) 

듣고 당황을 많이 했어요. 앨범 제목도 보고 많이 당황했고, 제가 무교여서… 종교색을 띠면 약간 잘 안 듣게 되거든요. 비와이 형 빼고. 그래서… 좋은 트랙들은 있는데, 너무 편하게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진짜 좋은 앨범이긴 한데, 진성 칸예 팬들이 들었을 때는 ‘이건 좀…’ 하는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LE: 칸예 웨스트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도 따로 있을까요?

저는 2집! 사람들은 5집을 제일 최고로 치고, 저도 칸예 커리어에서 제일 짱이라고 생각은 하는데요. 2집을 들어보면, 저는 그 안의 현악기 소리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LE: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더 위로”의 내용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면, 조금은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곡 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제목처럼 여전히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어딘가 노랫말 안에 강박 같은 게 묻어난 것 같기도 했는데요.

사실 “더 위로”는 “나의고향서울”이 앞에 나왔어야지 이해가 가는 트랙이에요. “나의고향서울”이란 노래 자체가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곡이거든요. 그래서 “더 위로”를 통해 의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런 거였죠. 내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내 삶을 사랑한다고 하고, 항상 ‘돈을 벌어야 해, 더 유명해져야 해’, 그런 말을 아무 영혼 없이 뱉는 나.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이에요.

물론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꿈들은 많죠. 하지만 “더 위로”에서 비치는 저의 모습은 딱 그거에요. 아무 생각, 감정도 없는데 계속 강박처럼 ‘더 위로’를 외치는 모습이요.





LE: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꿈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사실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다음 챕터로 생각해둔 건, 사실 누군가한테 비트를 준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완전 프로듀서로 바닥부터 시작해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한테 비트를 줘보고 싶어요. 제가 제 곡을 프로듀싱해서 히트를 친 적은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프로듀싱한 곡을 줘서 히트를 친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프로듀서로서의 도전을 해 보고 싶어요.




LE: 이제 다음으로 이야기해볼 트랙은 “Dearlove (skit)”인데요. 우선 제일 궁금했던 게, 곡이 어느 정도 구성을 전부 갖추고 있는데도 ‘스킷’이라고 칭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건 저의 실수인데… (웃음) 전날에 트랙리스트를 보내야 하는데, 제가 조금 우유부단해요. 원래는 제목에 ‘스킷’을 안 붙이기로 했는데, 마지막으로 넘길 때 ‘아, 스킷 붙일까?’ 하고 넘긴 거죠. 저도 지금 약간 후회하고 있어요.





LE: 그러면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정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Dearlove”는 스킷인가요? 완전한 곡인가요?

완전한 곡이죠. (웃음) 그냥 스킷이라는 딱지가 붙은 완곡이라고 생각해주세요.





LE: 아까 잠깐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Dearlove”는 술을 주제로 써 내려간 곡인 것 같아요. 곡에 관한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그 노래에 대한 디테일은… 근데, 수많은 뮤지션의 인터뷰를 봤을 때도 그렇고, 음악에 숨겨진 뜻들을 말해주거나 이러면 간지가 안 날 것 같아서… 말 안 하겠습니다. (웃음)





LE: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음 트랙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웃음) “세레나데”라는 트랙은 타이틀곡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창모 씨에게 정말 의미 있는 곡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워낙 칸예 웨스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칸예 웨스트의 “Hey Mama” 같은 곡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초반부의 보코더 소리도 “Runaway”의 영향을 받았을까 싶기도 했고요.

저도 그런 피드백들을 봤어요. 제가 프로그램을 로직을 쓰는데, 목소리에 기본 기타 앰프를 걸면 그런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그냥 했는데, 다들 “Runaway” 같다고 해서… 사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거든요. (웃음) 그 소리를 좋아하긴 했어요. 제가 칸예의 사운드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목소리에 앰프를 거는 거이기도 했고요. 

“Hey Mama” 같은 곡에는 영향을 받았죠. 우선 어머니께 헌정하는 곡이잖아요. 투팍(2Pac) 노래, “Dear Mama” 같은 곡들도 그렇고, 지오디의 “어머님께”… 이런 엄마한테 바치는 노래에는 다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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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어머니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사에 많은 공을 들이셨을 것 같아요. 가사를 써 내린 기간 자체는 얼마나 걸렸나요?

일단 곡 자체를 2015년에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당시에 비트, 훅 멜로디 등은 흥얼거리면서 녹음을 해놓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한 가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작업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엄마가 저를 낳으신 나이에 가까워졌더라고요. 또, [Boyhood] 작업을 이어가면서 저는 계속 저를 애라고 생각했거든요. 성공을 맛봤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애.

그런데 엄마가 스물여섯 살에 저를 낳았잖아요. 그러면 엄마도 스물여섯 살 때는 저처럼 아직 덜 컸을 거 아니에요. 그 당시의 엄마를 제 동갑 친구로 생각을 하고 싶었어요. 스물여섯 살 때 저를 낳은 그 당시의 그 사람을 위해. 사람이 애를 낳으면 인생이 완전히 변하잖아요. 그걸 스물여섯 살에 견디는 건 되게 풍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물여섯 살의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또, 지금 저희 어머니가 미국에 계셔요. 제가 앰비션뮤직과 계약한 후 바로 미국에 가셔서 제가 큰 공연장에서 공연한 걸 본 적도 없고요. 그렇게 못 본 지 꽤 됐는데, 엄마도 보고 싶고...





LE: 설명만 들어도, 정말 어머니께 전적으로 바치는 트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 그 어떤 노래보다 더 열심히 만들었죠. 사람들한테 들려준다기보다는, 우리 엄마한테 들려주고, 우리 엄마가 듣고 기분 좋아졌고, 과거를 회상했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운 트랙이에요. 엄마가 이런 말을 싫어할 것 같으면 빼고. 우리 엄마가 이런 일들은 기억할 거야, 이런 일들만 썼어요. 

안 그래도 어제 엄마랑 통화했는데, 진짜 제대로 팩트만 적었다고, 너무 감동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음악이 향하는 대상은 오직 엄마뿐이기 때문에, 어제 그 당사자에게 인정을 받아서 좋아요.




LE: 다음 트랙인 “031576”으로 넘어가 볼게요. “세레나데”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트랙 역시 한 사람과의 추억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트랙 같아요. 곡 안에서 가리키는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누구나 다 학창 시절에 첫사랑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죠.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고… 그런 친구. 근데 전학을 가버려서, 아예 동네를 떠버려서…





LE: 여전히 연락이 닿을 길은 없는 건가요?

네. 동네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와요. 페이스북 보면, 동네의 소식을 전해주는 페이지가 있잖아요. 저희 덕소에도 그게 있는데, 그 사람을 찾는 글이 예전에 한 번 올라온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저도 그걸 보고 ‘진짜 얘 어디 갔지?’ 싶었죠.





LE: 혹시 기적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만나길 원하시나요?

아뇨. 그래서 제가 가사에도 이렇게 적었어요. ‘아무 말 하지 말아달라’라고. 지금의 저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고, 추억은 추억으로만 두고 싶어서요.





LE: 제목의 정확한 의미도 시원하게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031은 경기도의 지역 번호이기 때문에, '031-576-….'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의미한다고 다들 추측하고 있는데요.

네. 031은 경기도 지역 번호가 맞고, '031-576-….'로 시작하는 번호를 가리키는 게 맞아요. 덕소에서 쓰는 번호거든요. 그래서 사실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그 사람을 찾는다는 핑계로 너무 변해버린 저도 찾고 싶은 생각이 담겼죠.

그리고, 제가 스물여섯 살이잖아요? 스물여섯 살이면 그래도 적은 아이는 아닌데, 뭔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시대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슬라이드폰으로 번호를 누르는 것 같은 사운드도 나오고…





LE: 정말 제대로 의도를 하신 것 같은데, 사운드 자체도 옛날 가요를 샘플링했잖아요. 모자이크의 “왕자와 병사들”이라는 곡을 샘플링하셨는데, 특별히 이 곡을 선택했던 이유도 있나요?

제가 앰비션뮤직에 계약하고, 어머니가 미국을 떠나시기 전에 저한테 타고 다니시던 아반떼를 주셨거든요. 그 차를 한동안 몰고 다녔는데, 아반떼가 좀 오래된 차라서 블루투스를 연결하기가 되게 힘들어요. 그래서 연결을 포기하고 자주 라디오를 들었는데, 라디오에서 갑자기 그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그 곡의 시작 부분, ‘빠빠빠~’ 하는 부분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 ‘앗, 샘플이다’. 그렇게 찾아 들었는데 메시지마저 제가 살릴 수 있는 곡이었던 거죠.

그 노래야말로, 어떻게 보면 '한국형 소울 음악'이잖아요. 곡으로도 의미가 있고, 가사적으로도 내가 많은 걸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이 곡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LE: 후반부에 샘플 곡이 통으로 흘러나오는 것도 그렇고, 샘플을 잘라서 붙이는 느낌도 그렇고, 정말 ‘칸예 식’으로 한국적인 곡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네, 맞아요. 마지막에는 원작자분이 부르는 부분을 그대로 남겨놓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달한 거죠. 그게 샘플링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LE: 또, 피처링으로는 기린 씨가 참여하셨어요. 기린 씨의 섭외,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원래는 훅을 제가 하려 했었어요. 근데 제가 부른 훅이 너무 이 노래에 안 묻는 느낌이 들어서, 누구한테 맡겨야 할까? 생각하면서 별의별 친구들을 다 불렀었죠. 지금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이나, 심지어 그냥 제 동네 친구까지 데려와서 ‘덕소 감성을 짜내서 뭐라도 흥얼거려 봐라!’ 이렇게 시키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느낌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기린 형에게 연락해야겠다.

기린 형이 약간 90년대 느낌, 바이브의 대가잖아요? 기린 형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때마침 ‘어? 나 왕자와 병사들 리메이크 작업하고 있었는데’ 이러시더라고요. 어? 그러면 이 곡 같이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여쭤봤는데 흔쾌히 받아들이신 거죠. 작업기는… 그냥 ‘쩔었다’. (웃음)





LE: 정말 기린 씨가 그쪽 감성에서는 정말 권위자이시잖아요.

네. 진짜 권위자… (웃음) 진짜 대박이었어요. 녹음하는 걸 보고 있는데, 무슨 90년대 스튜디오에 와있는 줄 알았어요.




LE: “031576”에는 기린 씨가 참여하며 의외의 조합을 선보였다면, 다음 트랙인 “REMEDY” 역시 청하 씨와 의외의 조합을 선보이셨는데요. SNS를 통해 예고를 하기도 하셨는데, 섭외 과정이 꽤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원래는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했었어요. 그런데 까이고, 제 머리로는 다른 후보가 생각이 도저히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회사로 가지고 갔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어요. 과연 이 노래에 어울릴 여자 보컬은 누구인가. 그중에 청하 씨의 이름이 나오게 됐는데, 저는 좀 소극적으로 생각했죠. 이분은 진짜 스타인데, 과연 피처링을 해줄 것인가. 그런데 다행히도 회사가 섭외를 해주셔서,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어요.





LE: 그렇다면, 애초에 여자 보컬이 참여할 것을 생각하고 만든 트랙이었나 보네요.

네. 그래서 아예 여자 목소리로 변조를 해서 가이드까지 만들어놨었어요. 원래는 단순히 여자 스타와 남자 랩스타의 연애 관계? 이런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아예 청하 씨가 합류하고 나서는 추가적인 의미를 넣으려 했죠. 가사를 제대로 뜯어 보면, 힙합 씬에 있는 제가 청하 씨로 대표되는 케이팝한테 ‘우리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엇갈린다’,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런 메시지를 파악하고 들으면 더 재밌으실 거예요.





LE: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창모 씨는 메인 차트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편이잖아요. 이제는 일반적인 가요 리스너분들께도 꽤 익숙한 아티스트가 되신 것 같은데, 혹시 대형 기획사 같은 곳에서도 협업 제의가 오는 편인가요?

저는 아직은 없던 것 같아요. 전 뭐 뱃사공 형이나… (웃음) 리얼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한테 많은 제의가 오죠.





LE: 그러면, 만약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에서 협업 제의가 온다면 긍정적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저는 음악만 좋으면요. 저도 완전 강한 음악만 하고 싶다, 이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음악이면 다 좋아해서요. 좋은 음악이면 트로트도 할 수 있어요.





LE: 그렇다면, 요즘 핫한 송가인 씨가 협업 제의를 요청하셔도 수락할 의향이 있으신가 보네요. (웃음)

네. 오토튠만 쓰게 해주시면… (웃음) 노래 좋고, 오토튠 쓰게 해 주면 바로 하겠습니다.




LE: 다음 트랙은 “meet me in Toronto”인데요, 우선 곡 제목도 그렇고, 실제로 토론토에서 작업한 곡으로 알고 있어요. 지난 8월경 작업한 곡이라고 하셨는데, 당시에 토론토로 향했던 이유가 있나요?

일단, 제가 조금 지쳐있을 때였어요. 서울 자체에 지쳤었고, 제가 (사적으로) 나갈 시간도 별로 없었거든요. 여행 갈 시간이라던가… 계속 작업을 하느라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는데, 일주일이라도 시간을 내서 어딜 (놀러) 갔다 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폴 블랑코가 토론토에서 살았으니까 토론토를 떠올렸어요.

또, 토론토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있었어요. 지금 미국의 힙합 사운드나, 주류 사운드는 어느 정도 토론토에서 건너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 드레이크(Drake) 같은 토론토 아티스트들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어떤지가 좀 궁금했어요. 그렇게 겸사겸사 갔고요. 토론토에 갔더니, 폴 주변에서 음악을 같이 하던 친구들도 있고, 스튜디오도 있잖아요?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녹음도 하게 된 거죠.





LE: 그러면, 토론토에서 만든 곡이라서 곡 제목에 토론토가 들어간 건가요?

네. 그 당시에 제가 정신은 나가 있었지만, 돈은 많아서. 진짜 괜찮은 숙소를 잡아서 폴의 장비들을 다 가져왔어요. 그때 토론토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토론토의 느낌이 제대로 들어간 트랙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저는 이 노래 진짜 좋아해요. 폴이랑 아까도 듣고 왔어요.





LE: 이 곡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니, “아름다워”, “Bape”, “핑계”로 이어지는 ‘창모식 감성곡’ 대열에 합류하는 곡이라는 피드백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각 곡들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모르겠어요. “핑계”, “Bape”, “아름다워” 이런 곡들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그런 댓글을 많이 보긴 했거든요. 다만, “meet me in Toronto”는 확실히 전혀 다른 곡이에요. 사랑 노래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폴의 첫 소절 자체가 ‘언제까지나 우리가 지금과 같을까’이거든요. 저희의 젊음이나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서 쓴 가사에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이 젊음을 즐기자는 거죠.

저도 어쨌든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지만, 어쨌든 다 제쳐두고 토론토로 넘어갔었으니까요. ‘X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나중에 X될 지도 모르고… 계속 잘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 토론토를 가고 싶다!’ 그렇게 비즈니스석을 끊고, 토론토로 향했던 그런 무드. 저희 젊음을 담은 노래라는 거죠. 그래서 조금 다른 것 같아요.





LE: 곡의 내용에서도 언급했는데, 토론토에 가면 ‘창모’가 아닌 그냥 일반적인 사람으로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느꼈던 감정도 은근히 새로웠을 것 같아요.

네. 토론토도 사실 한인 분들이 많아서 한인 타운에 가면 ‘창모’지만, 다른 데를 가면 그냥 관광객이었거든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게 그냥 걷는 거였거든요. 제가 무명일 때 가장 많이 하던 일도, 그냥 지하철 타고 경복궁이나 인사동 같은 곳에 가서 걷는 거였어요.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걷는 게 힘들어졌죠. 뒤에서 ‘어!’ 이런 소리가 들리고, 걸어가다가 저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되니까 거리를 걷는 데에 부담감이 생겼죠. 저는 생각을 털어내고 싶어서 걷는 건데, 오히려 더 무언가가 쌓이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토론토를 가니까 역시 편하게 걸을 수 있더라고요. 백인 아저씨도 저 그냥 X밥으로 보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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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러면, 한국 안에서는 요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게 조금 꺼려지시나요?

아뇨, 제가 이번 앨범을 마무리했을 때쯤 마음을 먹었어요. 불편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내 젊음에 맞는 일 아닐까. 그래서 최근에는 지하철도 자주 타고, 그냥 걸어 다니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거든요. 어제도 잠옷 입고 백화점 갔다 왔어요. 나는 잠옷을 입고 고야드를 사고 싶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난 이렇게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LE: 확실히 요즘 창모 씨의 SNS 게시물 같은 걸 보면, 예전의 모습을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았어요.

네. 이제는 저 자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자신이 이 길로 이끌고 온 건데, 저를 저버리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삶의 가치가 되게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돈은 많아질지언정,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차라리 돈이 적어지더라도, 팬들이 나의 이런 모습을 안 좋아할지라도, 내게 주어진 삶에 정직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죠.





LE: 조금 전에 토론토에 비싼 숙소를 잡으셨다고 했는데, “Hotel Walkerhill”의 제목으로 쓰인 호텔 워커힐도 예전에는 분명 꿈에 그리던 장소였을 것 같아요. “Hotel Walkerhill”에 관한 곡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이 곡은 조금 특별한 곡인데, 원래는 해쉬의 노래였어요. 2016년~2017년쯤에 해쉬가 준비하던 앨범의 후보곡 중 하나였고, 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트랙이었거든요. 그 당시 제목은 “Hotel Shangri-La”였어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곡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더라고요. 그렇게 붕 떠버린 노래인데, 저는 그 노래가 안 나온 게 너무 아쉬웠었거든요.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서요.

그래서 조심조심 간을 보다가, 올해 들어서 해쉬한테 말을 꺼냈죠. 흔쾌히 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다가 ‘너의 훅도 좋다’, 이랬더니 훅도 도와줬고요. 대신 저작권료를 좀 더 나눠줬죠.





LE: 해쉬스완 씨가 피처링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했는데, 곡의 원작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온 경우였군요.

네. 원곡의 훅, 멜로디도 그대로였고, 원곡도 너무 좋았었어요.





LE: 후반부에는 해쉬스완 씨의 가성도 충격적이었어요. 아직도 또 다른 여성 보컬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저도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해쉬의 녹음본을 받고 깜짝 놀랐던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첫 번째는 “BAND”를 만들 때였어요. 막 중얼거리는데 진짜 잘해요. 들으면서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두 번째가 이번 녹음이었는데, 제가 가성으로 불러줄 수 있겠냐 부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웬 아동 성가대에서 나올 법한 청아한 소리가 나와서… (웃음)




LE: 마지막 트랙은 “S T A R T”라는 곡이에요. 2절에는 팬들을 향한 사랑이 제대로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앨범의 마지막 트랙, 마지막 벌스이다 보니 가장 소중한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걸까요?

네. 제 팬들이 2절을 듣고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진심을 꾹꾹 담았거든요. 너무 간단한 말로 이루어진 가사지만, 진심은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가사를 별로 진지하게 쓰는 타입은 아닌데, 연필로 따지면 정말 꾹꾹 눌러서 쓴 벌스에요.





LE: 다른 곡들을 봐도, 창모 씨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상기해보는 가사를 즐겨 쓰시는 것 같아요. 전 트랙인 “Hotel Walkerhill”에서도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전부 되짚어보는 가사가 담기기도 했고요.

맞아요. 분명히 제가 19살, 20살에 냈던 믹스테입부터 팬인 분들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느새 6, 7년 동안 저라는 사람을 쭉 봐온 사람이란 말이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저는 계속 초심을 잃지 말아야죠. 계속해서 떠올려야 하고요.





LE: 마지막에서 두 번째 트랙인 “Hotel Walkerhill”도 그렇고, 마지막 트랙인 “S T A R T”도 그렇고 앨범을 벅찬 감정으로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막을 내린다기보다는, ‘이제 진짜 시작이다!’ 같은 느낌으로 앨범을 마무리 지으셨는데, 이제부터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 계획일까요?

이 앨범이 제 모습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제는 진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지금 마음가짐은 이래요. 의무감에 사로잡히지 말고, 내 젊음에 충실해지자. 얼마 안 남은 20대에 충실해지자. 그래서 살다 보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뿐이에요. 물론 자잘한 목표는 있는데, 19살, 20살 때 ‘돈 벌어!’ 이렇게 외쳤을 때처럼 큰 목표는 생각이 안 나요.





LE: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도 [Boyhood]라는 앨범에 정말 창모의 모든 것을 다 담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앞으로의 음악에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걱정스러우실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근데 사실, 저는 앨범을 낼 때마다 항상 그 생각을 해왔어요. ‘아, 다 담았네…’ 그래서 딱히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더 다양한 삶을 살고, 더 다양한 곳을 가봐야지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지어내서 만드는 건 진짜 못하겠더라고요.





LE: 그렇다면, 칸예 웨스트가 작년에 와이오밍 산으로 향했던 것처럼 아예 산에서 칩거를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칸예가 와이오밍에 간 것처럼, 저는 가평을 갈 수도 있죠. 펜션 같은 거 잡아서… (웃음)





LE: 이제 각 수록곡에 관한 이야기는 다 해 본 것 같은데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Boyhood]는 충분히 만족스럽게 만들어진 프로젝트 같나요?

네. 제가 늙어서도 이 앨범을 들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 저의 모든 게 다 담겨있으니까요. 제가 앨범을 만들면서 세웠던 목표치에는 근접해서 ,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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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조금 유치할 수 있지만, [Boyhood]에 점수를 매겨야 한다면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으신가요?

점수… 저는 점수를 못 매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매길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앨범이 저 자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한테 점수를 매길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 앨범에 대한 반응을 봐도 그래요. 호불호가 되게 많이 갈리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제 그대로가 담겼다는 확신이 서요. 사람은 누구나 호불호가 갈리잖아요. 저라는 사람한테도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앨범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거겠죠.





LE: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완전히 호평만을 기대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기도 하네요.

네. 저는 이번 앨범으로 대박을 꿈꾸지도 않았고, 히트를 꿈꾸지도 않았고, 별 다섯 개를 바라지도 않았어요. 온전히 이 시절의 저를 담고, 나중에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에요.





LE: 그렇다면 앞으로의 커리어까지 생각해봤을 때, 첫 작품부터 [Boyhood]까지의 작업물들은 창모라는 아티스트의 이야기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한 30퍼센트?




LE: 신생 채널 ‘Kosmonoise’와 함께한 인터뷰에서는, 많은 고뇌와 혼란을 이겨낸 후 어느 정도 부담감을 벗어던진 모습이 보였어요. 지금까지의 작업물들에는 그런 부담감, 혼란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죠. 제가 지금 이렇게 ‘젊음을 살아야겠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앨범을 계속 내면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LE: 그렇다면, 앞으로의 작업물에서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함께 곡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할 수도 있을까요?

네. 사실 지금까지의 작품들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돈 벌 시간 3] 같은 경우에는 처음으로 앰비션뮤직을 통해 나오는 앨범이니까, 그거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기도 했죠. 저는 아직도 그 부담감이 앨범에서 느껴져요. [돈 번 순간] 같은 경우에도, “마에스트로”와 “아름다워”가 터진 때였거든요.

그렇게 높아진 기대치에 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었어요. 그래서 저보다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만들었죠.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해야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고요. 그러다가 [닿는 순간]에서, 비로소 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말하게 됐어요. [닿는 순간] 이후로는 어느 정도 다시 저 자신을 되찾은 것 같아요. 





LE: 거의 모든 질문이 다 마무리된 것 같은데요. 혹시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채 큰 꿈을 꾸고 있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 경험에 빗대어 말하자면, 누구나 다 포기하고 싶다고 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때 포기하면 안 되고, 타협하면 안 돼요. 제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저는 저를 편하게 눕힐 곳이 없으니까 밝은 미래만 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질적인 노력을 많이 한 거죠.

예를 들자면, 만약 제가 어떤 우상처럼 되고 싶으면, 그 우상이 어떤 생각을 해서 어떻게 이런 앨범을 냈고, 어떻게 여기까지 닿게 됐고, 어떤 사고를 하다가 어떤 시도를 했을까. 이런 행보를 다 연구하는 거죠. 저는 그 지경에 이르렀었고요. 밝은 미래를 보되, 깊게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두 가지를 다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세라는 게, 진짜 준비되지 않은 사람한테 갈 때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반짝스타가 되어서 사라지는 거고요. 근데 진짜 질적으로 깊은, 본인만의 핵을 만들어내면, 유명세가 와도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유명세의) 좋은 쪽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LE: 정말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좋은 조언인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창모 씨를 응원하는 팬분들과 헤이터 분들께 각각 한 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제가 요즘 성숙해져서, 팬들한테 감사함을 되게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제 팬들은 다 알아요. 제가 진짜 자기들을 사랑한다는 걸. 적어도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제 세계를 보여주고 싶고, 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그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음악으로든, 공연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요.

헤이터 분들께는… 제가 어느 순간부터 콰형의 영향을 받아서요. 헤이터는 뭐… 신경을 안 씁니다.





LE: (웃음)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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