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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근원적 모순

Epodos2015.12.24 01:44조회 수 258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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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앨범을 접했을 때, 기대했던 만큼 귀가 즐겁지 않아 실망했습니다.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앨범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제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직도 이 앨범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마음으로 느끼지도 못합니다. 단지 앨범을 들으면서 느끼는건 버벌진트의 라이밍과 플로우, 랩스킬은 아직도 국내 최고라는 것. 이정도 였습니다.

또 이 앨범을 들으면서 의문도 굉장히 많이 가졌습니다. 한 앨범 안에서 건물주flow, 세입자flow 아니면 Rewind,Fast Forward 등 굉장히 상반되는 트랙들이 많이 있었고, 또 세상이 완벽했다면 처럼 희망을 노래하다가도 좌절좌절 열매 처럼 부정적인 노래를 하는 것과 같이 엄청 모순된 바이브를 한 앨범안에 담았다는 것이 마치 조울증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양가치"라는 말의 뜻도 모릅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기도 하고 사전에 검색해도 잘 안나오더라구요. 이 말뜻 조차 모르는 제가 "양가치"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 조차 모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건, 이 앨범을 통해 "양가치"가 뜻하는 바가 어쩌면 "모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삶에서 바로 몸과 정신으로 느껴지는 양가치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저희 아버지입니다. 전 어렸을 때 부터 아버지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가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풍요로운 편이 아니지만 아버지는 사치부리는 것과 술을 좋아하시죠. 외박은 흔한 일이고, 엄마가 돈 빌리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고 허둥대는 그 순간에도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늦게 들어올 정도니까요. 그것 외에도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아주 많이 있지만 가정사는 이정도 까지만 말하고 싶네요. 아무튼 저는 제 기억이 시작된 6살 부터 현재까지 쭈욱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남들과 같은 평범한 아버지를 갖고싶다고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도 아버지의 피를 받아 태어난 사람이고, 그로 인해 만들어 진 것이기에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저를 절망스럽게 했습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계속해서 겪어 왔던 저의 고뇌입니다. "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가장 존경해야 하는 사람인 것일까." 아직도 저는 답을 구하지 못했고 이런 고민에 머리 아파 질 때는 그냥 절대 아버지를 닮지 말자고 급히 결론 짓고 말죠. 그 결과 저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나와 얼굴이 닮은 사람과 전혀 다른 인격과 행동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삶 근본이 이런 모순을 갖고있으며, 양가치적 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술을 먹지 않았을때는 따뜻한 모습으로 아들, 딸 들을 챙겨주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인격이 뒤바뀌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며, 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차라리 완전히 나쁜 사람이여서 내가 증오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 사무치게 만들죠. 제가 다 크면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들이 이제 20살을 앞둔 시점에서도 여전히 똑같은 고민으로 남아있네요.

그냥 야심한 밤에 삶에서 처음 남에게 하는 하소연이였습니다. 제 글을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길게 쓴 이상 한번쯤 읽어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버벌진트 형이 이런 메시지를 주려고 앨범을 만드신건 아니겠지만, 잘못된 저만의 해석은 잘못된 대로 또 제게 와닿는 부분이 한 구석 있긴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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