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IS5dfPesfk?si=uPV0wWa0V5EoQXi9
안녕 친구들 빡서니 빡타노야. 인터넷에서 제일 바쁜 음악 덕후지.
자, 이번엔 에이셉 라키의 새 앨범, <Don't Be Dumb>을 리뷰해 볼 시간이야.
뉴욕의 래퍼이자 배우, 송라이터, 그리고 컨셉 빠돌이인 에이셉 라키의 대망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이 드디어 나왔어. 정말 수년 동안... 진짜 수년 동안 만들어온 앨범이지... 사실 라키는 이 앨범을 2022년에 이미 다 만들었다고 말했었는데도 지난 정규작인 <Testing>이랑 이번 앨범 사이의 공백이 거의 10년 가까이 돼버렸네. 확실히 최근 몇 년간 상업적으로 자신을 훌쩍 앞서간 동료들에 비하면 라키가 작업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건 맞아.
그래도 2010년대 초반, 그 클래식한 클라우드 랩 믹스테이프 <LIVE.LOVE.A$AP>으로 문화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ㅇㅇ. 몇 년 뒤엔 오피셜 데뷔 앨범으로 상업적인 대박 곡들도 아주 가볍게 뽑아냈고 말이야.
하지만 그 앨범이 훌륭했고 당시 라키의 커리어가 짱짱해 보였던 것과는 별개로, 초반에 힘을 너무 분산시켰던 감이 있어. 왜냐면 자기 사운드랑 커리어를 깎아 나간 거에 더해서 자기가 함께 자라온 팀인 에이셉 맙을 음악계랑 엔터계의 초신성으로 키우려고 힘을 좀 많이 빼버렸으니까.
2010년대 초반에는 힙합 크루나 콜렉티브 (* 멤버 교체가 비교적 쉬운 그룹)가 다시 유행했었지. 물론 핵심 멤버 몇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관심을 꾸준히 끌어올 만큼 재능이나 비전이 출중한 팀은 거의 없었어. 이건 에이셉 맙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는데, 게다가 에이셉 맙은 여러 멤버와 관계자들이 솔로 노선을 타거나 다른 음악 외적인 노선을 타는 상황까지 겪어야 했지.
그동안 에이셉 맙 핵심 멤버들이 안타깝게도 세상을 뜨기도 했어. 에이셉 얌스, 차이나처럼 말야.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이게 작년에 마무리된 아주 어이없는 법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지. 에이셉 릴리가 에이셉 라키를 총기 발포 혐의로 고소해버렸거든. (결과적으로는 무죄지만, 이런 일들이 우정이나 파트너쉽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ㅇㅇ.)
하지만 뭐 이런 일들도 지난 10년간 라키의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은 것들에 비하면 별로 큰 비중은 없다고 생각해. 그니까 리한나와의 열애.. 두 아이의 출산.. 스웨덴에서의 체포 등등 이외에도 영화나 패션 쪽으로의 확장과 앨범에는 실리지 못 한 여러 녹음물들 등등.. 특히 녹음물들의 경우 어떤 것들은 유출되고 어떤 것들은 정식 발매됐지만 어쨌든 정식 수록곡에서는 빠졌네. 아 그리고 모리세이가 참여한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결국엔 빠졌더라고. (이건 진짜 천만다행이지!!)
허허.. 이 앨범이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가 대체 몇 개였던 겨?
라키가 이번 앨범에서 예상치 못한, 혹은 기괴한 것들을 시도할 거라는 건 별로 놀랄 일은 아니야. 전작인 <Testing>만 봐도 실험에 대한 강박이 앨범을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라키는 이번 앨범에서도 팬들이 너무 뻔한 걸 기대하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 ㅇㅇ. 당장 싱글 "Punk Rocky"만 봐도 그래. 최소한 락 트랙이라는 약속은 지킨 셈이던데, 내가 보기에는 펑크보다는 10년도에 유행하던 리버브 떡칠된 심심한 브루클린 인디 락 같더라. 라키가 등장했던 당시에는 잊혀지기 쉬운 뻔한 음악 블로그용 밴드들의 아주 신선한 대안이았는데 말야. 뭐, 딱히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데뷔 때 사운드를 그냥 우려먹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하려나.
앨범 사운드가 어떨지 짐작할 만한 단서도 별로 없었어. 몇몇 유출곡이랑 결국 최종본에서 빠진 곡들뿐이었지. 예를 들면 "Tailor Swif" 같은 곡 말야. 이 노래는 뮤비가 진짜 대박이었거든. 만약 그 뮤비가 오늘 나왔다면, 다들 AI타령했을 걸? 제시카 프랫이 피처링한 "Highjack"도 있었지. 난 그 노래 정말 좋았거든. 이 앨범에 실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제시카 프랫이 <Don't Be Dumb>의 마지막 트랙인 "THE END"에 나오긴 하더라고. 내가 너무 성급했나봐.
전반적으로 이번 <Don't Be Dumb>이 라키를 2010년대 초반의 그 압도적인 위치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앨범이 그 정도로 엄청나게 좋지는 않거든. 그래도 나름 괜찮은 복귀작이고, 라키가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훌륭한 뱅어들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지. 가사적으로도 최근 몇 년간 내놓은 곡들 중 가장 진중한 모습도 보여줬고.
내 생각에 <Don't Be Dumb>은 시작이 좀 약했어. 첫 곡인 "ORDER OF PROTECTION"은 가사만 보면 왜 이렇게 오래 음악계를 떠났었는지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같은 느낌이거든. 라키가 확실히 돌아왔다는 걸 확인시켜주긴 하지만, 좀 더 강렬한 훅이 있거나 최소한 장례식장에 온 것 같은 비트는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어. 10년만의 앨범인데 설레는 맘으로다가 즐겨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다행히 앨범의 텐션은 금방 올라가고, 전반부 내내 그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긴 해 ㅇㅇ.
"HELICOPTER" 같은 곡이 딱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야. 아주 꼬여있는 트랩 뱅어 곡인데, 찰진 클랩 소리에 카우벨, 사이렌 신스, 그리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까지. 단순하지만 확실해. 라키는 여전히 매끄러운 가사와 플로우, 그리고 며칠을 밤새워 말해도 모자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어.
그다음에 나오는 "STOLE YA FLOW"는 라키가 2024년 켄드릭이랑 드레이크가 한창 싸울 때 선공개했던 곡이야. 드레이크를 향한 헌정곡이라 할 수 있지. 당시 드레이크는 메트로 부민이랑 퓨처의 "Like That"에 켄드릭이 참여하면서 판이 깔리자,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하니까 이걸 20 대 1 싸움이라고 프레임을 걸었거든. 내 생각에 그 싸움에 끼어들 명분이 라키만큼 확실한 사람도 없어. 가사든 데모든 공연이든, 드레이크가 리한나한테 미련 못 버리고 라키랑 리한나를 비꼬며 언급할 때마다 박제해 둔 트위터 트윗이 한뭉탱이니까. 2024년 최근까지도 드레이크의 언급은 꽤 꾸준했고 갈수록 기괴해졌지. 그러니까 소셜 미디어나 음악 매체에 연연하는 편향된 이상한 새끼들이 "라키 갑자기 왜 저래?"라 하는 말에는 휘둘릴 필요가 전혀 없어.
이 곡에서 라키의 가사는 아주 날이 서 있어. 드레이크의 성형,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Flognaw 페스티벌에서 야유받은 일, 라키 스타일 베낀 거, 그리고 애비 노릇 제대로 못 하는 거까지 제대로 긁어버리지. 물론 드레이크가 집착하는 그 여자, 리한나랑 자기는 같이 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고 말이야. 이 모든 게 아주 컴컴한 분위기의 비트 위에서 펼쳐져. 꽤 괜찮은 트랙이고 이번 앨범에서 손꼽을 만큼 탄탄하긴 한데, 한편으론 라키가 드레이크를 너무 살살 다뤄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해. 뭐, 지금 둘의 위치를 생각하면 굳이 더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재밌는 건 여기서부터 앨범의 분위기나 태도가 좀 가벼워진다는 거야. "STAY HERE 4 LIFE"는 완전히 사랑에 대한 내용의 곡이지. 브렌트 파이야즈의 밝고 매끄러운 보컬이 들어간 귀여운 팝 랩 넘버야.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기만 해.) 사실 라키가 이번 앨범의 피처링이나 프로듀서 명단을 끝까지 꽁꽁 숨기고 있거든. 소문에 따르면 이 곡의 키보드 사운드는 켄 카슨의 "mewtwo"에서 따왔다고 하더라고. 클레이로도 최근 자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기 노래가 이번 앨범 타이틀곡에 샘플링됐다고 인증하기도 했고 말이야.
이번 앨범에서 확실하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앨범 커버에 적힌 팀 버튼이야. 이번 앨범의 비쥬얼적인 방향성이나 뮤직비디오 연출에 아주 깊숙이 관여했지. 팀 버튼이 참여했다면 대니 엘프먼도 패키지로 따라오는 법인데, 아니나 다를까 최근 라키의 SNL 출연 때 같이 공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어.
어쨌든, 이 트랙은 앨범에서 손에 꼽을 따스한 순간이야. 아주 진지하고, 헌신적이고, 일편단심인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지. 라키가 이런 감정들을 전달하면서도 사운드적으로는 찹 앤 스크류드나 남부 힙합 스타일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 커리어의 어느 단계에 있든 이런 뿌리 깊은 사운드들이 그에게 여전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 보기 좋아 ㅇㅇ.
"PLAYA"라는 곡도 이런 달달한 분위기를 한층 더 몰아붙여. 라키가 애초에 바람둥이라는 소문들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하는 노래인데, 반짝거리고 그루비한 비트가 일품이지. 마치 라키 버전 LL Cool J의 "I Need Love" 같달까.
그러다 "NO TRESPASSING"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다시 암울하고 어두워져. 아주 때가 꼬질꼬질하고 살벌한 귀 정화용 트랙이지. 그다음은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STOP SNITCHING"이야. 주제 의식이 꽤 뚜렷한데, 스니칭에 대한 라키의 관점을 담았어. 최근 그가 겪어야 했던 재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대목이지. 사운드적으로는 거대한 드럼에 어질어질한 키보드, 가볍게 깔리는 호른 소리가 어우러져서 아주 사악한 남부 느낌을 풍겨. 여기에 소스 워카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 친구가 여기서 진짜 제대로 미쳐 날뛰더라고 ㅇㅇ.
자, 이제 앨범 후반부인데, 전반부랑 비교하면 훨씬 더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야. 이 구간의 거의 모든 트랙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의 기대를 뒤엎으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 다만 그 퀄리티나 집중력, 그리고 결과물이 진심으로 흥미로운지 아니면 그냥 이상하기만 한지에 대해서는 곡마다 차이가 좀 있다는 거지 ㅇㅇ.
우선 "STFU"라는 곡인데, 이건 인더스트리얼 힙합 스타일의 노이즈 랩 뱅어 트랙이야. 감히 말하자면 어떤 부분은 좀 데스 그립스스럽기도 해. 기괴하고 공격적이고 시끄러운 데다, 과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사운드들이 사방에서 쏟아지지. 근데 이게 왜 정점을 찍지는 못했냐면, 곡이 진행되는 동안 딱히 발전하는 게 없거든. 그리고 라키가 이 비트 위에서 너무 평범하게 랩을 해. 노래는 난리가 났는데, 본인은 너무 쿨하고 차분하게 중심을 잡으려고만 하니까 좀 안 어울려.
그다음 "AIR FORCE (BLACK DEMARCO)"도 있는데, 신시사이저가 강조된 반복적인 느낌이나 레이지 음악의 영향을 받은 랩 파트, 그리고 아주 몽글몽글한 인디 발라드 섹션은 나름 느낌이 있어. 근데 이 둘을 합쳐놓으니까 마치 기름과 물처럼 겉돌더라고. 라키가 한 구간에서 다음 구간으로 넘어갈 때 효과적인 전환점만 잘 만들었어도 해결됐을 문제인데 말이야.
"WHISKEY"라는 곡은 라키가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그 큐레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애쓴 느낌이 들어. 앨범에 흥미로운 게스트들을 불러 모으고 분위기를 만드는 그런 역할 말이야. 웨스트사이드 건이나 데이먼 알반의 보컬이 꽤 비중 있게 나오긴 하는데, 사실 이 곡에선 그냥 빈 곳을 채우거나 애드립 노릇을 하는 것 이상은 못 해줘. 이들의 역량을 훨씬 더 잘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
반면에 도치가 참여한 "ROBBERY" 같은 곡은 진짜 끝내줘. 핸드 드럼, 업라이트 베이스, 칵테일 바에 어울릴 듯한 피아노 선율이 깔린 극적인 라운지 재즈 넘버거든. 라키는 여기서 속삭이듯 랩을 하는데, 마치 도치랑 같이 행사장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 같아. 도치의 가사도 정말 유혹적이고 영리한데, 그러다 갑자기 둘이 그곳을 털기로 마음먹지. 아주 흥미로운 컨셉이고, 단언컨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훌륭한 곡 중 하나야.
이번 앨범의 후반부 타이틀 트랙에서 라키는 본인의 부드러운 면모와 더없이 행복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악기 구성을 계속 만지는데, 중간에 비트가 바뀌면서 흥미를 유지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이것저것 던져보는 식보다는 이 곡이 가졌던 원래의 아이디어를 정말 야심 찬 결말로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
다행히 그 뒤를 잇는 마무리 곡은 꽤 강력해. 지금 세상이 뭐가 잘못됐는지에 대한 라키의 가사가 막 날카롭게 꽂히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문화적으로 우리가 지금 임계치에 도달해 있다는 그 정서만큼은 나도 아주 깊게 공감해. 확실히 종말 같은 분위기가 나거든. 아이가 "세상은 이렇게 끝이 나 / 세상은 이렇게 끝이 나"라고 오싹하게 후렴구를 부르고, 곡의 뒷부분에서는 제시카 프랫이 그 뒤를 받쳐주지. 아주 멋지고, 기묘하고, 불안하면서도 직선적으로 뻗어 나가는 전개가 이 앨범을 제대로 마무리해 주고 있어.
이번 앨범은 정말 롤러코스터 같았어. 강렬하고 귀에 꽂히는 하이라이트 순간들도 많았지만, 헛발질하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지. 그래도 최소한 그 헛발질조차 라키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라는 점은 높게 평가해 ㅇㅇ. 내가 바라는 건, 이번 앨범이 라키가 우리 곁으로 돌아와 다시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되는 거야.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기대하고 떠들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준 셈이니까.
가까운 미래에 훨씬 더 인상적인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이번 <Don't Be Dumb>이 분명 존중받을 만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그 긴 기다림을 완벽하게 보상할 정도였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구만.
아무튼 이번 앨범에 줄 내 점수는, Light 7이야.
세 줄 요약
1. 앨범 내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구나
2. 전반부는 굿, 후반부는 파격적이지만 애매
3. 앞으로 더 많이 음악을 내줬으면 좋겠음. 기대함. 점수는 7점임.




와번역좋네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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