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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älek & Charles Hayward - [HAYWARDxDÄLEK]
바퀴 달린 서핑보드로 난간과 문턱 넘나들기. 길거리 한복판에 우퍼 스피커로 미니 랩 올림픽 파티장 개최하기. 누수 없이 끊이지 않는 랩 우범지대 구축하기. 삶에 힙합 접목시키고 꽁무니 빠지게 법과 씨름하며 도망 다니기. 힙합으로 남기. 아니라면 자경단원 신세라도 고고한 신분으로 잊히기. 삐딱한 자세로 은유와 레퍼런스 쏟아붓기. 가사 없이 메시지 전달하기. 스트릿 크레딧 대신 평단의 평론에게 증명받기. 가능한 한 최대한 숨기고 또 감추기. 일렉트로닉 익스페리멘탈 매스포스트락 되기. 힙합에서 벗어나기. 랩에게 선택지는 둘이다. 힙합에 더 깊이 빠지거나. 힙합에게서 멀리 달아나거나.
Dälek은 [From Filthy Tongue of Gods and Griots]와 [Absence] 이후 유유자적한 나날을 보냈다. 그 뒤로도 몇 장이 있었지만 2025년과는 지독하게도 먼 이름이다. 시대가 00년대와 20년대의 간극을 끔찍하게 갈라놓았다. 이제 곡식과 포도만이 자라던 밭엔 사과도 나고, 아보카도도 나고, 망고나 파파야는 물론 담뱃잎과 양귀비가 노닐며 터전을 나눈다. 한 마디로 Dälek은 더 이상 유별나지 않다. 이제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란 ‘춤출 수 있는가’로 끊어진다. 속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Dälek은 결코 추레하거나 과하게 어그러지지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얌전히 양극단에 놓여 잔류하는 편을 택했다. 젊은 환호성과 어울리는 댄스 파티에 입장하기엔 너무나 늙고 흉측한 모습이다. 애초에 함께한 적도 없으니 역량이 꺾일지언정 타협은 없었다. 어울리는 선택이다.
Charles Hayward. 역시 어울리는 선택이다. This Heat 역시 현 세대가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을 불친절한 정신이상적 음악가다. 슈게이즈. 포스트 펑크. 아방가르드. 융합체를 꺼내든 Dälek은 먼 과거에 Faust와 그랬듯 우선 뒤로 물러선다. Charles Hayward가 금속성 드럼 셋과 점잖고 연약한 신디사이저를 펼치며, 드론 성향과 기악곡 중심의 연주 구간을 중요시한 배치는 랩과 루프라는 규격 하에 뼈와 근육을 비틀던 Dälek의 기존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그나마 힙합 트랙이라 부를만한 “Breath Slow”와 “Asymmetric” 역시 랩보단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귀를 찌르는 사운드 소스가 우선하고, 말없이 음가와 악곡 레이어만으로 서정시를 쓰는 대곡 “Soujourn”이 방점을 찍을 때 이제 랩이란 아무래도 좋을 듯한 감상이 물씬 풍긴다.

그러나 과잉의 현학이 간결과 함축으로 변하며 몇 문제들을 수반한다. 고요와 고조의 증폭이 온 힘을 쥐어짜며 산화한 뒤 찾아오는 공허함이란 테마는 차치해도, 균형이다. 기이하고 울퉁불퉁한 [Deceit]의 미학을 굳히며 Dälek의 정체성을 위해 랩을 기워 넣는 구조는 닮은 듯 딴판인 두 아티스트의 음악적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 Charles Hayward가 실험성을 양껏 발산할 때 MC Dälek의 랩은 피처링처럼 단순히 빈 여백을 채우려 튀어나왔다 지휘 아래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랩의 허전한 포화도를 부산스러운 드럼 롤과 빼곡한 신디사이저에 의존하기엔 여전히 밋밋하고 건조하다. 협업이지만 정작 앨범에 가깝게 다가오는 주인공은 Charles Hayward다. 분명 Dälek의 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This Heat의 향취가 감도는 Charles Hayward의 영향력 아래 그들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고 평가하기란 어렵다.
모호와 모호 속에 뚜렷한 한 가지인 정치적 메시지도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근래 Godspeed You! Black Emperor가 보여줬듯 정치의 견해란 좌우로 갈라져도 표현엔 수백 수만 가지 꼬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어디서도 불확실하던 메시지가 가장 결정적이어야 할 트랙 “As Children Chant”은 ‘The children chant free Palestine’이라는 가사를 무한정 불쑥불쑥 등장시키는 방법을 채택했는데, 부족한 잉크에 모든 줄글이 강조로 느껴지게끔 가뭄 속 콩을 무기력하게 반복하는 구절은 두 줄뿐인 선전 문구의 연호처럼 종국에 이르러 강조를 잃고 연약해진다. 모든 내재를 토해낸 뒤 제법 광폭하게 얼기설기 꼬아내야 했을 “Re-Evolution”이라는 마무리가 다소 어정쩡한 이유다.
Dälek의 선택을 차선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From Filthy Tongue of Gods and Griots]과 비교하자면 음악적으로 다를 뿐 부족하진 않다. 조금 덜 힙합스럽고, 조금 덜 랩하며, 대신 더 많은 음악적 가능성으로 가득 채웠을 뿐이다. 하지만 더 많이 채웠을지언정 불안정하게 붕괴하는 폭발력이란, 과거의 음악을 과거의 음악만으로 남기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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