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견된 대관식. Rome Streetz의 그리젤다 입성은 필연이었고, 『Kiss The Ring』은 그 증명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수년간 자신의
왕국을 건설해 온 그가 마침내 메이저 씬의 가장 어두운 권좌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 기록물.
프로덕션은 더 말할 필요가 있나. 알케미스트, 대린저가 깔아놓은 뉴욕 지하의 습기 가득한 기반 위에서, 앨범의 실질적 설계자인 컨덕
터 윌리엄스의 작법이 빛을 발한다. 드럼리스 루프와 더스티한 샘플, 음울한 피아노 선율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며, Rome Streetz라
는 새로운 왕의 등극을 위해 음산하고 장엄한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이건 파티 음악이 아니다. 철저히 계산된, 차가운 야심의 사운드트
랙이다.
Westside Gunn이라는 킹메이커의 지휘 아래, Conway the Machine, Benny the Butcher 등 기사단의 일원들은 이 대관식의 증
인으로 참석해 새 군주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Rome Streetz는 한 치의 미끄러짐도 없이 스케이팅한다. 그의 펜은
단순한 과시를 넘어 거리의 문법을 치밀하게 조각하고, 무자비하게 쑤셔 넣는 라임과 타이트한 플로우는 듣는 내내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 이미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한 괴물들 사이에서도 그의 벌스는 결코 잡아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에너지를 흡수해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이 앨범은 타협을 모른다. 50분 내내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리스너를 가려 받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곳엔 휴식처나 구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왕좌를 향한 냉혹한 전진만이 있을 뿐.
『Kiss The Ring』은 Rome Streetz가 왜 이 씬의 현재이자 미래인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변이다. 그는 그리젤다라는 시스템에 편
입된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권좌를 쟁취했다. 왕관의 무게는 증명됐다. 이제 남은 건 반지에 입을 맞추는 일뿐.
전곡해석: https://hiphople.com/album/32798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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