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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A Y E L E C T R O N I C A

title: Mach-Hommy온암6시간 전조회 수 205추천수 2댓글 4

Jay-Electronica.jpg

*풀버전은 w/HOM Vol. 28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28

 

많은 이들이 Jay Electronica를 “Control”의 세 번째 벌스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혹은 21세기 최고의 랩 트랙 중 하나인 “Exhibit C”의 역사적인 라이밍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46세에서야 데뷔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것마저 절반 이상이 JAY-Z의 공이었던 아티스트? Erykah Badu의 넘쳐나는 이전 파트너 중 한 명이자, Kate Rothschild를 그의 남편에게서 성적으로 박탈해 한 가정을 파탄나게 한 흑인? 하나 확실한 것은, Jay Electronica가 힙합 문화 내에서 최고의 문제적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Nation of Islam 중 5% Nation 출신의 노숙자 청년이었던 그가 어떻게 J Dilla에게서 수많은 비트를 받고, 늦은 나이에 블로그 에라의 흐름에 승차하며 믹스테입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을까? 그의 커리어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기묘해, 굳이 문화의 외부인이 아닐지라도 할리우드 가십에 능통한 이가 아니라면 구태여 알아보려 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가 아직까지 일말의 관심이라도 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당연하게도 그가 랩을 잘하기 때문이다.

 

노련한 라이밍과 최고 경지의 래퍼들을 넘보는 어휘력,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담론을 랩 가사로 녹여내는 능수능란한 표현력까지, 분명 Jay Electronica가 MC로서 가진 역량은 여러 힙합 거물들이 어째서 그에게 작업물을 내지 않냐며 재촉할 정도로 훌륭함이 확실하다. 물론 사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오죽하면 그 JAY-Z가 직접 발벗고 나서 본인의 실력과 인력을 투자해 그의 데뷔 음반이 구색이라도 갖춰 나올 수 있도록 도왔겠는가? 문제는 그의 실력에 비해서도 그의 자아가 과하게 비대하다는 것이다. 그는 쉴새없이 그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예술가이며, 다른 이들과 비교해 그의 의식이 얼마나 각성해있고, 세상이 어떻게 변혁되어야 하는지 끝없이 주장하고 있다. 트위터로. 이는 Talib Kweli나 Lupe Fiasco도 한 수 접어주어야 하는 수준인데, 심지어 그는 이 짓을 정규 앨범 발매 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 유대인 혐오라면 어떤가? Jay Electronica에 비한다면 작금의 Ye는 그냥 좀 못된 컨셉질에 빠진 히스테리 병자일 뿐이다. 그는 교리를 기반으로 진지하게 유대인을 혐오하고 있다. “Jesus Lord”에서의 걸출한 활약을 “balloons”에서의 경악스러운 반유대 사상으로 완전히 망각케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논란투성이에, 음모론적이고, 반유대적인 시오니즘의 대척점. 동시에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자존심이 그것마저 집어삼키며 제대로 된 평가로부터 그 자신을 고립시키는 — 본인만 모르는 비극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 그는 원래 그런 인간이었을까, 혹은 작업량에 걸맞지 않게 재능만으로 상류층들과 어울려다니며 현실감각을 잃게 된 것일까? Jay의 주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수용 가능한지의 여부를 떠나, 그의 자아와 SNS 습관은 그의 훌륭한 음악을 마치 알량한 자기합리화를 위한 핑계 정도로 전락시키고만 있는 듯하다. [A Written Testimony]의 발매는 그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환기하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만큼 훌륭한 힙합 음반이었으나, 그 역시 JAY-Z의 압도적인 역량이 아니었다면 Jay Electronica 본신의 능력만으로 이만한 호평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 시간은 지날대로 지나 이제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아주 줄어들었는데, 그 사람들마저 그의 행보에 대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Jay Electronica가 그를 향한 수많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라도 하듯 무언가를 공개했다. 9월 17일과 18일, 그의 첫번째 믹스테입 [Act I: Eternal Sunshine (the pledge)]와 두번째 믹스테입 [Act II: The Patents of Nobility (the turn)]이 스트리밍 사이트에 업로드된 것이다. 그렇다면 [Act 3]가 9월 19일에 나올 것이었는가?

 

A Written Testimony Leaflets.png
Jay Electronica - A Written Testimony: Leaflets

 

9월 19일, Jay Electronica의 생일.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스트리밍 사이트에 그의 새 앨범이 등록되었다. 2025년에 자신을 샤라웃하는 Diddy의 목소리로 앨범을 시작하는 대담함,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정말 그다운 선택이다. Michael Jackson과 Elijah Muhammad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는 도발적인 곡 제목부터, 각종 영화와 인터뷰로부터 다이얼로그를 가져오는 특유의 작법까지. 볼륨은 고작 28분 남짓이라도, [A Written Testimony: Leaflets]은 분명 Jay Electronica 앨범다운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가사의 기조는 주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한 현학적 반박과 이슬람적인 관점이 음모론과 결합된 형태를 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Who Killed Michael Jackson??????”이다. Kendrick Lamar로부터 영감받아 제작된 Lovibe의 격정적인 “a good man with a broken heart” 비트 위 Jay Electronica와 Quentin Miller의 랩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원곡이 Kendrick 리믹스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구가했다는 것도, Quentin Miller가 Drake의 고스트라이터였다는 것도, 이 곡만 유일하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제공이 중지되었다는 것도 모두 의도된 사항일까?

 

A Written Testimony.jpg
Jay Electronica - A Written Testimony: Power At The Rate Of My Dreams

 

9월 20일. 궁금증이 해결되기 전에 또 한 장의 앨범이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5곡의 EP이다. <람보(First Blood, 1982)>의 클립으로 시작되는 [A Written Testimony: Power At The Rate Of My Dreams]는 어제의 앨범보다 더 차분하고 영적인 성향을 띈다. 토속적인 기타 샘플이 돋보이는 “Ashes to Ashes”의 영적인 진행부터 Westside Gunn과 Hit-Boy가 참여한 "Best Wishes"까지, 이 EP는 이전보다 편안하고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친숙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곡에서 Dr. Wesley Muhammad PhD가 등장했듯 — 이 인물은 과거 코로나 팬데믹이 유대인의 죄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Jay는 그의 기조를 결코 굽힐 생각이 없어보인다.

 

A Written Testimony Mars.png
Jay Electronica - A Written Testimony: Mars, The Inhabited Planet

 

9월 21일. 이번에는 <프레스티지(The Prestige, 2006)> 속 John Cutter 역을 맡은 Michael Caine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Letter To Mars”는 그의 최근 작업물을 통틀어서도 가장 영화적이다. 진정 Nolan을 위해 Hans Zimmer가 만들었을 법한 음악 같고, Erykah와 자신의 사이에서 난 피붙이에게 간접적으로 보내는 Jay Electronica의 구절은 흔치 않게 내면적으로 취약하며, Thom Yorke의 보컬은 Jay가 포착하고자 한 감정적 깊이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승천시킨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며칠 간의 연작 중 가장 영적이고, Jay Electronica와 Hollywood Cole의 프로덕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동시에 랩의 비중이 가장 적다. 마치 [Act I: Eternal Sunshine (the pledge)]이 처음 세상에 났던 순간처럼, 그의 작업물은 초자연적인 아우라를 갖추고 있다. 허나, 동시에 그가 스스로의 사상을 매우 진중하게 전달하기 위해 택한 수단이 공식화되어버렸음을 확신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은 이미 예전에 작업되었고, 새로운 곡들이 특별한 차별성을 갖춘 것도 아니다. 아티스트 개인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예술 또한 아니다. 단지 모든 것이 이전과 거의 유사하며, Jay Electronica라는 재능 있는 MC이자 프로듀서가 그의 예술성을 발화하는 흔치 않는 몇 순간 중 하나일 뿐이다. 그의 프로덕션은 언제나 그의 독특한 영화 취향과 그보다 훨씬 독특한 5 Percenter로서의 철학을 음성 기록물의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 Jay의 음악적 연출력은 그가 훌륭한 래퍼로서 언급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저평가되어있는데, 소울 음악이나 이국적인 인디 음악 샘플을 기반으로 드럼은 최소화하며 몽환적이고 영화적인 풍미를 살려내는 비트메이킹 방법론은 그의 종교적인 논술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의 작사 역시 Nation of Islam의 세계관 내에서 풍부한 레퍼런스를 견고히 엮어내며 랩 리릭시즘의 미덕을 고수하고, 그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는 청자들까지 주제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는 어떤 때에는 과거의 Mos Def 같고, 과작을 하는 버전의 Mach-Hommy 같기도 하다. 그를 앱스트랙 힙합이나 익스페리멘탈 힙합 등 어느 비주류 힙합 서브장르에 분류한다 한들, 언제나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역량이야말로 Jay Electronica가 소수의 엘리트에게 끊임없이 소비될 수 있는 원동력이리라.

 

그러나, 그의 음악이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배타적이라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짧은 앨범의 볼륨에서 그의 벌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3할도 되지 않으며, 그의 사상과 상통하는 인터뷰 스킷들이 오히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심각한 주객전도가 일어나 랩 음악에선 치명적인 우를 범한 것이다. 형태적으로도 그러한데, 여전히 반유대주의와 종교적인 맥락의 흑인우월주의를 접하고 있자면 피로감은 더더욱 커져만 간다. 도대체 이런 재능의 소유자가 왜 Diddy의 혐의를 옹호하는 것일까? 컨텐츠의 우수성은 분명 입증되었으나, 그를 전달하는 방식부터 주제까지 모든 것이 거북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기어이 표현하는 것 역시 Jay Electronica가 유일하다.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가 용케 버림받지 않는 이유는 과연 온전히 그의 재능 덕분인가? 그의 철학이 미국 사교계에서 진정 지탄받아 마땅하고 과하게 종교에 심취한 결과물이라면, 어째서 그는 JAY-Z의 지원을 받았는가? 혹은 아직까지 존경받고 있는가? 90년대부터 많은 흑인 남성 청년들이 Nation of Islam의 교리에 매료되었고, 이들 중 대다수가 살아남아 존경받는 자리에 올랐다. 불확실한 생존 경쟁 속에서 그들의 원동력이 된 사상은 어느새 샹류 사회의 폐쇄성에 귀속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문화로서 힙합을 즐기기만 할 때 어떤 이들은 제국을 건설했다. 진지하게 밝히지만, Diddy 게이트는 단순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Jay Electronica의 음악은 그 자체로 그러한 문화적 암면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애써 무시하고 싶은 진실을 유일하게 직시할 용기, 그로부터 가장 가까운 첫 관문은 힙합 역사상 가장 학문적인 가사를 쓰는 MC의 라인 속에 묻혀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4071636874

 

사실 별로 좋아하는 래퍼는 아닙니다. 잘하는 건 잘하는 거고, 그냥 제겐 그 매력이 안 느껴졌어요.
앨범이 나왔다고 해서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일의 연장선상으로 들어보긴 했습니다.
워낙 뒷이야기가 더러운 인물이니 만큼 조사하면서도 꽤 흥미로웠는데, 그 때문일까... 리뷰도 살짝 음모론적인 느낌이 있죠? ㅎㅎ
하지만 전 진심으로 현 힙합씬에 기업/종교적인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론을 적용시켜보면 참 많은 사건들이 설명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근데 그래도... 음악은 잘들 하시니까... 예... 제이 일렉트로니카 앨범도 정말 오랜만에 들었는데 음악 하나는 잘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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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6시간 전

    이 아저씨 개쩌는 미공개곡들 만들어놓고 자기만 듣고 다닐 것 같ㅇ..

    저도 굉장히 음모론 좋아하는데 이제는 의심을 의심하는 지경이라

    확실한 건 어떠한 세력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여러 탁한 정보들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5시간 전
    @다스시디어스

    일단 전 누가 누구랑 연결되어있는지, 어떤 구조인지는 대충 예상이 가긴 하는데... 어디까지 연루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개로 제이 일렉트로니카는 던지는 음모론 10개 중에 1개 맞은 거 가지고 자화자찬을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ㅋㅋ

  • 1 5시간 전

    음악은 좋은데 사람이 너무 ㅂㅅ같음

    위에 적힌거 외에도 엠 Killshot에서 투팍 디디 가지고 개소리 지껄인거 보면 참..

     

    쨌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5시간 전
    @Mike29

    음악에 비해서도 사실 병신 같은 점이 너무 많죠... 농담 아니고 칸예가 선녀라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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