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c Miller의 두 번째 사후 앨범이자, 부틀렉 앨범의 정식 발매에 해당하는 본작은 여러 지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해당 앨범이 제작된 시기를 확인해 보자. 본작은 정규 2집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와 그의 명반 중 하나인 [Faces] 사이에 작업된 앨범으로, 이 두 시기 사이의 공백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비트와 시적인 분위기의 가사가 특징적이다. “Do You Have a Destination?”의 코러스에서 맥 밀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부분은 본작이 지향하는 몽환적·내면적 세계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Stoned”에서는 앱스트랙트 힙합의 특징이 잘 드러나며, 특히 인상적인 기타 리프가 돋보인다. 본작은 맥 밀러가 앱스트랙트 사운드로 더 깊이 이동해 가던 과정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인다.
[Swimming]과 [Circles]에서의 따뜻함과 부드러움과는 달리, 이 시기의 그는 아직 약물과의 사투 속에 있었으며, 그 흔적이 마지막 트랙 “Tomorrow Will Never Know”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Friendly Hallucination”, “DJ’s Chord Organ”과 같은 트랙들은 재지하고 느릿하지만 칠한 분위기를 잘 연출하며, “Funny Paper”는 사운드적으로는 더 냉소적이지만 가사에서는 맥 밀러 특유의 따스한 시선을 유지한다.
본작은 맥 밀러 팬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본인에게도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투팍, 쥬스 월드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사후 앨범은 그들의 명예에 기대 상업적 성과를 노리듯, 미발매 벌스를 비트 위에 억지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 팬들과 고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본작은 이미 완성된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과 뚜렷하게 구분되며, 그의 음악적 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는 방향으로 기능한다.
우리가 맥 밀러의 음악을 좋아하던 이유는 약물 중독에 빠진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의지였다. 또한 다시 약물의 유혹에 빠졌을 때 몰려오는 후회감과 자책감을 음악에 가감없이 표현하며 더욱 입체적인 세계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본작은 이러한 의지와 좌절의 이중성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업 중 하나이며, 음악적으로도 재지함과 칠함을 강조하면서, 내면의 공허를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악기를 덜어내는 섬세한 판단이 도드라진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한 시간 동안 그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를 더욱 그리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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