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의 종착역은 또 다른 이들의 출발선이 된다. Original Flavor의 <Beyond Flavor>는 팀에게 마지막 행선지였지만, 동시에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목소리들이 시험 무대에 오르던 플랫폼이었다. 터미널에 멈춰 선 열차처럼 이 음반은 정지와 예열을 함께 품고, 곡의 한 지점에서 불쑥 솟는 속사 플로우가 본능적 쾌감의 파문을 넓힌다. 그 흔들림은 'Flavor’라는 즉각성 너머의 층위를 미리 가리키는 신호처럼 남는다.
앨범의 구심은 단연 Ski였다. 그는 비트메이커에 그치지 않고 랩까지 소화하며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데뷔작 <This Is How It Is>가 러프한 데모의 질감이라면, 2집은 재즈·소울 샘플을 치밀하게 절단, 재배치하고 붐뱁 드럼을 두텁게 적층한 성숙한 프로덕션을 보여준다. Rahsaan Roland Kirk, Stone Alliance, Roy Ayers의 단편들은 하나의 어휘처럼 편입되고, 드럼은 도시적 긴장을 정밀하게 조율한다. 1994년, Wu-Tang의 거친 스파르탄 사운드와 Nas의 서사적 데뷔, Biggie의 메인스트림 돌파가 동시에 펼쳐지던 시점에, Ski는 다른 길—재즈와 멜로우의 음영을 품은 붐뱁—을 모색하고 있었다.
"Blowin’ Up Da Spot"은 재즈 펑크 리프를 예각으로 압축해 긴장을 끌어올리고, "Keep On (Searching)"은 Roy Ayers의 멜로우한 선율을 견고한 브레이크와 포개어 시간의 감각을 뒤틀어 놓는다. DJ Chubby Chub의 스크래치는 퍼포먼스의 입자를 키우며, 랩과 비트의 결을 살아 있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Beyond Flavor>는 멋의 표면을 훑지 않는다. 샘플의 기억과 드럼의 현재가 포개지며, 귀에 닿는 질감이 과거와 지금을 동시에 통과한다.
팀 다이내믹은 힘과 한계를 함께 드러낸다. T-Strong의 플로우는 매끈하지만 얼굴이 오래 남진 않고, Ski는 벌스와 비트를 가로지르며 중심을 붙든다. 크레딧 곳곳에 Damon Dash, Sauce Money, DJ Clark Kent의 이름이 찍히는 순간마다 경로가 이어지고, 그 선분들은 훗날 Roc-A-Fella의 노선도로 수렴한다. 이 음반은 팀의 간판으로 발매되었지만, 이미 바깥을 향해 뻗는 선들이 지도 위에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의 기록이다.
정점은 "Can I Get Open"이다. Ski의 스텝-컷 운율이 도어를 열고, T-Strong이 공간을 정리한 뒤, 마지막에 낯선 속사 플로우가 돌진한다. 짧은 음절의 연쇄, 내적 라임의 사슬, 트리플렛의 압박이 한 호흡으로 몰아치며 곡의 무게중심을 뒤집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곧 씬의 궤도를 바꿀 Jay-Z. 여기서는 기술을 과시하는 쇼케이스에 가깝지만, 바로 그 한 번의 폭발이 앨범 제목의 방향을 실감나게 한다—"Flavor"의 즉각성을 통과해, 그 너머로 미끄러지는 순간.
차트는 조용했고 팀은 더 멀리 가지 못했다. 하지만 <Beyond Flavor>는 언더독의 열망과 프로듀서의 야심이 맞물린 현장의 소리다. 멈춘 열차 옆에서 다른 레일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고, 플랫폼 바닥에는 새 궤도로 이어질 발자국이 찍힌다. 이 음반이 남긴 것은 바로 그 신호의 발자국이다.
몰랐던 앨범이에요 감사합니다
함 들어보세요. 디제이가 랩 참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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