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Westside Gunn - Heels Have Eyes 2

분명 Westside Gunn (웨스트사이드 건)은 힙합 씬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다. 극명한 호오가 갈리는 "뿌뿌뿌뿌!" 애드립과 높은 톤의 톤, 조금 비판적으로 설명하자면 앵앵거리는 특유의 목소리를 가지고 날 것 그대로의 래핑을 선사하는 퍼포먼스로 '그리젤다'로 통하는 언더그라운드 붐뱁 씬의 주도자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40이 훌쩍 넘은 이 꾸러기 아저씨에게서 예술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는 신고전주의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네오 붐뱁과 그리젤다식 붐뱁을 퍼뜨렸고, 당연히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예술가이며, 극소량씩 릴리즈하여 판매하는 바이닐은 그 퀄리티 하나만큼은 출중하여 많은 바이닐, 음반 수집가들의 열렬한 비호를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이 그의 은퇴 선언과 번복마저도 일종의 프로레슬링, WWE 같은 일종의 스포츠의 일환으로 목도하게 시켰으니 말은 다 한 것이겠다.

웨스트사이드 건은 디스코그래피에 있어서 쭉 프로레슬링과 관련된 가사를 많이 써왔고, 더해서 앨범의 제목이나 곡명, 아트위크에도 이를 많이 활용한다. 상술한 은퇴 선언과 번복이 그의 두터운 팬층에게 피로감보다는 예술을 위한 행동이라고 간주되는 것은 웨스트사이드 건의 '프로레슬링 사랑'에서 불현듯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And Then You Pray for Me>의 씁쓸한 패배 이후, 그는 몇 차례의 은퇴 선언을 고하는가 하면, 심지어 차후 앨범 발매에 대해서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만전지책을 통해 칼을 갈고 닦은 탓인지, 그는 2024년 들어 발매한 <Still Praying>과 <11>로 다시 한번 프로레슬링 씬을 엮어 자신의 포부를 드러내었고, 올해 공개한 <12>와 <Heels Have Eyes>로 다시 링 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그렇게 해서 <Heels Have Eyes>의 후속작으로 발매한 <Heels Have Eyes 2>로 결국엔 챔피언 벨트를 거며 쥐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전작 <Heels Have Eyes>가 다섯 곡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순간적인 긴장감을 터뜨렸다면, 이번 <Heels Have Eyes 2>는 무려 12트랙, 약 40분에 달하는 볼륨으로 웨스트사이드 건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마치 링 위에서 짧은 스쿼시 매치로 상대를 찍어 누르던 악당(heel)이, 이제는 풀타임 경기라는 긴 호흡과 짜임새 좋게 매듭지어진 각본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랄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입놀림이 관통하는 것은 늘 그렇듯 자신감과 쇼맨십이다. "HEEL CENA", "POWER HOUSE HOBBS", "GLOWREALAH" 같은 트랙에서 특유의 높은 톤과 "뿌뿌뿌뿌!" 애드립을 무기로 삼고서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미사여구들을 늘어놓는 그의 랩은 흥미롭고도 긴장 넘치는 감각을 선물한다.

명성 있는 올드 챔피언의 복귀 무대에 그에 걸맞는 무대와 설비는 당연히 최고급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힙합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그것을 담당하는 것은 역시나 프로듀싱이다. Conductor Williams와 Denny Laflare 등 익숙한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의 붐뱁 사운드가 무대에 끊임없는 박진감을 깔아놓는다. 전작들에 비해 더 고급 지면서도 남정네들의 땀 냄새가 절로 나는 듯 생동감 넘치는 비트들은 본작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이에 상반되는 잔잔하고 감성적인 트랙들은 레슬링 무대의 하프타임처럼 잠시 쉬어가는 구간을 마련하며, 앨범적인 구성까지도 허술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챔피언의 상대는? 역시나 이름값하는 프로들의 행렬이 줄을 지어야 할 것이다. Stove God Cooks, Benny the Butcher 등의 피처링은 그리젤다의 연대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웨스트사이드 건과 랩을 차례로 주고받으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연이어 선사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순간들이 오히려 웨스트사이드 건 혼자 서 있는 트랙이라는 사실이다. 

피처링 아티스트들 중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준 것은 MIKE다. 그리젤다의 프로듀싱에 딱 맞는 신발을 신은 듯이 트랙 위를 활보하는 그의 래핑은 마이크와 그리젤다는 그다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필자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마이크의 흐느적거리는 래핑이 단조로운 고급짐을 내세우는 그리젤다 프로듀싱과는 서로 상극이라고 생각했건만, 마이크는 비트 위에서 매료되는 벌스를 통해 필자의 걱정을 완전히 축출시켜버렸다.

주제적 측면에서 <Heels Have Eyes 2>는 웨스트사이드 건이 쭉 쥐고 달려왔던 프로레슬링에 대한 헌사의 성화를 이어받고 있다. 프로레슬링과 악역 페르소나를 서로 연관 지어 내보이는 그의 가사는 은퇴 선언과 번복, 화려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서사를 쌓아온 그의 연대기를 다시 상기시키는 듯하다. 

만약 웨스트사이드 건이 다작하는 아티스트가 아니었다면, 본작은 더 많은 하입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소소한 아쉬움도 남는다. 사실 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것일 테다. 물론 <Heels Have Eyes 2>는 그의 팬들과 일부 힙합 팬들에게는 웨스트사이드 건 커리어의 뛰어난 앨범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다. 전작보다 확장된 볼륨, 더 비약적으로 성장한 프로덕션, 그리고 무대 위 빌런으로서의 자신감이 이 꾸러기 아저씨가 다시 한번 링 위에서 당당히 챔피언 벨트를 들어 올렸음을 선포한 매개로 작용했다. 뿌뿌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