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커플렛에서 속아 넘어갔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¹. <Supreme Clientele 2>의 오프닝 트랙 "Iron Man"—두 걸작의 제목을 빌려온 채, 희석되고, 검색 최적화(SEO)의 불길² 속에 던져진—에서 Ghostface Killah는 마치 뭔가를 품고 있는 듯한 페인트 무브를 던진다. '도프 위에 찍힌 스탬프는 금니 낀 로널드 레이건이었지'라는 라인은, 그의 경력 전반부를 빛내던 범죄 비네트의 부조리하면서도 초세밀한 디테일³을 되살린다. 이어지는 '내 친구가 그의 다리를 밟고 지나갔고, 우리가 들은 건 으스러지는 소리뿐'이라는 구절은 1950년대 라디오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폴리 사운드와 함께 터진다. 잠시나마, 지프 엔진음과 흩어진 타르타르 소스, 유리관 속 관이 뒤섞인 그 기묘한 세계가 열리듯 한다.
문제는 "Iron Man"의 나머지, 그리고 <Supreme Clientele 2> 전체가 그 높이에 닿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애초에 저런 이미지는 특별한 순간이기에 놀랍지 않다. 최근 몇 년간 피로와 고갈이 드러났던 후기 Ghost의 작업들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오히려 견고하고, 순간적으로는 꽤 즐겁다. 그러나 이 작품은—상업적 기획이라는 냉소적 독해를 잠시 내려놓는다 해도—결국 과거를 응시하는 태도 자체에 갇혀 있다.
레이건 금니 라인이 원작 <Supreme Clientele>의 일부처럼 완전히 착시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내뱉는 목소리 때문이다. 나이트클럽 투어의 흔적, 낯선 녹음 환경, 혹은 단순한 세월 탓일 수도 있다. 한때 'PCP 구할 데 아는 태즈매니아 악마⁴' 같았던 음색은 거칠고 긁히는 질감으로 변해, 떠벌이 삼촌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자주 보컬을 이중으로 덧씌우는 선택은, 본래 그의 음악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힘겨움.
1995년부터 2006년까지—Raekwon의 <Only Built 4 Cuban Linx…>부터 <Fishscale>, 과소평가된 <More Fish>까지—Ghost는 힙합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였다. 미궁 같은 벌스는 충동적인 상상력이 폭발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2010년대와 2020년대 초반,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음반들을 연달아 내놓았다. Adrian Younge와의 협업 두 장, 허술한 콘셉트 앨범, 단일 프로듀서와의 무난한 협업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문법은 얇아졌고, 내러티브는 기행을 잃고 예측 가능한 캐릭터 드라마로 고정되었다.
이 경직은 동시대 또 다른 거장인 Nas와 닮아 있다. <King’s Disease> 시리즈는 안락함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지만 동시에 과거의 안전지대였다. <Supreme Clientele 2>는 Nas의 레이블 Mass Appeal에서 발매된 두 번째 음반으로, ’90년대 뉴욕 힙합 향수를 정면으로 겨냥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Mass Appeal의 “Legend Has It” 시리즈에는 올해 Slick Rick, Raekwon의 앨범이 포함되었고, 앞으로 De La Soul, Big L, Mobb Deep, Nas까지 예고되어 있다. 2009년 Rae가 <OB4CL>의 속편을 통해 원작을 확장하며 시간을 전진시킨 것과 달리, Ghost의 자기 고전 호출은 절박함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다.
그 무게감은 오히려 앨범의 좋은 순간들까지 끌어내린다. 선공개 싱글 "Rap Kingpin"에는 분명 <SC1>의 추상성에 닿는 구간이 있다. 그러나 "Mighty Healthy" 샘플이 삽입되는 순간, 모든 몰입은 깨진다. 두 작품 간의 대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왜 스스로의 걸작을 다시 소환해야 했을까? 여기서 그는 단지 익숙함의 쾌감에만 기대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전작들이 즐거웠던 이유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Ironman>에서 그는 RZA가 발굴한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사운드트랙의 영혼을 불러왔고, 이후에는 라운지 싱어를 흉내 내는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소울과 펑크의 원류에 몸을 실었다. 단순한 차용을 넘어, 원곡의 정신을 공유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Supreme Clientele 2>는 처음으로 그 재현의 시선을 힙합 자체로 돌린다. 중반부에 나란히 놓인 "Break Beats"와 "Beat Box"는 1986년의 순박한 공기를 그리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한다. 다만 제목 그대로, 의도만큼은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듯하다.
¹ 첫 커플렛에서 속아 넘어갔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 오프닝 라인의 힘이 워낙 강렬해서, 앨범이 전성기 시절의 상상력을 되찾은 듯 착각할 만하다는 의미. 첫 인상이 기대치를 과도하게 끌어올린다.
² 검색 최적화의 불길 : 과거 걸작의 타이틀을 재활용해 <Supreme Clientele 2>라 붙인 행위를 비꼰 표현. 작품성을 살린 게 아니라, SEO 효과를 노리다 명작의 이름을 소모해버렸다는 뉘앙스.
³ 범죄 비네트의 부조리하면서도 초세밀한 디테일 : Ghostface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 현실적이면서도 기묘한 이미지—현실과 초현실을 뒤섞은 작은 장면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
⁴ PCP 구할 데 아는 태즈매니아 악마 : 젊은 시절 Ghostface 보컬 톤의 비유. 만화 속 태즈매니아 악마처럼 광적이고 폭발적이며, 강렬한 환각제 PCP의 위험성과 결합된 이미지. 그의 목소리의 기괴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매력을 압축한다.
나쁘진 않은데 sc2라고 한 건 너무 아쉽긴 함 ㅠ
이 형님도 이제 폼이 떨어지는 게 보여서 슬프기도 하고요
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굳이 그 이름을 이어가야 했나 싶더라구용. 근데 자기 맘이지 뭐~
fishscale의 비사이드격인 more fish 간만에 들었는데 요즘 고페킬 앨범들보다 활화산같은 랩과 높은 퀄에 새삼 놀랐습니다. 원문처럼 저평가된 작품
상대적 팔팔 시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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