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평론가들은 “Espresso”가 모든 걸 갈라놓았다고 뻔하게 떠들겠지만, 사실 Sabrina Carpenter가 팝의 상석에 앉은 건 "Nonsense"였다. 2022년작 <Emails I Can’t Send> 투어에서 Carpenter는 매 공연마다 이 곡에 맞춤형 보너스 벌스를 덧붙였다. 도시 이름 하나, 야릇한 농담 하나—시카고에선 ‘Water ain’t the only thing I swallow’라며 눈을 굴렸다¹. 그렇게 장난삼아 던진 가사가 바이럴을 타고, "Nonsense"는 앨범 유일의 히트 싱글로 떠올랐다. 그리고 탄생했다. 재치 있고, 작고, 조금 음탕하며, 파우더 블루 드레스를 입은 Peggy Lee 인형 같은 Sabrina Carpenter가. 이제 그녀는 팝의 전통적 지지층—10대 소녀와 게이 남성들—을 거느리고, 클래식 록 원로들조차 Olivia Rodrigo 다음으로 존중하는 희한한 위치에 올라섰다. 디즈니 출신 공장에서 10년을 버텼으니, 이 기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².
2024년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른 건 <BRAT>이었지만, 진짜 지겹도록 재생된 건 <Short n’ Sweet>이었다. "Taste", "Please Please Please", "Espresso"가 차트 2·3·4위를 싹 쓸던 순간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1년 뒤, 유난 떨 필요도 없이 <Man’s Best Friend>가 도착한다. 선공개 싱글 "Manchild"는 음란한 자수 장식 같다—수십 번 지나치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 서서 읽게 되는. Carpenter는 'Fuck my life, won’t you let an innocent woman be?'라며 천연덕스럽게 속삭인다. 전작에서 그녀는 리비에라 디바의 선글라스, Y2K 시스루 미니드레스, 미심쩍은 펜실베이니아 억양을 번갈아 꺼내 입었다. <Man’s Best Friend>는 그 옷장을 통째로 쓸어 담는다. Rihanna 전성기 이후 보기 힘든 속도로, 전통적이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팝송을 쏟아내며. 말하자면, 사브리나 캐릭터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아마 더는 갈 데도 없을 만큼.
남자를 노래할 때 Carpenter는 늘 같은 루프를 돈다. 미소지니 → 욕망 → 다시 미소지니³. "Stranger danger"는 그가 시들해졌다는 뜻이고, 임신은 철저히 농담일 뿐이다. ‘Assemble a chair from IKEA, I’m like, ‘Uhhh’라며 기본기만 해도 넋을 놓는 순간, "Tears"는 Diana Ross와 Evelyn “Champagne” King 사이 어딘가에서 주워온 누디스코 리듬 위로 흘러간다. 후반부 "House Tour"에선 Chips Ahoy를 불쑥 집어넣으며⁴, 'Yeah, I spent a little fortune on the waxed floors/We can be a little reckless ’cause it’s insured.' 같은 길고 노골적인 은유를 질질 끌어댄다. 참조의 참조, 키치의 키치. Madonna를 흉내 내는 흉내를 흉내 내는 셈이다.
이번 앨범은 주로 Jack Antonoff와 함께 만들었다. 그는 Bleachers 멤버들을 끌고 들어왔다. (팀 이름이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Sabrina Carpenter & Her Boyfriends”가 딱인데 말이다.) "Don’t Worry I’ll Make You Worry"만이 Taylor Swift식 미드템포의 진흙탕에 발을 담그지만, 대부분은 Antonoff의 성실함이 Carpenter의 빈정거림과 기막힌 대비를 이룬다. "Sugar Talking"은 삼화음 컨트리와 Babyface 풍의 슬로우 잼을 꿰매 붙였는데,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My Man on Willpower"는 반짝이는 ABBA 오마주로, 이번엔 Carpenter가 스스로를 패러디한다. 'He used to be literally obsessed with me/I’m suddenly the least sought-after girl in the land.'—비평가의 이성을 잠재우는 코드 진행 위에서. "Goodbye"가 색소폰과 홍키 통크 피아노, 종소리와 휘슬까지 다 꺼내드는 순간, 이건 그냥 ‘우리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요’라는 과시다.
<Man’s Best Friend>는 자기 역할에 너무 충실해서 자기 패러디로 기울 때도 있다. 'I bet your light rod’s, like, bigger than Zeus'—솔직히 최악의 라인이다⁵. 하지만 대부분은 황홀하다. "Go Go Juice"에서 둘이 펼치는 곡예를 보라. '10 a.m. o’clock on a Tuesday', 술 취한 떼창, 전남친을 향한 옆구리 찌르기. 그리고 'abstinence is just a state of mind'를 착한 마녀 글린다가 분홍 거품 속에서 둥실 떠오르듯 부른다. 이런 가짜스러움이야말로 진짜다.
앨범 커버가 퍼피 플레이 콘셉트라 논란이 뭐가 되든, Carpenter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팝 스타—쇼걸이다. ‘공주처럼 입고, 뱃사람처럼 욕하기’ 전략은 곧 수명을 다하겠지만, 지금처럼 외설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시대에 이보다 짜릿한 반전이 또 있을까. 레이블 임원들은 서로 등을 두드리며 박수친다. 그 사이 Carpenter는 카메라를 향해 윙크한다. 그녀가 ‘fuck’을 열 번이나 불러도, 아무도 막지 않았으니까.
¹ Carpenter가 <Nonsense> 무대에서 도시마다 다른 농담 벌스를 즉석으로 붙이며 바이럴을 일으킨 대표적인 장면.
² Carpenter가 데뷔 전부터 10년 이상 디즈니 채널 아역 활동을 통해 쌓은 이력에 대한 비평적 은유.
³ 미소지니(misogyny)는 원래 여성 혐오를 뜻한다. Carpenter 본인이 여성 혐오를 드러낸다는 뜻이 아니라, 그녀의 노래 속 서사가 전형적인 팝 가사 클리셰—남녀 관계 속 여성 혐오적 상황과 구조—를 차용해 반복한다는 비평적 해석이다. 즉, '남자가 날 깎아내리거나 지루해한다(미소지니) → 그래도 끌린다(욕망) → 다시 실망한다(미소지니)'라는 루프를 돌며 젠더 드라마의 패턴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⁴ Chips Ahoy!는 나비스코(Nabisco)의 대표적인 초콜릿 칩 쿠키 브랜드 이름이다. 리뷰 문맥에서는 Carpenter가 노래 가사 속에 이 일상적이고 가벼운 과자 브랜드를 갑자기 끼워 넣음으로써, 진지하거나 고급스러운 참조들 사이에 키치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주는 장치로 쓰였다는 의미다.
⁵ 여기서 light rod는 피뢰침을 뜻하지만 동시에 속어로 남성 성기를 가리킨다. 제우스가 번개의 신이라는 점을 빗대어 '네 쥬지가 제우스 것보다 크다'는 노골적 성적 농담으로 연결한 것. 그러나 이 은유는 너무 뻔하고 억지스럽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Carpenter 특유의 재치 있는 장난스러움이 아니라, 단순히 유치하고 촌스러운 중학생식 농담처럼 들리기 때문에 최악의 라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리뷰 안에 재밌는 표현이나 비유들이 많아서 주석 좀 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7.9는 고평가 아닐까 싶네요 . . .
여러분들은 Sabrina Carpenter의 새 앨범 어떻게 들으셨나요?
역시 외힙 원탑 이번 앨범 꽤 괜찮더라구요
저는 커버 때문이라도 한 번 더 들어볼 것 같습니다
예뻐서 9.9
미모는 10점.. 10점이요..
주석까지 달려있으니까 한결 보기 편하네요
다른 평론글 보면 항상 Nonsense 언급이 적어서 의아했는데 피치포크가 아주 잘 짚은듯~
오늘도 멋진 해석 감사합니다!
진짜 피치포크가 욕먹을 때도 많지만 그만큼 시원하고 날카롭기도 한 것 같아요 ! ! ! 표현도 너무 재밌었네요.
사브리나 같은 가수들 더ㅠ나와라
음악성 준수하고 상업성이랑 대중성도 출중하고 무엇보다 이쁨
은근히 그 포지션 적지는 않지 않나요? 본문에 있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그렇구용!
올리비아로드리고랑 사브리나 말고는 크게 외모나 음악 두개 다 90%이상 만족되는 아티스트를 아직 못 찾았어요
7.9는 진짜 아닌데...ㅋㅋㅋㅋㅜ 숏앤스윗도 그렇고 점수 너무 잘 받아서 의외예요
전작보다 사운드도 더 다양해지고 앨범 유기성도 더 신경쓰고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를 더 신경 쓴 느낌은 들지만
전작보다 뱅어는 없어보이고 꽂히는 트랙도 딱히 없어보이던데... 좀 급하게 나온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저는..
7.9는 확실히 고평가 느낌이 없진 않네여
해석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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