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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리뷰

title: Mach-Hommy온암3시간 전조회 수 147추천수 5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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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https://youtu.be/jgh10of6DKA

*풀버전은 w/HOM Vol. 25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25

 

갱스터들은 마피아가 되었고, 마피아들은 다시 갱스터들을 낳았다. 그 게토 우로보로스의 중심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인들은 크랙 코카인을 흑인 빈민가로 유입시키며 이윤을 보고 사업을 확장시켰다. Nixon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흑인들은 생존 전쟁을 선포했다. 잔존한 인종차별은 강압적인 정책과 손을 잡으며 수많은 흑인들을 전과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삶의 길을 상실한 그들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민 것은 마약 사업가들이었다. 한 손으로는 백악관을 조롱하고, 한 손으로는 백색의 가루 봉지를 흔들어대며. 슬럼가에 중독자들이 넘쳐나고 젊은이들이 마약상이 되어 일확천금의 기회를 엿보던 야만의 시대, 훗날 래퍼가 될 소년들은 그 시대의 현장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마피아들이 빈민가에 심은 환상은 마약뿐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였다. 마피아라는 권위에서 유래하는 폭력성과 남성적 품위의 공존, 그 이율배반과 배덕적인 쾌감은 무릇 남성들의 정신을 지배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현실과도 맞닿아있었다. 개중 몇은 실제 거리에 존재했고, 몇은 브라운관과 필름 영사기에 존재했다. 시카고의 저명한 마피아 보스는 영화화되었고, 또 80년대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었다. Michael Corleone은 이제 스페인 억양을 구사했다. 섬세하면서도 스산할 정도로 냉철한 마피아를 연기하던 Al Pacino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며 업화처럼 타오르는 쿠바 출신의 갱스터가 되었다. 남성성을 극단적으로 과잉하며 폭발하는 Al Pacino의 연기는 그 냉정하리만치 현실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갱스터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현실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불법적으로 사는 모든 이들은 필히 Tony Montana가 된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래, 마피아들은 다시 갱스터들을 낳았다. 그리고 무당파의 셰프 또한 화려한 Scarface 신화에 몸을 던지고 화려하게 과잉된 남성성의 실체를 포착했다.

 

https://youtu.be/1ZYau0hJHFk?si=KKRn4RNzXRSvBxe_

 

1990년대, 작금에 와서야 힙합의 황금기로 명칭되는 그때 — 장르라는 명목이 오히려 사지를 옥죄이는 지금과 달리, 래퍼들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었다. 아니, 반드시 도전해야만 했다. 순백의 캔버스처럼 공허하기만 했던 랩의 노트를 최선의 라임으로 채우는 것이 그들의 권리라면 권리였고, 의무라면 의무였다. 이 자기과시적이고 경쟁적인 스포츠는 뉴스쿨의 걸출한 MC들을 시작으로 보다 고도화된 운율과 자유분방한 시적 표현을 지향점으로 진화해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존재했다. ‘거리의 삶을 포착한 후 각자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서사화시켜 전달하는 것.’ 그러한 면에서, 일종의 궁극체라 할 만한 두 걸작이 1994년에 나오고 말았다. Nas의 라임은 90년대의 퀸즈 브릿지를 영고불멸히 보존한 중대 사료였고, B.I.G.는 실화에 기반해 위대한 힙합 피카레스크를 연출했다. <Illmatic>과 <Ready to Die>는 리얼리티 랩의 청사진과 같았다. 이제 동시대 경쟁자들의 목표는 저 수준에 준하면서도 이들의 스토리텔링과는 차별화된 음반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Mobb Deep이 그러했고, Jay-Z가 그러했으며,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래퀀(Raekwon) 또한 그러했다.

 

물론 우탱의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래퀀을 고작 그룹의 일원 정도로만 치부하기엔 그는 너무나 탁월한 래퍼였다. “Can It Be All So Simple”의 인터미션에 언급된 것처럼 — 그의 랩은 매니아들의 입에 침을 고이게 할 정도로, 야성으로 충만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된 형태였다. “C.R.E.A.M.”의 역사적인 첫 벌스라는 영광을 쟁취할 정도로 말이다. 쟁쟁한 동맹들에 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마냥, 매사 신경질적이고 허스키한 톤에서 유래되는 래퀀의 플로우는 가히 Nas 레벨 — Mobb Deep의 “Eye for a Eye (Your Beef Is Mines)”에서 증명된 바 있음. — 의 무결함을 자랑했다.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에서도 그의 철저히 통제되는 호전성은 단연 돋보였으나, 래퀀은 단순히 스태튼 아일랜드와 소림사를 병치시키는 수준의 컨셉 플레이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는 분명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스토리텔러였다. 요컨데 Brian De Palma에 준하는 현실 차원의 진중한 범죄 일대기 부류를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실존하게 된다면, 그것이 결코 <Tical>이나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되었다.

 

래퀀이 자신을 갱스터 영화의 주인공으로 꾸미고 있는 동안, 감독으로 발탁된 르자(RZA)는 — 실제로 앨범의 크레딧은 참여진들을 주조연과 감독으로 표기하고 있다. — 당대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홍콩 영화에 여전히 심취해있었다. 그 중 <Only Built 4 Cuban Linx…>의 직접적인 영향이 된 작품은 오우삼의 <첩혈쌍웅(喋血雙雄, 1989)>이었다. 수많은 영화의 대사와 OST가 삽입된 본작에서도 이 홍콩 느와르 걸작의 영향은 유독 짙다. 인트로 “Striving for Perfection”에서 흐르는 음악이 바로 <첩혈쌍웅>의 테마곡이며, “Incarcerated Scarfaces”는 작중에서 ‘인식의 전환’에 해당하는 중요한 대사의 영번본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첩혈쌍웅>이 본작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이라면 바로 <Ironman>까지 지속될 래퀀과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투탑 체제일 것이다. 영화 내 주윤발과 이수현이 분한 인물들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은 르자는 그들에게서 래퀀과 고스트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르자의 삶에서 각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서로는 별 다른 교류가 없었던, 오히려 정적에 가까웠던 존재들. 클랜이 조직되기 전까지 라이벌 갱으로서의 관계만 유지했던 둘에게서 르자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위격에 응당한 최고의 비트들을 주조했다.

 

https://youtu.be/l9oS0BFhA30?si=nbTcNgjuVIsHiN3D

 

50년의 힙합 역사 동안 위대한 프로듀서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1990년대 중반의 르자에 비견될 수는 없었다. 우탱의 1집을 컬트 클래식으로 출시하고 곧바로 멤버들의 솔로 음반 작업에 착수하며 힙합 전체를 손에 넣을 웅대한 계획을 세우던 르자, 폭우가 그의 야망을 저지하기 전까지 누구도 그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일단 그가 샘플을 커팅하는 순간 미니멀리즘의 마법이 시작되었고, 개중 대다수가 힙합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로 마감되었다. 그 막대한 역량이 앨범 단위에서까지 충분한 응집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르자는 진정 모든 의미에서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였다. 그런 그가 유이하게 전력을 다 해 작업한 음반이 바로 GZA의 <Liquid Swords>와 래퀀의 ‘Purple Tape’ — * <Only Built 4 Cuban Linx…>의 이명. 코카인 마약상들이 자신의 매물에 독특한 표식을 남긴 것에 착안해 래퀀은 앨범의 카세트 초판을 보라색으로 제작할 것을 요구했다. — 이었다. 정반대의 스타일로 천재성을 떨친 두 천재의 앨범은 동시기에 제작되었다. 래퀀이 2시간 만에 3개의 완벽한 벌스를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Incarcerated Scarfaces”의 비트는 <Liquid Swords>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곡의 주인이 래퀀이 아닌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당시의 작업 환경은 그만큼이나 즉흥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침수되기 전까지 르자의 지하실은 오리지널한 비트를 원하는 래퍼들에게 지혜의 집과도 같았고, 래퀀은 그에게 가장 걸맞는 비트들을 선택해 마피아 세계를 건설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고스트페이스 킬라가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Only Built 4 Cuban Linx…>는 어느 시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랩 앨범으로서 완벽했다.

 

무엇보다 본작이 우수한 점은 랩에서 자주 시도되지 않았던 장르를 대중화시킴과 동시에 곧바로 최고 수준의 클래식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Kool G Rap이 <Live and Let Die>에서 혁신적인 라임 패턴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갱 범죄를 마피아적으로 포장한 지 어언 3년, ‘Purple Tape’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피오소 랩의 극적인 성격을 극한까지 추구했다. 르자는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유례 없이 다양한 요소를 단일 비트에 접목시킬 묘안을 꾀했다. 단출하고도 최면적인 루프 제작 방식은 유지한 채, 샘플을 가용하고 영화 음악의 요소를 더해 공감각적 심상을 형성한 것이다. Isaac Hayes와 Curtis Mayfield의 제작 방식에 영향을 받아, 르자는 “Rainy Dayz”로 대표되는 현악과 알앤비 보컬을 통해 영화적인 톤을 조성한 뒤 샘플 커팅이나 쿵푸 영화 다이얼로그 삽입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창의성을 가미해 <Only Built 4 Cuban Linx…>만의 세계를 건설했다. 아직까지도 최고의 힙합 비트 중 하나로 여겨지는 “Ice Cream”의 프로덕션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원곡인 “A Time for Love”에서 짧은 기타 멜로디를 절묘하게 절단한 뒤, 마치 건반음처럼 들리도록 질감과 리듬을 독특하게 가공해 금속질의 드럼에 결속한 비트메이킹. 래퀀 본인의 발언에 따르면 — 어떻게든 랩을 올리고 싶은 근원적 욕구를 자극하는, 그야말로 마이다스 터치이다. “Criminology”는 또 어떤가? 폭발적인 “I Keep Asking You Questions”와 스산한 “Why Marry”를 올드스쿨 브레이크비트 방식으로 교차시키며 <스카페이스(Scarface, 1983)> 샘플까지 금상첨화로 얹은, 그야말로 마피오소 프리미엄이다. 그가 어째서 <킬 빌(Kill Bill, 2003)>의 영화 감독으로 발탁되었겠는가? 르자가 Purple Tape에서 창조해낸 것은 단순히 최고의 힙합 비트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래퀀과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그 누구보다도 이 영화 규모의 장대한 힙합 프로젝트의 주역에 걸맞는 지휘력을 지닌 이들이었다. Rakim이 랩 운율의 개변을 선포한 후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천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부류였던 이 둘은 Kool G Rap의 재능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가 이룩한 업적에서 몇 발자국이나 더 앞서나갈 수 있었다. 가장 재능 있는 래퍼들의 특권인 —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다음절 라임 패턴과 그것을 시기적절하게 플로우로 변형시킬 수 있는 창의성을 모두 가지고 있던 둘은 1시간 13분이라는 재생시간 중 몰입감이 저하되는 순간을 단 한 새도 허하지 않았다. 다만 둘 모두 최고 수준의 MC이긴 하나, 고스트페이스는 종종 래퀀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인 플로우를 구사한다. “Criminology”나 “Ice Cream”에서 래퀀의 벌스가 걸출할지언정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그것보다 확실히 낫다고 확언할 수 있는 힙합 팬은 전무할 것이다. 특히 클래식 우탱 타입의 “Glaciers of Ice”에서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앞선 래퀀과 Masta Killa를 아득히 제치고 1분 간 압도적인 랩 플로우를 과시하며 정상에 우뚝 선다. 하지만 더 화려한 고스트의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Purple Tape의 구심력은 래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않는다. 고스트페이스가 자유분방하게 플로우를 전개하는 만큼이나 정서적 고저차가 상당한 반면, 래퀀의 기조는 확고하다. 갱스터리즘을 엔티크하게 포장해 마피오소로 승화시킴과 동시에, Nation of Islam에서 분기된 5% Nation의 철학을 기반으로 폭력성으로부터 영혼을 보존한다. 요컨데, 보다 완성형에 근접한 자아를 지닌 래퀀이 고스트페이스를 인도하는 서사가 랩의 기술적 조화로 귀결되는 예술적인 경지인 것이다.

 

https://youtu.be/SuZ-pkIwH8s

 

<Only Built 4 Cuban Linx…>는 장르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능력까지 완벽에 가깝게 투영된 작품이다. 래퀀은 실화와 드라마적인 공상을 적절히 혼용하며 마피오소 세계관에 완전히 이입했고, 고스트페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동원해 그들의 성취를 입체적으로 과장하는 한편, 비유 관념에 중첩시켜 소비층으로 하여금 범죄의 심각성에서 눈을 돌리게 한 후 럭셔리하게 포장된 장르적 카타르시스에 더 집중케 하는 전략이다. 우탱의 총아들은 가끔 <스카페이스>의 Al Pacino처럼 무모하기도 하고, 가끔 <칼리토(Carlito’s Way, 1993)>의 Al Pacino처럼 침착하기도 하다. “Knowledge God”과 “Can It Be All So Simple (Remix)”에서는 고도의 몰입감을 동반해 마피아 범죄와 조직 간의 경쟁을 스토리텔링하는 반면, “Criminology”와 “Ice Water”에서는 자신들의 위험성과 부의 축적을 문화 전유적인 방식으로 추상화시켜 표현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그들의 서술은 출처가 과하게 다양할 뿐더러, 그들이 자동기술법 애호가로 변모하는 과도기에 위치하기에 가사의 이미지들이 다소 분산된 경향이 존재한다. 힙합 역사상 가장 정교한 벌스를 써내린 “Verbal Intercourse”의 Nas 같이 강력한 우군과 트랙을 공유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말이다. 물론 래퀀과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듀오가 아무리 굳건하다 한들, 여느 우탱의 솔로처럼 하나된 클랜의 활약이 없었다면 ‘Purple Tape’에조차 다소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샤오린은 그 가능성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Tical”에서 잠시 스포일러된 비트를 클랜 내 최고 실력자들의 파씨 컷으로 확장한 “Guillotine (Swordz)”와 비트 위 최고의 벌스를 남긴 이의 앨범에 수록될 것이라는 전설적인 일화가 함께 한 “Wu-Gambinos”는 장르물에서 잘 만든 클리셰의 존재 의의를 설파한다. 특히 “Wu-Gambinos”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와 마블 코믹스의 설정을 융합하여, 힙합 내에서 이명(異名) — 즉, 페르소나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전파한 곡이다.

 

‘Purple Tape’의 막대한 영향력은 고작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피오소 랩을 사람들에게 알린 작품은 곧 마피오소 랩의 완성과도 같았다. “Shark Niggas (Biters)”에서 래퀀과 고스트는 Biggie가 Nas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 간접적으로 투덜댐과 동시에 독창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설파했지만, 정작 ‘Purple Tape’은 Biggie와 Nas 모두를 모방자로 만들었다. Nas는 <It Was Written>에서 스스로를 마약왕 Escobar로 칭했고, B.I.G.는 <Life After Death>에서 정장과 중절모를 차려입고 Frank White를 자처했다. 그보다 조금 앞서 Jay-Z는 <Reasonable Doubt>에서 <대부(The Godfather, 1972)> 스타일에 유사한 마피오소를 개척했고, AZ와 Big Pun 또한 각각 <Do Or Die>와 <Capital Punishment>에서 자신들만의 상위 범죄 일대기를 집필했다. 공교롭게도 마피아 시네마의 주역들이 현대에 와서 역사상 최고의 배우들로 추대받는 것과 유사하게, 마피오소의 MC들 또한 순수한 랩 실력에 있어 후대들로부터 최고로 평가받는다. 가장 빛나던 시대의 최고들로부터 배운 이들이 어떤 랩을 할 것 같은가? Pusha T는 Clipse 때부터 솔로 활동까지 마피오소 컨셉의 범용성을 몸소 증명했고, Roc Marciano는 <Reloaded>로 본인만의 냉혹한 마피오소 힙합을 개척했다. Rick Ross는 한때 범죄 대부의 품격을 두르고 다녔고, Freddie Gibbs와 Griselda는 누가 뭐라 한들 여전히 언더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이 모든 이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한 지점에서 수렴하게 된다. 즉, 이 마피오소 힙합의 성서는 예술 형식으로서의 힙합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Only Built 4 Cuban Linx…>가 남긴 가장 중대한 교훈은 따로 있다.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호전적인 정서에 비해, “Heaven & Hell”과 “North Star (Jewels)”는 상당히 진중하고 심지어 향수적이기까지 하다. 래퀀과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앞서 수없이 묘사했던 범죄로 점철된 삶을 회고하고서 이내 일상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웃들과 동지들, 그리고 약속되지 않은 미래가 들어온다. 래퀀은 르자가 만든 가장 영화적인 곡 중 하나인 “North Star (Jewels)”를 무조건 앨범의 엔딩으로 내정했다고 한다. 이들의 엔딩은 종교적일지언정 결코 교조적이지 않다. 그저 랩으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다짐하며, 움직일 뿐이다. 이는 곧 아티스트의 현실과도 곧 동일하다. 한때 거리의 정적으로서 서로를 죽이려 했던 둘은 완벽한 브라더후드를 조직하며, 모두가 모방하려 애쓰지만 누구도 재현하지 못한 듀오 랩 앨범의 청사진을 만들었다. 래퀀과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관계를 대표하는 것은 총뿌리가 아닌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이다. 세상은 그들을 갱 일원이 아닌 힙합의 거장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거친 삶 끝에 남긴 것이 <Only Built 4 Cuban Linx…>라는 위대한 듀오 랩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스카페이스>의 Tony Montana가 그러했듯, 한때 온 세상을 손에 넣을 것만 같았던 일장춘몽에서 깨고 나면 모든 갱스터의 지구본은 반드시 몰락한다. 그리고 가장 구시대적인 <첩혈쌍웅>만의 가치만이 잔존한다. 동지애(同志愛)의 낭만.

 

https://youtu.be/fF4frZmtJ1U?si=PExK5KC34Fp14fMO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3967194483

 

정확히 30주년은 아닙니다. 매거진 발간일에 맞추려다보니 좀 늦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인 큐반 링스의 30주년을 맞이해 최대한 많은 걸 담아내려다 노력하다보니 글의 부피가 너무 커진 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리뷰 내에서 언급된 영화들 하나하나 다 봤습니다. 물론 처음 보는 것들도 있었고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오, 맙소사.

그래도 The Infamous 30주년처럼 쓰다가 역량 부족으로 때려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네요 죄송해요 맙딥 팬 여러분 때리지 마세요

예전에는 <Only Built 4 Cuban Linx...>, <Liquid Swords>, 그리고 <Supreme Clientele> 사이에 작은 완성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없는 것 같습니다. 셋 다 부정할 수 없는 힙합 걸작들이고요.

리뷰를 쓰던 중에 갑자기 생각난 건데, 애벌랜치스는 "Avalanche Rock"에서 왜 Glaciers of Ice만 샘플링했을까요?

비기의 "The What"에서도 'Like trees to branches, cliffs to avalanches'라는 구절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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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 3시간 전

    선추후감 잘 읽을게용

  • 2 3시간 전

    미뤄두다가 최근에 처음 들어봤는데, 진짜 미쳤더라고요

    사실 우탱 단체곡에선 고페킬이나 올더리, 메소드맨에 집중하느라 래퀀 벌스는 주의깊게 듣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래퀀도 랩 괴물이라는걸 인지하게 해줬던 앨범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온암님 리뷰 덕에 Only Bulit 4 Cuban Linx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알게 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2시간 전
    @Rainymatic

    우탱에서 랩을 가장 못하는 래퍼조차도 여타 래퍼와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날 만큼 우탱은 전설적인 MC들로만 구성된 그룹이죠. 하물며 그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능히 들 만한 래퀀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래퀀에게서 이 수준의 앨범을 단 하나밖에 찾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OB4CL 2는 용케 전작의 이름을 더렵히지 않는 우수한 시퀄로 완성되었고요.

  • 1 2시간 전

    우탱 앨범 중 제일 좋아하는 앨범

  • 1 2시간 전

    온암님 리뷰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앨범을 맥락적으로 풀어내시는 데 정말 탁월하신것 같습니다. 첩혈쌍웅 언급하신 부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네요. 이번에도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2시간 전
    @FINNIT

    사실 첩혈쌍웅을 조명하는 만큼이나 스카페이스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싶었는데, 퍼플 테입과 스카페이스의 서사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보니...

  • 12분 전

    리뷰 진짜 지립니다 앨범 들으면서 보니까 전율이네요 갠적으로 고페킬은 많이 듣다보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한? 플로우인데 반해 래퀀은 들어도들어도 새롭더라고요. 정말 특이한 래퍼…

    infamous 리뷰는…..언젠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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