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성과에 얽매여 끝까지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다 낡아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변의 기대는 신경 끄고 자기가 가고픈 방향으로 딥하게 파고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고 (칸예 등)
후자는 드레, 피트락, 큐팁 등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퍼렐도 추가돼야 할 듯하다.
음악 감상에 정답은 없지만 몇 가지 오답은 있다.
오답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결과물을 끌어들여 비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클립스와 퍼렐이 19년 전 앨범과 흡사한 사운드로 컴백했다면 난 아마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힙합은 역사가 증명하듯 변화와 혁신의 장르다. 블루스나 컨트리처럼 푹 익어야 제맛이 나는 장르가 아니다.
드럼리스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지지받는 것도 과거의 샘플링 작법에 기반한 붐뱁을 새로운 색깔로 가공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퍼렐은 이랬는데 지금의 퍼렐은 저래서 싫다는 감상평은 그래서 참 짜치게 느껴진다. Hell Hath No Fury는 무려 19년 전 앨범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다.
선공개곡 so be it을 첨 듣고 퍼렐도 이젠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다. 퇴물이 됐다는 게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익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더 묵직해지고 진중해졌다. 퍼렐의 다채로운 드럼 메뉴에 이런 파워풀하고 건조한 드럼은 얼마 없었다.
신작이 나와서 쭉 들어보니 예상은 즐거운 확인으로 바뀌었다. 퍼렐 이 형님 요즘은 지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는 중인 것이다.
상업적인 센스는 거의 없다시피한 이 건조하고 묵직한 앨범은 퍼렐 식의 붐뱁 같기도 하고, 간만에 컴백하는 클립스 형제들을 위한 고민의 결과물인 것 같기도 하다.
랩 도사 둘의 신작인데 남들 다 하는 무난한 트랩 비트나 19년 전 앨범깔의 드럼을 깔아줄 수는 없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이 앨범은 퍼렐의 뚝심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물이고
요 몇년 사이에 나온 그 어떤 힙합 앨범과도 다르며
과거의 충격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듣는 재미가 쏠쏠한 비트를 뽑으려 하는 노력이 참으로 가상한 앨범이다.
평론가고 뭐고 다 조까라는 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랩은 뭐...
솔직히 걍 안 어울리는게 큰듯
스타일 비슷한 It's Almost Dry의 비트들처럼 퀄이 좋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일단 적어도 저한테는 AOTY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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