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Kevin Abstract가 새로운 앨범 <Blush>로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참여 아티스트들과 함께요. 사실상 BROCKHAMPTON의 재림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인 듯하죠? 2022년에 BROCKHAMPTON이 해체되고 1년 후에 솔로로 발매한 <Blanket>의 실패 후에 많은 준비를 하고 찾아온 모양입니다.
일단 본작은 그의 앨범임과 동시에 Blush Boys라는 새로운 팀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상기 언급했듯이 그에 걸맞게 매우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으니까요. 인터루드를 제외한 모든 트랙에 타 아티스트가 적어도 한 명씩은 참여했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아티스트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이끌고 있는 Danny Brown, JPEGMAFIA, 앨범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Quadeca, 많은 트랙에서 얼굴을 비춘 Love Spells, Dominic Fike, 그리고 BROCKHAMPTON을 함께하다가 성추행 파문으로 퇴출된 Ameer Vann이 다른 누구보다도 눈에 띕니다. BROCKHAMPTON의 대표작인 <SATURATION> 시리즈의 앨범 커버의 인물이자, 중후한 톤과 수준 급의 래핑으로 적잖은 영향력을 그룹에 행사하던 인물이지요. 2018년에 성추행 문제로 퇴출되었다가 BROCKHAMPTON 멤버들과는 별 소식이 없었는데, 7년 만에 본작에서 Kevin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게되어 놀랍습니다.
https://youtu.be/W61X85IXK6o?si=ILW1-10Xb_zL0MoA
슬슬 음악 이야기로 넘어 가봅시다. 일단 Kevin이 직접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브록햄튼이냐고 묻는 팬의 트윗에 "뭐 그런 거지"라고 대답한 것과 본작의 사운드를 보았을 때, 본작과 Blush Boys 프로젝트가 BROCKHAMPTON를 전신으로 두고 BROCKHAMPTON의 어떤 아이디어나 사운드 등을 계승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의도했든 안 했든 본작에서 BROCKHAMPTON의 향취가 매우 많이 묻어 나온다는 것은 Kevin도 알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사운드나 개성 등등 모든 면에서 BROCKHAMPTON보다는 매우 미약해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에요. 어쩌면 BRKHPTN의 멤버들보다 더 뛰어난 개성과 능력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많은 측면에서 허약해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Kevin이 본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홍보를 진행했다는 것과 많은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예고했던 것에 비해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물이라는 거죠.
앨범의 포문을 여는 "The Introduction"은 BRKHPTN의 사운드가 떠오르는 청량한 무드로 기대감을 품게 해줍니다. 이어지는 "H-Town"도 나름 Ameer Vann도 처음 얼굴을 비춰주고 사운드로는 뭔가 BRKHPTN의 사운드에서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을 주면서 청자의 집중을 이끕니다. 물론 너무 많은 참여 아티스트들로 발생하는 난잡함과 피곤함도 이 트랙부터 시작돼요. 본작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과하게 많은 참여 아티스트들로 인해 떠오르는 난잡함과 피로함입니다. 많은 아티스트들을 참여시키려는 시도 자체는 좋습니다. 근데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겠죠? 사실 참여 아티스트들이 많아도 프로덕션과 사운드에 맞게 잘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도로 굳어질 수 있겠지만, 문제는 본작에서는 그런 프로덕션과 사운드가 부재했다는 점입니다.
초-중반부를 장식하는 "Copy", "Yoko Ono", "Post Break Up Beauty", "97 Jag", "Text Me"가 모두 비슷한 형식의 인디 팝, 전형적인 팝 랩 사운드를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입니다. 전부 비스무리한 사운드에 구조인데 아티스트만 계속 바뀌는 느낌이에요. 각 트랙의 완성도 자체는 상당하지만 앨범 초-중반부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되기만 합니다. 이 초-중반부의 지루한 무드가 가장 큰 문제에요. 후반부는 이렇지 않거든요. 일관된 팝, 팝 랩 사운드가 Tylor Swift나 New Drake의 앨범을 듣는 기분을 들게 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초-중반부에 분위기를 확 바꿔주는 뱅어 트랙이 없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무려 JPEGMAFIA가 참여한 "NOLA"가 있거든요. 물론 퀄리티는 좋지 못합니다. 우선 너무 과도한 아티스트 참여 문제는 이 트랙에서도 불거지고, 그 많은 아티스트들이 게다가 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거든요. 일단 훅부터 어딘가 어정쩡합니다. 그나마 JPEGMAFIA가 기억에 남는 벌스를 뱉어주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를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https://youtu.be/b5evKLP9nx0?si=PtL8C6ecxkB1McVU
너무 악평만 한 것 같네요. 사실 본작의 진가는 후반부에서 발휘됩니다. "Text Me"를 전후로 앨범의 전체적인 질감이 많이 바뀌거든요. 우선 Dominic Fike가 참여한 트랙이자 선공개 되었었던 "Geezer"는 본작의 후반부를 정의할 목가적인 분위기를 처음 풀어냅니다. 더해서 BRKHPTN의 소년스러운 멋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트랙이구요. 이 트랙부터 "I Wasn't There", "Maroon", 마지막으로 "Bloom"까지 BRKHPTN이 진정으로 떠오르는 소년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겨오거든요. 물론 이 부분도 너무 일관된 느낌이 있어서 조금 피로감이 들기는 하나, 초-중반에 비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어쩌면 후반부와 초-중반부의 트랙을 적절히 섞어서 배치해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본작을 40분 동안 들어온 것은 마지막의 두 트랙을 위함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망의 Quadeca가 참여한 "Abandon Me"와 "Red Lights"입니다. 이 두 곡은 음악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미쳤습니다. 두 곡을 처음 들으면서 느낀 것은 Blush Boys 프로젝트에서 Quadeca가 맡은 역할이 아무래도 BRKHPTN의 Bearface이지 않나 싶어요. 어쩌면 BRKHPTN에 비해 모든 부분이 미약한 본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Quadeca가 Bearface의 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능가한 것 같기도요. "Abandon Me", "Red Lights" 모두 그의 프로듀싱이 빛날 뿐더러, 그의 감정적이고 가녀린 목소리가 앨범의 피날레를 완벽하게 매듭짓는 느낌이거든요. Quadeca가 Kevin의 존재감을 아예 지운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퍼포먼스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https://youtu.be/79xuEMlzwuI?si=BzXecgIWkGJQE9iB
최종적으로 본작은 씬의 기대를 쓸어담고 있었던 Kevin의 Blush Boys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출발함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일부 아티스트들과 일부 트랙의 번쩍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과연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2.5점입니다.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추천과댓글은잠자던나를춤추게한다
깨어나춤을추거라
본문의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
기존의 브록햄튼이 지니고 있던 정서를 계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퇴출된 멤버였던 아미르의 모습을 다시 비추었던 것에서 활동을 멈춘 그룹의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는 감상을 받은 것 같아요
다만 이러한 정서를 재현해내겠다는 목적성 때문인지 본문 말처럼 꽤 많은 트랙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도 있었고, 애리조나 베이비같은 작품에서 나타난 케빈만의 개성적인 스타일도 많이 희석된 모습을 보인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네요
콰데카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말씀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ㅋㅋ
총괄로 참여한건 알고 있었지만 앨범의 주인공인 케빈만큼의 존재감을 뿜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꼈는데, 오히려 이러한 존재감이 케빈 앱스트랙트의 앨범이라기 보다는 둘의 합작이라는 느낌 또한 준것같아서 또다른 아쉬움 또한 느낀것같아요
아쉬운점도 많긴 했지만 전 꽤 인상깊게 들은것 같아요
특히 Post Break Up Beauty가 너무 좋았던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참여 아티스트가 거의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거기서 기억에 남는 건 콰데카, 러브 스펠, 아미르, 도미닉이 전부인 게 너무 아쉽습니다.
아티스트들을 아예 줄이거나 좀 더 아티스트들에게 맞는 비트를 제공했더라면..
저도 그 부분이 참 아쉬웠던 것 같아요
특히 제이펙마피아의 참여가 상당히 의외로 다가왔던 것에비해 작품 내에서 큰 존재감은 보이지 못했던 점이 기억에 남네요
그냥 하던 느낌 그대로 똑같이 뱉은 느낌..
Domadance
뭐 솔직히 전작에 비교해서 좋은 거지 그닥이었음 ㅎ
이거 아직 안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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