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토론토 출신의 래퍼 드레이크는 Take Care라는 이름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앨범은 발매 직후 북미 전역의 차트를 석권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명확해졌다. Take Care는 단지 상업적 히트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힙합이라는 장르가 감정의 결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새롭게 정의한 전환점이자, 2010년대 음악 산업 전반의 미학을 바꾼 한 시대의 기념비였다.
앨범이 가진 가장 큰 혁신은 연약한 내면을 중심 서사로 사용했단 것이다. 힙합이라는 장르는 오랫동안 거리의 서사와 남성성, 자기 과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Take Care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I’m just saying you could do better”로 시작되는 “Marvin’s Room”은 상대를 향한 애틋함과 자기연민이 뒤섞인 내면의 독백이며, “Doing It Wrong”에서는 이별의 무게를 감상적인 하프와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연주 위에 실어낸다. 그는 이 앨범 전반을 통해 말한다. 자신의 취약함을 노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자기 선언이 될 수 있다고.
이는 단지 가사의 내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Take Care는 ‘소리’ 자체로도 혁명적이었다. 프로듀서 40이 주도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공간감 있는 리버브, 미니멀한 드럼, 앰비언트한 텍스처 위에 얹힌 나른한 랩/싱잉 스타일로 대표된다. 기존 힙합의 거칠고 직선적인 비트 대신, Take Care는 서늘한 밤공기 같은 사운드를 채택하며 리스너의 감정선을 은근히 조율한다. 이는 단순한 감성적 연출이 아니라, 힙합의 청각적 질감 자체를 뒤바꾼 미학적 전환이었다.
드레이크의 목소리는 여기서 일종의 내레이션이다. 랩과 보컬의 경계를 흐리며, 그는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읊조린다. "Take Care"에서 리한나와의 이중 주인공 구조는 피처링의 형식을 넘어 하나의 관계 서사로 확장되며, “Look What You’ve Done”은 가족사를 풀어내는 드레이크식 오토픽션의 절정으로 기록된다. 그는 개인의 서사를 거리의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고, 내부의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그 안에 보편성을 획득한다.
이 앨범은 음악 산업 내부의 공식도 뒤흔들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남성 아티스트가 메인스트림에서 감정적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Take Care 이후, 더 위켄드, 프랭크 오션 등 수많은 후속 세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에 감정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해갔다. 드레이크는 ‘쿨함’의 정의를 바꿔놓은 인물이었다. 더 이상 쿨함은 무심함이나 거리감이 아니라, 내면을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용기 그 자체가 되었다.
물론, 이 앨범이 감정적인 고백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Headlines”, “Underground Kings”, “We’ll Be Fine” 같은 트랙에서는 드레이크 특유의 자신감과 야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이뤄낸 성공이 진짜 나일까? 아니면 타인의 기대에 맞춰 만들어진 허상일까?
이처럼 성공 속에서 피어나는 혼란과 의심은 이후의 앨범들(Nothing Was The Same, Views, Scorpion)에서도 반복된다. 드레이크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외로움과 불안은 그의 서사를 지탱하는 핵심 감정이 되었다.
Take Care는 명확한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앨범은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재배열된 파편화된 자화상에 가깝다. 이 앨범은 명확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다.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보다는, 각 곡마다 하나의 감정 상태에 깊이 잠겨 있는 느낌이다. 트랙들은 사건의 전개보다는 감정의 정지 화면에 가깝고, 어떤 곡도 쉽게 해소되거나 구원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슬픔은 슬픔인 채로, 외로움은 외로움인 채로 끝난다. 이처럼 감정이 머물러 있는 상태,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정서적 공간 속에 리스너를 가둔 채 진행되는 방식이 바로 Take Care만에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구성이다.
그래서 Take Care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감정을 풀어내기보단 붙잡아두고, 그 안에 우리를 가둬둔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앨범의 힘이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 그대로를 남겨둔 덕분에, 우리는 그 속에서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Take Care가 오래 남는 이유는, 그 감정들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Rating: 9.5/10
추추
♡♡♡
다신 두 가지 버전을 쓰지 않겟어
아 왜요ㅜㅜ좋은뎅
두개를 쓰더라도 좀 텀을 두고 쓰려고요 동시에 쓰니까 힘들엉
선추후감
드리지 진심이시군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