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앨범의 분석도, 평가도 아니다.
Take Care의 감정선 위에
나의 경험을 덧입힌, 한 편의 연애 회고록이다
Prologue — Take Care
이 앨범은 마치 한 사람이 밤새 쓴 연애 일기 같다.
미련도, 자존심도, 취기 어린 통화도, 그리고 도무지 닿지 않는 위로까지.
드레이크는 이 앨범에서 자신이 얼마나 찌질한지,
사랑 앞에서 얼마나 무너지는지를, 부끄러움도 없이 다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솔직함은 혐오가 아니라 연민을 부른다.
그의 고백은, 한밤중에 걸려오는 취한 전화처럼, 흐릿하고 비틀려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엔 아직 사랑하고 싶은 마음,
아니, 사랑받고 싶었던 과거의 마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은 감정이 끝난 후의 앨범이 아니라,
감정이 끝나고도 사라지지 않는 잔해에 대한 앨범이다.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나의 첫 연애를 떠올렸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설레었고, 그 설렘이 너무 좋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말보단 넘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머무는 감정이 좋았다.
그 거리에서 마주한 첫사랑은 내 안에 아직도 무언가를 남긴다.
꺼졌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감정을.
1. Over My Dead Body — “Jealousy is just love and hate at the same time”
질투는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감정이라고, 드레이크는 말한다.
이 말은 참 잔인한 동시에, 참 정직하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래서 자주 불안했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고 느낄 때마다
그 불균형이 두려웠다.
불안은 사랑을 의심으로 바꾸고,
의심은 말투를, 말투는 사이를 망가뜨렸다.
나는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 사랑을 방어하는 방식은 매번 공격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녀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무덤덤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침묵이 내가 싫어서인지,
혹은 원래 그런 것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그 헷갈림이 내 안에 있던 애정과 분노를 동시에 부풀게 했다.
“Jealousy is just love and hate at the same time.”
이 한 문장이 내 연애를 정리해준다.
나는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미워했다.
그리고 그 미움이 결국 모든 걸 망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Only over my dead body.”
그는 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이미 끝난 것을 혼자 곱씹는 사람의 마지막 자존심 같았다.
나도 그랬다.
모든 것이 이미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을 감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너는 떠났고, 나는 여전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라고 말하며 하루를 견뎠다.
2. Shot For Me — “I can see it in your eyes, you’re angry”
연애를 끝내고 나면, 상대의 눈빛을 떠올리는 일이 잦아진다.
그 눈 속에는 화, 미련, 원망,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섞여 있었다.
드레이크는 그녀의 눈에서 분노를 읽는다.
하지만 그 분노의 뿌리가 후회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 곡의 드레이크는 지나치게 자신을 과시한다.
“The way you walk, that’s me. The way you talk, that’s me.”
그는 말한다.
‘너는 아직도 나의 흔적을 안고 있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자조다.
그녀를 비난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지 못해 하는 말이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녀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별 후, 그녀가 나 없이 잘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가장 싫었다.
너가 SNS에서 조금이라도 웃는 얼굴이 보이면,
그건 나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찌질하게 굴었고,
너가 나 없이도 잘 살아간다는 사실에,
나는 분노보다 깊은 상실을 느꼈다.
“You’re wasted with your ladies / Yeah, I’m the reason why you always getting faded”
그의 말은 서툰 위로였고,
나 역시 그런 위로에 기대어
그녀가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이 곡의 마지막,
그는 아주 짧고 조용한 건배사를 남긴다.
“Take a shot for me.”
더 이상 곁에 있지 않아도,
한순간만이라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언젠가 너의 겨울이 다시 올 때,
그때 잠깐이라도 내가 생각난다면,
그 기억이 조금은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3. Headlines — “I might be too strung out on compliments, overdosed on confidence”
자신감에 취한 척을 하지만,
그건 단지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막일 뿐이다.
드레이크는 말한다.
“칭찬에 너무 취했고, 자신감을 과다복용했다.”
마치 스스로를 과장된 주인공으로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가 정말로 원한 건 누군가의 확신, 누군가의 사랑인 것 같았다.
나는 이 노래가 “내가 괜찮다고 믿고 싶은 사람”의 노래라고 느꼈다.
헤어진 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걘 나를 놓친 걸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도 매일 밤,
그녀의 ‘사랑해’라는 말이, 그날따라 허공에 맴도는 것 같았다
“They say they miss the old Drake, girl, don’t tempt me”
드레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예전의 감성적인, 더 여린 드레이크를 그리워하지만
그는 그 모습을 숨기고 강해진 척을 한다.
나도 그랬다.
감정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이상 내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자꾸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지내는 척,
사랑 같은 건 원래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밤이 오면
그 모든 가면이 무너졌다.
그녀의 이름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결국 그 이름을 더 깊이 마음속에서 되뇌게 된다.
“Headlines”는 바로 그런 노래다.
자존심을 앞세우는 순간,
그 속에 숨은 외로움이 더 또렷해지는 노래.
4. Take Care — “If you let me, here’s what I’ll do. I’ll take care of you”
사랑은 약속이 아니다.
그건 다짐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일이다.
이 곡에서 드레이크는 마침내 그것을 이해한 사람처럼 말한다.
“내가 널 지켜줄게.”
단순하고, 조용하고, 너무 늦은 말.
If you let me.
이 세 단어는 나에게 오래 맴돈다.
모든 사랑은 결국 상대의 허락에 달려 있고,
우리는 종종 그 허락을 받기도 전에
서둘러 무너뜨려버린다.
나는 그녀에게 무뚝뚝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확인받지 못하면
의심했고, 불안했고, 더 따졌고,
결국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라
검문하는 방식으로 다가갔다.
“Pushing me away so I give her space / Dealing with a heart that I didn’t break”
드레이크는 말한다.
그녀의 상처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지만,
그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고.
나 역시 그랬다.
너는 상처로 얼룩진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그걸 치유해야 한다는 책임처럼 느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나 역시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 곡의 리한나.
그녀는 다 안다는 듯이 말한다.
“I know you’ve been hurt by someone else”
그저 알아봐주는 말 한 줄이,
그 어떤 위로보다 크게 와닿는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사랑한다.
그 상처를 상대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는 좌절 속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If you let me.”
이 곡은 연애의 가장 안타까운 지점을 닮아 있다.
지켜주겠다는 말은 늘 너무 늦게 도착한다.
사랑은 그 말을 건네는 타이밍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비로소
“이제는 너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회복의 노래가 아니라,
기회가 지나간 후의 마음속 기도문이다.
5. Marvins Room — “Fuck that nigga that you love so bad”
사랑이 끝난 후에도 감정은 남는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주 서툴고 추한 방식으로 고개를 든다.
취한 목소리, 흐릿한 말투, 다정함과 독설이 뒤섞인 새벽의 전화.
드레이크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Fuck that nigga”라고 말해버린다.
이건 미련의 고백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절규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너와의 마지막 날이 떠오른다.
문자에서 이미 느껴졌던 불길함.
하지만 전화가 걸려왔고,
그 목소리로 모든 게 끝났음을 알게 되었던 순간.
그 순간에도 분명,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I’m just saying, you could do better.”
사실 그 말은 너를 위한 충고가 아니라,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주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더 나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었고,
너는 아직 나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그 믿음 하나로
나는 새벽마다 문자를 보냈고,
그 끝엔 늘 같은 말이 붙었다.
“답장 줘.”
드레이크는 말한다.
“I need someone to put this weight on. Well, I’m sorry.”
그는 혼자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한다.
사랑이 끝났지만,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처럼.
나 역시 그랬다.
이별 이후의 슬픔이 단지 슬픔이 아니었다.
그건 ‘이제 나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다’는 막막함이었다.
이 곡에서 가장 슬픈 건,
그녀가 전화기에 있다는 착각이다.
드레이크는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너는 이미 떠났고,
이 모든 말들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독백일 뿐이었다
6. Under Ground Kings — “I swear it’s been two years since somebody asked me who I was”
두 해가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것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넌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질문은 사라지고,
대신 기대와 환호가 남았다.
드레이크는 이제 더 이상
한 사람의 남자가 아니라,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역할’이다.
“Take my crown to the grave, I’m an underground king.”
왕관을 썼지만, 그는 여전히 지하에 있다.
빛 속에 있지만, 그 빛이 따뜻하지는 않다.
이 곡은 성공을 이룬 후에도 비어 있는 마음에 대한 고백이다.
나는 늘 사랑을 의심했고,
그 불안은 애정을 비틀었다.
결국 애정은 집착이 되었고,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드레이크는 말한다.
“That was back in the days, Acura days / I was a cold dude, I’m getting back to my ways.”
사랑에 빠지기 전의 자신,
사랑을 몰랐기에 덜 흔들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그때는 덜 아팠으니까.
그때는 누구에게 미안하지 않았으니까.
나 역시 이별 이후,
사랑하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던 시절,
감정의 무게로 힘들지 않던 시간.
하지만 돌아간다고 해도,
난 다시 사랑했을 것이다.
7. We’ll Be Fine — “I’m trying to let go of the past”
이별은 조용하게 왔다.
매번 만날 때마다,
어딘가 끝이 보였고
그걸 부정하려는 마음만 커져갔다.
마지막엔
너가 문자를 보냈고,
나는 그걸 느꼈다.
이건 마지막이라는 걸.
결국 우리는 통화를 했고,
예상했던 말들을 주고받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틀어진 건지는 모르지만
서로가 피곤해지고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I’m trying to let go of the past.”
이건 애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지금도 가끔,
가을에 처음 썸을 타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설렘은 아직도 선명하다.
서로 말 한마디에 망설이고,
눈빛 하나에 하루를 그리고.
그 시절의 나는
너가 날 사랑하게 되는 상상을 하며
매일 밤을 지새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연애가 시작되자
우린 사랑이 어려워졌다.
확실한 게 많아지자
오히려 말이 줄었고,
설렘은 서운함이 되었다.
헤어지고 나니,
미치도록 그리웠다.
모든 게 떠올랐다.
보낸 사진들,
주고받은 농담들,
말하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그 모든 것 끝에,
나는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어졌다.
“We’ll be fine.”
그 말은 다 지나간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꺼내는 기도가 아니라,
아직 마음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애써 숨기며 내뱉는 독백이었다.
너도, 나도.
말보다 먼저 진심이 있었고,
진심보다 먼저 서툼이 앞섰다.
그래서 무너졌지만,
그 무너짐마저도 사랑이었음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8. Doing It Wrong — “When a good thing goes bad it's not the end of the world”
그때 우리는
서로를 좋아했지만,
서로에게 점점 무뎌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자주 확인받고 싶어 했고,
너는 자주 말이 없었다.
나는 네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싶었고,
넌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도 너를 미워하지 못했다.
그저 계속 말하고 싶었고,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엔,
그 마음이 너무 깊어서
우리는 끝이 났다.
“So cry if you need to, but I can't stay to watch you. That's the wrong thing to do.”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그 사과가 오히려 다시 찌르는 말이 될까 두려웠다.
우리는 둘 다 아팠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질 수 없었다.
사실, 네가 나를 끝낸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끝나버린 거였다.
단지 외면했을뿐.
가끔 그 기억이 나.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
갑자기 어색해지던 순간들.
문자에 늦게 답이 오면
괜히 혼자 마음 졸이던 나.
그리고 결국,
"우리 그냥 그만하자"는 너의 말.
문자로 시작해, 전화로 마무리됐던
그 계절의 마지막.
드레이크는 말한다.
“Cause you’ll say you love me, and I’ll end up lying and say I love you too.”
나는 그 말이 잔인하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정직하다고도 느꼈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나는 점점
“좋아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의무처럼 말했고
네 대답도 점점 작아졌다.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빛이 아닌 그림자가 되었다.
나는 너를 비추던 사람이었지만,
어느새 너의 빛을 막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노래가
누구보다도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다.
“You know it, we both know it.”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서툴렀고,
급했고,
어렸다.
이 노래는 눈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과도, 미련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말한다.
“We live in a generation of not being in love, and not being together.”
그게 지금 우리고,
그게 그때의 우리였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묘하다.
그리움은 아니지만,
어떤 이름 붙이지 못할 감정이 떠오른다.
찬란했고,
간절했고,
결국은 실패였지만
한때는 사랑이었다.
9. The Real Her — “You must’ve done this before, this can't be your first time.”
사귀고 있을 때조차
우리는 어딘가 서로 다른 영화에 출연 중인 기분이었다.
너는 익숙했고, 노련했고,
무심함과 다정함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던 사람이었고,
나는 그 움직임에 늘 한 발 늦었다.
“You must’ve done this before, this can't be your first time.”
그 말은 질투도, 원망도 아닌
그저 자기 확신 없는 사람의 고백이다.
너는 나보다 훨씬 익숙해 보였고,
나는 너의 모든 반응에 일희일비했다.
너의 이모티콘 하나에도 혼자 기뻐했고, 혼자 아파했다.
너는 내게 웃었고,
가끔은 껴안았고,
어떤 날은 연락이 없었고,
어떤 날은 늦게 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여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를 몰랐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고,
너도 내가 어떻게 사랑하는지 몰랐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갔고
서로에게 낯선 방식으로 상처를 남겼다.
“They keep telling me don’t save you / If I ignore all that advice then something isn’t right.”
친구들은 내게 조심하라고 했고,
나는 그 말들을 무시했다.
왜냐면 그때의 나는
사랑은 무작정 믿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구하려다
서로를 더 무너뜨렸다.
이 곡에서 드레이크는
진짜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그녀가 ‘진짜 있는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그것이 이 곡의 아이러니다.
우리는 상대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통해 비춰지는 나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때의 나도 그랬다.
너를 통해 내 사랑이 옳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고,
너의 미소 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너의 말 없는 침묵에 혼자 아파했다.
그리고 지금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건 너 때문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 내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서
너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미안해진다.
너는 나를 속이지 않았는데.
단지, 나는 내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거야.
10. Look What You’ve Done — “This shit real, should I pinch you?”
이별 직후의 나는
무너졌지만 조용했다.
감정을 꺼낼 곳이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조차
마치 내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밤, 전화도, 위로도 아닌
그냥 “어디야?”라는 말이 내 눈 앞에 보였다.
그 말은 다정함도, 따뜻함도 없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오래된 친구 하나가
내가 울먹이며 하는 말들을 들어주고,
웃으면서 욕도 해주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이,
나에겐 전부였다.
나는 그날 알았다.
사랑은 끝나도,
사람은 남을 수 있다는 걸.
너는 나를 고치려 하지 않았고,
내 편을 들지도 않았다.
그저 내 얘기를 다 들었고,
그게 다였다.
“Look what you’ve done.”
드레이크가 말하는 “you”는 어머니일지 모르지만,
내게 “you”는 그냥 한 명의 친구다.
우린 애인도 아니었고
가족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지켜주었다.
이 곡이 아름다운 건
사랑을 찬양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놓친 후에도
조용히 남아준 사람을 위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11. Practice — “All those other men were practice, they were practice…”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너도 나랑 만나기 전에,
누군가와 사랑을 했을 거라는 걸.
그 모든 순간들이
나와 만나기 위한 ‘연습’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그냥 그 중 하나였을까.
드레이크는
“All those other men were practice, they were practice.”
라고 말한다.
이 가사는 애써 자신을 위로하는 주문처럼 들린다.
마치 너의 지난 연애들이
그저 나를 만나기 위한 연습이었기를 바라는.
하지만 그 말엔 자기기만이 담겨 있다.
우리도 사실,
서로에겐 그저 연습상대일지도 모르니까.
이 곡은 에로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게는 더 이상 벗을 수 없는 잔향에 가깝다.
사랑이 끝났는데도
몸은 여전히 그 사람의 체온에 반응하고,
마음은 이미 놓았는데
눈은 같은 골목, 같은 시간에 멈춘다.
“I can tell that money's got you working.”
그녀는 이제 다르다.
달라졌다는 걸 안다.
말투도, 웃음도,
나를 대하던 방식도.
하지만 나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만을 붙잡고 있다.
이 곡이 흥미로운 건,
드레이크가 여전히
그녀의 몸에, 그녀의 과거에
질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단지 성적인 집착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You can even call me daddy, give you someone to look up to.”
그녀의 세계에서
자신이 유일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남자의
간절한 오만함.
하지만 우리는 안다.
모든 건 끝났고,
그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그녀의 몸은
이젠 나를 위한 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제일 아프다.
Practice는
섹시한 트랙으로 가장한
자기 체면과 애증의 복합체다.
연인과 이별한 남자가
그녀의 몸과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이 ‘진짜’였다고
마지막으로 주장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웃음소리,
나를 장난스럽게 밀치던 너의 손길,
그날 너가 입었던 회색 맨투맨의 감촉을 떠올린다.
그건 기억도 아니고, 상상도 아니다.
그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다.
나는 너에게 처음이 아니었고,
너도 나에게 마지막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엔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안다.
서로가 서로의 '연습'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연습은 아팠지만,
그게 헛된 건 아니었다.
Epilogue — Take Care
사랑했고
우리의 추억은 아름다웠어.
하지만 그만 놓아주자.
잘 지내.
10487자인데 추천 없으면 서운해
mdm > 이라 해서 안누름 이라고 하면 안되겠져 선추후감 갈길게용
감사용
아 님아 감상평좀
감정이 절제된 담담한 문체가 마음에 드네요
진짜 감상만으로 채워넣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본인은 사랑해본 적이 없는 지라 읽는 동안 뭔가 환상을 읽는 느낌도 들었어요
이렇게 밀도있는 감정의 진폭을 저도 경험해보고 싶네요
좋은 감상평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셧다니 다행이에요
드디어 쓰셨군 선추후감 하겠ㄱ습니다
트랙마다 가사까지 사이팅 해주시면서 분석 해주시다니.. 추추추추추ㅜ춫
음악의 신이였던 시절
아 드버지 오늘도 숭배합니다
개추
베스트 3:
Take Care, Practice, We'll be fine
다음 글로는 mdm을
이런 게 진짜 인생앨범인 듯
글만 읽어도 앨범 한 장에 담긴 감정들이 생생하게 흐르네요
진짜 최고의 칭찬임 감사해요
와 글 미쳤네요 ㄷㄷ
나도 이런거 하고싶은데 머리가딸림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추천해요 도움 마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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