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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EGMAFIA &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

히오스는니얼굴이다2025.05.26 23:37조회 수 1399추천수 27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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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두 능수가 만났다. 2021년 발매된 <OFFLINE>으로 정점을 찍고, 기발한 음악 세계를 성립하여 자신의 정점을 누리고 있던 JPEGMAFIA와 <Atrocity Exhibition>으로 힙합 씬에 큰 충격을 남기고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대부 격의 자리를 석권한 Danny Brown이 그 주인공이다. 힙합은 유독 합작 작업물이 많은 장르였다. 언더 힙합 씬에서 걸출한 작품들을 발매하며 전설로 남은 Freddie Gibbs & Madlib과 Madvillain. <SAVAGE MODE> 시리즈로 대중을 사로잡은 21 Savage & Metro Boomin 등. 언더와 메이저에 관계 없이 수많은 힙합 협업 작품이 씬에 크고 작은 획을 그어왔다. 그 속에 떳떳이 자리 잡고 있는, 오늘 소개할 <SCARING THE HOES>도 크나큰 색채를 남겼다고 할 수 있겠다.

 

https://youtu.be/87xS4cgTf68?si=6oOZBKnIAxdfYM3X

두 언더 힙합 씬의 거인의 합작 앨범은 공개 전부터 팬들의 환심을 샀다. 발매 1년 전부터 예고되었던 두 초신성의 만남은 예고부터 팬들의 불 같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고, 두 독창적인 아티스트의 동행이 조화로울지, 엇나갈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힙합 커뮤니티를 점령하였다. 같은 장르의 음악을 향유하는 아티스트라지만, 워낙 독창적인 두 거인의 만남이었기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걱정도 일부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 결과물은 어땠을까? 분명한 성공이었다. 앨범은 JPEGMAFIA 특유의 샘플링과 글리치 사운드로 시작된다. 각종 저작권 침해 문제를 무시하고, 유튜브에서 박박 긁어온 듯한 로파이한 사운드를 투박한 콜라주처럼 이어붙이는 방식은 그의 전작인 <OFFLINE>이나 <Veteran>과 더불어 이미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에 통틀어 통영되던 전략이지만, 본작에서 그는 그 이상으로 난해한 동시에, 오히려 전작들 보다는 정제된 형상을 달아놓은 채, 자신의 특기를 밀어붙인다. 

 

https://youtu.be/8YgxQlS2054?si=jFcPk7L06yfADdf1

무언가 이상하지 않는가? 더 난해해졌지만 더 정제된 느낌을 준다니.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는 Danny Brown이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앨범을 활보하며 JPEGMAFIA의 난해함을 증진시키고,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입하는 그의 존재성은 <SCARING THE HOES>를 칭송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다. JPEGMAFIA의 폭발적인 실험성을 받아치는 동시에, 그를 더 깊이 있는 혼란 속으로 끌고 가는 Danny의 비정형적이고 요상한 플로우는 곡마다 다르게 변형되며, 때로는 트랙과 비트를 무시하듯 들쑥날쑥 쏟아져 나온다. 이 둘의 교차가 아이러니한 부드러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치 위험한 원소인 염소와 나트륨의 화합이 맛있는 염화 나트륨 (소금)을 만들어내듯, 두 도발적인 인물의 만남이 오히려 각각의 과함을 정제하면서 부드럽고 정제된 느낌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질감을 가늠해보았으니, 이제부터는 세부적으로 탐구해보자. "Lean Beef Patty"으로 시작의 신호탄을 발포하는 본작은 시작의 그 1초부터 앨범의 정체성과 방향을 강하게 못 박는다. 노이즈, 난자하는 드럼, 난해한 샘플링이 난무하는 이 곡은 그들이 본작의 제목을 왜 "SCARING THE HOES"라고 명명했는지 덧붙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곧이곧대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Steppa Pig"에서는 성의 없는 듯하면서도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겠다는 의도를 가득 실은 드럼 위로 Danny의 유쾌한 광기가 쏟아지며, 흡사 MF DOOM을 연상시키는 라임들이 이어진다.

 

오프닝의 미친 굿판이 막을 내린 후, 중반부에 다다르면 그들의 광기는 멈추기는 커녕, 더욱 폭발한다. 그 하이라이트는 단연 "Garbage Pale Kids" "Kingdom Hearts Key"이다. 전자는 JPEGMAFIA가 여태껏 표출해왔던 서브 컬처적인 정서를 보여준다. 일본의 옛 CF 음악과 게임 효과음을 샘플링하며, 곡 내내 흘러나오는 중독성 있는 "징기스칸, 징기스칸"과 뚝뚝 떨어지는 드럼과 베이스는 해학적인 분위기를 절로 표현해내며, 과연 JPEGMAFIA가 언더 지향적인 인물이라는 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다. 후자는 한 마디로 미친 것 같은 전위예술, 현대미술 작품들 속에서 찾은 하나의 탈인상주의 화폭 같다. 사실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특성상 연이어서, 오래 들으면 귀가 피로해지기 마련인데, 본 트랙은 트랩 장르를 차용함과 동시에 타 트랙들에 비하면 어느정도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앨범 수록곡들 중 사실상 가장 평범한 트랙이지만, 다른 트랙들이 정신이 나간 탓일까. 이 트랙이 수록곡들 중에서 왜 유독 눈에 띄는지 모르겠다.

 

https://youtu.be/nZwTBSrnkGQ?si=DlWsY_6-twnkiFG1

<SCARING THE HOES>는 풍자적이고 정치적인 컨셔스, 폴리티컬 랩 앨범으로서도 탁월한 존재다. 두 아티스트는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자본주의, 음악 산업의 허물과 같은 주제부터 서브 컬처의 작디작은 요소들까지 모두 다룬다. 이 기름과 같은 주제들을 도화시키면서 그들은 발화의 안정성과 권위를 의심하며, 급진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의미를 유예한다. 예컨대 "God Loves You" 같은 트랙은 가스펠 샘플을 사용하면서도 가사로는 종교와 그 이중성을 신랄하게 파고든다. 이 트랙 하나만큼은 Kanye West의 <The Life Of Pablo>와 많이 닮아있다. 가스펠 냄새가 몰씬 풍기는 앨범에서 항문 미백과 티셔츠 미백을 활용한 가사를 쓰거나, 문란한 트랙과 성(聖)적인 트랙이 공존하는 그런 '어불성설'적인 점에서 말이다. 물론 하나의 공통점이 더 존재한다. 자신의 음악성을 가장 잘 보여줬다는 것이다. <The Life Of Pablo>와 "God Loves You"는 각각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과 자신의 샘플링 기법을 정점에 이르러 활용한, 자신의 음악적 고취를 최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짙게 닮아있다.

 

https://youtu.be/1DrI206oTE4?si=Et-p78bWVR-WORqq

앨범의 말미에 다다르면 그제서야 조금씩 열기가 잦아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능글맞은 분위기의 "Where Ya Get Ya Coke From?" "Jack Harlow Combo Meal"의 일품 피아노 샘플링까지. 정신 없는 음악이 주 무기인 그들이라지만, 역시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으로도 손색이 없는 두 명인이다.

 

2023년이 힙합의 대중적인 위기를 맞은 해였다고 익히들 알고있을 것이다. '힙합 위기론'이 대두되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빌보드 핫 백 차트에 힙합 1위 곡은 끝끝내 등장하지 못했고, 인기 있는 래퍼들의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장르 전반의 에너지와 혁신이 예전만큼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사운드의 반복, 피로감, 그리고 팬층 내부에서도 정체에 대한 자각이 생기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CARING THE HOES>는 분명 상당한 변칙이었다. 앨범의 제목에서부터 볼 수 있듯, 대중성 보다는 언더그라운드 씬을 조준하여 발매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본작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84위를 기록하며 JPEGMAFIA의 고점을 갱신하는가하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다루는 미디어를 거점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소개되었다. 오히려 언더그라운드 저 밑편에서 탄생한 명작이 주류의 관심에서 떨어진 힙합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주류를 배척하고 비주류를 향해 팔을 굽혔던 이 앨범이 어떻게 주류를 향해 무시 못할 영향을 끼쳤을까. 둘의 뛰어난 천재성과 노련미가 큰 몫을 차지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은 JPEGMAFIA와 Danny Brown의 'Hoes'를 향한 조롱에서 비롯된 힙합 씬 전반에 대한 경고성의 상기에서 튀어나온 것일 것이다.        4.5/5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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