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ve been in the dark for way too long. It's time to walk into the light."
어딘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교통체증 속에 갇혀 있다. 어두운 터널 속, 전조등만이 희미하게 빛나는 도로 위, 라디오에서는 낯설지만 따뜻한 디제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You are now listening to 103.5 Dawn FM." 이 음반은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지대, 연옥이라는 철학적 공간으로 리스너를 데려간다. 후회, 사랑, 집착, 자책 같은 인간의 감정들이 마지막으로 되짚어지는 그곳. 하지만 이 공간은 어둡기만 한 곳이 아니다. 그 끝에는 작지만 분명한 빛이 있고, 그 빛을 향해 위켄드는 우리를 조심스럽게 이끈다.
Dawn FM은 위켄드의 음악적 세계관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는 오랜 시간 마약, 섹스, 자기파괴적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고독과 허무를 노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고통을 마주 보고, 더 이상 도취되지 않으려는 시도를 보인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뒤로한 채, 그는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본다. 구원을 청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이상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 앨범 커버에 담긴 노인의 얼굴은 그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시간은 유한하다." 결국 이 음반은 한 남자가 생의 끝자락에서 후회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어딘가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걷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첫 곡 'Gasoline'은 죽음을 이미 통과한 듯한 목소리로 시작된다. 건조하고 낮은 톤의 보컬은 현실감보다 무감각에 가깝다. "날 사랑하지 마,"라고 말하는 그 음성은 철저히 타자화되어 있으며, 자기혐오가 뿌리내린 자의 내면 독백처럼 들린다. 이어지는 'How Do I Make You Love Me?'와 'Take My Breath'는 빠른 BPM과 찬란한 신스 사운드로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려낸다. 이 곡들에서 위켄드는 사랑을 갈망하지만, 그것이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그 고통에 취해 자학했겠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넘어서려는 듯 보인다. 고통을 반복하지 않고, 그 너머로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앨범 중반부의 'Out of Time'은 이러한 감정선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시티팝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멜로디 속에서 위켄드는 후회의 정서를 정직하게 토로한다.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사랑, 말하지 못한 고백들. 그는 이전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조명이 꺼진 무대 뒤, 배우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사랑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그것을 회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쓸쓸함은 리스너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이 후회는 단지 감정의 배설이 아니다. 마치 연옥의 문을 두드리는 첫 울림에 가깝다.
이후 흐름은 더 불안정하고 실험적이다. 'Every Angel is Terrifying'는 이 앨범의 형식을 가장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트랙이다. 마치 가짜 영화 예고편처럼 구성된 이 곡은 진지함 대신 키치와 조롱이 섞여 있으며, 삶과 죽음을 광고처럼 판매한다. 이 트랙을 통해 위켄드는 현대 사회의 감정이 얼마나 진부하고 상업적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냉소는 자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진심마저 연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말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Here We Go...Again'은 겉으로는 과거의 Starboy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위켄드는 말한다. "비록 상처받을지라도, 사랑하지 않는 삶보다는 사랑하는 삶을 택하겠다." 과거의 그는 쾌락으로 회피했지만, 이제는 실패를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이 곡은 위켄드가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는 더 이상 파괴를 갈망하지 않는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재시작의 용기다.
후반부의 'Less Than Zero'는 가장 밝은 사운드를 품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자조는 오히려 가장 깊고 쓰라리다. "나는 0보다도 못한 존재다." 라는 고백은 청량한 멜로디와 충돌하며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곡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켄드는 자기혐오의 껍질을 직면하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벗어나려 한다. 음악은 여전히 도피처이지만, 더는 숨어드는 공간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문으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Phantom Regret by Jim'은 마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어딘가에서 속삭이는 잔향처럼 다가온다. 명확한 결론도, 극적인 해답도 없다. 대신 짐 캐리의 저음은 안개처럼 퍼지며, 우리가 지나온 감정들을 부드럽게 감싼다. "후회를 놓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말조차도 마치 꿈에서 들은 말처럼 아득하다. 이 앨범은 시작부터 끝까지 후회로 짜여 있다. 위켄드는 아마 천국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조차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앨범의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은 새소리로 이어진다. 어둠에서 시작해 새벽으로 닿는 이 순환 구조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다. 밤과 새벽, 죽음과 삶, 후회와 희망은 결국 한 끗 차이다. 연옥은 멈춘 공간이 아니라, 깨어남을 기다리는 지점이다. 그리고 Dawn FM은 그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라디오라는 환상을 통해 들려준다. 현실보다 더 진실하게 느껴지는 그 목소리, 그 음향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건져 올린다. 그 목소리는, 그렇게 리스너의 심연에 닿는다.
이 앨범은 완벽하지 않다. 설정이 과도하게 작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흐름이 다소 처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은 완성도보다 정서적 몰입으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한다. Dawn FM은 그런 앨범이다. 어쩌면 오늘 밤, 현실이 너무 선명하게 아프다면, 우리는 이 라디오를 켤 것이다. 위켄드의 목소리를 따라, 어제를 애도하고, 오늘을 놓아주며,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짐 캐리는 말한다. “천국은 후회를 내려놓은 자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천국은 후회를 지운 이의 것이 아니라—끝까지 그것을 품고 지나간 자만이 닿을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추천은 사랑입니당
사랑할게요
👍🏾
근데 이거 종게에 올렸어야 했나?
위켄드는 외게
그렇고만
앨범 전체적으로 있어서는 제 취향과 가장 맞닿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ㄴㅇㅅ 개추
던앺은 세기의 명반이고 위켄드의 커하임
나의 주말이 최애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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