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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ivino - DUMP GAWD (DIVINO EDITION) 1 & 2

예리2025.05.18 18:38조회 수 298추천수 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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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ivino - DUMP GAWD (DIVINO EDITION) 1 & 2


Al.Divino를 거슬러 올라가는 8년이다. 힌두의 베다와 푸라나, 이집트 고고학,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와 수만 가지의 우화들을 지나 2017년의 솔로 데뷔작에 이르며... 총구는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넘나들며 돈과 힘이 권력을 쥔 개척의 시대를 겨눈다.


누구도 그 시대를 산 적 없지만, 누구도 그 시대를 모르지 않는다. 그 영웅들은 20세기의 필름들이 베껴왔다. 석양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레전드의 톰 하디, 나르코스의 페르도 파스칼, 대부의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


작품은 알 카포네의 후광이 머물던 20세기 연방 정부 공화당의 금주법 시대에 도착한다. 불이 꺼지는 시간 청교도의 종이 울린다. 거리엔 배불뚝이 술꾼들이 비틀대다 주저앉는다.


주름진 옷차림에 이마가 훤히 보이는 신사들은 모르는 얼굴과 악수하며 핏줄을 세우고,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 등 뒤에 명함과 총칼을 건네받으며, 사교 클럽 한복판에서 푼수데기 억양을 구사하고선 손톱만한 식사를 주문하는 동시에 어딘가 내다버릴 기름진 고기들을 노예들에게 주워먹인다.


황무지 한복판에 놓인 역마차에 올라서면 장기인 시네마틱 사운드를 지나 프렌치 커넥션과 맞닿기에 이른다. 뒤를 잇는 주제곡들은 제법 자유분방하면서도 고질적인 장르 냄새를 풍긴다. 네오클레시시즘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동시에 목소리 주인만큼이나 지독하고도 폭력적이다.


로렌스 메사추세츠 주의 보잘 것 없던 어느 무명의 남자는, Apollo Knox가 아닌 Al.Divino로 다시금 태어난다.  어찌 보면 제 땅이 아닌 곳을 울부짖는 점도 알 카포네와 제법 닮아 있다. <DUMP GAWD (DIVINO EDITION)>. 필름은 텁텁한 후일담들을 남기며 여전히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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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째 단락을 넘어간다. 흑과 백이던 장면들에 색채가 물들었다. 붉고 어두운 빛은 미치광이 광대의 얼굴칠 뒤로 숨은 남자의 두 운명 중 하나를 이르는 듯하다. 홍등가의 권력가 아니면 도살장의 고깃덩이가 되는 붉은 조명 아래에 남자는 무엇이 되었는지...


늘 그렇듯 말 없이 짧은 악곡으로 인삿말을 대신하면, 곧장 들이닥치는 남자의 광기어림이 제법 마음을 들뜨게 한다. 더는 담백하다고 표현하기 어렵다. 유령 도시 곳곳을 누비며 방랑하던 그는 이제 직접 깔아놓은 무대 위에 올라 목소리를 흩뿌린다. 세상을 바라보던 모든 영화적인 미장센이 점점 주인공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주인공의 정서와 함께 곡의 표현과 구성 역시 제법 뒤섞이고 난잡해졌다. 그는 조금 더 약에 절어있고, 조금 더 격정적이며, 조금 더 미쳐가는 중이다. 울고 웃는 눈물의 양가감정이 드러나는가 하면 비장히 뛰어들어 팔다리를 잃고난 패잔병의 전신으로 남기도 한다. 오락가락한 정신과 음악의 추상성 중 무엇이 먼저인지 구분가지 않는다.


끼어드는 남자들의 목소리. 마피아 떼거리들의 난입으로 박살난 관악5중주의 흐느낌. 건반과 현악기들의 아우라. 이곳은 없는 총소리에 사람이 꿰뚫리고, 없는 타악기에 고개들이 끄덕인다. Al.Divino는 단지 작품의 안에 존재하고 지켜보는 이들은 제 귀에 들리는 영화를 그린다.


누아르 필름에 ‘죽고 난 다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역시 날을 새며 하룻밤을 위해 안간힘으로 발버둥친다. 죽고 죽이는 싸움 끝에 막바지에 이르면, 다시금 시작처럼 돌아와 1분 가량의 악곡을 던져놓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작품은 오랜 역사의 복원도 아니고, 부흥이나 리바이벌도 아니고, 철저한 힙합의 이데올로기 아래 오마주로 닳고 닳은 클래식 아우라를 뽐내고자 잔뜩 심취한 백인 남성의 습작일 뿐이다.


대신 약간의 상상을 이끌어낸다. 척박한 땅에 억지로 지어올린 먼지폭풍의 맛을, 기다란 치맛자락을 흩날리던 여인들의 주머니 속 향수 냄새를, 까마귀가 울고 새카만 연기가 뒤덮은 거리에서 풍기던 화약내를 짐작하게 만들 뿐이다. 


이명의 주인이 작품에게서 앗아간 DUMP GAWD이란 이름이 그러하듯, 실로 만족스러운 서사다. 이제 이름마저 빼앗기고서 혼자 남겨진 그의 뒷이야기는 영영 찾아볼 수 없고, 마피오소의 Al.Divino는 기념비를 찾아 다음 세계로 넘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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