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ay22L0-8xxc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년간 이어진 백와시(Backxwash)의 강렬한 트릴로지는 단숨에 그녀를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총아로써 주목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종교, 트라우마, 혹은 퀴어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무거운 주제를 호러코어 (Horrorcore)와 인더스트리얼의 기괴한 질감으로 표현해 내며, 그녀는 고통을 무기 삼아 자기 파괴와 자아 확장의 경계에서 사운드를 디자인했었다. 전작 <His Happiness Shall Come First Even Though We Are All Suffering>의 마지막 트랙 "MUKAZI"에서 백와시는 아름다운 현악과 소울 샘플의 사운드 속에서 부드럽고 연약한 감정을 드러내었다. 마침내, 어둡고 칙칙했던 트릴로지의 끝자락에서 무거운 구름이 걷히며 그녀의 새로운 잠재력과 펼쳐지지 않은 다면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MUKAZI"는 그녀에게 있어 일종의 인생 회고록과도 같은 상징적인 트랙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네 가사를 듣고 널 동경해 / 난 어리고 우울했지만 여전히 배고팠어 / 이젠 내 삶에도 의미가 생긴 것 같아 / 내 친구들과 내 형, 내 사랑 Chachi, 그리고 나를 키운 동네에게 고마워, 이건 작별 인사야'. 곡의 화자가 '너'에서 '나'로 확대되며 짙은 감정적인 연출을 보여준 본 트랙은 그녀의 새로운 앨범 <Only Dust Remains>가 어떤 작품으로 귀결될지에 관한 일말의 단서를 제공한 듯 보인다. 그렇게, <Only Dust Remains>는 그녀의 변곡점과도 같은 앨범으로 탄생되었다.
<Only Dust Remains>는 백와시가 그녀의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여백과 침묵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품이다. 여전히 그녀의 세상에 대한 분노는 존재하고, 학교, 가정, 종교와 같은 제도가 어떻게 우리를 망가뜨리는지를 향한 비판도 여전하나 — 그 비판은 더 이상 폭발하듯이 격하게 분출되지 않는다. <Only Dust Remains>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건 일종의 체념, 혹은 말 없는 수용에 가까운 감정이다. "Black Lazarus"는 그러한 그녀의 태도가 단적으로 나타나는 트랙이다. 반복되는 후렴과 묵직한 신스 사운드 위에 얹힌 백와시의 둔탁한 목소리는 상실의 반향처럼 들린다. 백와시는 이제 누군가를 향해 고함치기보단, 먼지바람 아래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Black Lazarus"는 그 새로운 궤도의 첫 문장이자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진실을 꺼내든 고백문이다.
이후의 트랙들—“Wake Up”이나 “DISSOCIATION”—에서도 여전히 자기 파괴와 중독, 소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이전과 다른 무력감, 혹은 자기 연민이 담겨 있다. 사운드는 전보다 덜 거칠고, 더 섬세해졌으며, 그 일례로 “Undesirable”과 같은 곡에서는 현악기 편곡과 팝적인 멜로디가 오히려 고통의 메시지를 더 날카롭게 전달한다. 강렬한 전자음의 "9th Hevaen"과 사운드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돋보이는 앰비언트풍의 트랙 "9th Gate"와 같은 곡들에서 그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앨범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나는 목사도, 천국도 필요 없어'라고 말하며 외부의 구원 대신 자기 내면의 본능을 붙잡는다. 그리고 Nina Simone의 육성—'내가 바라는 건 항상 완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흘러나오는 순간, <Only Dust Remains>와 백와시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명확해진다.
<Only Dust Remains>에서 백와시는 절규하지 않는다. 본작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그녀의 울부짖음 이후 조용히 남은 감정을 어루만지는 작품처럼 들린다. 분노 이후의 공간, 트라우마 이후의 자기 정체성. 그 ‘이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색하는 과정. 그렇기에 본작은 트릴로지의 결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한 편의 기도문처럼 들린다. <Only Dust Remains>에서 그녀는 다시금 본인의 서사에 새로운 설득력을 부여하였으며, 그녀는 사운드를 매개로 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재구성해 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Only Dust Remains>는 백와시의 파괴적인 여정의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하나의 장이 닫히고, 다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Only Dust Remains>는 그녀가 자신을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한 첫 문장이다.
On w/HOM -> https://drive.google.com/file/d/1lW5GCDHRPiDDcHJdNo1rqDVjgQeCboda/view
들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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