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host~Pop Tape]
Devon Hendryx
Devon Hendryx, 또는 JPEGMAFIA로 통하는 이 인물만큼 힙합씬에서 다사다난한 커리어를 보유한 사람을 찾는건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그의 음악은 익스페리멘탈, 즉 실험적인 사운드의 대표 주자로써 특유의 샘플 활용과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익페의 상징이 되어 더 이상 언더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의 초기 음악들은 전혀 다른 방향을 띄고 있는데, 그의 전신인 Devon Hendryx 시절 음악들을 살펴본다면, 뱅어 위주인 지금과는 달리 아마추어리즘의 Lo-Fi 감성과 미니멀한 사운드 등등 현재와는 꽤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Devon Hendryx 시절 대표작인 [Dreamcast Summer Songs]는 애초에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 앨범이고,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The Ghost~Pop Tape] 또한 랩 앨범보단 앰비언트, 얼터 알앤비의 색채가 강하다.
[The Ghost~Pop Tape]은 데본의 가장 힘든 시기에 제작된 앨범으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우울함이다.
특유의 먹먹한 믹싱과 저화질의 앨범 커버는 더더욱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첫 트랙부터 죽어가는듯한 보컬과 암담한 가사로 앨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후 그는 보컬을 배제한 채 통 샘플링을 활용하여 감정선을 유지하고, 보컬이 등장할 때마다 다시금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축 처지고 먹먹한 앨범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통샘플링을 통한 분위기 환기와 보컬을 강조시키는 방식은 효과가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기법이 돋보이는 장면을 꼽아보자면 1번 트랙 이후 샘플링과 인스트루멘탈로 앨범을 이끌어 나간뒤,
5번 트랙 [Behold! A Pale Horse]에서 보컬의 극적인 등장으로 듣는이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대목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히트곡 [Call Me Maybe]를 온전히 가져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대단한 점으로 다가왔다.
이 앨범을 들을 때면 마치 푸르스름한 연기가 가득찬 방에서 티비 불빛에 의존하여 넋을 놓고 있는것같다.
귀에 물이 들어간 채로, 비를 맞으며 절규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절규는 결국 수긍을 통해 우울이 되고, 우울은 체념을 통해 무기력이 된다.
이 세 감정을 모두 훌륭하게 표현한 작품이 바로 본작이다.
결과적으로 Devon Hendryx의 커리어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끝나게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에 따라 그는 새 시대를 열었고, 10여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이 죽음은 기념비적인 죽음이 되었다.
위대한 죽음에 별게 있겠는가, 이것이 아니라면.
8.9/10
Best: Behold! A Pale horse
어그로 좀 치네요? ㅋㅋㅋㅋㅋㅋ
Jpegmafia>>>>>>>>>>>>>>>>>>>Car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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