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 Staples - Summertime '06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사운드가 있다. 찬물도 아니고, 뜨거운 피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딘가, 살갗과 살갗 사이의 틈. Vince Staples는 그곳에 목소리를 찔러 넣는다. Summertime '06은 어떤 계절의 기억이 아닌, 계절을 감당하지 못한 기억들의 축적이다. 바다 냄새는 짠내보다 먼저 총기를 떠올리게 하고, 거리 이름은 출신보다 전과를 먼저 말한다. Vince는 그 사이를 걷는다. 말을 줄이고, 숨을 더 붙이며. 리듬보다 먼저 도착하는 정적이 있다면, 그의 랩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Lift Me Up의 드럼은 명확하지 않다. 베이스는 굴러다니고, 스네어는 목격자처럼 비껴서 튄다. 그의 목소리는 그 위에 서지 않는다. 적당히 앉아 있다. 흘러가지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흐름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자리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무표정으로 떨어진다. Señorita에서 반복되는 한 라인, "I ain't never ran from nothin' but a police"에는 절정도,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신념이라기보단 버릇이다. 한 세대의 자율신경계가 말하는 방식. 라임은 메세지가 아니라 반사다. Vince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한다. 일상의 사운드처럼. 너무 많이 들은 말들은 결국 아무 말도 아닌 법이다.
No I.D.의 프로덕션은 거의 음향적 회화라고 할 수 있겠다. 붓보다 오래된 도구로 그려낸 사운드, 물감 대신 먼지를 섞은 비트. 샘플의 조각은 곡 위에서 서로를 모른 척하고, 드럼은 틀을 만든 뒤 스스로를 부수려 한다. 전통적인 구조는 없다. 어떤 트랙은 의식을 따라 걷고, 어떤 트랙은 도망친다. Birds & Bees는 새 소리도 벌 소리도 없는 텅 빈 제목을 남기고, Surf는 심해처럼 음압이 가득하다. 리듬은 중심을 만들지 않고, 배경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니 Vince는 항상 떠 있다. 공중에 매달린 채, 스스로를 닻 삼아 내려앉는다.
그의 가사는 종종 문장이 아닌 형태를 띤다. 단편, 속삭임, 발언의 일부, 그리고 침묵의 겉껍질. Vince는 자신을 감정의 주체로 다루지 않는다. 무엇을 느꼈는지보단, 무엇을 느끼지 않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도 애도도 하지 않는다. 대신 사운드가 그 역할을 한다. 트랙 사이의 공간들, 훅이 빠진 자리, 구조가 무너진 대목에서 감정이 흐른다. 고백도, 설명도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무채색의 체온뿐이다.
Summertime '06은 사실상 두 개의 장례식이다. — 하나는 누군가의, 하나는 모두의. 둘은 얽히지 않는다. 대신 나란히 놓혀 있다. 그러니까 Summertime '06은 청춘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기록이 되는 법조차 배우자 못한 사람들의 소리다. 말하는 법을 잊기 전에, 말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잔향.
'Summertime'은 끝맺음을 가장한 이탈이다. 비트는 조용히 꺼지고, 목소리는 마치 듣지 말라는 듯 더 작아진다. 아무 말도 없지만 모든 말을 뱉어낸 것처럼 남는다. 그 정적 속에서, 여름이라는 단어는 기념일도 계절도 아니다. 한 사람의 세계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선택한 기억의 구조물처럼 스러진다. 그 여름은 누구에게도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그 여름의 잔해가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잔해 속에 앉아 있다. 지금도.
기억되지 않은 청춘은 어떻게 존재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구조가 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서사를 듣는가, 아니면 공백을 해석하는 자리에 놓이는가? 이 앨범을 듣는 동안, 당신은 누구였는가?
기록이 되는 법조차 배우지 못한 소리 ㄷㄷㄷ
표현력 진짜 지리네요 제가 느낀 그대로 감상임
그냥 말 그대로 빈스의 시야를 엿보는 듯한 앨범..
좋은글 고맙습니다
와 역대급 글인데 이거
돌아오셨군요 탈퇴하신거 봤을때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줄 알았습니다 ㅜㅜ
크으 표현력 개지리시네요
고점은 부정할수 없으나 한시간의 러닝타임을 정당화할정도로 신선했는진 잘 모르곘는 앨범
캬 지리네
잘 읽었습니다.
Summertime '06은 예전부터 깊이 아껴온 앨범이라, 자연스럽게 더 집중해서 읽게 되더군요.
예전에 저도 이 앨범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이 글을 통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계절을 감당하지 못한 기억들의 축적” 같은 표현은
그 시기 빈스 스테이플스의 목소리와 이 앨범이 머금은 정서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 같아요.
이렇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 앨범을 바라보는 글은 흔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덕분에 다시 들을 이유가 생겼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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