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게 이렇게 시작될 줄은 몰랐다.
그 사람이 내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봤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내 첫사랑이 되었다.
몇 달간 썸을 타다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서툴고 설레던 시간들이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끝나면 라멘 먹고,
택시 안에서 어색한 대화를 나누던 순간들.
별거 아닌 일들인데 왜 그렇게 설렜을까.
그 사람은 조용한 사람이었다. 애정 표현도 적고,
가끔은 마치 아무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서툴렀다.
그럼에도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희미한 불안감 속에서.
그냥 함께 있으면 뭐든지 괜찮을 거라 믿었다.
난 너가 너무 좋은데 너도 그래?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대신 이렇게 말했다.
"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
확인받고 싶었다.
그 사람의 마음이 확실히 알고 싶었고,
그래야 이 불안감이 사라진다고 믿었다.
확신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욕심은 그 사람을 점점 더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점점 말이 줄었다.
다투는 게 더 익숙해졌고,
서로에게 지쳐갔다.
사랑은 점점 희미해졌고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는 대신
감추기에 급급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그 사람도 내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했다.
서로 너무 서툴렀다.
사랑하는 법도, 표현하는 법도 몰랐다.
그게 전부였다.
Don’t
그 사람이랑 얘기하지 마, 나랑 얘기해.
이 말, 나는 끝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대신 말해줬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냥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었다.
나랑 함께 갔던 영화관을 또 갈까 봐,
나랑 함께 갔던 라멘집에 또 가고 있을까 봐,
혼자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서 불안해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 노래는 그래서 애원처럼 들리면서도,
그 순간의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Exchange
이 곡을 들으면,
그 사람과 다시 마주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 내가 많이 미안했어.
그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닿지 못하고 사라졌다.
진심은 항상 늦게 찾아온다.
그땐 내가 알지 못했던 마음들,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았을 거란 내 마음,
그리고 그 사람도 나름대로 표현하려 했을 거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되돌릴 수 있다면, 이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Sorry Not Sorry
겉으론 괜찮은 척 했다.
친구들 앞에선
"이제 별 생각없어"라며 웃었고,
속으론 그 사람 사진을 찾아보며 밤을 보냈다.
그런 내가 부끄러워서,
더 세게, 더 강한 척 했다.
이 노래는 그 시절 내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미안하지 않아."
그 말은 사실 미안해, 그런데 다시 다가갈 용기가 없어라는
다른 형태의 고백이었다.
사람은 참 웃기다.
진심을 숨기려고 더 큰 소리로 말하고,
그게 또 상처로 돌아오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Right My Wrongs
이 곡은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이 안에 다 들어 있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이번엔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기회는 지나가고 나서야 그게 기회였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혼자서 중얼거린다.
미안해.
그때 난 어렸고,
너무 불안했어.
그 사람이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노래가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니까.
TRAPSOUL은 내 첫사랑의 거울이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
첫 데이트 때 조심스럽게 닿았던 손에서 느껴졌던 그 떨림,
건넸던 말들,
그리고 끝끝내 전하지 못한 진심까지.
그 모든 게 이 앨범 속에 살아 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의 내가
그때 하지 못한 말을 건넨다.
미안했다고,
좋아했다고,
진심이었다고.
잘 읽었습니다 첫글이 리뷰글이라니.. 좋네요
아프다😢
쓰읍 개추를 누르고 싶은데 상대적 박탈감 느껴져서 안누를래
트랩소울 ㅠ
개인적으로 아주 애정하는 앨범입니다
감정을 울리는 글은 오랜만이네요 제 마음속 1등입니다
개추를 안 누를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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