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터(skaiwater)의 새로운 앨범 <#mia>는 L.A., 런던, 브라질 등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독창적으로 섞어냈던 <#gigi>와 달리 그 특유의 랩-록 /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음악을 근간으로 하여 더욱 단단한 모양새를 갖춘 작품이다. 스카이워터만의 이별 서사를 잇고 있는 본작에서도 그는 보이지 않는 연인을 향해 울부짖으며 자신을 내던지는데, 이가 특히 두드러지는 트랙은 "pop"이다. 오케스트라적인 칩튠 합창과 함께 울려 퍼지는 'Don’t fuck him ’cause you miss me' 한 구절은 가벼운 애원이 아니라 처절한 울부짖음에 가까우며, 스카이워터의 감정 표현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본작의 핵심적인 순간이다. <#mia>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바로 그 특유의 랩-록과 일렉트로닉 스타일이 감정의 기복에 따라 사운드가 유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feral"에서 드러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강렬한 베이스라인이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에서 스카이워터는 본인의 멀티 장르적 감각 역시 자연스럽게 내비친다. 마지막 트랙 "manicinamerica"에서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허무함을 내비치며 앨범의 끝매듭을 짓는다. <#mia>는 스카이워터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음악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며, 그는 그 혼란스러운 흐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Tiny Desk에서의 공연이 유튜브 순 조회수 3000만 회를 기록하고, 틱톡과 릴스를 포함한 숏폼 플랫폼 등지에서 큰 주목을 얻게 된 카시에리엘(CA7RIEL)과 파코 아모로소(Paco Amoroso).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와 명예가 가져다준 혼란을 이들은 "IMPOSTOR"에서 유쾌하게 털어놓는다. 'Tiny Desk를 가지 말 걸 그랬어, 난 노래도 할 줄 모르고, 랩도 잘 못하는데, 완전히 X돼버렸잖아..'. 자학적인 유머로 시작되는 <PAPOTA>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마주한 뒤에 두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느낀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이다. 다수의 트랙들에서 성공 이후 찾아온 불안이 솔직하게 드러나지만, "#TETAS"와 같은 트랙들은 이들이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음악적 쾌락과 자유를 향한 탐닉을 보여준다. 또한 "RE FERRO"의 네오-소울과 라틴 리듬을 접목시킨 사운드에서는 이들의 한 층 더 넓어진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후반부의 Tiny Desk 스타일로 편곡된 <BAÑO MARÍA>의 수록곡들도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앨범 전반에 놓인 광기 어린 라틴 리듬은 곡들에게 색다른 생명력을 부여하며, 베이스 라인과 유려한 R&B 사운드는 이들이 단기간에 이루어낸 발전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PAPOTA>는 혼란과 불안에 가라앉기보다는, 단지 이 순간을 미친 듯이 즐기고자 하는 두 젊은 신예들의 끝내주는 태도가 빼곡히 채워져있는 작품이다.
오사마손(OsamaSon)이 만든 400여 개의 트랙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고 그가 체념한 듯 지은 넋이 나간 표정이 전 세계를 통해 송출되었을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리스너들은 그의 새로운 작업물에 관한 걱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정규 프로젝트, <Jump Out> 은 애석하게도 프로듀서 ok의 역량만을 재확인시켜 주는 작품이 되었다. “Break Da News”의 트렌디함, “I Got The Fye”의 탄탄한 베이스라인을 비롯한 많은 트랙들에서 두드러지는 그의 프로덕션은 본작의 단조로운 구성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그러나 <Jump Out>의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오사마손 본인의 퍼포먼스다. 그의 플로우는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보컬 역시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어 프로듀서들이 성심성의껏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조차 제대로 얹지 못한다는 인상이다. 그렇게 <Jump Out>은 첫 문장에서 언급한 여러 외부적인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정체된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사마손의 행보는 분명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 Nettspend, che, skaiwater를 비롯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 레이지 장르의 개척을 이끌고 있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다음 앨범이 어떤 양상을 띠고 있냐에 따라 오사마손의 입지가 단단히 굳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며, 필자는 본작을 단순한 과도기적 작품이 아닌 — 잠시 쉬어가는 브레이크타임 정도의 작품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2024년 <REVELATOR>와 "Doves"를 비롯한 훌륭한 음악들로 자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변곡점을 제시한 엘루시드(ELUCID). 그는 작년 한 해동안 본인에게 가해졌던 과소평가에 정면돌파를 보여주며, 그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자신의 재능을 눈부시게 빛냈는데 — 그런 그가 2025년을 단 이틀 남겨두고 41분의 한 트랙으로 구성된 새로운 앨범 <INTERFERENCE PATTERN>을 발표하며 또 한 번 제대로 실력행사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엘루시드는 본작에서 항상 자신과 함께해오던 동료들 — billy woods, Kenny Segal, JPEGMAFIA, Benjamin Booker — 과 함께 사운드 콜라주Sound Collage 기법을 중심으로 뉴에이지New Age부터 아방가르드 재즈Avant-Garnt Jazz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무시무시한 음악을 선보인다.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선명한 보컬, 짧고 복잡다단하게 파편화된 비트가 소음과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앨범이 다소 즉흥적인 면이 없잖아 있어, 그의 커리어 하이라는 평가를 비롯한 극찬을 받기에는 다소 부족한 작품이지만 — 본작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감정들과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주입해준다. 그렇기에 <INTERFERENCE PATTERN>은 충분히 가치있으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만약 '포스트 힙합Post-Hip Hop'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와 가장 가까운 아티스트는 바로 엘루시드일 것이다.
배피(bappy)는 17분의 단일곡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EP <Empty Stomach, Wilting Faith>에서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음악에 녹여내며 풍성하고 꽤나 독창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형성한다. 힙합을 필두로 인디트로니카, 인디 록, 포크, 일렉트로닉 등등의 장르들에 영향을 받은 본작은 특별히 정체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끊임없이 스타일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빠르고 날서있는 배피의 플로우와 후킹한 멜로디는 앨범의 전개를 역동적으로 꾸며주며, 중반부에 등장하는 저지 클럽 스타일의 드럼 비트를 비롯한 여러 다채로운 순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즐거운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몽환적이고 정교한 프로덕션과 배피의 감정적인 보컬의 조화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배피의 보컬은 때로는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에 융화되기도, 때로는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있는 힘껏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그의 전작들에 비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Empty Stomach, Wilting Faith>는 배피의 노련함과 창의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탄탄한 작품이다.
On w/HOM ->
https://drive.google.com/file/d/127cbbzB3wxrKmZHmMJgA31iiZcZzX5x0/view

https://drive.google.com/file/d/1lv7Ke2wvVGfxZbPGHr2zJVWLVahTgYdJ/view

https://drive.google.com/file/d/1qfw7BIEXIs13JjqVEdrMGTlsT-lFcFAE/view

오 뭐야 카칠이랑 파코 여기서 볼줄은 몰랐네
AOTY 차트에서 보고 또 라틴뽕 하입이겠지~하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괜찮아서 놀랐어요
오사마손은 어째선지 꾸준하게 언급 되네요
물론 좋지 못한 쪽이긴 한데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사마손의 앨범은 처음 들을때 본인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느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보였지만 가능성도 충분히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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