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C—CrazySexyCool

티엘씨(TLC)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예측불허한 비주얼들로 대중들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멤버 셋의 개성과 장단점을 모두 담은 음악과 퍼포먼스 역시 모두 역사로 기억되었다. T-Boz는 쿨한 존재였고, Chilli는 섹시하고 관능적이었으며, 또 Left-Eye는 미친 존재로 여겨졌었다. 셋은 그룹 내에서 각자 다른 역할과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매력과 목소리가 융합되는 순간 티엘씨의 진정한 잠재력과 장점이 빛을 발했다. 그렇다면, 여기 그녀들의 정체성과 개성을 상징하고 있는 앨범이 있다. 티엘씨의 2번째 정규 앨범 <CrazySexyCool>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그녀들을 잘 수식해 주는 단어가 아니던가?

​

1992년 티엘씨의 데뷔 앨범 <Ooooooohhh... on the TLC Tip>는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면, <CrazySexyCool>은 보다 여성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여성의 성적 자율성에 대해 노래하며 젊은 여성들과 리스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티엘씨는 자신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되, 동시에 더 세련되고 스캔들러스한 작품을 만들어내며 여러 형태이 쾌락과 섹시함을 보여주었다.

​

Xscape, En Vogue, SWV를 비롯한 그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그룹들이 정갈한 하모니를 중시했었다면, 티엘씨는 우아하지도, 또 정갈되지도 않은 그룹이었다. <CrazySexyCool>이 발매되었던 때는 Usher, Aaliyah, Nas, OutKast를 비롯한 1세대 R&B 스타들과 래퍼들이 등장하던 시점이었다. 티엘씨는 이들을 따랐다. 1집의 성공은 그들을 애틀랜타의 힙합, R&B 씬의 중심으로 올려놓았고, 이로 인해 <CrazySexyCool>는 R&B와 힙합이 어우러져 이전에는 잘 찾아볼 수 없었던 묘한 섹시함을 풍기는 고혹적인 작품이 되었다.

​

<CrazySexyCool>만이 갖고 있는 무드를 상징하는 멤버는 단연 T-Boz일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본작과 특히 잘 묻어 나오며 앨범에 섹시한 매력을 양껏 더하는데, 특히 "Red Light Special"과 같은 트랙들에서 느릿하게 유혹을 하는 듯한 보컬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 중 하나이다. T-Boz가 나른하고 여유로운 보컬을 갖고 있었다면, Chilli는 완전히 역동적인 보컬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섹시함과 쿨함, 그리고 멍청한 매력이 모두 뒤섞여있어 본작의 짜릿한 개성과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

그러나 <CrazySexyCool>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멤버는 Left Eye였다. 전 연인의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법원에서 강제 치료를 받고 있던 그녀는 그로 인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앨범에 참여한 다른 피처링진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꿀릴 바가 없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Waterfalls"에서 그녀가 잠깐잠깐 등장하는 순간들은 짧지만 앨범을 상징하는 모먼트이고, "Can I Get a Witness (Interlude)"에서 Busta Rhymes와 주고받으며 래핑을 하는 부분들을 비롯한 그녀의 래핑은 Phife Dawg이나 André 3000을 비롯한 피처링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

"Creep"과 "Waterfalls"는 티엘씨의 개성과 정체성을 뚜렷하게 담아낸 트랙이다. "Creep"은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여성의 사랑에 대한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본 트랙에서는 T-Boz의 낮은 보컬이 돋보이는데, 비밀스러운 가사와 완벽히 어우러져 아이코닉한 모습을 보여준다. "Waterfalls" 역시 마찬가지이다. 티엘씨는 본 트랙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난과 약물, 에이즈 등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데, Left Eye의 랩 파트와 다른 멤버들의 부드러운 보컬이 그 메시지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루며 그녀들의 명실상부 대표곡이자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90년대 음악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

<CrazySexyCool>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Kick Your Game"과 "Diggin' on You"는 각기 다른 분위기와 메시지를 담아 앨범에 다양한 색채를 더한다. "Kick Your Game"은 펑키하고 재치 있는 사운드를 담아 티엘씨가 가진 장난스러운 매력을 잘 보여주는 트랙이며, "Diggin' on You"는 다소 감성적이게 사랑에 빠진 순간을 섬세하게 풀어낸 아름다운 곡이다. 이처럼 <CrazySexyCool>은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낸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어 티엘씨만의 아름다운 서사를 완성시켜낸다. 본작은 사랑과 쾌락, 갈등과 성찰을 아우르며 여성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비추고 있다.

​

티엘씨는 본작에서 감정과 자유로움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CrazySexyCool>은 티엘씨의 전성기, 그리고 90년대 음악씬을 상징하는 음반이 되었으며 그들을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어준 상징적인 음반이다. 각 멤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본작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Crazy', 'Sexy', 'Cool'. 말 그대로 그녀들을 상징하는 세 단어로 이루어진 <CrazySexyCool>은 앞으로 또 한 번의 30년이 지나더라도 여전히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다.

On w/HOM -> https://drive.google.com/file/d/1JoKViMVLcqE70Okp-Tlu2NBW9oq7DO1J/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