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이유로 사실상 믹싱-마스터링 과정만을 남긴 상태에서 발매가 무산된 비운의 앨범이다. 칸예 웨스트의 10번째 스튜디오 앨범 Donda에서 꽤나 논란이 되었던 욕설 묵음 처리는 바로 전작이자 얀디의 정신을 계승한 9번째 스튜디오 앨범 Jesus Is King(약칭 JIK)에서 시작된 그의 신념일 것이다.
자녀에게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려 한다. '욕설'이란 개념은 그에게 '나쁜 것'이 되었다.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며 대부분의 개념들이 정형화와 정제가 이루어지며, 똑같은 뜻 혹은 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서로가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선망과 존경을 받기도 하며 누군가는 그것을 눈꼴시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비속어는 이러한 사회의 흐름 속에서 이를 거슬러 정제를 거치지 않고 아주 편하게 발음할 수 있게, 있는 뜻을 그대로 표명하거나, 날것 자체로 만들어졌다. 밈(meme), 유행어, 줄임말, 신조어란 태를 뒤집어쓴 체(물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욕설은 국가와 언어를 막론하고 수백 년 넘게 살아남았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얀디 발매 무산-JIK 발매'에 대한 후문에는 칸예 웨스트가 모종의 사건을 겪고 이전보다 더욱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음이란 얘기가 있다.
현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발설을 자행하는 '욕'이란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보편적으로 '나쁜 것'이라 판단한다. 이는 여러 공공적인 매체에서 오래전부터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습이다. 이러한 날것의 말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 혹자는 상스럽고, 더럽고, 수준 낮고, 비호감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것이 '표현의 자유'에 속하며 감정을 대변하는 문장의 전달력을 높이며 공감과 몰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한 것이 정규 10집 Donda라고 생각한다. 녹음할 때는 욕설(비속어)을 사용하나, 정식 발매에는 이 부분들을 묵음 처리하는 것, MC가 가사를 토할 때 제약을 걸지 않아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고 프로듀서는 이를 적절하게 모자이크하여 청자가 부분적으로 가려진 무형의 오브제가 가진 형태를 어느 정도 짐작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에서 노출신-베드신을 촬영할 때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분장의 일종인 '공사', 여러 영상물들이 등급 심의를 맞추기 위해 혹은 감독의 선택에 의해 특정 신을 완성작에서 제외하거나 재촬영하는 등의 것들이 위에서 말한 것의 유사한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얀디는 JIK에 비해 비교적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에 가까우며 어찌 보면 비속어로 인해 날 선 공격적인 앨범이다. 칸예 웨스트는 이러한 모습이 신이 보시기에 옳지 않다고 판단했으리라, 이에 앨범 제작을 갈아엎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여전히 얀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부정적 여론은 극히 소수이리라. 이에 반해 JIK은 얀디로 보여준 이미지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가된다. 대신 가스펠이란 면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쳐준다.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그러니까 출제자가 존재하는 문제는 출제 의도에 맞게 답을 제출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에는 주관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예술은 모순되게도 객관과 주관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그만큼 예술이란 세계관은(그중에서도 음악은) 여러 감상에 포용적이며 무엇이든지 정답이 될 수 있는 '자유성'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장르의 발생과 특성에 따라 누군가가 세상에 내비친 작품을 특정한 무언가로 규정하고, 또 그에 따라 10점 만점에 몇 점 혹은 별이 5개 중 몇 개인지 판단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장르'라는 개념에 국한하여 평가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경험에 대비하여, 작품의 주인이 이전까지 보인 행보, 텍스트가 담고 있는 의미와 비유, 스스로 그 작품을 보고 들어서 느껴진 감정에 맞춰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들은 형식이 명확하게 갖추어진 것 같아도 모든 이들이 똑같이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모두가 조금씩 다른 의견을 말하게 한다. 똑같이 (보편적으로 그렇게 평가되든 제작자가 직접 말했든) 신나는 음악을 청취하여도 누군가는 멜로디가, 누군가는 가사가, 또 누군가는 곡의 제작 시기나 의도에 의해 신나지만은 않고 슬프게, 암울하게, 모순되게, 미묘하게, 기괴하게, 아니라면 전혀 신나지 않는다고 감상을 말하는 경우도 생긴다.
JIK은 얀디의 포텐셜 넘치는 곡들을 소수만 차용했고, 이마저도 오히려 수준이 퇴보한 상태로 수록되었다. 어떤 이들은 수록곡들이 너무 적어서, 어떤 이들은 곡 하나하나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어떤 이들은 그냥 곡들이 별로라서 혹평한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스펠이란 장르에서 보았을 때는 또 높게 평가할 수 있음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높게 평가한다.
그럼에도 JIK과 얀디 둘 다 좋아한다. 두 앨범 모두 신과 신앙에 대해서, 그리고 본질적으로 자기애와 가족애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전작인 ye의 연장선이라고도 느껴진다. JIK은 단편적으로 ‘음악’이란 작품과 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발매 이후의 활동과 연동된다. Sunday Service Choir의 독자적이던 칸예 웨스트와 함께하던 수많은 사회활동이 JIK의 연장선이자 앨범의 일부라고 본인은 여기고 있다. 그 때문에 이런 엔터테이닝이 아무리 JIK이 얀디보다 별로인 앨범이라 해도 좋게 평가하고 싶고 좋게 평가하게 만든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JIK을 앨범 단위로 듣는다. 가사를 곱씹던, 얀디의 파워풀한 에너지를 염두에 두던,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감화되던, 이전에 보고 들었던 수록곡들의 라이브 영상이 떠오르던,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나에게 오는 감동이 있다. 어쩌면 이건 얀디의 비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JIK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앨범이다.
원래 추천 받은 앨범인 koreatown oddity - little dominiques nosebleed를 리뷰하려고 했으나, 어떤 유저분이 진행하신 최고의 앨범 투표 및 리뷰에 참여하다가 얀디와 지킹으로 노선을 틀어버렸습니다.(물론 아냐 뱀새끼)
예전부터 앨범 리뷰 글을 쓰고 싶었지만, 당시엔 과제와 작업에 치이고 지금은 돈 번다고 시간이 부족하고 귀찮아서 이제서야 첫밴째 리뷰를 써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질의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해당 리뷰도 즉흥적으로 쓴 거라 두서 없고, 행과 문단을 나누긴 했어도 글의 진행이 딱히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길 바랍니다.
좋은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선추후감
잘 읽었습니당
저도 jik 아쉬운점은 많아도 꽤 좋아해요
잘읽었습니당
주인장은 빨리 어린 도미니카인의 코피를 내놓아라!!!
지금 가사 읽으면서 4회차 중인데, 아직 초반 빌드업이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생각보다 진하네요. 아마 이 앨범 리뷰는 분량이 상당하고 앨범 자체의 서사보다 종교와 사상에 대한 내용이 많을 거 같습니다. 아마 곡마다 감상이 있을듯 전체로 묶어서 축약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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