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초반, 그 당시 미국의 힙합 씬은 한창 지펑크를 위시로 한 서부 힙합이 지배하던 때였습니다.
당장 대표적인 앨범으로는 닥터 드레의 'The Chronic' 이 있죠.
그러나 이 때 미국이 마냥 지펑크의 세상인 건 아니었습니다. 몇몇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재즈와 힙합을 섞은 변종의 청사진을 하나 둘 씩 들고 오며 씬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여러분도 잘 아실 ATCQ가 있네요.
암튼 그래서 보통 지펑크하면 서부, 재즈힙합하면 동부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신기하게도 캘리포니아 출신이면서 재즈힙합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룹이 몇몇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ouls Of Mischief' 와 오늘 얘기해볼 파사이드를 그리 평가합니다. 특히 파사이드는 LA에서 시작한 그룹이라 그 근간이 더 독특한 편이라고 봅니다.
특이하게도 파사이드 멤버 대부분은 래퍼가 아닌 댄서였어요. Slimkid3, Bootie Brown, Imani 모두 댄서 출신이랍니다. 아마 Fatlib이 유일한 래퍼 출신이라고 보심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랩할 때 본인들이 춤추는 스타일대로 랩을 한다고 말한 적도 있을 만큼 댄서로써의 커리어가 그룹 내에 미친 영향이 꽤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1집 들어보면 흥이 엄청나긴 해요, 텐션이라던가...
암튼 이들은 1집의 사운드의 핵심이 되는 프로듀서 J-Swift를 만나고 1991년부터 앨범 녹음에 착수, 1992년 재즈 힙합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걸작이자 그룹의 1집인 Bizarre Ride II the Pharcyde 를 발매하게 됩니다.
파사이드의 1집은 크게 성공했고 평론가들한테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찾아보니 골드를 찍었다고 하네요, 못해도 50만장 이상은 팔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운드로 보나 가사로 보나 유쾌하다 못해 코미디스런 분위기가 인상적이라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롤링 스톤즈 왈 "학창시절 유머감각 좋은 씹인싸들을 스튜디오에 한무더기로 풀어놓은 것만 같다."
근데 가사가... 진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Ya Mama' 에선 느그 어매가 마약중독자에 의안끼는 장애우라며 시원스럽게 패드립을 갈기지 않나... 'Oh Shit' 에선 본인들이 성관계를 하다 겪은 웃긴 썰들을 맛깔나게 푸는데 그 내용을 해석해보면 완전 가관이랍니다.
그래도 'Otha Fish' 에선 흔히 당할 법한 어장관리에 대한 웃픈 이야기를 푼다던가, 어두운 재즈 비트 위에서 본인들의 대마 흡연을 까발리는 노래인 'Pack The Pipe' 등등 나름 정상적인 노래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치기어린 분위기를 뒷받침해주는 J-Swift의 신나는 프로덕션까지... Bizarre Ride II the Pharcyde는 ATCQ의 The Low End Theory와 견줄만한 퀄리티를 지닌 재즈힙합의 또다른 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시 갱스터랩과 지펑크가 유행하던 서부 힙합씬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이 앨범은 말 그대로 익살스런 혁신과도 다름없었고, 파사이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이후 그룹은 힙합 프로듀상 역사상 최고, GOAT 제이 딜라와 만나며 1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2집을 발매하게 됩니다.
2집 Labcabincalifornia에선 1집에서 보였던 유쾌함이 다소 거세?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이 앨범은 유명세를 얻은 파사이드가 과도기에 들어서면서 얻은 문제들에 대해 다루는 사뭇 진지한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마약 중독이라던가, 그룹이 음악적으로 성공하고 유명세를 얻은 긍정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이면이라던가...
그렇다고 해서 그룹의 색깔 자체가 송두리째 바뀐 수준은 아니고, 이전에 비해 좀 더 묵직하게 멜로우한 분위기를 지닌 앨범입니다. 파사이드 특유의 재치있고 탄탄한 에너지의 래핑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합니다.
맘에 드는 여자와 만났지만 어쩔 수 없이 깊지 않은, 단지 씁쓸한 하룻밤 불장난에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 대해 풀어놓는 'She Said', 어린 시절과 성장한 자신들 사이의 간격에 대해 얘기하는 명곡 'Runnin', 자신들이 잘 나가는 힙합 뮤지션인 걸 바라보고 붙은 여자들, 소위 말해 그루피들과 자신들 나름대로 그를 대처하는 법을 다룬 노래 'Groupie Therapy' 까지... 전체적으로 봐도 느껴지시겠지만 앨범이 1집과 비교했을 때 많이 진지해요... 그래서 출시 초기엔 나름 호불호가 갈렸던 앨범이었다네요. 물론 지금은 자타공인 명반으로 인정받는 1990년대의 클래식으로 남았죠. 전 개인적으로 제이 딜라가 프로듀서로써 본격적으로 활동한 첫 앨범이라는 점에서 더 고평가를 하고 싶네요.
비록 파사이드라는 그룹 자체는 2집 발매 이후로 큰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이들이 1집으로 시작해서 2집으로 완성시킨 성장드라마와도 같은 인상적인 서사를 보면 인상적이라는 말이 안나올래야 안나올수가 없다 생각합니다.
파사이드 많이 사랑해주세요~~~
댄서 이야기는 몰랐네요! 그래서 Drop 뮤비도 그렇게 활발하게 찍었나
그러리라 봅니다
파사이드 너무 좋아하는데 잘 봤습니다 drop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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