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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boi Carti <MUSIC>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5시간 전조회 수 382추천수 18댓글 7

내 생각에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MUSIC>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은 것보다도, 훨씬 단순하게 기념될지도 모른다. 본작의 위치는 믹스테이프 <Playboi Carti>, 앞선 두 개의 정규 앨범 <Die Lit>, <Whole Lotta Red>와는 다른 곳에 있음은 분명해 보이며, <MUSIC> 그 자체로도 느낄 수 있는 감상이 다르다는 것이 주요하다. 믹싱이나 정제를 거치지 않고 뽑아낸 믹스테이프 플레이리스트, 카티 개인의 몇 가지 충동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 그 자체에 대한 묘한 집착까지 <MUSIC>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불안정한 끓는 점을 마주하는 듯하다. 그리고 불안함이 가득한 끓는 점의 출처를 뒤따라 가보면, 애틀랜타 남부 트랩을 적당히 들여다보고는, 자기 방식대로 조립한 조형물에 있으니 어떤가. 결국 <MUSIC>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혹은 희열의 출처 역시도 음악 자체가 줄 수 있는 불안정한 끓는 점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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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과 <Whole Lotta Red>의 공통점이라면 음악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생동감에 적응하는 데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데, 둘 사이의 드러나는 큰 차이점은 <MUSIC>은 <Whole Lotta Red>만큼 직접적이지 못하며, 전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수 부재해 보인다. 오히려 <MUSIC>은 바로 전작의 대척점에 위치하고는, 과거 남부 트랩을 카티 본인만의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는 식이다. 마치 의도적으로 청자의 기대를 배제하고,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달까.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최대한 누그러뜨리고, <MUSIC>을 본인이 바라보는 음악처럼 들리게 노력하는 것이 첫째이며, 두 번째는 몇 개의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본인이 주최한 애틀랜타 힙합 클럽 혹은 힙합 라디오로 큐레이션 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도 큐레이션이라는 명목으로, 카티의 수많은 보컬 페르소나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팝적인 선율과 합세해서 뻗어나가는 수많은 남부 힙합의 갈래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앨범의 포문을 여는 “POP OUT”은 이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카티식 레이지의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클럽장을 연상시키며, 이어지는 “CRUSH”는 카티의 쾌락주의적 면모를 모 합창단과 중독적인 신스 루프 및 폭발적인 베이스로 구현한다. 다음의 “EVIL J0RDAN”은 저음으로 변조된 카티의 목소리가 다른 곡에 비해서도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는 동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DJ Swamp Izzo 애드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앞선 세 곡 덕분에 우리는 본작의 키워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카티가 추구하는 감정으로 가득한 공연장과 쾌락-허무주의에 기반한 음악적 면모, 마지막 과거 남부 믹스테이프 힙합을 바라보는 카티의 시선까지로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묘한 기분이다. 2010년대 트랩작 및 <DS2>의 냄새를 풍기는 Metro Boomin의 “RADAR”, The Weekend와 함께하여 팝 랩의 향수가 물씬 느껴지는 “RATHER LIE”, Young Thug과 Ty Dolla $ign이 참여하고는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곡 “WE NEED ALL DA VIBES”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카티의 앨범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그렇다. 추임새나 애드리브로는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티가 랩을 맡고, 랩으로는 손에 꼽는 Kendrick에게 애드리브나 훅 맡기는 광경을 보여주는 “MOJO JOJO”, "BACD00R"는 또 어떻고. 서로의 역할을 반대로 맡은 듯한 연출은 리스너의 상상을 무너뜨리는데 충분히 일조한다. 그런 다음의 켄드릭과의 드러나는 "GOOD CREDIT" 연출은 상당히 흥미로운 순간이다. 이외에도 SpaceGhostPurrp의 노래를 샘플링한 "CRANK",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I SEEEEEE YOU BABY BOI", 우지와의 재회가 담긴 "JUMPIN", "TWIN TRIM", 이제야 카티가 말하는 'Burnt Music'이라 칠 수 있는 "COCAINE NOSE", "HBA"와 퓨처리스틱풍에 가까운 "LIKE WEEZY"가 한 앨범에 있다.

 

그렇다면 본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혼돈이다. 마치 카티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몇 개의 곡을 채취하고는 큐레이팅하는 식으로 말이다. 작업과정 역시 그때그때 즉흥적이든 아니든 간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백분 발휘해서 만들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녹음실 안을 소용돌이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아티스트들을 본인의 인간관계 안에서 충당한다. Future와 엇비슷한 목소리의 활용 역시도 이 과정에서 적당히 조절된다. 어째 본작을 감상한 뒤의 칸예 웨스트의 <DONDA>를 떠올리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30개나 되는 트랙 사이의 빛나는 아이디어들, 이를 조율하고 휘두르는 지휘자 플레이보이 카티, 그리고 발매한 뒤의 저마다의 플레이리스트를 새로이 꾸리는 리스너들까지. 어째 다방면으로 칸예의 과거 유산을 생각나게 한다만, <DONDA>와의 차이점이라면 <MUSIC>은 어디까지나 카티의 앨범이며 믹스테이프에 가까운 성격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근래에 과거 믹스테이프 형식을 빌린 작품 비교 군이 있다면 Tyler, The Creator의 <Call Me If You Get Lost> 혹은 Denzel Curry의 <King of The Mischievous South Vol.2> 정도가 있겠다. 타일러는 과거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 여정에 집중했으며, 덴젤은 본인의 출신지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복각과 경의에 힘썼다. 반면에 카티는 자신이 바라보고 느낀 ‘음악’ 자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스타들이 회귀 아닌 회귀를 하고, 과거의 음악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할 때에 카티는 ‘구현과 복각’보다도 앨범의 제목처럼 보여주고자 한 ‘단순 음악’에 집중한 듯하다. 전자들이 과거의 장치를 유기성이라는 모호한 형체를 보완하는 데에 사용한다면, 카티는 과거의 장치를 전복하고 음악적 영감을 펼쳐놓을 도화지로 이용할 뿐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 드러나는 야망과 능력은 이미 과포화 상태로 장점을 비롯해서 단점마저 일정량을 초과한다. ‘이것은 내가 기대한 카티가 아니야’, ‘이것도 카티스러운데’라는 물음표가 점점 늘어나는 원인도 여기에 있을 테다. 문제는 카티가 말하는 어둡고 폭력적인 “Burnt Music”의 실체에 가까워지기 위한 단서 역시도 카티의 다양한 목소리 및 페르소나와 수많은 남부 힙합의 음악 갈래 덕분에 희미해지고 만다는 점이다. 반대로 드러나는 장점 또한 현상이 희미해지는 만큼의 열광적인 음악 자체에 대한 끓는 점에 도달하고 심한 갈증이 부상하게 된다.

 

결국 이 갈증이 핵심이 아닐까? 과대광고부터 시작한 무질서한 30개의 트랙들, 과거의 여러 기억들에 머물지만 여전히 새롭고 싶은 힙스터 마인드 등.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MUSIC>은 응집력이나 집중력 있는 기술이라기보다도, 언제든지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는 트랙 모음집에 가깝다. 불규칙하고, 초점이 없으며,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한데도 딱히 어느 트랙을 잘라내서 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상상은 안 든다. 그저 ‘음악’이고, 그로 족할 뿐이다. 적어도 카티가 MZ 세대의 키워드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냐는 상상에 맡길 일이지만, 현세대의 음악 소비 방식을 카티식의 앨범으로 맛본 기분이랄까. 결국 ‘I AM MUSIC‘ 이란 슬로건이 꼭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 끝내 실소를 짓게 만들 뿐이다. 만일 카티가 해석한 음악이라는 혼돈을 감상할 의향이 있다면, <MUSIC>은 아주 신나는 무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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