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덴젤 커리는 누구인가?
아티스트의 작품을 알려면 그 아티스트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게 그에 대해 알아보자.
덴젤 커리는 켄드릭 라마나 드레이크처럼 유명한 래퍼는 아니지만, 그 음악의 무게감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을 갖춘 완성형 래퍼라고 생각한다.
플로리다 출신의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랩을 했었다고 하며 2011년 첫 믹스테잎을 내고 씬에서 주목을 받아 크루 레이더 클랜에 영입되고 릴 어글리 메인과 같이 작업하는 등 천천히, 또 착실하게 그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6년에는 그 재능을 인정받아 XXL Fresjman Class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그는 30살의 나이에 총 6장의 정규를 발매했고 오늘 리뷰할 "TA13OO"는 그의 정규 3집이다.
그렇다면 "TA13OO를 리뷰해보자.
<TA13OO>
당신은 무언가를 증오해 본 적이 있는가?
그 대상이 자신이건, 타인이건, 물건이던 간에 말이다.
좀 무서운 질문이었지만, 나는 자신을 증오하기도 해봤고 타인을 증오하기도 해봤다.
또 어떨 때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사회에 증오감이 들었던 적도 있다.
이번에 내가 리뷰할 TA13OO는 그 '증오'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Eyesight is a gateway to a new day and the same hate
눈에 보이는 것은 새로운 하루와 같은 증오로 탈출하는 통로
"SIRENS/ZIRENZ"의 가사 중
덴젤 커리는 이 앨범이 자신의 정신적인 어두운 면을 담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앨범 커버부터 어둡고 앨범을 수록하는 곡들도 어둡고 우울한 면이 있다. 덴젤 커리는 그 어두움을 단순히 보여주는 형식이 아닌, 보다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러한 덴젤 커리의 치밀한 설계는 앨범의 구성에 드러나있다.
"TA13OO"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첫 번째 부분이 "Act 1,Light"고 두 번째 부분은 "Act 2,Gray", 마지막은 "Act 3,Dark"이다.
부분별 이름처럼 앨범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두워진다. 우선 덴젤 커리는 첫 트랙으로 자신의 작품에 온 청자들을 환영한다.
https://youtu.be/PlLLXchYuD4?si=WuOZ3FAH9Ri27lF1
Welcome to the darker side of "TA13OO"
"TA13OO"의 어두운 면으로 온 걸 환영해
All I've got is permanent scars and tattoos
내게는 영원히 남을 흉터와 문신 뿐이야
Take another step in the path that you choose
네가 선택한 길로 한 발을 더 딛어
Make a bad choice in your path then you lose
길을 가다 나쁜 결정을 내리면 지게 되있어
"TABOO / TA13OO" 중
그리고 앨범은 본격적으로 청자를 몰입시킨다. 우선 첫 부분, "Act 1:Light"에서는 전체적으로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는 법, Act 1의 트랙들은 밝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부분들이 있다.
https://youtu.be/Hr2b5TG54fE?si=kOng7j0mb_mSmHY6
Got my mind in a skillet, suicide not a mission
내 마음을 꼬챙이에 꽂아, 자살은 현재 할 일이 아니야
See the vibe very timid, I'm timid and very sad
아주 나약한 진동이 보여, 난 소심하고 아주 슬프지
"BLACK BALLONS / 13LACK 13ALLONZ" 중
그렇게 덴젤 커리는 조금의 힌트를 남기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앨범이 진행될수록 덴젤 커리의 '증오'의 대상과 근간이 점점 보여지기 시작한다.
https://youtu.be/tKAv7eOK2dg?si=UM1w68y5t4KPo03A
Watch these hoes when they say they wanna lie to me
나한테 거짓말하고 싶다는 이년들을 지켜봐
I don't know who's the one that wanna plot on me
누가 나한테 꿍꿍이가 있는건지 모르겠어
I stay low so my demons don't acknowledge me
악마들이 날 발견하지 않도록 자세를 낮추지
When I go, I know death don't do apologies
인생이 끝나도 죽음이 내게 사과하진 않을테니
"CLOUT COBAIN / CLOUT CO13AIN" 중
Act 2에서 덴젤 커리는 자신과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모두 증오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 누구나 속에 감추고 있는 모습을 꺼내서 청자에게 확인시켜준다.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도 Act 2이다. 이 트랙들의 분위기나 가사들이 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 같았고, 내가 이 앨범을 덴젤 커리의 최고작으로 꼽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Act 2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둡고 공포스럽지만, 동시에 어리고 미성숙한 모습이 느껴진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아직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한 화자가 상처를 받고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달까.
어렸을 때 무릎에 딱지가 생긴 적 있는가? 넘어져서 딱지가 생기면 새살이 돋고 상처가 낫는다.
하지만 딱지를 벗기면 오히려 피가 더 나고 상처는 낫지 않는다.
나는 "Act 2: Grey" 부분에서 딱지가 떠올랐다. 덴젤 커리는 그 딱지를 내버려두지 않고, 긁어서 벗긴 상태로 Act 3에 다다른다.
https://youtu.be/hMI86-muHzU?si=MULgw-ulcJWASgxC
Inside I'm feeling so hideous (yeah)
내 안은 추악해진 느낌
Fuck everybody, I murder you idiots
다들 엿먹여, 난 너네 바보들을 살인해
"BLACK METAL TERRORIST / 13 M T" 중
결국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듯 하다. 덴젤 커리의 증오의 대상은 자신에게서 타인에게로 쏠린 듯하고, 더 깊은 우울로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앨범의 끝이 마음에 든다. 오히려 억지로 웃음 짓지 않고 자신의 불편함을 끊임없이 내비치는,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든다. 이러한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 덴젤 커리가 얼마나 노력했을까를 생각하면 대단한 래퍼가 아닐 수 없다.
종합적으로, 이 앨범은 랩이면 랩, 메시지면 메시지, 사운드면 사운드 모두 좋은 합을 이뤘기에 탄생한 명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메시지는 내게 공감되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앨범을 만들어준 덴젤 커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총점 98/100
최애트랙:BLACK BALLONS, SIRENS, CLOUT COBAIN
DanceD 님의 가사 해석을 참고했습니다.
선추후감
조아조아
허슬하시네 ㄷㄷ
아맞다
타부들어봐야하는데
제 리뷰 보면서 들으시져
조아요
리뷰 허슬러
당신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요...
딱지 비유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전 대신 필력이 안 좋잖아요 ㅎㅎ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각성하셨네
몸풀기는 끝났다.
인생앨범
양질의 글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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