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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기념)크로마코피아 리뷰

title: Mac Miller칸예맛라마2025.02.26 22:13조회 수 5480추천수 27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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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주워본 기억이 있는가? 필자는 어렸을 적, 시골의 할머니 집을 방문하면 근처의 산에 가족과 같이 밤을 주우러 가곤 했다. 알차게 열린 밤을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리면, 발을 사용해 가시를 벗긴 뒤 큰 양파망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생밤 한 톨 한 톨의 모습은 깨끗하고 깔끔했다. 흠 하나도 없이 반들반들하고 맨질맨질 한 느낌에, 손으로 굴리며 자주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껍질을 벗긴 속은 다르다. 껍질을 깎는 과정에서 생긴 흠집이나 미처 깎지 못한 껍질이 달라붙어 울퉁불퉁해지고, 내용물도 각진 데다 변색이 자주 있기도 했다. 운이 안 좋으면 벌레먹은 밤까지, 밤의 속알은 그렇게 시각적으로 깨끗하다고도, 매력적이라고 하지도 못한다.


타일러의 이번 앨범은 이 알밤과 닮았다고도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일러의 모습은 어떤가? 매력적이고 장난기 심한, 매력적인 가수이자 가수,  프로듀서, 디자이너 등 여러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2010년대 이후 힙합씬은 물론 패션과 음악 전반적 부문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 주위에 좋은 친구들도 많이 둔 데다, 상업적-비평적으로 모두 성공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그야말로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있다. 돈이 많던 적던, 유명하던 아니던 간에 모든 인간은 노화라는 일생의 과정을 겪게 된다. 노화로부터는 숨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러나 노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륜과 지혜는 쌓이고 쌓여 본인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릴적 이해 못했던 말들은 지혜의 구결로 다가오게 되고, 몰랐던 부분에도 통찰력이 생긴다. 마치 단단하고 달콤한 밤의 속살처럼.


타일러의 이번 앨범, chromakopia 는 이런 타일러의 모습을 밝혔다. 자신이 직접 30대에 들며 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앨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그의 이야기들을 전한다.

"30대에 드니까, 내 주위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기 시작하더라고... 내 가슴에 흰 털도 나고 말이지. 난 지금 뭐하고 있나 같은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예전에... 엄마가 해주신 말씀들이 떠오르더라고"


이런 타일러의 마음은 모두가 한 번씩은 해본, 또는 할 고민일 것이다  동서양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30대는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였다. 이만큼이나 살았다 또는 이만큼이나 더 살아야 한다 같은- 무기력함과 우울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특히 더 사랑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 또는 다가오는 불안감을 안고, 우리는 그의 서사에 휩쓸리는 표류체가 된 것이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타일러 엄마의 목소리도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번쯤은 들어봤던 말들에서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을 추억한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잘못했다며 얘기하고, 용서를 비는 장면에서는 마음에 큰 허전함과 씁쓸함마저 남게한다. 우리에게 한없이 큰, 언제까지나 보호자로 남을 것 같은 어머니가 눈물짓는 모습을 본 순간, 우리 안의 어떤것은 무너진다. 그리고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장소나 시간은 다르고 가면의 두께와 생김새, 용도마저 다르지만 모두들 속에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과 응어리들을 꾹꾹 눌러놓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들을 들을 때 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해져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타일러가 마지막 트랙에서 가면을 벗으라고 얘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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