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출어람(靑出於藍). 내게 캑터스 잭 소속 일개 아티스트 정도였던 돈 톨리버는 어느새 트래비스 스캇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24년 트랩 씬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 누구이며, 작년 <JACKBOYS 2>의 혼돈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한 것이 누구인지를 따져보면 이는 결코 과장된 언사가 아니다. 트래비스 스캇의 거대한 그늘 아래서 자신만의 불을 피워 올리던 이 조력자는, 이제 그늘 밖으로 나와 트래비스 스캇이 구축한 사이키델릭 트랩의 새로운 성벽을 쌓고 있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OCTANE>은 그 성장의 정점이자, 돈 톨리버라는 아티스트가 도달한 현재를 보여주는 좋은 산물이다. 2024년 <Hardstone Psycho>가 락과 바이커 문화를 결합한 파격적인 시도였다면, <OCTANE>은 그 에너지를 고도로 정제하여 세련된 트랩의 응집력을 보여준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속도감과 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운드의 진화다. 트래비스 스캇이 하이테크한 건축가로서 사운드를 쌓아 올린다면, 돈 톨리버는 R&B 보컬을 섞은 액체 같은 보컬로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E85"에서 보여주는 빈티지 샘플링의 재해석이나, "Body"에서 구현한 매끄러운 멜로디 라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전작에서 보여준 하드락적인 요소를 비트의 질감으로만 남겨두고, 다시금 자신의 최대 강점인 몽환적인 싱잉 랩으로 회귀한 선택은 실로 탁월하다.
작년 <JACKBOYS 2>에서 확인했듯, 이제 돈 톨리버는 비트의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복잡한 프로덕션 위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화하여 곡의 주도권을 쥔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격인 "Secondhand"에서 트래비스 스캇과 합을 맞출 때, 두 아티스트의 위계는 수평을 넘어 톨리버 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짐을 느낄 수 있다. 스캇의 웅장한 공간 설계는 여전하지만, 그 공간에 생명력과 서정성을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톨리버의 몫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OCTANE>은 2026년 현재, 트랩이라는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대중은 돈 톨리버를 보며 트래비스 스캇의 제자를 떠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스캇이 다음 행보를 결정할 때 톨리버의 눈치를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농담 섞인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OCTANE>은 그만큼 강력하고, 영리하며, 아름답다. 2026년의 시작을 알리는 이 앨범은 돈 톨리버라는 이름이 이제는 헤드라이너 자리에 어울리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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