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 Kendrick Lamar / West Coast Hip Hop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특정 유저를 저격할 의도가 없으며, 필자는 <GNX>를 포함한 모든 음반들에 관한 모든 견해들을 적극 존중함을 밝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V4yQWdn_4
어제 음악 종합 게시판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NX>와 관련된 짤막한 글을 하나 올렸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힙합엘이 내에서의 켄드릭 라마, 그리고 <GNX>와 관련된 여론은 그다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기에, 켄드릭 라마의 본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본 게시판에도 이에 관한 나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가 보고자 한다. 다시, 현재 힙합엘이 커뮤니티 내에서 <GNX>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의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앨범이 너무 가볍다. 트랙 구성이 형편없다. 켄드릭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약한 음반이다. 결정적으로 켄드릭 답지 않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GNX>는 켄드릭 라마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보아도 가장 무계획하고, 또 가장 가벼운 작품인 것이 사실이다. <GNX>는 <To Pimp A Butterfly>만큼의 사회적 통찰과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도 아니고, <good kid, m.A.A.d city>만큼의 장엄한 서사도 갖춰져있지 않으며, <Mr. Morale & The Big Steppers>에 비해 그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일 테다. 그러나 필자는 <GNX>가 분명 더욱 고평가받아 마땅한 작품이며, 나아가 본작을 그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는 행동이 한치도 의미가 없는 일임을 확신의 언어로 기술한다.
켄드릭 라마는 변했다. 이제 <DAMN.>과 <To Pimp A Buttefly>의 켄드릭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서사적인 측면과 태도적인 측면에서 작금의 켄드릭을 대표할 수 있는 3곡인 "Mirror"와 "Like That", 그리고 "Not Like Us"를 보자. 사실 켄드릭의 변화는 전작 <Mr. Morale & The Big Steppers>에서부터 감지되어왔던 것이었다. 1855일간의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보낸 리스너들에게 보인 것은 <To Pimp A Butterfly>의 메시아적인 켄드릭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부족한 한 인간이었다. 인종차별에 격하게 반대하는 래퍼, 흑인들을 위한 선제적인 메시아, 2010년대 최고의 아티스트이자 구원자. 그러나 켄드릭 라마는 그러한 위인이 결코 아니었다. 인간 켄드릭은 우리처럼 정신적인 질병을 앓기도 하고, 섹스 중독에 빠져 몸부림치기도 하며, 본인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뱉기도 하는 한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나는 여러분들의 구원자가 아닙니다. 저는 저가 되고 싶어요'. 앨범의 마지막 트랙 "Mirror"에서 켄드릭은 이전에 자신을 둘러싸왔던 모든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러한 켄드릭의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났던 사건이 작년에 일어났던 Drake와의 디스전이었던 것이다. Metro Boomin과 Future의 합작 앨범 <WE DON'T TRUST YOU>의 수록곡 "Like That"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모습을 비춘 그는 J. Cole과 Drake에게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을 가했으며, 이후 그는 "euphoria", "6.16 in LA", "meet the grahams", 그리고 "Not Like Us"라는 4번의 공격을 추가적으로 감행하며 힙합 디스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캐나다 토론토 래퍼의 피로 붉게 물들였다. 사실 켄드릭의 오랜 팬이라면 이 디스전에서부터 켄드릭의 이질적인 모습과 변화를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켄드릭이 2024년 Drake에게 가한 공격은 "Control" 디스전 당시의 켄드릭과 그 의도가 완전히 달랐다. 켄드릭이 Drake를 향해 총구를 겨냥한 이유는 단지 Drake를 순수히 혐오해서였거나, 혹은 당시 그가 싸움에 대한 욕구가 절정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의식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독자라면 앞선 두 문단에서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인지 분명 이해했을 것이다. 사실 두 문단이 아닌, 단 한 문장만 있어도 현재 켄드릭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켄드릭은 더 이상 심도 있는 가사를 쓰던 MC가 아니다. 그는 본인의 이기적인 모습과 공격성을 한치도 숨기지 않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작년의 그 디스전이 발발했던 것이었고, 그렇기에 <The Pop Out: Ken & Friends>라는 역사에 기록될 콘서트가 발생했던 것이고, 나아가 켄드릭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틀 전에 있었던 하프타임쇼에서 그가 'Say Drake'를 외치며 악마 같은 웃음을 보인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필자가 여러분들이 <GNX>를 포함한 현재의 켄드릭의 행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에게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GNX>와 그의 최근 행보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이전의 모습과 비교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정말 손톱만큼도 의미가 없는 행동이니 말이다.
물론 그의 아티스트와 앨범 메이커로서의 재능 역시 <GNX>에서 분명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켄드릭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랩 메이킹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은 각각 "wacced out murals"와 "man at the garden" / "reincarnated"와 "heart pt. 6"에서 살아 숨 쉬고 있고, 그의 송라이터로서의 역량 역시 "luther"와 "dodger blue", 그리고 "gloria"에서 아름다운 하모니와 함께 빛난다. 비록 <GNX>가 컨셔스 힙합과 재즈 사운드가 아닌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정통 뱅어 트랙들과 래칫 사운드로 가득 차있고, 메인 퍼포머인 켄드릭마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였다고 해도 이는 분명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일 테다. 켄드릭 라마는 그러한 변화들 속에서도 여전히 훌륭한 앨범의 퀄리티와 본인의 장점들을 유지할 수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래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필자는 이틀 전 진행되었던 슈퍼볼 하프타임쇼 역시 이러한 현재 켄드릭의 스탠스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평가받아 마땅한 공연이었다고 확신한다. 그가 셋 리스트의 대부분을 <GNX>의 수록곡으로 채워 넣었던 이유도, 1억이 넘는 인원이 시청하고 있는 공연에서 단 한 인물을 겨냥한 "Not Like Us"를 재생하며 'A Minor' 떼창에 희열을 느꼈던 이유도, ScHoolboy Q와 Jay Rock, Ab-Soul이 아닌 SZA와 DJ Mustard를 무대에 끌고 온 이유 역시 그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필자에게 있어서 최근 켄드릭은 자신의 변화를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든 행보를 통해 몸소 설득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번 켄드릭 라마의 공연이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고 확신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난 6문단에서 필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다시금 정리하자면 / 켄드릭 라마는 "Mirror"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했으며, 그 변화된 태도가 Drake와의 디스전, The Pop Out 콘서트에서 분명히 드러났으며, <GNX>와 이번 하프타임쇼 공연은 뉴-켄드릭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내주었다는 소리다. 물론 이가 단순 필자가 아티스트의 앨범과 행보를 평할 때 그 서사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GNX>와 현재의 켄드릭이 실망스럽다고 해도 필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 <GNX>는 지금보다 더욱 고평가를 받아 마땅한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GNX>와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비롯한 켄드릭 라마의 2024년 폭발적인 행보는 앞으로도 수많은 리스너들의 입방아에 오를, 커리어의 변곡점이라 칭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중요한 순간이었을테다. 분명히.
다음 앨범은 래칫만 안했으면..
딴 비트로 해줘
616 in la처럼 알케미스트랑 한번 해주면 안되니
선 개추 후 감상
갑자기 밤에 삘받아서 2시간동안 끄적여봤습니다. 영상은 하프타임쇼 영상을 봤는데 막혔네요. 끄아아아악 유튜브로 가서 보세요. 2번 보세요.
최근에 와 관련된 여러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그 생각을 정리할 표출구가 필요하다 생각되어 이렇게라도 끄적여봤습니다. 그래서 글이 전체적으로 난잡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네요. 나중에 손 볼겁니다. GNX 리뷰를 그냥 써볼 생각이에요 하하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이 리뷰 아닌 리뷰와 저는 이만 물러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 앨범의 비교와 상관 없이 뱅어들의 매력이 하나같이 떨어지는 것도 크다 생각해요
Luther도 사실상 시저 멱살 캐리지 켄드릭이 잘한 부분은 없단 생각
그런가요? 전 사실 luther을 배제하고 봐도 GNX는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았다고 생각했습니다ㅎㅎ wacced out murals의 켄드릭 래핑이나, 이후 이어지는 squabble up / tv off / hey now 등등의 뱅어들은 충분히 많았다고 저는 느꼈어요. 저도 luther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뭔가 뱅어라기엔 애매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아요 ㅋㅋㅋ
분명 괜찮은 부분도 있긴 하다만, 그걸 굳이 켄드릭에게서 찾아야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고
확실히 이미지를 좀 바꾸고 싶은 것 같음
이미지 탈피는 이미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걸 리스너들이 인지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전 아직은 좀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우스 파크랑 뭐 한다던데 그게 잘 풀리면…??
다음 앨범은 래칫만 안했으면..
딴 비트로 해줘
616 in la처럼 알케미스트랑 한번 해주면 안되니
전 래칫도 켄드릭한테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앱스트랙 한번 찐하게 해줬으면..으으..
켄드릭이 안어울린다기보단 그냥 래칫이 별로임
전에 떴을때도 한철 장르였는데 지금은 더 짧은 유행이 될거같은 느낌
616 ㄹㅇ 맛도리
저도 gnx 고평가 하는 입장에서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전 솔직히 예전의 켄드릭이랑 비교하지 않아도 앨범이 너무 난잡하다 느껴져서 별로 안 좋아해요
루더나 닷저브루같은 곡들도 켄드릭의 약한 퍼포먼스 때문인지 별로 안 와닿았고
글로리아의 스토리텔링도 저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좀 뻔하게 느껴졌음
물론 뱅어가 없는건 아니지만 앨범으론 절대 안 돌리고 뱅어들만 몇개 주워먹는듯.... 애초에 그걸 의도하고 만든 앨범인 것 같지만
아이거관련해서글쓰고있었는데비슷한생각을하신분이이렇게글을잘쓰시면난더이상글을쓸수없게되
개인적으로 윗 글에 100퍼센트 동의합니다
Gnx 퀄이 좀더 좋았더라면
켄드릭의 이미지변화에 대한 내용이 더 잘 설득됐을 것 같네요
사실 GNX는 앨범 퀄이 떨어진다기보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앨범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의 의견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적어도 타이틀 걸고 낸곡 좀 더 신경써서 내주지
생각해보면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tpab도 자신을 위선자라고 계속 그러거나, 자신의 팬으로 계속 남아있을거냐 라고 묻는데 실은 켄드릭은 한번도 자신을 선구자로 생각 안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저 우리가 선구자 켄드릭이라고 만든 것 일뿐.
그렇죠. 켄드릭 본인도 그러한 본인의 이미지와 현실의 본인이 너무나도 달라서 괴리에 고통스러워 했다고 해요. 또 켄드릭도 성격상 본인이 혁명가, 선구자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K.Dot이지만 더는 Cornrow Kenny나 Kungfu Kenny가 아닌 Mr. Morale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MMTBS에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Mirror의 가사나 디스곡, gnx에서의 모순적이고 감정적인 가사들을 보면 일부러 감당하기 힘든 완벽에 가까운 이미지를 벗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슈퍼볼 셋 리스트였던것 같기도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선 추천 후 감상
사실 mmtbs의 결말과 디스전의 행보로 전작들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가벼운 앨범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었고 저는 너무 만족했네요. 개인적으로 켄드릭의 장점은 송라이팅 능력이나 뱅어보다는 스토리텔링 측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reincarnated는 tpab의 How much a dollar cost와 같은 감동을, heart pt.6는 TDE 시절을 추억하게 해주었죠. 그리고 투팍 샘플과 비기 오마주, heart pt.6에 샘플링된 Use your heart가 넵튠즈 작곡이란 점 등등 파고들스록 치밀한 점이 발견되는게 대단한거 같아요. 전작들처럼 앨범 전체가 거대한 내러티브를 담지는 않지만 자카님 말씀처럼 커리어에 있어서 큰 변곡점이 될 것 같은 그런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개로 켄드릭 공연은 정말 가보고싶네요)
듣고서 나는 생각은 he’s just having fun with it 이었음 그리고 전 그게 너무 좋았어요 피카부도 싫어하는 분들 엘이에 많던데 저는 정말 좋아함 정말 재밌는 노래고 call and response도 친구랑 같이 부를때 너무 재밌고 라이브로 봐도 재밌을 거 같음 음악이 예술성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즐거운 음악도 좋지 않나하는 생각 물론 gnx 는 단순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간 켄드릭의 앨범들이 다소 무거웠어서 그런지 GNX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Damn.보다 조금 더 접근이 쉬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안에 한 인간의 분노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는만큼 몇몇 곡들은 매우 강렬하고, 몇몇 곡들은 "대체 왜 이런 가사를 썼지?" 싶기도 합니다. 근데 이게 켄드릭이라는 한 인간의 불완전한 모습인데 뭐 어쩌겠나요. 오히려 MMTBS 이후로 자유로워진 것같아 보기 좋은 면도 있습니다. 다만 디스전이랑 디스전 이후 나온 인터뷰들이 좀 추잡했어서 그런지 켄드릭이라는 아티스트에 완전한 이입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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