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EGMAFIA (Devon Hendryx) - The Ghost~Pop Tape
Genre: PBR&B, Art Pop, Ambient, Vaporwave
Released: 2013.11.11
어떤 감정은 명확한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기쁨이 웃음으로, 분노가 날카로운 언어로 표출될 수 있다면, 우울함은 인간의 마음에 안개처럼 자욱히 존재할 뿐, 그 자체로는 실체가 없다. 바람처럼 스며들고, 어둠처럼 깔리며, 음악처럼 귀에 맴돌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는 무형의 감정. JPEGMAFIA의 [The Ghost~Pop Tape]는 그 감정을 재료로 삼는다. 그러나 그는 분명한 언어로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떠도는 소리와 불규칙한 비트, 이질적인 샘플링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앨범의 분위기는 꿈속에서 깨어날 듯 말 듯한 상태와 닮아 있다. 흐릿한 멜로디가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레 끊기고, 익숙한 듯한 리듬이 반복되다가도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이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듯이—우울이라는 감정도 그렇다—명확한 원인이 없이 스며들기도 하고, 희미해진 줄 알았던 감각이 어느 순간 다시 몸을 감싸기도 한다. 마치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잔향 같다. 본작을 듣다 보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잃은 채 떠도는 듯하다. 그리고 그 떠돎의 순간 속에서, 우울은 하나의 형태를 갖춘다. 그것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무형의 멜로디 속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는 보컬 속에서, 깨진 리듬과 불안한 사운드스케이프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앨범에서 JPEGMAFIA는 끝없이 암울한—어릴 적에 당한 성폭행, 자살, 우울함, 고독에 대한—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가사만 봐도, JPEGMAGIA가 앨범 녹음 당시 얼마나 힘든 상황에 처해있었는지—실제로 자살 기도를 했다고 한다—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본작의 사운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흐릿함이다. 대다수의 트랙이 lo-fi한 질감을 띠며, 모든 소리가 안개 속의 물방울에 입어 울려 퍼지는 듯하다. 전형적인 스타일의 곡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때때로 의도적으로 오작동하며 익숙함을 해체한다. 신디사이저 멜로디는 부드럽지만, 동시에 찢어질 듯한 불안함을 내포한다. 가끔씩 들려오는 희미한 샘플들은 과거의 잔상처럼 남아있다가 곧바로 사라진다.
JPEGMAFIA의 보컬 스타일 또한 독특하다. 명확한 플로우를 따라가기보다는 불안정한 톤으로 읊조리고, 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소리의 질감과 분위기 자체로 감정을 전달한다. 마치 불면의 밤에 흐릿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과정처럼 말이다. 어떤 트랙에서는 멜로딕한 보컬이 등장하며, 어떤 트랙에서는 실험적인 노이즈와 결합된 랩이 삽입된다. JPEGMAFIA는 이 앨범에서 전형적인 구조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실험적으로 뒤섞는다. 앰비언트, 글리치, 노이즈, IDM, 심지어 드림팝적인 요소까지 느껴진다. 그는 사운드를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본작에서 자신이 가사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곡을 구성한다. 비트는 종종 왜곡되거나 불규칙적인 구조를 띠며, 특정 곡에서는 드럼이 곡 중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등의 돌발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 이 모든 요소들은 ‘Ghost-Pop’이라는 개념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음악, 곁에 항상 붕떠있지만 동시에 이질적인 감각.
JPEGMAFIA는 이 앨범을 통해 감정의 가장 미세한 결을 음악으로 직조해낸다. 그것은 명확한 서사도, 직설적인 메시지도 아니다. 대신, 그는 우리에게 하나의 공간을 제공한다—우리가 지나온 슬픔과 마주하고, 그것을 조용히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The Ghost~Pop Tape]는 바로 그 공간에서, 불확실성의 공간, 부유의 공간에서 잃어버린 삶의 끝자락을 흩날리는 듯하다.
Rating: 5/5
전곡해석: https://hiphople.com/album/29163778
추천 곡: "HBK", "Behold! A Pale Horses", "God Bless My Homegirls", "Call Me Maybe", "LI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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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거 아트워크네
자주 듣진 않는데 독보적인 앨범
고팝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도 이질적인 감성이 있죠. 잘 읽고 갑니다
B급 인터넷 음성 합성물.
분명 컨셉은 내 취향이어야 하는데 아직은 모르겠는 앨범이에요
사운드나 주제적으로나 그냥 독보적인 앨범
어떤 ㅁ1친사람이 뽀르로를 통째로 샘플링할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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