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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Yeezus>
2013년 6월 18일에 발매된 Kanye West의 정규 6집 <Yeezus>는 그 동안 그가 보여준 홍보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크게 두 가지가 달랐는데, 첫 번째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앨범 프로모션이 소박해도 너무 소박했다는 것이다.
5집 발매 전, Kanye는 앨범 홍보를 위해 한 주에 하나씩 무료 공개 곡을 발표하고, 본인의 음원이 들어간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등의 파격적이면서도 대담한 홍보 방식을 선보였다.
하지만 6집에서는 정규 앨범 발표 전의 정석 홍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선공개 싱글도 없었으며, 트랙리스트, 피처링 아티스트 공개뿐만 아니라 앨범의 예약 판매 또한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앨범 커버. Kanye는 5집의 앨범 커버 제작을 위해 Geroge Condo라는 현대 시각 예술가에게 의뢰하고, 그가 그린 아홉 장의 그림을 모두 구매하여 커버로 사용하게 된다.
각각의 그림이 서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고, 여러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맥시멀리즘을 잘 드러내었다고 본다.
하지만 <Yeezus>의 앨범 커버는 그냥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CD의 모습. 그 외에는 딱히 특이점은 없다.
이런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앨범 커버처럼 그의 음악 또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음악을 창작함에 있어 많은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고 앨범의 첫 곡을 딱 플레이하는 순간, 귀를 찌르는 것 같은 전자음악 사운드에 놀랄지도 모른다.
올드 소울 샘플링, 칩멍크 기법, 맥시멀리즘 등으로 따듯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 층을 구성했던 Kanye는 이번에 전자음악을 주로 프로듀싱하는 프로듀서들과 손을 잡고 ‘이게 힙합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음악으로 컴백했다.
분명 Kanye는 트랙 위에서 랩을 하지만, 힙합 팬들이 기존에 듣던 힙합 장르의 곡들과 비교하기에 그의 음악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3집과 4집에서 전자음악에 영향을 받은 사운드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6집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트렌드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가 이 앨범을 발표한 이후, 점점 힙합과 전자음악을 크로스오버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운드를 구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제 2의 <Yeezus>', 'X의 <Yeezus>'라는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5년 전 쯤만 해도 4집과 더불어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던 이 앨범이, 점차 유행하는 음악이 되면서 사람들의 귀에 친숙해졌다.
얼마나 시대에 앞서가는 음악을 발표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앨범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으로 세 가지를 꼽아본다.
첫 번째는 공식 피처링 표기에, 다른 앨범들과는 다르게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Kanye가 처음으로 시작한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아티스트들도 크레딧에만 피처링 아티스트를 표기하고, 공식 트랙리스트에는 곡의 제목만 표기하는 방식이 점차 늘었다.
굳이 유명 아티스트들의 이름값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앨범에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Yeezus>의 공식 트랙리스트에 표기되어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3번 트랙 "I Am a God"에 피처링한 ‘God'이다.
이 또한 키드밀리나 노엘 등 국내 힙합 아티스트들이 각각 'Brain'과 ’Satan' 등으로 자신의 트랙들에 피처링 표기를 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딱 보기에도 신이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멋은 확실히 있다.
두 번째는 "New Slaves", "Black Skinhead" 같은 그가 이전부터 쭉 보여줘 왔던 흑인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트랙들도 있지만, 이 앨범의 전반적인 주제는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향락에 가깝다.
사실 <Yeezus>의 이전 이름은 <Thank God For Drugs>이었는데, ‘마약을 주신 신께 감사를’ 이라는 타이틀에서 엿볼 수 있듯 돈, 마약, 섹스 등에 중독된 Kanye의, 한국의 유교 및 보수적인 사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사들이 즐비하다.
가사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은 Agent Sasco라는 아프리칸 리듬의 래핑을 선사하는 댄스홀 디제이를 제외하고는 랩 Verse로 참여한 아티스트가 없다.
다시 말하면 Kanye의 래핑과 여러 보컬들이 전자음악 사운드 위에서 만들어내는 조화를 더욱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여러 트랙들 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곡은 우선 "New Slaves".
개인적으로 Kanye 커리어 상 가장 잘 만든 트랙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사에서 말하는 주제, 단순한 여러 개의 음이 반복되는, 랩을 얹기 힘든 전자음악 베이스 위에서 딱딱 맞아 떨어지는 래핑, 그리고 아웃트로에서 비트 스위칭과 함께 확 바뀌는 분위기와 Kanye와 Frank Ocean의 보컬까지 곡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소스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했다.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곡이다.
오늘 특히 인상 깊었던 곡은 "I'm In It".
위에서 말했던 유일한 랩 피처링 Agent Sasco의 인상적인 리듬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곡은 괜찮은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피치 다운을 이용하여 자신의 랩을 더블링하는 효과를 주었고, Agent Sasco의 Bridge 파트에 이어 랩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그 후 5집에서도 여러 곡의 분위기를 잡아주었던 이과형 밴드 Bon Iver의 보컬 Justin Vernon과 후렴을 주고받으면서 분위기를 한 번 바꾼다.
그 후 ‘Uh-’ 추임새를 활용하여 자신의 찰진 랩 Verse를 선보인 이후 이어 나오는 후렴에서는 Agent Sasco와 호흡을 맞추고, Justin Vernon의 싱잉으로 차분하게 만든 분위기에 랩을 얹으면서 곡이 마무리 된다.
세 명의 아티스트가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보여준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곧바로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Blood On The Leaves"로 이어지는데, 앨범의 흐름상으로도 중요한 곡이 아닌가 싶다.
"Blood On The Leaves"는 전설적인 흑인 블루스 싱어 Nina Simone의 "Strange Fruit"이라는 흑인 노예와 관련된 곡을 칩멍크 기법을 활용하여 샘플링한 트랙으로, 처음에는 차분한 신시사이저 멜로디 라인에 Nina Simone의 보컬 샘플과 Kanye의 래핑이 번갈아 나오다가, 1분 7초에 전자음악 금관악기 베이스가 딱 드롭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강렬한 베이스는 4분 30초까지 지속되다가, 그 이후에는 5집의 "Runaway"의 아웃트로와 비슷한 보코더를 활용한 웅얼거리는 싱잉으로 곡이 마무리 된다.
여러 악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런 대곡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Kanye가 인터뷰에서 ‘<Yeezus>에서 진정한 트랙이라고 할 만한 곡은 "Bound 2" 뿐이야.’ 라고 말했던 마지막 트랙도 있으나, 이 리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앨범의 가사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진지한 트랙 몇 곡과 향락으로 찌들어 있는 대다수의 트랙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부터 짚어보자면 "New Slaves"를 빼놓을 수가 없다. 21세기의 흑인들은 20세기의 흑인들과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은 점들이 달라졌다.
인권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문화의 중심에 흑인이 우뚝 섰지만 여전히 흑인들에게 무지함이 존재하고 자본 세력은 그 무지함을 이용하여 흑인들을 현혹하여 결국엔 흑인들이 또 다른 형태의 노예(New Slaves)가 된다는 내용을 Kanye는 말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흑인들과 힙합 문화가 한층 더 고결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고 물질주의에 빠져있는 실태를 비판하기도 하는, Kanye가 지금까지 써왔던 가사들 중에서 가장 철학적이면서도 영감을 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과 상충되게 후자의 내용에 해당하는 가사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첫 곡부터 남의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다, 클럽 오너가 여자를 내쫓았지만 내가 다시 들여와서 입에다가 넣었다는 성적인 내용과, 'Put my fist in her like a civil rights sign' (시민 평등권 사인처럼 내 주먹을 그녀 안에 넣어), 'Uh, getting head by the nuns' (어, 수녀들에게 구강성교를 받아) 같은 미친 가사들이 많다.
더 있는데 차마 더 쓰기가 조심스러워 이 앨범의 가사 수위가 대충 어떠한 지 알려주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가사가 하나 있다. 'I just talked to Jesus, He said, "What up Yeezus?", I said, "Shit I'm chilling, Trying to stack these millions", I know he the most high, But I am a close high' (나 방금 전에 예수랑 대화했어, 그가 말했지, "안녕 Yeezus?". 내가 말했지 "xx, 나 그냥 느긋하게 있지, 이 수 백만 달러를 쌓고 있어", 나는 그가 가장 높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도 비슷하게 높아).
이게 그 유명한 ‘신’이 피처링한 트랙의 두 번째 Verse인데, 신과 대화하는 걸 신박하게 표현했다.
과연 기독교를 믿는 건지 아닌 건지 의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Kanye가 그토록 신실해질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람이 갑자기 변한다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Kanye는 맥시멀리즘에서 미니멀리즘으로, 그 동안 들려주었던 사운드와는 전혀 동떨어진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구사하면서 스타일을 동전 뒤집듯이 바꾸었지만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 달성, 2014년 1월에는 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플래티넘을 달성하는 등 그에게 실패란 없음을 다시금 증명하였다.
당시 비슷한 스타일을 시도하였던 여러 아티스트들이 깡그리 묻혔던 것을 보면 Kanye West라는 이름값이 작용한 게 어느 정도 있기는 한 것 같지만, 색다른 시도와 완성도에 있어 그에게 흠을 잡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단에서도 5집에 버금가는 칭찬까지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사운드를 힙합에 접목시켰다는 것을 인정하며 극찬하였다.
하지만 <Watch The Throne> 노미네이트 거부 사건을 계기로 그래미 수상과는 인연이 멀어져, 56, 57번째 그래미 어워즈에서 앨범과 몇 개의 트랙들이 노미네이트되는 것에 그친다.
어느덧 그의 정규 앨범의 2/3을 훑어보았다.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왔을까?
사상 최초로 업그레이드되는 ‘파블로의 삶’을 다음 리뷰와 함께 알아보자.
Tlop 존버중
여러모로 5집의 안티태제격 앨범이죠
잘 읽었습니다
앨범 정리해서 올리니까 뜨거운 트윗들이 올라오고 있네요.
하지만 이런 기행들이 명반으로 이어진다는 뚜렷한 무언가들이 지금의 Kanye에게는 더이상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ㅠㅠ
캬 오랜만에 들으러 가야겠다
타이밍이 ㅋㅋㅋㅋㅋㅋ
타이밍 ㅋ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타이밍 뭐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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