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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4집 발매 이후 이례적인 혹평을 받던 Kanye West에게 더 큰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2009년에 열린 MTV 뮤직 비디오 어워즈에서 Taylor Swift가 베스트 여성 아티스트 비디오 부문에서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는 도중에 무대에 난입한 것.
Kanye는 마이크를 뺏고 이렇게 말한다. ‘테일러, 너가 상을 받아서 진심으로 행복하지만, 내가 먼저 이야기를 마무리할게. Beyonce가 역대 최고 비디오 상을 받아야 해!’ 그런 후 마이크를 넘겨주고 무대를 내려온다.
하지만 Beyonce가 올해의 비디오 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괜히 남 축하 받을 일에 끼어든 망나니 꼴이 되어버렸다.
당시 Talyor는 컨트리 소녀로 풋풋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기에, Kanye의 무례한 행동에게 가해지는 언론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이를 계기로 Kanye는 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고, 심지어는 미국을 떠나 하와이로 피신한다.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해결이 안 되던 문제가, 여러 사람들의 지성을 합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데, Kanye는 하와이에서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앨범을 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당시 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아티스트,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을 싹 쓸어 모아서 송 캠프를 진행한다.
조별과제를 예로 들면 교양에서 조원들을 모았는데 전부 각 과에서 1등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법 한데, Kanye가 적절하게 진두지휘하면서 2010년대 최고의 앨범을 제작하게 된다.
리뷰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Kanye는 이 때 당시 세 개의 앨범을 동시에 만들고 있었다.
하나는 이 리뷰의 주인공인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다른 하나는 Jay Z와 합작으로 만든 <Watch The Throne>, 마지막은 자신의 레이블 G.O.O.D. Music 컴필레이션 앨범인 <Cruel Summer>.
자신이 열심히 만든 창작물을 홍보하기 위해서 그는 앨범 공개 전에 ‘GOOD Friday'라는 2010년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한 곡씩 공개하는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한 곡 한 곡 공개될 때마다 대중들은 곡의 대단한 퀄리티에 감탄하였고, Kanye가 일을 단단히 내겠다는 생각으로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이 뿐만 아니라 Kanye는 10월에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이었던 "Runaway"와 동명의 단편 영화까지 제작하면서 이 앨범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 부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앨범 녹음 비용에만 34억을 지불하여 그의 회사 Def Jam에서 작업한 앨범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앨범이 되기도 했다.
혹여나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들어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히 위 리뷰와는 달리 한 곡씩 정성스럽게 코멘트를 해보려고 한다.
1번 트랙 "Dark Fantasy"
Nicki Minaj의 내레이션으로 포문을 여는 곡이다. 영국식 발음으로 ‘넌 현장을 다 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짜는 훨씬 독하다’라고 가사를 시작한다.
아마도 Nicki는 사람들이 Kanye의 음악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아무도 이런 퀄리티의 앨범이 발매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어 Bon Iver의 보컬 Justin Vernon과 Good Music의 여성 보컬 Teyana Taylor가 함께한 후렴이 나온 후에 Kanye의 랩 Verse가 시작된다.
4집에서는 싱잉에 더 많은 초점을 두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랩으로 표현한다.
1절의 가사를 조금 살펴보자면 'in Chicago', 'Murcielago', 'that I blow', 'Me no hablo' 등으로 라임을 맞추면서, 그렇게 스킬풀한 랩은 아니지만 운율을 살리면서 귀에 쏙쏙 꽂히는 래핑을 구사하고 있다. 곡은 웅장한 후렴과 함께 마무리 된다.
2번 트랙 "Gorgeous"
4집에 참여했었던 Kid Cudi가 본격적으로 Kanye의 멤버가 되면서 5집에서도 여러 곡에 참여하고, 전설적인 올드 스쿨 힙합 그룹 Wu-Tang Clan의 멤버 Raekwon도 랩 Verse로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개인적으로 Kanye가 가장 가사를 잘 쓴 곡이라고 생각한다.
몇 구절을 뽑아보자면 우선 1절의 마지막 라인 ‘I treat the cash the way the government treats AIDS. I won’t be satisfied til all my n-ggas get it, get it?‘ (난 정부가 에이즈를 취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다뤄 / nigga(친구/흑인)들이 모두 가질 때까지 난 만족 안 해, 알겠어?).
Kanye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흑인들이 돈을 갖기 전까지는 만족 안한다고 말함과 동시에, 정부가 모든 흑인이 에이즈에 걸리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아직까지도 미국 사회에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함을 말하고 있다.
다음은 ’they rewrite history I don’t believe in yesterday, and what’s a black beatle anyway, a f-cking roach‘ (그들은 역사를 다시 써, 난 지난날을 믿지 않아, 어차피 검은 딱정벌레, 그래봤자 결국 바퀴벌레잖아).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라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두고 ’검은 비틀즈‘라고 표현하지만, 비틀즈와 딱정벌레가 발음이 유사한 것을 이용하여 아무리 훌륭해도 흑인이기 때문에 바퀴벌레 취급을 받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앞 라인에서는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를 언급하면서 뒤의 라인을 보충하고 있다.
3번 트랙 "Power"
Kanye는 그 동안 흑인 고전 음악이나 올드 소울 음악들을 샘플로 많이 활용했었는데, 이 트랙에서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King Crimson의 "21st Century Schizoid Man"을 샘플링 하면서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샘플의 범위는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수 소리와 합창단이 ‘Power~ 에,에’ 하는 울림소리가 일렉 기타 / 베이스 사운드와 합쳐져 더 웅장한 사운드를 연출하고 있고, Kanye가 말한 것처럼 슈퍼 히어로에게 어울리는 테마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3절이 끝나고 'So Excited‘이 리버브되면서 일렉 기타 사운드가 멜로디라인을 솔로로 연주하고 그 부분에 현악기가 다시 더해지고 알앤비 싱어 Dwele과 함께 아웃트로로 넘어가는 것.
뭐 모든 곡이 그렇지만 들으면서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사운드에 여러 래퍼들이 랩을 얹은 트랙을 들어보았으나 Kanye만큼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
4번-5번 트랙 "All Of The Lights"
인터루드 트랙에서는 첼로 연주와 Elton John이 연주하는 피아노만이 이어서 나올 본 트랙의 멜로디라인을 구슬프게 연주한다.
그 후 ‘All Of The Lights'이라는 말과 함께 웅장한 호른 소리가 연주되고, Rihanna의 보컬과 함께 베이스 라인이 들어오면서 처음 들으면 약간 정신 사나울 정도의 사운드가 시작된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원곡을 재해석하여 곡을 만드는 Kanye가 이런 대곡을 만드는 데 샘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는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코러스로 다 때려 박았다는 점. 이 짧은 코러스를 녹음하기 위해 모인 가수만 해도 14명이다.
Kanye가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6번 트랙 <Monster>
Nicki Minaj의 ‘피처링에서는 다 찢어버리는데 자기 앨범에서는 왜 이럴까’ 라는 피드백의 시초가 바로 "Monster" 피처링이다.
Jay Z가 누구인가. 웬만한 래퍼들은 다 하수로 보이게 만드는 플로우의 정점에 있는 래퍼이다(물론 "Renegade"에서 Eminem에게 한 수 접혔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 곡에서 Nicki의 Verse를 들으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녀의 짐승 같은 플로우와 마지막에 소리 지르는 부분만 생각이 난다.
그 여파인지 좋은 Verse였음에도 불구하고 Jay Z의 Verse는 2010년 최악의 Verse로 선정되기도 했다.
왜, 도로에서 너무 빠른 자동차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본인의 차가 느려 보이지 않는가.
Nicki의 앞 Verse를 맡으려면 웬만한 각오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 듯하다.
7번 트랙 "So Appalled"
Verse로는 가장 많은 인원들이 참여한 트랙이다. Kanye를 시작으로, Jay Z, Pusha T, CyHi The Prynce의 Verse들이 있어서 곡 길이도 길다.
그 Verse 사이마다 Swizz Beatz의 후렴이 있고, Raekwon과 같이 Wu Tang Clan의 멤버이자 이 앨범의 프로듀싱에도 많이 참여한 RZA의 걸걸한 후렴도 들을 수 있다.
우선 앞에서 Nicki에게 찢겼던 Jay Z가 본인의 위상을 찾았고, Pusha T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RZA 부분이 킬링 파트인데 짧아서 조금 아쉬웠고 곡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F_cking Ridiculous'라고 외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8번 트랙 "Devil In A New Dress"
모타운하면 떠오르는 삼형제 중 하나인 Smokey Robinson의 "Will you Love Me Tomorrow?"를 샘플링한 곡이다.
특이점이 있다면 칩멍크 장인인 Kanye가 아니라 Bink!라는 프로듀서가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이 곡에서도 명가사가 있는데, 바로 'We love Jesus but you done learned a lot from Satan' (우린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넌 악마에게서 배운 게 더 많아).
많은 사람들이 곱씹어 볼만한 라인이 아닐까 싶다. 이 가사가 나의 행동거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Kanye 프리미엄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래퍼들은 인생 Verse가 술술 나온다.
Rick Ross도 굉장히 찰진 Verse로 많은 대중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9번 트랙 "Runaway"
이 트랙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반응은 ‘이게 9분짜리 곡이였다고?’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트랙을 들으면 된다. 9분이 없어지는 마술을 경험할 수 있다.
피아노 음 단 두 개를 동기로 삼아 이렇게까지 발전시킬 수 있나 싶다.
이 곡에서는 많은 샘플들이 사용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찰진 샘플은 ‘후두 갓챠!’라고 들리는 Rick James의 "Mary Jane"에서 따온 것이다.
Kanye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이 ‘Look at ya!'라는 부분이 곡의 메인 포인트가 아닌 하나의 추임새였는데, 이 라인을 기가 막히게 살렸다.
아웃트로에서는 보코더를 사용하여 3분 동안 웅얼거리는데, 그것 또한 곡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대목.
Pusha T의 랩도 곡과 잘 어울렸고, 앞서 나온 인종차별이나 자신을 뽐내는 스웨거 형식의 가사가 아닌 본인의 단점을 참지 말고 떠나라고 말하는 찌질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사는 8집에서도 나오는데, 그 때가서 한 번 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10번 트랙 "Hell of a Life"
일렉 기타 리프가 굉장히 인상적인 트랙. 하지만 곡의 내용은 조금 뜬금 없는 편에 가깝다. 포르노 스타와 결혼하여 신혼여행에서 그녀를 차버리겠다는 내용...
하지만 그는 Ray J와의 섹스 비디오가 유출된 Kim Kardashian과 2014년에 결혼하여 2남 2녀를 낳고 위태위태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가사와는 다르게 본인이 차버리는 게 아니라 차일 위기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차였다.)
11번 트랙 "Blame Game"
John Legend의 보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앨범의 다른 트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낌이 안 오는 곡이다. 하지만 Kanye의 음악적 표현 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고 들으면 Verse 2에서 세 가지 버전의 Kanye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사랑했던 여성과 헤어지고 난 후 갈등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어우러지는 것을 잘 표현해냈다.
아웃트로에서는 코미디언 Chris Rock과 한 여성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해석해서 보면 나름 웃기기는 하다.
곡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듣는 느낌?
12-13번 트랙 "Lost In The World" / "Who Will Survive In America"
Bon Iver 특유의 이과 느낌의 전자음악 보컬의 인트로가 나온 후 베이스가 드롭되고 점차 음악이 고조되어 간다.
곡이 끝나기 30초 전에 시작되는 합창단의 허밍이 고조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사운드를 그대로 이어 미국의 음유시인 Gil Scott-Heron의 시가 인용된다.
앨범에서 계속 나오는 주제였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암울한 모습을 비추고, 누가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 라고 말하며 앨범은 마무리된다.
14번 트랙 "See Me Now"
보너스 트랙이라서 그런지 사운드는 비슷해도 분위기가 한 층 밝다.
특히 Beyonce의 파워풀한 보컬이 합창단의 코러스와 어우러져 더 강한 감흥이 왔고, Kanye도 축제에서 건배사를 제의하는 것 같은 느낌의 랩을 뱉고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ig Sean의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플로우도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이 발매되고 난 후, 대중들과 모든 평론 사이트들은 난리가 났다.
4집에서 혹평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면서 Kanye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은 평론은 LA Times의 ‘마치 피카소처럼, 새로운 사물을 보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형태, 질감, 색채, 공간을 재배열하라는 입체파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Kanye가 하나의 앨범을 음악이라는 틀 안에만 가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위의 예술 세계로 끌어올렸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앨범을 발매했음에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베스트 랩 앨범에 그쳤고, 올해의 앨범에는 노미네이트되지도 않았다.
물론 많은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앨범이었기에 아쉬운 결과이기는 했다.
위에서 말했던 Jay Z와의 합작 앨범 <Watch The Throne> 또한 베스트 랩 앨범으로 노미네이트되었으나, 자신의 작품이 올해의 앨범 후보에도 어울리지 못 한 것을 모욕으로 느끼며 노미네이트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이 행동이 그래미에게 밉보이는 계기가 되었는지, 이후 발매하는 앨범에서는 그래미의 올해의 힙합 앨범에 노미네이트는 되어도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 했다.
그는 감정의 고통, 대중들의 비난, 개인의 가정사 등 삼중고 속에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Kanye의 다음 행보를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 했다.
‘과연 Kanye는 어떤 스타일의 앨범으로 컴백할까?’ 신과 같은 그 남자의 컴백을 다음 앨범 리뷰를 통해 파헤져보자.
사랑해요
😶🌫️😶🌫️
와 전 트랙 리뷰라니 진짜 감사합니다
뭐 근데 제 개인적인 감상인지라..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선추후감
이 형님 완전 허슬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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