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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 Voodoo 리뷰

title: KRS-One공ZA7시간 전조회 수 265추천수 15댓글 17

D'Angelo - <Voodoo>

 

D'Angelo - Voodoo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한창 힙합 음악을 즐기던 고등학교 시절, 래퍼 매드클라운과 프로듀서 소리헤다와의 합작 곡 "별이 빛나는 밤에"를 참 좋아했었다. 이 곡은 다음과 같은 가사로 시작한다. ‘디 안젤로의 부두, 누자베스 구루, 두근거리는 새벽의 기분 좋은 그루브’. 좋아하는 래퍼의 가사에 언급된 앨범이다 보니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몸 좋은 흑인 한 명이 서 있는 앨범 표지가 나왔다. 첫 곡을 재생해보니 기대했던 재즈 힙합 바이브는 나오지 않고, 앨범 타이틀처럼 종교의식 행사 소리가 갑자기 나와서 '이 곡에 내가 7분을 투자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Voodoo>와의 첫 만남이다.

 

<Voodoo>의 진짜 매력을 알았을 때는 알앤비 / 소울을 비롯한 흑인 음악을 좀 더 폭넓고, 더욱 깊게 듣게 된 군 복무 시절. 디 안젤로의 <Voodoo>가 다들 명반이라고 하는데, 내가 못 느끼는 건가 싶어서 여러 번 제대로 들어봤는데, 그대로 디 안젤로의 섹시함에 퐁당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앤비 / 소울 음악을 추천할 때, 처음에는 디 안젤로의 음반을 권하는 걸 망설인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알앤비 / 소울 장르에 많은 정보가 없는데 <Voodoo>라는 매니악한 음반을 먼저 접하는 것은 있던 흥미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본작을 이 글에 담은 이유는 1980~90년대 너나 할 것 없이 시도하던 그룹 알앤비, 뉴 잭 스윙 사운드에서 벗어나 “네오소울 무브먼트”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알앤비 / 소울 장르의 흐름을 바꾼 앨범이기 때문이다.

 

MY REDEEMER: A Love Letter to D'Angelo for 20 Years of Voodoo - The Upful  Life

앨범을 먼저 소개하기에 앞서 위에서 말한 “네오소울 무브먼트”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당시 테디 라일리라는 아티스트로부터 시작된 뉴 잭 스윙은 알앤비 / 소울 장르에 댄스 리듬을 합친 흥겨운 리듬으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강렬한 리듬이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된다는 것을 확인한 여러 음악 산업들은 유행에서 뒤처지지 않고자 여러 뉴 잭 스윙 앨범들을 발매한다. 또한, 보이즈 투 맨이나 조데시 같은 그룹 알앤비 / 소울 사운드가 흥행하자, 앞선 뉴 잭 스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룹을 이루어 하모니를 강조한 알앤비 / 소울 앨범을 발매한다. 이런 대중적인 흐름에 염증을 느낀 제작자 케다르 마센버그는 뉴 잭 스윙이나 그룹 알앤비와 차별점을 둔 음악을 만들고자 하였고, 그 과정에서 나온 앨범이 디 안젤로의 데뷔 앨범 <Brown Sugar>와 에리카 바두의 <Baduizm>이었다. 뉴 잭 스윙이나 그룹 알앤비와 구별되는 사운드를 강조하고, 이를 홍보에 이용하고자 “New”라는 뜻인 네오에 소울을 결합하여 네오소울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되었고, 이 표현을 다양한 매체가 받아들여 사용하게 되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었다.

디 안젤로 본인도 알앤비 / 소울이라는 장르가 점점 팝적이고,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 불리는 장르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1960~80년대 흑인 음악의 부흥을 일으켰던 여러 아티스트를 본받고자 소울, 훵크, 재즈, 아프리칸 리듬을 앨범의 사운드에 적극적으로 또한 성공적으로 섞어냈다. <Voodoo>라는 앨범 타이틀은 아프리카 토속 종교 중 하나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종교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듯, 음악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느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디 안젤로는 트랙 대부분을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믹싱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에도 참여하면서 <Voodoo>의 지분 중 80%는 디 안젤로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명반 제조기였던 네오 소울 창작 집단인 소울쿼리언스의 멤버이자 힙합 밴드 더 루츠의 드러머 퀘스트러브도 앨범 제작에 참여 및 디 안젤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 넣어주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D'Angelo's Voodoo: The Record that Shaped 21st Century Music | by  MikeSemantics | Modern Music Analysis | Medium

<Voodoo>는 7분 8초라는 짧지 않은 길이의 "Playa Playa"로 시작한다. 루즈한 베이스라인에 디 안젤로의 보컬이 얹어지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지루하고 쓸데없이 곡이 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디 안젤로가 7분 동안 여유롭게, 그루비하고 섹시한 소울을 내게 들려주고 있다고 인식이 바뀌었다. 하나의 종교의식이 시작하는 느낌을 주는 인트로를 포함하여 곡 중간중간 물 흘러가듯 여유로운 디 안젤로의 보컬을 감싸는 관악기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Devil’s Pie"는 DJ Premier와 공동 작곡한 트랙으로, 클래식한 올드 스쿨 붐뱁 느낌의 드럼 사운드가 정말 탁월하다. 디 안젤로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래퍼에게 갔어도 하나의 명곡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비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가사인데, 물욕을 악마의 파이에 비유하며 물질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Left & Right"는 우탱 클랜의 멤버이자 힙합 듀오인 메쏘드 맨과 레드 맨이 참여하였고, 그들이 앨범의 유일한 참여 진이다. 90년대에 가장 랩을 잘 하는 팀의 멤버이기 때문에 셋의 콜라보가 참 반가웠다. 가사는 굉장히 직설적인, ‘네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게 좋으니 계속 해 봐’와 같은 성 관계 장면이 그려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The Line"은 고뇌에 빠진 한 젊은이가 권총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약간은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트랙이다. 베이스라인 루프 위로 디 안젤로의 그루브가 차고 넘쳐 흐르는 곡. ‘I Gotta Pull it, Pull it’ 부분에서는 방아쇠뿐만 아니라 리듬을 가지고도 밀고 당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Listening to D'Angelo. Hearing Voodoo - Part 2 - Fierce Festival

 

"Send It On."은 <Voodoo>에서 첫 번째로 녹음된 트랙으로, 이 곡에 공동 작사로 참여한 엔지 스톤과 디 안젤로의 아이 탄생 후에 나왔다. ‘Send it up, Send it through, Send it back to you’로 반복되는 후렴구가 기억에 잘 남았고 일렉 기타와 금관악기의 조화가 참 좋았다. 디 안젤로는 팝의 대명사 중 하나인 프린스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열렬한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프린스 느낌이 물씬 나는 특유의 팔세토 창법에서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Chicken Grease"는 프린스가 기타 연주를 할 때 사용하던 음계 방식의 일종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훵키하고 섹시한 걸 아니까, 내가 노래할 땐 신나게 놀자’는 내용으로 훵키한 리듬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One Mo’ Gin"은 발음도 그렇고 'One More Again''Gin(술) 한 잔 더''라는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떠나간 여자를 회상하면서 그녀를 다시 내 곁에 두고 싶다는, 루즈한 베이스라인에 디 안젤로의 애절한 보컬이 더해진다.

 

"The Root"은 ‘한 여자에게 꽂혀서 그 여자가 자신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다’는 내용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울부짖듯이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D'Angelo's 'Voodoo' Turns 20 | TIDAL Magazine

 

"Spanish Joint"는 스윙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경쾌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곡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간주에서는 재즈의 감성을 감상할 수 있다. 전형적인 알앤비 / 소울 트랙의 사랑 주제를 벗어나 ‘네가 없어야 내가 편하게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트랙.

 

"Feel Like Makin’ Love" 여성 올드 소울 싱어 로버타 플랙의 곡을 커버한, 다음 곡인 "Greatdatndamornin’ / Booty"와 더불어 <Voodoo>에서 가장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반복되는 후렴구 때문에 기억에 더 잘 남았다. 앞서 언급한 "Greatdatndamornin’ / Booty"도 마찬가지로 역동적인 리듬감을 가진 <Voodoo>의 다른 트랙들에 비해 차분함을 찾아볼 수 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또 다른 네오소울 무브먼트의 핵심 아티스트 라파엘 사딕과 공동 작곡을 한 "Untitled (How Does It Feel?)"이다. 완벽한 감정 완급조절에 샤우팅에 가까운 창법을 보여주며, 디 안젤로의 보컬의 다재다능함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끈적끈적한 비트에, 느린 빠르기의 드럼과 일렉 기타 사운드로 만들어내는 그루브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곡에서도 프린스의 팔세토 창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지는데, 프린스의 "When Doves Cry" 트랙을 들어본다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곡의 후반부 간주 뒤 분위기가 완전히 고조되는데, 이 부분에서 나오는 애드리브는 알앤비 / 소울 장르의 모든 곡을 통틀어 최고 중 하나니 꼭 들어보았으면 한다.

 

마지막 곡 "Africa"는 곡 제목답게 아프리카의 퍼커션 사운드로 멜로디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아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게 자신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참된 아버지 디 안젤로. 가족 관련 이야기와 더불어 인종 차별에 대한 가사가 나오기도 한다.

 

D'Angelo - Voodoo [24 Years!] | ktt2

 

트랙 별로 소개를 했는데, 글을 쭉 훑으면 <Voodoo>를 감상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Voodoo> 역시 1시간 20분으로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앨범이다. 알앤비 / 소울 입문자에게 친절한 앨범도 아니다. 스트리머 침착맨이 했던 다음과 같은 말도 떠오른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은 남에게 평양냉면이 좋아질 때까지 먹으라고 한다” 어떤 음악이든 좋다고 느끼기 위해 억지로 여러 번 들을 필요는 전혀 없다. 1980~90년대에 다른 훌륭한 앨범이 많음에도 ≪Voodoo≫를 리스트에 포함한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유행하던 흐름에 편승하는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 주관을 굳게 믿고 만든, 흐름을 뒤바꾸었던 앨범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Voodoo>는 알앤비 / 소울 감상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믿는다. 평양냉면이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특유의 독특함 때문에 첫인상에서는 불합격 점을 받더라도, 문득 생각이 나서 어느샌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되듯, <Voodoo>가 좋게 들리는 시점이 흑인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자리잡힌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디 안젤로는 <Voodoo> 발매 이후 무려 14년이라는 공백기 이후 자신의 밴드와 함께 <Black Messiah> 앨범으로 컴백한다. 후속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또 다른 14년이 필요할지, 디 안젤로와 알앤비 / 소울 장르의 팬은 그저 기다릴 뿐이다.

 

D'Angelo - Voodoo[2 LP][Explicit] - Amazon.com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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