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Simz (1994~)
최근에 070 Shake 신보도 나오고, Megan Thee Stallion도 신보를 내고, Noname 같이 예술성을 추구하는 여성 래퍼들이 늘어나고, Ice Spice, Sexxy Red, 같은 여성래퍼들도 신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힙합에서도 여성래퍼들의 비중이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여성래퍼들이 언프리티 랩스타 등으로 쏟아져 나올때 "그래봤자 윤미래 밑아님?"이라는 말에 가로막혔습니다. 외국 힙합에서 그 존재는 Fugees의 본체, Lauryn Hill이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Jvcki Wai, Swervy같은 대중성으로도 예술성으로도 윤미래를 능가하는 래퍼가 한명, 두명 생겼습니다. 외국이라고 다를까요? 외국에는 미국 본토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영국 힙합 원탑을 굳건이 유지하는 래퍼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Little Simz. Lauryn Hill의 완전한 상위호환이자, 힙합 씬 전체를 둘러보아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그 명성을 입증하는 화려한 디스코그래피. 오늘, 그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원래 그녀는 래퍼로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영국 BBC에서 아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그녀의 첫 발자국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이름을 알리고 있던 그녀는 지금과는 다른 랩네임으로 믹스테입을 내면서 성장했습니다. 그 떡잎이 무럭무럭 자라던 무렵, 그 떡잎을 한눈에 알아본 래퍼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Kendrick Lamar. 그는 그녀의 음악을 듣고, 그녀가 데뷔 음반을 낼 수 있도록 지지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영국의 힙합 그룹 The Hics는 데뷔 앨범에 피쳐링도 해주었죠. 그렇게 나온 앨범은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 입니다. 그 이후, 그녀는 여기서 만족할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듯, 또 다른 앨범을 곧바로 준비합니다.
그녀가 제대로 된 하입을 받은 순간은 2집을 낸 이후입니다. 2집 [Stillness In Wonderland]는 전작에 완전한 상위호환작입니다. 1집에서의 사운드가 더욱 정갈히 정리되면서도, 더욱 웅장해집니다. 그리고 피쳐링진도 화려해집니다. SiR 같은 미국 본토에서 건너온 래퍼들과 Bibi Bourelly 같은 여성 래퍼들이 대거 참여하며, 진정한 Wonderland를 만드려고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언더그라운드에서 조그마한 히트를 친 정도였다면, 이 다음 작품은 그 모든 하입을 전부 없에버릴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그녀의 하입은 그저 앨범 이후 확 식어버릴 그저 그런 불씨가 아니였습니다. 그녀는 그 불씨를 아끼고 아껴 최고급 장작을 만들때 까지 기다린 이후에, 그 장작이 만들어지자, 그 장작에 그녀의 하입이라는 불씨가 옮겨 거대한 산불을 이뤘습니다. 그 장작의 이름은 [GREY Area]. 그 회색 공간에 들어간 모든것을 압축하여 35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시켜 그 배에 달하는 시간을 감동으로 전했습니다. 이 앨범은 그녀에게 영국 BPI 주관 Mercury Prize 노미니라는 업적을 안겨다 줍니다.
그게 과연 고점일까요? 천만에, 이때까지만 해도 여성 래퍼의 영원한 레전드 Lauryn Hill을 이기지 못했다고 여겨졌습니다만, 이 앨범의 발매 이후, 그녀는 완전히 Lauryn Hill을 넘겼다고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레전드의 영혼을 받아서 예술성에 대한 사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녀의 4집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는 2021년 9월 3일에 발매되고 힙합씬을 흔들었습니다 (이때 참고로 제 생일임 ㅎㅎ). 전작들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풍부하고 넘쳐흐르는 프로듀싱을 보였습니다. 같은 해에 발매된 JPEGMAFIA의 [LP!]와는 정말 정반대의 성향을 보였습니다. [LP!]는 뭔가 부족한데, 그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 프로듀싱이 또 다른 감동과 희열을 주는 앨범이라면,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는 모든 것이 넘쳐흘러서 모든 요소를 전부 한번에 찾아내는 것이 힘들정도로 꽉 찬 고봉밥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그녀에게 마침내 Mercury Prize를 손에 넣게 해줍니다.
이 앨범으로 완전히 메인스트림에 정착하고, 예술가의 자리를 꿰찬 그녀는 또 다른 앨범 [NO THANK YOU]를 발매합니다. 그녀의 색으로 물들어가던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 힙합이라는 색깔이 다시금 나타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전작보단 덜어내고, 그녀의 색을 줄이고 힙합 정통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더 발전한 랩. 이것이 또 중요하죠. 비록 고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훌륭한 앨범임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정규는 이 5장이 끝이지만, 이게 끝일까요? 그녀는 EP Drop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있습니다. 이 EP 시리즈에서 느껴진 것은, 아무리 그녀가 예술가여도 그녀는 래퍼가 맞다라는 인상이 듭니다. 결국 그녀도 할 말도 있지만, 하고 싶은 랩도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제 고막으로 느껴집니다. 올해에도 [Drop 7]을 발매했는데, 저는 굉장히 좋게 들었습니다.
그녀의 디스코그래피를 쭉 훑어봤는데,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디스코그래피를 이루는 그 '음악'과 그 '예술'안으로 들어가 보죠. 그녀의 1집부터 5집까지만 들여다봅시다.
https://youtu.be/LUYMs40qC4E?si=U4L4NC1oRq1EXcKA
https://youtu.be/TpffnC8OeUQ?si=PG-a60VL_jJvLNEY
https://youtu.be/LaNSFyWkWvQ?si=KprwYFnZNay2s6Hx
1집은 역시나 첫 앨범답게, 거친 면이 조금 첨가 되었습니다. 근데, 앨범 자체가 재질이 거칠고 물렁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이런 믹싱과 프로듀싱이 좋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 그녀의 사운드에 초기 버젼이라고도 볼 수 있을정도로, 그녀가 자신만의 색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사운드가 들려서 좋았습니다. 그녀의 래핑도 보자면, 더 보완할 점이 없을 정도로 이미 완성형이었음을 보입니다. 이 앨범에서 주로 차용했던 사운드는 재지하고 칠한 느낌보다는 그라임처럼 역동적인 사운드도 채택한 것을 보면, 그녀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나 봅니다.
https://youtu.be/pBfY9G_hHbg?si=YO5e2D1B9RXi1ACp
https://youtu.be/Fs4ssrdvaXs?si=P5LLn9M6Y06L4WKz
https://youtu.be/J5XipzINJbg?si=Ji8z9rjg5nWsCsrM
2집은 앨범의 타이틀에서는 쉽게 예상하기는 힘든, 차가운 비트도 들어가 있습니다. 전작에 비하면 재즈 사운드를 더욱 많이 차용한 것이 눈에 띄고요. 인터루드의 배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명 아름다운 환상의 공간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공간의 이면도 같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도 전작에 비해서 강해진 것은 확실히 1집의 완벽한 상위호환작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OjyGr01VZ4?si=JOQnopLHo1aLdySp
https://youtu.be/yvxHDPCouUI?si=1DzvrlcxVSIv0lkY
https://youtu.be/Cwxu6mfKLSI?si=Wc9T6PbAyChC2FQq
3집은 드디어 그녀가 그녀를 찾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비트를 가지고 놉니다. 사운드는 우리의 형형색색의 세계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신기한 회백색의 사운드가 우리를 덮칩니다. 이 앨범은 무엇을 덜어낸다는 것보다는 무엇을 압축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10ml 병에 50ml 담긴 레몬즙을 덜어서 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 50ml 레몬즙이 농축된 10ml 5배 레몬즙을 넣는게 훨씬 충격적인 신맛을 선사하겠죠. 전작과 동일한 재즈 사운드에, 자연에서 듣지 못하는 인위적인 사운드를 입힌 비트와 비슷한 느낌의 랩이 그녀의 입에서 마이크, 스피커 까지 닿습니다. 랩 잘하는 여성 래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되, 새로운 여성 래퍼라는 타이틀을 새로 가진 듯한 그녀의 래핑은 우리를 벙찌게 만듭니다.
https://youtu.be/hxfGQ2AJHGk?si=ZsZRWQKVPvlsOiNn
https://youtu.be/Uj_GKAEvuhM?si=TguD8f0O-sZ1qrE9
https://youtu.be/erEyWtYPcT4?si=2nKkwa3c_fyGrxf0
'씨발'
4집은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는 그녀의 앨범입니다. 3집은 5배 레몬즙 10ml라면 이 앨범은 5배 레몬즙 한통입니다. 계속해서 그녀가 뱉던 사회비판적인 면도 있지만, 이 앨범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녀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던 메세지를 더욱 빨리 전하기 위해 전작에서 앨범을 압축했더라면, 이 앨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죠.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템포로 전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인터루드의 개수가 5개고 트랙은 19개 총 길이가 1시간을 넘어가는 대작입니다. 그 템포는 너무나도 늘어진다기 보다는, 그 모든 순간순간, 질리지 않게 해주는 그녀의 랩과 이 구성이 극찬받아야 합니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한 이 앨범의 진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채택입니다. Kanye West가 2집 [Late Registration]에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집어넣은 걸로도 유명한데, 이 앨범의 오케스트라는 그 사운드와는 차원이 다른 웅장함과 무게감을 가집니다. 근데 그 무게감이 과하다도 아니고 오히려 가벼워져 앨범을 환기 시키고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소신발언으로 전 Kanye West의 5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사운드보다 이 앨범의 사운드가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고봉밥앨범이지만, 칸예와 심즈의 밥의 퀄리티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의 사운드의 역할은 더욱 막중했고,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 한 점을 높게 평가해야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들을 말하는 사이에, 그 사이. 모든 무게감을 결정하고, 강조할 부분을 강조하고, 빈 공간을 매꾸고, 시작과 끝을 정해야 하는 앨범의 사운드는 역동적이었고, 침착했고, 대단했습니다.
https://youtu.be/syaYvz2PCL0?si=KnMfjr10T1p8uTes
https://youtu.be/CjxAdLeDYeY?si=UgYQOv4BFDJhf171
https://youtu.be/5T4q06XDjlI?si=75VMLB2Aqh39T6tH
5집은 그녀의 랩이 진가를 보였던 앨범입니다. 사운드의 부담을 줄이고 더욱 전통적인 힙합 사운드를 채택하며 랩의 중요도를 증가시켰죠. 근데, 그게 체크메이트였습니다. 체스판에서 퀸인 그녀는 체스판을 넘어다니며 뛰어다닙니다.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이 덕지덕지 쌓여서 또 다른 빛을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단 하나의 엉성한 빛만으로도 래퍼의 역량이 뛰어나다면, 무대는 빛납니다. 당연한 것이죠. 그녀는 모든 힙합의 문법을 지키면서, 그녀만의 색을 영리하게 주입시켰습니다. 그녀의 톤과 그녀만의 플로우는 기존 힙합에서 볼 수 있었지만, 보여지지 못했던 또 다른 심연이었습니다.
최근에 많은 여성 래퍼들을 접하면서, 과연 GOAT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정배는 아마도 Lauryn Hill이거나 대중성으로 Nicki Minaj, 또 다른 그래미 강탈자 Cardi B, 많은 래퍼가 지나갔지만 이 사람을 이기는 건 지금은 불가능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이 래퍼는 존나 저평가 받고 있습니다.
분명, 배울점도 있고 느낄점도 많은 뛰어난 래퍼입니다. 오늘 밤은 추운 앨범들 말고 따듯하고 꽉 찬 할머니의 밥상 같은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로 채우는 건 어떨까요?
https://youtu.be/Kh8Q2iytzns?si=7Lz4-1og8wkldFyT
" 절 대 들 어 "
선추후감
심즈 노네임 랩소디 최애 여자 래퍼 3명입니다
노네임 개좋던데
개추 개추요
글 진짜 잘 쓰시네요
개추
가끔 I가 되는 심즈는 말이 안됨
내향인의 반란
정독하고 갑니다.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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