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 - Illmatic
힙합의 교양서- 즉 바이블이라는 이명을 가진 본작이 과연 Nas의 입문작- 더욱 나아가 장르로서의 힙합을 입문하는 데에 적합한 작품이느냐의 설왕설래를 잠시 꺼낸다. 당연히, 정말 당연히 그렇지 않은가?
우수한 랩. 탁월한 비트 프로덕션. 훌륭한 가사. 셋의 조화는 초지일관하는 랩 스타일과 달리 프로듀서들의 성향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뀌는 미니멀리즘 드레스 코드 하모니의 연속.
부가적으로는 무기력하고 불성실한 신생 세대의 청취자들에게 걸맞는 40분 가량의 길이까지. 송곳 하나 꽂을 구석이 없는 무결점의 작품이다. 혹여나 고품질의 가사 해독을 위한 문해력 요건이 다소 흠이라면, 같은 불씨를 튀기지 않는 작품이 무용한 가사의 구력을 발견해낸 2016년 이전에 존재했는가부터 짚어봐야겠다.
그래서 수백 번 봐온 단순한 결론이다. <Illmatic>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당신은 애초에 골든 에라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떤가. 순조로운가. 제법 수용 가능한 의견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함정에 빠지고야 말았다. 서론을 읽고도 이탈하지 않았다면 몰래 흘려둔 맥거핀을 회수하고 본 주제를 던져보겠다. 비슷해보이지만 새로운 질문이다.
그래서 <Illmatic>은, 정말 역사상 최고의 힙합 앨범이 맞는가?
으레 노쇠한 명장들의 뒷세대들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점점 무례해지는 법이다.
열아홉 꼬마의 눈에 비친 잿빛 세상과 그 매연에 때묻지 않은 지혜를 짚은 고찰. 단단히 굳은 대리석은 가공할 역량의 조력자들로 세련되게 조각되었다. Q-Tip, Pete Rock, DJ Premier, Large Professor, L.E.S.... 걸출한 기라성들의 나열만으로 각설하는 부연.
과하게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으며, 부산스럽게 서두르지도 않으며 완전히 장엄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지도 않았다. 이름값을 짚어보기엔 다분히 청자친화적이고 이지리스닝에 적합하다.
90년대 퀸즈 브릿지의 골목 콘크리트에서 피어난 샘물의 근원지. 아직까지도 고즈넉하게 익어가는 참으로 정갈하고도 매끈한 작품. 그런 작품을 빚어냈으니 혁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감히 어떤 앨범을 들이밀더라도 대명사의 위치로서 <Illmatic>을 대신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 대명사의 꽁무니를 쫓기 위한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를 줄지었으리란 사실이다.
몰상식한 비유로 넘겨짚더라도 <Illmatic>의 조성은 본래 Phife Dawg, C.L. Smooth, Guru가 차지하던 상석을 Nas의 몫으로 꿰차 묶어낸 화폭이 된다. 스코세이지 옆 디카프리오. 스필버그 옆 행크스. 타란티노 옆 잭슨. 94년의 힙합에는 이미 <The Low End Theory>가, <Mecca and the Soul Brother>가, <Hard To Earn>이 존재했다.
그렇다. 최고에 최고를 더한 꾸밈없는 순수함 그 자체. 하지만 그 단순함에 전부가 현혹되었다면 신성불가침에 의문을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조차 없지 않았을까.
부조화. 폭발. 변신. 붕괴. 혼란과 혼돈. 불협화음. 자극. 어그러짐. 그러한 모두를 배제하는, 일말의 이탈마저도 완전무결히 소거하는 순결함은 과연 절대적인 정론으로 정돈될 수 있는가.
'One Love'보다는 'Love One'
생에 하나 뿐인 성장의 역사. Nasty Nas는 제 걸음마에 전부를 뱉어냈다. 데뷔작이 드리운 그림자로부터 몇십 년의 발딛음으로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이유겠다.
자타가 공인하는 랩 머신 Nas. 그는 특유의 늙어도 썩지 않는 성미답게 아종의 요리사로서 전부를 불사른 뒤에도 무던한 태도로 일관하며 단어 그대로의 쿠킹(Cooking)에만 열중해왔다. <Illmatic>은 그런 꺾이지 않는 고목을 두고 가장 어여쁘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치장하는 법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의 A to Z이다.
다분한 취향의 영역 밖에서 주인공을 폄하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 역시 어떠한 시도를 안 했겠는가. 다만 진실은 주역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NASIR>를 외면하고 회귀적 미니멀리즘에 들어선 <King's Disease 3>에 이르러서야 그의 재림을 논하기 시작했을 때, 말 없이 묻어간 동감에 딴지가 걸리고 나서야 생각해보려는 입장이다. 잠깐의 일탈들을 시도하더라도 청자들은 돌고 돌아 다시금 정착했을 뿐이다. 그의 재림을 바랄지언정 2막을 바라는 청자가 있을까.
’모나리자‘의 평가로, ’다비드 상‘의 평가로, ’타이타닉’의 평가로, 퍼펙트 스코어를 줄지언정 결코 최고의 예술로 꼽을 수는 없다. 나의 감상은 티끌들에 돋보기를 가져대는 식이 아닌, 단 한 번의 조우만으로 눈동자에 박혀버리는 목도로부터 천연하게 터져나갈 뿐이다. 단순히 그런 식이다. 어디에도 없는 작품만이 나를 만족시켰기에, <Illmatic>은 이미 탈락해버린 뒤다.
마침내 Nas에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와 연결되고야 만다. 무결한 존재가 되고자 하였기에, 또한 그렇게 되었기에.
이리도 길게 완벽주의자들의 안티테제를 자청하며 구가일지 모르는 무례를 장황히 뒤섞어본다.
항상 느끼지만 글 개잘쓰시네요
입문으로 Illmatic을 비롯한 골든 에라 앨범들이 부적합하다는 말에 도저히 공감하지 못하는 1인으로서 이번 리뷰는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만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먼 길을 간 사람만큼이나, 이미 많은 이들이 걸은 길에서 그 누구보다 멀리 간 사람도 고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3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그 사람의 기록을 추월한 이가 없다는 점에선 더더욱이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