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Hommy <Dumpmeister> 리뷰

Dumpmeister

By Mach-Hommy

Genre : Abstract Hip Hop, East Coast, Jazz Rap, Drumless

Mach-Hommy(마크호미 혹은 맠호미)는 미국 힙합 신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뉴저지주 뉴어크 출신의 아이티계 미국인으로, 그의 음악은 정통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뿌리 위에 다양한 실험적 요소를 결합하며 특유의 심오한 서사와 미니멀한 프로덕션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무엇보다 그를 차별화시키는 것은 신비로운 정체성과 미디어와의 철저한 거리 두기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의 얼굴을 아이티 국기의 마스크로 감추고, 인터뷰나 SNS 노출을 극도로 제한하며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한다. 때문에, Mach-Hommy의 음악은 청자에게 마치 퍼즐처럼 다가온다. 가사는 아이티 크리올어*와 프랑스어, 영어를 오가며, 역사, 정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앨범들은 힙합 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신화적 지위를 누린다.

본작의 리뷰에 앞서, 그가 앨범을 고가에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Mach-Hommy의 가격 책정 전략은 단순히 상업적 목적을 넘어서 그의 음악적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예술적 입장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단순한 소비재로 보기보다는 고유한 예술 작품으로 대우받기를 원하며, 이에 따라 높은 가격과 한정된 수량으로 소수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접근은 그가 지닌 신비한 정체성과 힙합의 대중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Mach-Hommy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일회성 소비의 흐름을 거부하고, 그의 음악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전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전략은 힙합의 상업화에 대한 그의 반발을 상징한다. 대형 레이블이나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적, 경제적 통제권을 지켜나가는 그는 예술이 경제적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본연의 의미와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철학을 보여준다. 이 전략은 단순한 수익 모델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목적에 대한 그의 깊은 태도를 드러낸다. 그러한 측면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을 거부하고 발매된 <Dumpmeister>는 그의 예술적 자존심과 독립적 방향성을 집약한 상징적 앨범이라 할 수 있다.

<Dumpmeister>는 Mach-Hommy가 만들어온 고유한 음악 세계와 위에서 서술한 그의 예술적 철학이 농축된 앨범이다. 본작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더 고요하고 내성적이다. 물론 그의 전체 디스코그래피에 걸쳐 미니멀한 프로덕션과 깊이 있는 가사는 일관된 특징이지만, 본 앨범에서는 그 미니멀리즘이 더욱 극대화되었다. 이전 앨범들인 <HBO (Haitian Body Odor)>나 <Wap Konn Jòj!>에서도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그곳에서는 보다 공격적이거나 과감한 비트와 랩 스타일이 돋보인다. 반면, <Dumpmeister>에서는 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아이티의 역사적 아픔이나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의 인종 차별, 경제적 불평등,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같은 메시지를 차분하게 전달하는데, 이는 그의 예술적 성숙을 드러낸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극도로 미니멀하지만, 그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Mach-Hommy가 사용하는 샘플은 쓸쓸한 재즈 멜로디나 둔탁한 드럼 소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음악 전체에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를 부여한다. 이와 같은 프로덕션은 그의 특징인 모노톤의 담백한 랩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 안에는 디아스포라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자부심이 담겨 있다. 청자는 마치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그의 가사에 빠져들게 된다.

본 앨범에서 Mach-Hommy는 힙합이 가진 전형적인 규칙과 장르적 클리셰를 해체하며, 새로운 형식을 제시한다. 그는 단순한 리듬과 라임을 넘어 가사를 일종의 시적 텍스트로 다루며 서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 본작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문학적인 깊이와 예술성을 획득한다. Mach-Hommy의 가사에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사회적 메시지가 깔려 있는데,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아이티 문화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청자에게 인종과 문화의 복잡한 교차로를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이 앨범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ach-Hommy는 청자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감상자의 주의를 강하게 요하며, 심층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그의 음악은 그 자체로 열린 텍스트로 남아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그 해석의 다양성은 오히려 그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Dmpmeister>는 일종의 예술적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힙합의 경계를 확장하며, 청자로 하여금 음악을 듣는 방식을 재고하게 만든다.

결국 <Dmpmeister>는 단순한 힙합 앨범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기능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고백이자 집단적인 이야기이며, 동시에 예술적 탐구의 장이다. Mach-Hommy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철학과 예술적 비전을 명확히 드러내며, 음악적으로도 마케팅적으로도, 그 자신이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얼마나 독창적이고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증명해 보인다. <Dmpmeister>는 Mach-Hommy가 왜 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앨범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청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해석해야 하는 경험이다. 이는 Mach-Hommy가 음악을 통해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음악을 통한 자아 탐구와 진정성, 그리고 예술적 완결성.

*아이티 크리올어 : 아이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로, 프랑스어와 아프리카 언어들이 결합되어 형성된 언어. 아이티 국민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모국어이며, 프랑스어와 함께 아이티의 공식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아이티 디아스포라 :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아이티를 떠나 미국, 캐나다 등지에 정착한 아이티 출신 이주민 공동체를 말한다.
 

이 기회에 맠호미의 명작 중 하나인

Dumpmeister를 한번쯤 모두가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엔 그 어디서도 들어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사운드클라우드에 남아있습니다

언제 내려갈 지 모르니 꼭 들어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