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에 나는 LA의 어느 호텔 옥상에서 데스 그립스를 인터뷰했다. 그들의 첫 메인스트림 주류 매거진 인터뷰였다. 허나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이 인터뷰는 지금껏 공개될 수 없었고, 지금 2016년 8월 2일에서야 뒤늦게 공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데스 그립스 멤버 앤디 모린이 덤덤하게 말했다. 데스 그립스는 올해 2012년 당신이 만나게 될 밴드 중에 유일하게, 힙합, 인더스트리얼, 하드코어, 레이브, 노웨이브 온갖 장르를 다 짜릿하게 섞어낸 3인조 펑크밴드다. 아마 이들이 이렇게 유일하게 독창적인 장르를 보여줄 것이다.
지옥불처럼 갈겨대는 드러머, 그와 동시에 비트메이킹까지 담당하는 잭 힐.
잭 힐과 오래 협업해온 프로듀서 앤디 모린.
그리고 잭 힐의 이웃친구이자, 마치 분노로 가득 찬 소용돌이 같은 랩을 뱉는 스테판 버넷, 일명 MC Ride로 이루어진 이 밴드.
이렇게 당신의 가슴을 움켜쥘듯이 짜릿한 3인조는, 대략 1년 반 전에 처음으로 셋이 모여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언더그라운드신에서 악명을 날리기 시작했고, 정신없이 질주하듯이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그들은 데뷔믹스테이프 <Exmilitary>를 무료로 공개했다.
웃기게도 이 믹테에는 우주탐사선이 토성의 고리에서 나는 소리를 샘플링해서 만들어진 비트까지 있다.
그들은 계속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라이브 공연으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지난달에는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까지 장악했으며, 그 뒤에 놀라운 정규 데뷔 앨범 <The Money Store>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메인스트림 잡지 인터뷰를 하기까지 그들은 거의 신비주의 이미지를 지켜왔다.
데스 그립스는 그토록 황폐하기로 악명 높은 지역 새크라멘토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텐트촌에 몰려있는 엄청난 수의 노숙자들이 있는 동시에, 극도로 보수적인 정치이념도 공존하고, 경찰국가 수준으로 폭력적인 분위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흐리고 거센 바람이 부는 날,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옥상에서 만난 잭 힐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새크라멘토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MC Ride는 호텔에 있었지만, 인터뷰 시작 직전에 갑자기 인터뷰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는 참 기이한 곳이다. 새크라멘토는 이렇게 두가지 극단적인 분위기가 나란히 공존한다. 마치 영국이나 중세 시대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한쪽에는 군주제가 있는 셈이고, 동시에 가난한 농민들도 많이 있는 그런 느낌이지.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기 새크라멘토에서는 매일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이런 일들이 우리의 창작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여긴 갱단범죄와 약물중독도 만연한 곳이다.
잭 힐은 며칠전에 친구의 가게 바로 앞에서 일어난 사건도 무덤덤하게 말했다.
"며칠 전에 여기 지역에서 한 여자가 기차선로에 머리를 올려놓고 스스로 목을 잘라서 자살했다."
이런 충격적인 지역색과 거칠고 절망적인 음악 때문에, 필연적으로 데스 그립스의 음악은 필연적으로 종말적인 분위기라고 자주 표현된다.
허나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전혀 종말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잭 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구멸망 음모론 같은 것에 전혀 관심없다. 우리의 음악은 단지 이런 비참한 분위기 속에 살아남으려는 생존적 욕구에서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이런 빈곤한 도시에서 매일을 버텨가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잭 힐은 이 지역을 "선진국 안에서 제3세계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갑자기 동공이 커지면서 말했다. "여기는 항상 절망적인 상황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고, 당연히 우리들도 여기서 절망을 많이 겪어왔다."
이런 광기스러운 밴드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는 요란한 사운드와 마치 사포처럼 까칠한 리프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그들의 음악은 결코 단순하지 않고 엄청 복잡하며, 로우파이스러운 분위기의 음악도 절대 아니다.
앤디 모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음악은 로우파이라기보다는 훨씬 하이파이에 가깝다고 본다." 그는 로우파이라는 표현에 불편한 반응이었다.
"우리 음악은 아주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로우파이 성향의 음악을 들으면 원본의 왜곡된 복사본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노래들은 전혀 왜곡되지 않고 아주 선명하다. 그 안에 많은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들을 때는 조금 난잡스럽고 혼란스럽거나 감당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노래들이 마치 첫인상으론 이해하기 힘든 시각예술 작품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The Fever (Aye Aye)]에선 마치 둔탁하게 들리는 자궁 속의 소리와도 같고, 히트곡 [I’ve Seen Footage]이나, <Exmilitary>에 수록된 [Guillotine]은 마치 로봇이 연주하는 듯한 훵크 같다.
"몇 번 이상 들어야 이해가 될 것이다." 데스 그립스 이전에도 다양한 음악활동을 했던 잭 힐이 말했다.
그는 밴드 Hella에서도 꾸준히 활동하 있고, 웨이브스(Wavves)와도 콜라보했고, 유명 기타리스트 Marnie Stern과도 콜라보했으며, 솔로 앨범도 많이 발표해오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데스 그립스를 통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완전히 찾은 것 같았다.
"우리가 만드는 음악은, 그니까 다른 유사장르의 음악들, 특히 힙합 음악에서 만들어진 기존의 음악과는 아예 확 다르고 새롭게 들린다."
잭 힐은 기쁘게 말했다. "너바나가 등장했을 때, 그들의 음악스타일을 이해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너바나의 음악적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 현재 우리가 그런 상태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몇 번 들었을 때는, MC Ride가 도대체 무슨 말을 뱉고 있는지 분명 이해가 어렵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마치 불안에 가득 차고 박살날듯하고 이미 미쳐버린 듯한 정신병, 짐승과도 같은 야성, 죽음, 그리고 광기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들이 마치 선명한 종교적 분위기를 풍겨내면서 빽빽한 사운드스케이프 속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은 바로 MC Ride가 직접 내뱉는 것들이다.
그들이 에픽레코드와의 레이블 계약을 체결한 날, 화려한 음반사 건물의 화장실에 대담하게 낙서를 갈겼던 남자의 입과 손가락을 통해서 직접 나오는 가사다.
"우리가 그 건물에 들어갔을 때, MC Ride는 화장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화장실 칸막이에 'Death Grips'라고 큼지막하게 새겨댔다."
잭 힐은 그 일화를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꽤나 멋진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MC Ride가 우리가 주선한 인터뷰를 포함, 왜 그 어떤 인터뷰에도 참여하지 않는건지 알고 싶었다. 그의 투어 매니저에 따르면 현재 그는 아프다고 말했다.
그의 매니저는 그가 신비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쨌든 그는 매우 비범한 인간이다"라고 잭 힐은 그렇게 MC Ride를 표현했다.
우리는 코첼라 무대에서도 데스 그립스의 그 강렬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MC Ride는 마치 이기 팝처럼 자신의 가느다란 몸을 경련하듯이 뒤틀어댔고, 미칠듯이 두통을 유발하는 일렉트로닉 비트 위에 분노 넘치는 랩을 쌓아올렸다. 그런 공연은 기괴하고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생기가 넘쳤다.
마치 헤비메탈 같기도 했고, 그런 사운드 덕분에 메탈의 종주국 영국에서도 영국인들은 그들을 공연을 환영했다.
"우리가 공연할 때는 관객들도 우리 밴드와 혼연일체 되기를 원한다. 페스티벌 안에 있는 관객들 모두가 공연의 일부인 것이다"
잭 힐은 그들의 공연을 다프트 펑크 공연에 비유했다.
다프트 펑크 공연에서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무대에서 일어나는 것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준 이런 매혹적인 라이브 공연은,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잭 힐은 언젠가 천장까지 모조리 닿는 초거대 스크린을 무대에 설치하고 "공간을 조작하는 듯한 스크린으로 모두가 관객이 스크린에 홀려드는 느낌의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린 영상에 따라 관객 모두가 무대 전체에 떨어지거나 아니면 확 비상하는 감각을 온전히 줄 수 있는 그런 공연을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입체적인 공연을 기획하기 전에, 일단 정규 2집 <No Love Deep Web>을 먼저 발매할 예정이며, 현재 70% 정도 완성된 상태이고, 이번 할로윈 즈음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암울하게 들리는 제목만큼 매우 우울한 앨범이냐고 물었고 앤디 모린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분위기는 아니다."
잭 힐에 따르면, <No Love Deep Web>은 그들의 이전에 발매한 두 앨범 <Exmilitary>와 <The Money Store>이 보여준 방향성의 정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나는 우리 작품 중 가장 섬세하고, 하나는 우리 작품 중 가장 격렬하다. 그 두 작품은 일종의 어떤 상관관계에 있다."
잭 힐은 이런 불경한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No Love Deep Web>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이 3개의 앨범이 일종의 삼위일체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다음 앨범 <No Love Deep Web>에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 공연 중에 녹음한 소리도 샘플링될 예정이다.
이런 조합이 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데스 그립스와 레이디 가가는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마치 가가처럼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고 싶은 거냐고 물었고, 힐과 모린은 동시에 그렇다고 답했다.
앤디 모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존나 섹스하게 만들고 싶다"
분명 레이디가가는 이들의 2집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과연 왜 이 인터뷰는 4년 뒤에야 공개됐을까요?
데스 그립스가 뭘 할지를 모르는 인간들이라서 그게 더더욱 궁금합니다
추측으론.... 계약해지의 과정에서 어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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