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명만 만날 수 없듯이, 우리에게도 썸이나 연인 관계같이 짧은 인연부터 깊은 관계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중에 정말 사랑했던 사람도 있는 방면에 단순 호기심부터 외모, 몸매, 공통 관심사, 결핍, 외로움까지 가볍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새롭게 다른 사람과 관계가 시작하고 끝나버린다. 영원한 건 없고 마지막까지 철저히 자기 입장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이다.
가끔 내 친구들은 전 애인들에 대한 욕을 주절주절 내놓는다.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그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들 또한 전 애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한 행동이 있지 않을까? 이미 다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전 애인을 현애인과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행동 또한 어쩌면 모순적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행동인 것을. 진심으로 아무 생각이 없거나 싫다면 무관심한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줄 것이다.
다니엘 시저 (Daniel Ceasar)는 위에 언급했던 것들을 이 앨범을 통해 담아냈다. 전작 <Freudian>, <CASE STUDY 01>들은 잔잔한 사운드와 상반되는 요동치는 가사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전 앨범이 연인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가사에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더 심오해졌다. 증오, 미련, 옛정, 그리움, 미안함 등 이별 속 여러 감정들을 그의 작품 속에 추상화했다.
상처에서 비롯된 원망부터 그리움과 미안함이 수차례 교차한다. 다른 여자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도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잊히지 않는다. 복잡한 감정 가운데 혼란스러운 정신은 다시 붙잡으려 해도 다시 제자리일 뿐. 되려 마음을 추스르려고 할수록 더 깊게 남는다. "Do You Like Me?", "Always"까지 끊임없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드러내지만, 그 정도일 뿐 상대방에게 똑같이 요구하진 않는다. 내가 가진 감정의 크기와 상대방의 크기는 다를 수 있기에 강요를 한다면 더 불편해질 뿐.
상대방에 대한 미련에서 비롯된 그리움을 이야기하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공격적인 반응 또한 인상적이다. "Buyr's Remorse"을 통해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Homiesexual"과 "Valentina"에선 전 여자친구가 새 남자친구가 생긴 게 싫으면서 사랑했던 마음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외에도 "Shot My Baby", "Disillusioned", "Unstoppable" 등에서 찌질함의 감정선은 연장된다. 진실한 사랑은 과해지면 과해질수록 낭만과 거리가 멀어지고 다니엘 시저의 모습을 한없이 추락시킨다. 너 하나만 보겠다는 마음은 집착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은 미련으로, 과한 사랑은 병적으로 보였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혼란스러운 앨범의 내용과 달리 사운드는 다소 차분하며 일관된 흐름을 지향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기타 등이 섬세하게 연주된다. 최근 알앤비와 비교하면, 신디사이저와 드럼 비트 같은 전자악기 계열이 구현해 내는 사운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악기에선 다소 보기 힘든 섬세한 연주가 앨범의 공간감을 자아내고 그 위에 여러 감정들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간소한 사운드 구성 아래 백보컬을 적극 활용하여 가스펠적 요소를 가져옴과 동시에 사운드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이외에도 네오소울을 차용하여 느슨함 속에 날카롭게 다가온다.
앨범의 중반부를 지나 다소 정갈해진 분위기는 시원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변화를 맞이한다. 차분해진 분위기처럼 이별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가꾼다. 살면서 한 명만 만날 수 없듯이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나 자신이 멋있어져야 한다. 그게 외면이든 내면이든 더 성숙해지고 깊은 사람이 되어야 더 멋진 사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단순 사랑이나 이별이 아니다. 어쩌면 정신적인 아픔을 딛고 더 성장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것 또한 삶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마치 근육이 찢어지면 찢어질수록 더 큰 근육이 나오듯이, 폭풍을 견디면 견딜수록 강인해지는 나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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