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거장의 마지막 도약을 기다리는 우리들.
VULTURES 1은 칸예가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했던 시점에 나온 앨범이다.
언젠가 MBDTF라는 세기의 명반이 칸예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켰듯, 칸예의 팬들은 VULTURES 1이 제 2의 MBDTF가 될 수도 있다는 촛불같은 희망을 가졌다.
스노우볼처럼 커져가는 칸예의 정신병을 ‘명반 행동'이라고 농담 반 기대 반으로 치켜세우던 사회 현상이 그 심리의 증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안다.
(안경을 벗은 최강이자 무적의 아이돌 앤서니 판타노쨩☆)
엘이의 아이돌 앤서니 판타노는 리뷰를 집어던졌고, 엘이의 대다수는 믹싱과 칸예의 래핑 등을 따지며 조잡하다고 혹평했고, 한때 칸예를 총애한다고 알려졌던 피치포크는 “완성되었지만, 기억할 가치가 없는 앨범"이라며 5.8점을 붙였다.
그 혹평들이 유대인 혐오 발언에서 기인하는 반발 심리만이라고 폄훼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돈다를 내고 돈다 2를 내고 VULTURES 1을 낸 칸예는 과거, 자신이 쌓은 압도적인 벽을 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칸예는 정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CARNIVAL은 차트 1위를 찍었고, 시간이 지나자 VULTURES 1 내에서 호평받는 트랙도 슬금슬금 거론되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칸예의 앨범 중 가장 많이 돌리는 앨범이라는 리스너들도 생겨났다.
(뉴욕 CARNIVAL 라이브 장면, 윤동주 시의 별처럼 수놓인 대깨칸들이 보인다)
필자 역시 15트랙 중 KEYS TO MY LIFE, HOODRAT, PROBLEMATIC, KING, 이 4 트랙을 제외한다면 질리지 않고 VULTURES 1를 돌리는 리스너 중 하나다.
필자는 칸예 음악성의 잔존하는 호흡을 확인했다.
일례로 필자는 BEG FORGIVENESS의 후반부 Ty Dollar $ign을 위시한 하이라이트는 칸예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손꼽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TALKING의 감각적인 샘플링, BACK TO ME의 인상적인 드럼과 후렴구, BURN의 정교한 멜로디 등도 VULTURES 1의 눈여겨볼만한 순간들이었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기대를 칸예에게 걸었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기대하기 때문에 그 누군가의 팬이 되고, 다음 앨범을 기다리게 된다.
칸예는 VULTURES 1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보여줬지만, 이게 전부라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이 재능을 기반으로 한 행운, 운명의 발휘라고 생각한다.
과거 칸예는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였으며, VULTURES 1은 그 독보적인 재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선언 정도로 여겨진다.
현재의 칸예는 이대로 몰락해도 이상하지 않고, 정말 갑자기
세기의 명반을 다시 한 번 내도 이상하지 않다.
뭘 보여주는건 돈다에서 보여줬어야 했는데...
사실 돈다 때부터 이어져 온 실패가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 때'를 만들었고 벌쳐스 역시 그 '때'를 연장한 것에 불과하며, 만약 칸예에게 운명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기대가 식어 언젠가 너무 늦어버리겠죠. 현재 주목받지 못하는 퇴물이 된 수많은 레전설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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