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183286187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오션빠돌이 (이하 오)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가입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글도 쓰고 열심히 활동을 해보려고 하는 고등학교 1학년 오션빠돌이입니다. 오늘 인터뷰에 열심히 참여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잘 말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 :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온암 님의 지인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온암 님과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되셨나요?
ZOOMTerview EP. 53 - 힙합엘이 회원 온암님(23.06.06)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오 :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인연을 맺게 되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같이 데이트도 하러 가고, 연을 쌓으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온암 님은 아무래도 글을 쓰시는 분이다 보니까 말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적재적소에 들어오는 유머도 능하고, 드립도 자주 치시는 등 말로써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면이 있죠.
공 : 오션빠돌이 님은 글 쓰는 걸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오 : 저는 원래 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온암 님이 리뷰를 쓰시는 걸 보고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페이스북 갤러리에서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온암 님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거기서 글을 쓰시는 걸 보고 저 정도면 나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 시작했어요. (웃음)
그래도 생각 외로 잘 된 것 같아서 저 스스로는 제 글에 만족하고 있어요. 아직 탈고한 글들을 많이 없지만, 실력을 계속 키워나가다 보면 온암 님의 글을 금새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 : '온암 너 딱 기다려! 오빠가 간다'라고 말씀을 해주셨고, 글쓰기를 즐겨하시지만 아직 탈고된 완성본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 : 사실 영화 쪽이 본진이라서 영화 관련 글은 제 블로그에 탈고를 많이 했었어요.
제가 누벨 바그라는 용어로 통칭이 되는 영화 장르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데, 하지만 힙합엘이에는 영화 관련 글들이 큰 쓸모는 없다 보니까 노출시키지는 않았어요.
제 스스로 부계정을 판 후에 본진이 아닌 음악 관련 글을 곁다리로 쓴다는 느낌이 아직까지는 있습니다. (웃음)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Bill Evans Trio - <My Foolish Heart>
공 : 본진 쪽인 영화에서 쓰신 여러 글들을 바탕으로 음악 쪽으로도 발을 넓히려 하고 계시고, w/HOM 매거진 팀의 필진으로도 참여하시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실 예정이시네요.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서 오늘의 첫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를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 : 최근에 감수성이 조금 짙어지면서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 앨범을 듣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My Foolish Heart>를 좋아해서 이 곡을 가장 최근에 듣고 있었어요.
제가 Bill Evans 트리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Bill Evans에게서는 다른 피아니스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프레이즈나 선명한 터치가 있는 것 같아요.
되게 기술적이면서도 기술적인 티를 내지 않는,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터플레이가 들어가 있기도 하구요.
이 앨범은 베이스 연주자 Scott Lafaro가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낸 작품이고, 이 앨범을 발표한 후 열흘 뒤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어요.
재즈 계의 사망 원인으로는 약물과 교통 사고가 참 많은 것 같아요. Bill Evans도 한 평생을 약물에 빠져 살기도 했구요.
특히 <My Foolish Heart>는 Scoot LaFaro의 연주가 담긴 라이브 앨범에 수록되어있다는 점에서 감흥이 더욱 크게 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61년 간의 향취와 숨결을 담고 있는 거잖아요? 텔레스코프 영상들처럼 아련하게 곡 속에서 살아 숨 쉬는거죠.
열흘 후에 죽을 사람이 이렇게 연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애틋하고도 슬프게 들리더라구요.
이러한 면이 이 작품이 좀 더 따듯하게 다가오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 : 이 앨범의 셀프 타이틀 트랙인 <Waltz For Debby>보다 <My Foolish Heart>라는 곡이 좀 더 끌리셨던 이유도 말씀해주시나요?
오 : <Waltz For Debby>는 후반부에 좀 더 격정적인 모던 재즈 풍의 화성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물론 좋긴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는 크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거의 뉴에이지 느낌이 들 정도로 화성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잔잔하게 이끌어가는 게 오히려 [Waltz For Debby]라는 작품에 좀 더 맞는다고 느꼈고, 그러한 요소들이 <My Foolish Heart>에 좀 더 잘 나타난 것 같아요.
공 : 감성에 젖을 때마다 이러한 재즈 장르의 트랙들을 찾아들으시는 것 같은데, 어떠한 것들이 오션빠돌이님을 감성에 젖게 하셨을까요?
오 : 고등학생들이 되면서 할 일들이 많아지니까 우울했던 것 같아요. 학업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Frank Ocean - <Provider>
공 : 감수성에 젖은 이유와 그에 관련해서 [Waltz For Debby]라는 Bill Evans Trio의 앨범을 가장 최근에 감상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오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Frank Ocean의 <Provider>입니다.
공 : 닉값을 하신 선곡이네요. 오션빠돌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짓게 된지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 : 오션빠돌이는 큰 의미가 있기보다는 매거진에 들어오고 싶어서 빠르게 회원가입을 하려고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에요.
그래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실제로 그만큼 오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션빠돌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Frank Ocean의 명곡 중 이 곡을 가장 많이 듣게 된 이유는 그가 공개한 많은 싱글들 중에서 이 곡이 제게 제일 좋았기 때문이에요.
Frank Ocean의 모든 음반은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각을 잡고 들어야 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Blonde]나 [Channel Orange] 같은 앨범들은 시간적 여유가 널널하게 있을 때 찾아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다 보니 시간의 제약에 구애를 받지 않는 자연스럽게 싱글 단위의 트랙들을 찾아듣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싱글인 <Provider>를 습관적으로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DHL>이나 <In My Room> 같은 트랙들은 클라우드 랩 감성이 섞여 있어 [Blonde]에서 느낄 수 있던 먹먹하고도 감정적인 체험을 배제하는데, <Provider>는 'Blonded Radio'에서 비롯된 트랙이라서 그런지 [Blonde]의 정취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더라구요.
짧은 시간 동안 [Blonde]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보급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앨범도 이런 음악을 기대했는데 뒤이어 나온 싱글들은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구요.
공 : 간간이 싱글은 내고 있지만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는 그 순간까지 새 앨범을 들고 오지 않은 Frank Ocean인데요.
혹시 그가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오 : 일단 Frank Ocean의 새 음악이 나오지 않는 부분은 팬으로서 너무나 유감이고 슬프다는 말밖에는 안 나오네요.
그래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2년 안에 새 앨범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또 수험생이 되고, 그 후에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좀처럼 많지는 않을 것 같아 최대한 빠르게 발매가 되었으면 하네요.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Moses Sumney - <Plastic>
공 : 오션빠돌이님의 바람이 모두의 염원이기도 하니 Frank Ocean의 새 앨범이 빠르게 발매되었으면 합니다.
<Provide>를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음악으로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어떤 곡으로 골라주셨나요?
오 : 저만 알고 있는 곡으로는 Moses Sumney의 <Plastic>을 골라보았어요.
제가 워낙 유명한 사람들의 곡만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인디 성향이 강하고 제가 원하는 감성을 잘 충족시켜주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 이 곡을 선정하게 되었어요.
Moses Sumney는 디깅을 하다가 접하게 되었어요. Disclosure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통해 인디 팝 성향의 아티스트들을 차츰 접하게 되었고, 그 교착점에 있던 뮤지션인 Moses Sumey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발매한 2집은 아직도 어떻게 발음을 해야될지 모르겠던데, 사운드가 좀 더 락킹해지고 다채로워졌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1집에서는 Ocean의 감수성이 느껴졌다면, 2집에서는 Radiohead의 전위성을 감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후자는 특히 힙스터 마인드를 장착했을 때 들으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웃음)
공 : 곡으로만 들어보았지 오피셜 오디오 영상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파란색 천 같은게 계속 넘실거리면서 움직이네요.
오 : 저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상처럼 Moses Sumney라는 아티스트를 떠올렸을 때는 항상 푸른색으로 느껴졌어요.
Ocean의 1집이 주황색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Moses Sumney는 전반적인 감성의 흐름이 파란 빛을 띠는 것 같아요.
파란색은 또 우울함과 쾌청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색이잖아요? 너무 우울하지도 않고, 너무 쾌청하지도 않은 중간의 파랑이 딱 이 아티스트의 색채라고 생각해요.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Thom Yorke - <Dawn Chorus>
공 : 푸른 빛이 생각나는 아티스트 Moses Sumney의 <Plastic>을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하셨는데, 라이브를 직접 가 보신 경험이 있으실까요?
오 : 아니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 했어요. 우선 돈도 돈이고 제가 시끄러운 공연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다 보니 랩 아티스트의 콘서트는 그렇게 관심이 가지는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알앤비/소울 아티스트들이 내한을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저번에 Daniel Caesar 내한은 시간적 상황이 너무 안 맞아서 결국에는 가지 못 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은 가수를 한 명 뽑자면 Thom Yorke예요. 그 중에서도 <Dawn Chorus>라는 곡을 골라보았습니다.
Radiohead라는 그룹보다 저는 Thom Yorke 개인의 색채가 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Thom Yorke와 Jonny Greenwood 등 다양한 멤버들이 발산하는 파워풀한 모습도 물론 좋지만, 저는 그의 영혼을 뜻하는 솔로 앨범 타이틀 'ANIMA'처럼 내면을 계속 파고드는 실험적이면서도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리고 Thom Yorke가 라이브하는 모습을 보면 무대 장악력이 엄청난 것 같아요.
믹 재거나 프레디 머큐리처럼 무대 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식의 프론트맨이 아니더라도, Thom Yorke는 기운과 분위기만으로 모든 무대를 휘어잡는 큰 힘이 있이 있거든요. 그런 차분한 소용돌이 같은 면이 제가 Thom Yorke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Thom Yorke가 발매한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접하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감명 깊게 들었던 <Dawn Chorus>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골라보았습니다.
이 트랙 같은 경우에는 아련한 분위기와 불협화음으로 전개가 되는데, 저는 이처럼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알 수 없게 내 모든 정신을 새벽으로 끌고가는 것 같은 선율이 가지고 있는 힘에 끌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Thom Yorke 같은 경우에는 가사적으로는 저와 공감되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Frank Ocean이나 Daniel Ceasar, Joji 같은 아티스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사보다는 곡의 사운드가 주는 분위기나 느낌 위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Dawn Chorus>라는 제목과는 달리 저는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밤에는 되게 일찍 자는 편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아 걷는 것과 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많이 걸어다니는데 석양이 질 쯤과 밤에 걸어다닐 때 특히 좋은 아티스트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도시의 밤에는 The Weeknd, 석양이 지는 산기슭에서는 Frank Ocean 등이 있죠.
하지만 Thom Yorke는 밤 시간대에 제가 어디서 그의 노래를 감상하든지 간에 저를 새벽의 잔잔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아요.
공 :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의 유명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아본다면?
오 : 저는 [해변의 카프카]를 제일 좋아해요. 하루키가 회고했듯, [해변의 카프카]는 하쿠키의 문학성의 총체를 담은 것 같아요.
그가 가지고 있는 성적인 판타지나, 소년의 청춘, 투명한 문체들 등 하루키가 보여주었던 특징들이 잘 집약되었고, 잡다한 느낌보다는 절륜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공 : 저도 군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었었는데, 그의 스타일이 저와는 그렇게 맞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주인공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많은 것을 얻었다는 내용으로 끝이 났던 것 같아요.
특히 특유의 자유롭고, 안 좋게 말하자면 되는 대로 막 쓴 듯한 문체로 '자아'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소설을 전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기는 했습니다.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Tyler, The Creator - <Boredom>
공 : Thom Yorke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내용을 언급해주시면서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Dawn Chorus>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은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여행 가시는 것도 좋아하시나요?
오 : 여행 가는 건 엄청 좋아하는데, 재정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 자주 떠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상황이 괜찮았다면 유럽으로 떠나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요.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지식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영화를 보면 파리라는 도시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되잖아요? 그런 점들이 다른 어떤 도시들보다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성인이 되었을 때 지갑 사정이 괜찮다면 곧바로 파리로 떠나 제가 영상 매체를 통해 접했던 파리의 아름다움을 눈으로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노래는 파리와 관련된 곡이 아니라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곡으로 골라보았어요. 저는 언제나 국내 위주로 여행을 갔는데, 겨울에는 잘 못 가고 여름에 갔어요.
이번 여름에도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할머니 집으로 2박 3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내려갈 때나 할머니 댁까지 가는 여정에서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따듯한 햇살을 느꼈던 게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게 Tyler, The Creator의 <Boredom>이었습니다.
가족들이랑 같이 차를 타고 가면 저희 가족은 클래식 장르가 아닌 음악을 듣는 걸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저 혼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요.
가끔 아버지는 The Carpenters 같은 올드 팝도 들으시기는 합니다만.. 그 외에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저는 부모님들이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시니까 오히려 반항하듯이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들었던 것 같아요.
[Flower Boy] 이야기로 넘어가서 앨범 커버만 본다면 가을에 좀 더 가깝기는 하지만 저는 이 앨범 자체가 따듯한 햇살의 느낌을 많이 담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트랙이 <Boredom>인데, 곡에서 나오는 소울 장르의 화성이나 음이 전개되는 과정들이 너무나 따듯해요.
음악 자체에 따듯함이 서려있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따듯하다 못 해 행복의 감정까지 느껴지는 음색, 음성, 멜로디들이 햇살을 시각화한 듯한 곡인 것 같습니다.
공 : Tyler, The Creator가 이 앨범을 기점으로 기존의 날이 서있던 음악에서 좀 더 따듯하고 감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음악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었잖아요?
그 이후로도 이런 색채는 유지한 채로 콘셉트나 전개 방식에만 차이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 : 굳이 첨언을 하자면 [Flower Boy]가 따듯한 느낌이라면, 상대적으로 [IGOR]는 차가운 질감의 앨범이잖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Tyler가 4집 이후로 본인의 특정한 스타일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앨범에 어떠한 면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느껴지고 와닿는 감정이나 정서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IGOR] 같은 경우는 좀 더 서정성을 부각하기도 했구요.
둘 중에서 더 좋은 앨범을 뽑자면 원래는 [IGOR] 쪽이었는데, 요즘에는 [Flower Boy] 쪽으로 넘어오는 듯 해요.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Jonny Greenwood - <Future Markets>
공 : 또 여름이니까 특유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Flower Boy]가 조금 더 끌리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Boredom>이라는 곡을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오션빠돌이 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시나요?
오 : 제 취미는 영화를 보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영화와 관련된 음악들을 많이 찾아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음반으로 발매가 되면 그걸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서 이것저것 들어보곤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같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접하기도 했구요.
그 중에서도 저에게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였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스코어를 맡았던 Jonny Greenwood의 [There Will Be Blood]를 골라보았습니다. 앨범에서 한 곡을 고르자면 <Future Markets>입니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겠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의 최고작 중 하나예요.
돈에 눈이 멀어서 목사나 사업가를 자처하며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한 투쟁을 1920년대 금광을 배경으로 서사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
전반적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고, 결점이 없어 장르적인 재미를 넘어 작품성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원래 이 감독이 난해한 연출도 종종 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스토리의 흐름도 정석적이고 어려운 연출이 나오지 않아서 여러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라는 청렴성을 대표하는 직업도 돈에 눈 한 명의 사람이었다는 걸 강조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앨범 사운드트랙 중에서 <Future Markets>를 고른 이유는 이 곡이 정확히 어떤 시퀀스의 어떤 장면에서 나온지는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1920년대를 배경으로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는 걸 Radiohead 특유의 전위적인 특징을 잘 살리면서 엠비언트 장르의 웅장하면서도 공간적인 사운드로 단번에 시각화를 시켜주었어요.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장면장면들이 머릿속에 번득 떠올라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골라보았습니다.
공 : 이렇게 강력 추천을 해주시니까 폴 토마슨 앤더슨이라는 감독에 더불어 이 작품에도 큰 관심이 생기네요.
영화의 이름을 직역해보면 '피가 있을 것이다'라는 뜻인데, 실제로 유혈사태로 영화가 마무리가 되나요?
오 : 스포일러긴 한데, 당연한 유혈사태를 연출로써 충격적이고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표현이 되거든요. 그런 부분이 되게 감명 깊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뻔해보이는 결말이지만 그걸 충격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제목의 의미를 살려주는 듯 합니다.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Pink Floyd - <Time>
공 : 취미인 영화 감상과 관련된 노래로 <Future Markets>을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나요?
오 : 저는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만 골라보았어요. 저는 미래지향적인 음악을 자주 챙겨듣는 편은 아니고, 현재를 상징하는 음악이라는 관념이 저에게는 잘 와닿지 않더라구요.
과거를 대표하는 곡을 소개해보자면 Pink Floyd의 <Time>입니다. Pink Floyd라는, 특히 로저 워터스의 개성이 담긴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가 가지고 있는 과거적인 기조가 가장 잘 와닿게 연출이 된 트랙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시간에 관한 관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게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만의 인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인트로에서 다양한 시계 소리들이 섞여있는 부분이 묘하게 과거의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과거에 나온 앨범이기도 하고, 하필 이름도 <Time>이라서 이 곡은 제 머릿 속에 '이건 과거의 음악이다'라는 생각이 형성된 듯 해요.
그래서인지 이 트랙을 들으면 1960년대~70년대의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정작 이 앨범이 발매된 건 1970년대지만, 음악을 들었을 때 생각이 나는 이미지는 60년대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흔히 TV나 다른 영상 매체들에서 볼 수 있는 나팔바지나 이상하게 볶은 머리들 같은 이미지들이 제 자체에서 재해석되어 계속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으니 오히려 상상하기에는 더욱 용이한 것 같아요.
공 : 이 말을 들으니까 책과 영화의 차이점이 생각나네요. 책을 읽었을 때는 적혀 있는 문자를 자신의 경험들을 토대로 시각화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잖아요?
하지만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감상할 때는 각 개인들의 이미지가 아닌 규격화된 이미지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 상상의 영역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죠.
그런 부분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은 바가 머릿 속에 나만의 이미지로 구현된다는 건 전자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Frank Ocean - [Blonde]
Radiohead - [Kid A]
공 : 과거를 대표하는 음악으로는 Pink Floyd의 <Time>을 골라주셨고,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선정하지 않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 : 단 하나만 고르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두 앨범을 골라보았습니다. Frank Ocean의 [Blonde]와 Radiohead의 [Kid A]입니다.
[Blonde]에서 한 곡을 고르자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난 점을 몰라 아쉽다고 생각하는 <Skyline To>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Skyline To>를 좋은 곡으로 많이 뽑지 않다 보니까 저만 아는 것 같아 더 좋게 느껴지는 것도 있어요.
[Blonde]의 그 어떤 트랙도 뭐가 더 낫다며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이 곡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게 아쉽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의기양양하기도 했습니다.
<Solo>와 <Self Control>, <Good Guy> - <Nights>로 이어지는 라인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페이소스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Skyline To>가 상대적으로 묻힐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Skyline To>는 <Solo>의 한적한 분위기와 너무 잘 이어지고, 곧바로 수영장 이야기로 시작하는 <Self Control>의 도입부를 잘 살려주고 있어요.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것들이나 제목에서 고색찬란한 산기슭에서 넓디 넓은 Skyline 속 해가 지고 뜨는 걸 바라보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 안에서 연인과 함께 신앙적인 가책을 느끼지만 낭만적인 그 감흥이 너무나도 공간적이고 입체적으로 확실하게 들어왔어요.
아마 <Skyline To>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Solo>와 <Self Control>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공 : <Skyline To>에서 연인과 함께 사랑의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혹시 현재 여자친구가 있으신가요?
오 : 온암 님께서 제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식으로 말씀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는 상태입니다.
[Blonde]를 들었을 때는 항상 특정 시점의 과거가 떠오르는데, 제가 사귀었던 친구는 그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거든요. 물론 그 사람과는 연인 관계로 발전되지는 못 했지만요.
사랑이 뭔지 알아?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될 정도로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걸 너무나도 공간적이고 감정적으로 있는 그대로 체현시키는 음악이라서 [Blonde]라는 존재가 너무 감탄스러웠습니다.
공 : 아무래도 [Blonde]를 떠올렸을 때 서로 사랑하는 느낌보다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혼자서 좋아하는 듯한 분위기에 가깝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션빠돌이님의 전 여자친구보다 진심으로 좋아했던 한 사람이 앨범을 돌렸을 때 겹쳐보이는 것 같네요.
또 다른 인생 앨범으로 [Kid A]를 골라주셨는데, 어떤 이유로 선정해주신 걸까요?
오 : [Kid A] 같은 경우는 [Blonde]처럼 감정을 건드리지는 않지만, 앨범 자체의 사운드가 주는 무언의 항해가 느껴져서 좋았어요.
감정적이기보다는 반항적이고, 특히 요새 남고에 들어가서 반항적인 감정을 느끼는 날들이 잦아진 것 같아 제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리는 앨범 같아요.
남고는 특히 러프하잖아요? 저는 그런 느낌이 싫었어요.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Frank Ocean이나 Daniel Caesar 같은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들이 더 좋았거든요.
하지만 남고에 입학한 후 주변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하면서 저 자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변한 것 같은데, 그걸 가장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앨범이 [Kid A]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인 것과 몸으로 달려드는 듯한 악다구니의 분위기의 중간점을 가장 잘 나타낸 앨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도 [Kid A]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좋은 앨범이었나 싶을 정도로 남고의 러프한 분위기에 적응한 뒤 들어보니 새롭게 다가 오는 작품이였어요.
제가 원래는 락을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였는데 이제는 슈게이징까지 듣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는 환멸감이 저에게 느껴지거든요.
그럼에도 그런 부분을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Frank Ocean의 음악을 자주 듣기는 합니다만, 음악 취향이 점차 러프한 쪽으로 흘러가는 건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앨범에서 한 곡을 고르자면 <Optimistic>이고, 제가 앞서 말한 절충을 대표하는 트랙인 것 같아요.
앨범의 첫 곡인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나 그 이후로 나오는 <Kid A>는 불쾌하면서도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리는 사운드들이 부각이 돼요.
하지만 <Optimistic>은 처음 시작부터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초반의 신경을 건드리는 사운드를 절묘하게 섞어낸 것 같아 조금 더 인상깊게 바라볼 수 있었던 곡입니다.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공 : 인생 앨범으로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Blonde]와 [Kid A]라는 두 개의 작품을 골라주시면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 저는 우선 공ZA님께 너무 큰 감격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누구나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난 ~~가 좋다고 말해야지'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너무 잘 캐치하셔서 콘텐츠화 시킨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제가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상상했던 무언가들이 충족되는 게 눈에 보여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제 주변에서 음악을 제일 깊게 듣는 친구가 Taylor Swift의 팬인데, Kanye West를 너무나도 싫어해요.
그 사람의 음악이 좋지 않냐고 이야기를 꺼내봐도 아예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까 힙합 쪽에는 발을 들여놓은 생각도 안 하더라구요.
그런 음악적인 대화의 갈증을 인터뷰를 통해서 풀 수 있었고, 흔치 않은 기회를 주신 공ZA님께 무척 감사합니다.
공 : 아무래도 주변에 본인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힙합엘이라는 커뮤니티도 활성화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매거진을 통해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고, 오늘 인터뷰를 통해 그런 부분을 일정 해소할 수 있었다니 뿌듯하네요.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리고,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오빠님 치덕거리지 마세요 ex 주제에
온암과 데이트라니 부럽다..
저기요
줌터뷰 떴다!!
기다렸습니다❤️❤️❤️
아니 저랑 취향이 똑같으신대요? ㅋㅋㅋㅋㅋ
인생앨범도 저랑 똑같음 ㅋㅋㅋㅋ
조니 그린우드는 기타리스트로만 평가 받기에는 아까운 뮤지션인 것 같네요. 조니가 참여한 영화를 세 편 정도 봤는데, 음악이 너무나도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온암님의 지인이라니...개부럽다
와 줌터뷰다!!!
얼마만에 줌터뷰인가!
오!! 드디어!
오빠님 치덕거리지 마세요 ex 주제에
아직 열려있나요 온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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