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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들은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킹풍갓니2024.01.31 20:32조회 수 303추천수 3댓글 1

어쩌다 13-15년도 즈음 노래들을 다시 듣게 됐는데 학생 시절 들었을 때의 설렘이 다시 느껴지기도 했고, 그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감정들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프라이머리로 힙합이라는 장르에 입문해서 일리네어를 거쳐 외힙까지 손을 뻗었었죠

초창기 에미넴의 충격적인 스토리텔링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엘이를 알게 돼서 이런저런 음악정보들 얻고 가사해석 찾아보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게시판도 국내 국외가 나눠지지 않았던 순수의 시절

우키팝님 영상을 보니까 딱 그 시기가 전세계적으로 힙합커뮤가 활성화되었던 시기라고 하더라구요)

topsters2 2.png

켄드릭의 good kid, m.a.a.d city,

에이셉라키의 long.live.a$ap,

스쿨보이큐의 Oxymoron,

릭로스의 Mastermind와 Hood Billionaire,

타이가의 Hotel California,

영머니레코즈 컴필(특히 니키미나즈의 어쩌구 ass가 생각나네요 시뻘건 배경에 높은 힐 신고 당당히 서서 세상 공격적인 랩을 뱉던 니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MMG 컴필,

제이콜의 Born Sinner,

빅크릿의 Cadillactica 등등 훌륭한 신예들과 앨범이 쏟아져나왔었습니다

 

새로운 래퍼들을 디깅하고 앨범 나오면 돌려보고, 그 중에 좋았던 곡만 추려서 mp3 파일 40곡짜리 요금제로 다운받아 아이팟에 넣고 아이튠즈로 가사랑 아티스트 앨범 태그 다 정리하고

 

중2병이 힙합으로 와서 힙부심 부리면서 당시 가요를 까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카카오스토리에 그런 글 올렸다가 아이돌 좋아하는 애랑 키배 뜨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흑역사)

스피커로 일리네어의 연결고리를 틀었을 때는 뭐 그딴 게 노래냐 하던 친구들이 바비가 쇼미에서 부르니까 따라부르고, 저는 그걸 보면서 ㅂㄷㅂㄷ하고 ㅋㅋㅋㅋㅋ

도끼의 south korean rapstar mixtape에 완전 빠져서 20대 초반이 언더음악으로 이렇게 돈을 벌다니!!! 하면서 웅장해했던 기억도 있네요

 

멍청트랩이 태동하던 시기이기도 했죠 퓨처와 영떡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오티제네시스의 Coco가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퓨처의 sh!t과 영떡의 stoner가 아이튠즈 힙합차트 1위였을 때 처음 들어보고는 ‘뭐 이딴 게 있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은근히 생각나더군요 지금 들어봐도 참 트렌디한데 돌아보니 시대를 정말정말 앞서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일디쉬 감비노가 Because the Internet을 내고 3005가 히트를 쳤었습니다

위에 쭉 열거해놓은 앨범과 곡들을 보고 느끼셨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당시에 자극적인 서부 사운드와 트랩을 선호했었습니다

그래서 1위에 올라있는 3005를 듣고는 굉장히 심심하다고 느꼈었어요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이게 10년 된 곡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잘 닦인 곡이라고 느껴지더라구요 어딘가 모르게 애절하면서 공허한 느낌도 있구요

 

위에 신예라고 읊었던 래퍼들이 30대 초중반이 되어서 나름의 묵직함(?)을 갖추고 성숙해진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렇게 씬을 뒤흔들었던 rich gang의 lifestyle이 영떡의 재판 법정에서 울려퍼지고

퓨처의 음악으로 린을 접했다던 주스월드는 결국 약물 오남용으로 세상을 뜨고

Young king young boss 도끼는 불법체납자 명단에 오르고

한국트랩의 새 지평을 연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나가버린 코홀트는 작업물도 없이 지지부진하게 식어버렸고 (국내힙합을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송두리째 바꿔버렸다죠)

그렇게 금목걸이와 보스 감성을 동경하던 사춘기 소년은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저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보며 취준 공부를 하고 있네요 ㅋㅋ 참 씁쓸하기도 하고 time flies라고 느낍니다

약물의 절여져서 웅얼거리는 요즘 음악들을 듣다가 저 시기 곡들을 들으니 참 속이 풀리는 국밥 같고 그러네요

(물론 레이지도 좋아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소심하던 저에게 힙합은 도피처였던 거 같아요 그 힘찬 목소리와 비트를 들으면 고개를 숙이고 걷던 저도 둠칫둠칫 힘차게 걷게 되었으니까요

그냥 최근 새해가 되기도 했고 취준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며 현타가 좀 오다보니 다시 힙합을 찾게 되더라구요

부모님이 주시는 뜨신 밥 먹으면서 취업준비하는 대학생이 bottom to the top하는 거도 웃기긴 한데 ㅋㅋ 제가 의기소침해질 때쯤 힘을 불어넣어주는 음악인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옛날에 좋아했던 앨범들을 다시 듣다가 감상에 빠져 적어보았습니다 다들 힘찬 2월과 한 해가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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